다만 바라만 볼 뿐'(觀耳)' / 해월스님
지난 9월 어느 날,
일본에서 오랜 친분이 있는 78세의 지바스님께서 오셨다.
나는 스님을 모시고 아는 분의 작은 정자로 초대받았다.
작은 산기슭에 앞은 넓은 강이 보이는 사방이 터진 작은 정자였다.
이곳이 무엇 하는 곳이냐고 물으셨다.
나는 우리 한국 사람들은 정자는
봄이면 봄 타고 흐르는 물결을, 여름이면 여름 밤 별을,
가을이면 가을 하늘을, 겨울이면 찬바람,
비가 오면 비를, 꽃피면 꽃보고,
눈이 나리면 눈을, 구름이 불면 구름을,
노을이 지면 노을을, 새벽이면 새벽을 보는 곳,
무상을 바라보는 곳, 있는 그대로 사계의 모습을 느끼는 곳
나와 자연과 우주가 하나 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 후 스님의 청으로 정자만 찾아 다녔다.
스님은 자연과 더불어 흐르고
우주를 느끼는 한국인들의 정서와 공간에 감탄을 반복하셨다.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정자 문화가 없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일본생활에서 정자를 본 기억이 없다.
스님은 정자에서 관이(觀耳)라는 붓글씨를 써 주셨다.
관이(觀耳)란 다만 바라만 볼 뿐이라는 뜻이다.
그저 일어남이 없이 다만 깨어있는 눈으로 바라만 볼 뿐이다.
수행이란 사물을 바라만 보는 것이다.
그저 바라만 보는데
거기에는 평화가 흐른다. 거기에 생명이 있다.
이 순간에 정착하는 것이다.
그저 바라만 보는 그곳에 넓고 깊은 고요와 텅 빈 충만이 흐른다.
바라만 보는 고요한 깊은 깨어있음을, 사라짐을 맛보게 한다.
바로 망아(忘我)이다.
이백의 시에 월하독작(月下獨酌)이란
시 한 구절을 기억한다.
화간일호주(花間一壺酒) 꽃 사이에 한 병의 술을 놓고
독작무상친(獨酌無相親) 친한 이 없이 혼자 마신다.
거배요명월(擧杯邀明月) 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대영성삼인(對影成三人) 그림자를 대하니 셋이 되었구나.
월기불해음(月旣不解飮) 달은 본래 술 마실 줄 모르고
영도수아신(影徒隨我身) 그림자는 부질없이 흉내만 내는구나.
때로는 수행이
그림자처럼 부질없는 흉내만 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보는 자가 사라지면 무엇으로 보는가?
아무것도 없으면 잃을 것도 없다
(When you got nothing, you got nothing to lose).
-불교신문에서-
첫댓글
觀耳(관이)
“귀 이(耳)는 뿐이라는 뜻이 있어 관(觀)할 뿐이라”는 뜻.
거기에는 잡생각이 있을 턱이 없다.
화두를 들뿐, 밥을 먹을 뿐, 하늘을 볼 뿐이니
다른 생각이 끼어 들 틈이 없을 게다.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