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미술관 - 한성필 초대전,
+ 현대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다녀와서 작성한 감상문입니다.
- 금호미술관 -
주말이라 그런지, 미술관 앞 경복궁은 정말 사람으로 꽉 차 있었다. 하지만 금호미술관에 들어서며, 바깥의 소음과 혼란은 정리되는 듯했다.
대형 가림막에서 영감받은 작품 - 수업 중에 언급되었던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미술관 2층에 올라서자, '파사드'를 마주할 수 있었다. 작가는 이미지와 실체의 차이가 무엇인지 물음을 던지는 것 같았다.
"이처럼 <Façade>연작은 ... (중략) ... 개념과 개념 사이의 경계를 묘하게 흐리고,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안내 책자에서 읽을 수 있었던 문구이다. 나는 사진의 세인트 폴 대성당 가림막 사진을 보고 있었고, "상반되는 두 요소를 묘하게 혼재한" 이 사진은, 과연 내가 보는 건물과 건물 사진의 차이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감상을 이어가며, IR필터를 사용한 것으로 생각되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알프스의 하얀 풍경 위에 적외선을 함께 촬영함으로서, 낯설게 한 듯한 효과를 주었고 이는 내 발걸음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장비를 감당할 수 있는 실력과 재력이 된다면(비행기 값은 감당하기 힘들겠지만) 꼭 모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Weight of Time>을 감상하며, 사진에 압도된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았다. 단순히 물리적인 크기가 거대한 사진들이기도 했지만, 그 사진이 담은 피사체의 무게는 나를 짓누르기에 충분했고 정적인 사진이 어떻게 물리적인 압도감을 주었는지 의문을 갖게 했다.
미술관을 나서며 다시 복잡한 서울 시내에 적응하려고 노력할 때, 문득 경복궁 너머로 보이는 북악산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는 분명 지나치면서도 보이지 않았는데, 관람 후 산을 바라보며 저 산 역시 <Weight of Time>에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전시회가 이렇게 사람의 시야를 넓혀주는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 현대 디자인 라이브러리 -
금호미술관의 차분함을 떠나, 주말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혼잡한 서울을 헤매던 와중 인근에 현대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세 이상, 현대카드가 있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 조용하고 종종 전시회 역시 열리는 곳으로 알고 있어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가보게 되었다.
본래 갤러리로 쓰이던 곳이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건물 자체의 구조가 들어온 사람으로 하여금 도서관보다는 예술작품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호텔의 고급스러움, 대기업 사옥의 카리스마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특이한 곳이었다. 특히, 3층의 창문은 내 아름답다라는 단어의 기준을 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듯했다.
사실 이 책이, 현대 라이브러리를 이 감상문에 함께 작성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도미니크 나보코브 작가가 90년대 뉴욕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의 거실을 폴라로이드 컬러그래프 691 필름으로 촬영하여 엮은 이 책은, 마치 집 주인을 찍지 않고 사진 한 장으로 표현하라고 요구한다면 그 대답이 될 듯한 사진집이었다. 실제로, 작가 역시 거실이 인물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고 표현하며 모든 장소를 있는 그대로의 초상화처럼 재현하고자 했다고 전해진다.
거실들이 마치 집주인을 사진 한 장에 서술한 것 같지 않은가?
재배열, 꽃다발 놓기, 투광 조명 사용 금지라는 원칙 하에 최대한 사실적인 모습을 담은 이 사진집은 단순히 거실을 찍어 모으는 것만으로 하나의 재미있는 사진집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감상문을 작성하며 내 거실을 돌아보고 나 또한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된 것 또한 즐거움의 여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