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을 읽고 <박완서/다림>
시골에 살던 수남이는 돈을 벌기 위하여 서울로 올라와서 청계천에 있는 전기 용품 도매상의 점원이 된다.
처음 일을 취직 했을 때는 전공들이 자기가 원하는 물건들을 빨리 챙기지 못한다며 알밤을 주다가, 일을 척척 잘하게 되자 기특하고 그런 모습이 귀여워서 알밤을 주었다.
수남이는 주인 영감 눈에도 들었다. 주인 영감은 누가 수남이한테 알밤 먹이는 것을 보면 불호령을 내렸다. 수남이는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말을 주인 영감한테 비친 일도 없지만 주인 영감은 수남이가 내년 봄이면 시험 봐서 학교에 들어갈 것이라고 손님들한테 말한다.
수남이는 이런 주인 영감이 고마워서 세 사람분의 일을 혼자서 해낸다. 낯에는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집에서 갖고 온 책으로 공부를 했다.
봄이 되어도 주인 영감은 학교에 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고, 바람이 몹시 세차게 부는 날이었다. 같은 골목 전선 가게 간판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면서 길 가던 아가씨 머리에 맞고 다치게 된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피해 보상금으로 돈이 많이 들것이라고 바람을 원망한다.
수남이는 자기도 재수 옴 붙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바짝 긴장한다.
주인 영감이 거래처에 형광램프를 배달하고 오라고 하자 자전거에 싣고 배달 갔다. 거래처 사장이 빨리 수금을 해주지 않고 시간을 끄는 바람에 길가에 세워둔 자전거가 쓰러지면서 옆에 있던 고급 승용차에 조금 상처가 났다. 승용차 주인은 피해 보상으로 무리하게 돈을 요구하고 수남이가 돈을 물어 내지 않으려 하자, 자물쇠를 사다가 자전거 바퀴에 채워 움직일 수 없게 했다. 이 모습을 보던 사람들은 수남이보고 자전거를 들고 톡 뛰라고 부추긴다. 그 말에 수남이는 용기가 나서 자전거를 옆구리에 끼고 달려왔다.
주인 영감은 수남이 모습을 보고는 도둑놈 꼴이라고 말했다가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는 무릎을 치면서 좋아했다.
수남이는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낮에는 일하느라 바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가 밤이 되자, 낮에 한 일을 생각하니 뭔가 우울해졌다. 책을 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전거를 들고 오면서 쾌감까지 느꼈던 것이 자기 피에도 도둑놈의 피가 흐르는 것은 아닌가 하고 안절부절 못했다.
가족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형이 서울로 일하러 간다고 가서는 소식이 없다가 어느 날 밤에 선물을 잔뜩 갖고 왔는데 도둑질을 한 물건이었던 것이다. 그 일로 몸져누운 아버지는 수남이가 서울로 가서 돈 벌어 오겠다고 했을 때 무슨 짓을 하든지 도둑질은 하지 말라고 했다.
수남이는 자전거를 들고 도망쳐 온 것이 도둑질이 아닐지 모르지만 앞으로 도둑질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도덕적으로 자기를 견제해 줄 어른이 그리웠다.
주인은 수남이가 한 일을 나무라기는커녕 손해 안 난 것만 좋아했다.
수남이는 짐을 꾸렸다. 그제야 똥빛 같던 얼굴이 다시 소년다운 청순함으로 빛났다.
<적용할 부분>
이 글을 세 번째 읽었다. 읽을수록 더 깊은 맛이 난다. 문장 하나하나가 어쩜 이렇게 잘 쓸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입부는 수남이에 대한 묘사로 시작되었다. 몇 줄 속에 수남이의 모습을 떠오르게 잘 묘사되었다.
특히, ‘눈 속이 깨끗하다.’ 이렇게 표현해 둠으로써 수남이는 나쁜 아이가 아닐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등장인물 성격이 잘 나타나 있다.
주인 영감은 말로는 수남이를 위하는 척 하지만, 말로 꽤어 수남이를 이용해 먹는 사람이다. 이런 주인 영감의 성격을 설명이 아닌 대화를 통해서 나타나게 했다.
예) “왜 하필 남의 머리를 쥐어박어? 채 굳지도 않은 머리를. 그게 어떤 머린 줄이나 알고들 그래, 응? 공부 많이 해서 대학도 가고 박사도 될 머리란 말야. 임자들 같은 돌대가리가 아니란 말야.”
수남이는 주인 영감이 이렇게 말해 주는 것이 고마워서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
“누가 뭐 사람 더 쓰기 싫어 안 쓰나. 어디 사람 같은 놈이 있어야 말이지. 깡패 놈이라도 걸려들어 봐. 우리 수남이가 물든다고. 이런 순진한 놈일수록 구정물 들긴 쉽거든.”
수남이는 이런 고마운 주인어른을 위해서 세 사람 몫의 일을 혼자서 해낸다.
“임마, 말을 해. 무슨 일이야? 네놈 꼴이 영락없는 도둑놈 꼴이다, 임마.”
“잘 했다, 잘 했어. 맨날 촌놈인 줄만 알았더니 제법인데. 제법이야.”
수남이가 자전거를 들고 오는 것을 보고는 도둑놈 같다고 했다가, 이유를 듣고 나서는 잘했다고 부추긴다.
여기서 수남이는 주인 영감을 신뢰하지 않게 되고 짐을 싸서 집으로 내려가게 된다.
끝으로 사건이 일어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잘 되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옆에 가게 간판이 떨어져 행인이 다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수남이도 재수 옴 붙을 것 같다고 걱정하는데 바람 피해 때문이기는 하지만 예측 못했던 엉뚱하게 배달 간 곳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이것이 또한 별미였다.
읽은 책
동물농장 (조지오웰/민음사)
철학 콘서트 (황지우/웅진 지식 하우스)
좀비 펫 소심한 고양이의 복수 (샘 헤이/샘터) 외 3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