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을 통해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던 할리우드 여배우 르네 젤위거의 최근 모습은 충격적이다. 그는 지난 21일 엘르 인 할리우드 어워즈 행사에 주름살이 패이고 홍조를 띤 얼굴에 어색한 미소, 주름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폭삭 늙은 그에게서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성형부작용 의혹을 의식한 젤위거는 “내 얼굴은 예전과 다르다. 왜냐하면 더 건강해졌고, 더 행복해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팬들의 실망감을 잠재우진 못했다.
왕년의 로맨스영화 아이콘이었던 맥 라이언 역시 성형부작용으로 사랑스러운 옛 모습을 잃고 은막에서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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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마이클 잭슨, 오른쪽 조슬린 와일든스타인 |
이밖에 마이클 잭슨, 실베스터 스탤론, 프리실라 프레슬리, 파멜라 앤더슨, 조슬린 와일든스타인 등 성형으로 낭패 본 스타들이 적지 않다.
도대체 어떤 시술이 이들의 모습을 극적으로 변화시켰을까?
흉터 없는 시술의 그림자
르네 젤위거의 외모에 대해 미국 폭스 뉴스는 썽커풀 수술과 보톡스, 입술 필러 등의 시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맥 라이언, 마이클 잭슨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최악의 성형실패 사례로 꼽히는 조슬린 와일든스타인 등 대부분의 스타들은 보톡스와 필러 등 이른바 ‘쁘띠 성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톡스 시술은 '보툴리눔'이라는 약제를 주사해 주름을 펴고, 사각턱을 갸름하게 교정하거나 종아리를 날씬하게 만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채우다'란 의미를 가진 필러(filler) 시술은 지방뿐 아니라 실리콘, 콜라겐, 히알루론산, 칼슘성분 등 다양한 물질을 주입해 꺼진 이마를 부풀리고, 눈 밑 애교살을 만들거나 팔자 주름이나 다크 써클을 개선하며, 심지어 코를 높이는데 사용한다.
사실상 흉터를 남기지 않고, 상대적으로 회복기간이 짧은 보톡스와 필러는 전 세계적으로 성행하며, 미용시술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젊은 여성들의 전유물이던 미용시술을 남녀노소 전방위 계층으로 확산시키며 성형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보톡스나 필러가 주름개선에 많이 쓰이는 이유로 동안 시술 열풍을 낳기도 했다.
시술 받은 부위가 썩거나 울퉁불퉁해지는 등 유명인들의 충격적 사례를 접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한양대의대 성형외과 김정태 교수는 "특히 필러의 경우 부작용이 10년 이상 지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붓고, 썩고, 구멍 뚫리고…
보톡스는 한마디로 근육을 일시적인 마비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종아리나 턱을 날씬하게 만드는 보톡스의 효과는 근육신경을 마비시켜 근육을 이완시켜주기 때문이다. 근육의 움직임으로 생기는 눈가나 입가의 주름에도 효과가 있다. 희석시킨 소량의 독소를 주사하고, 주사 후엔 약 성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사효과가 4~6개월 밖에 지속되지 않아 한번 맞으면 계속해서 주사를 맞게 되고, 중독 되기 쉽다. 계속 주사를 맞다 보면, 주사한 근육의 과도한 마비로 표정이 없어지거나, 보툴리눔 독소가 주변 근육으로 퍼져 원치 않는 부위까지 마비될 수 있다. 피부발진이나 눈꺼풀 부종, 멍이 생기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부작용 위험이 보다 심각한 건 필러다. 필러는 패인 흉터나 주름 등 노화로 인해 꺼진 부위를 채워 주는 시술이다. 코를 높이거나 매부리코를 교정할 때, 빈약한 턱이나 입술을 도톰하게 만들어줄 때도 쓰인다. 단기간 근육을 마비시키는 보톡스와 달리 필러는 인공피부를 만드는 시술이다.
인공피부를 만드는 데는 굉장히 다양한 물질이 쓰이지만 크게 필러의 유지기간에 따라 단기, 중기, 장기 필러로 구분된다. 또, 성분에 따라 인공 합성물질과 생체물질로 구분되기도 한다.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제품은 대개 효과가 반영구적인 장기 필러다. 히알루론산이나 쥬비덤, 레스틸렌처럼 필러의 수명이 수개월에서 1년 만에 사라지는 단기 필러와 달리, 유지기간이 긴 제품일수록 비분해성 물질로 흡수되지 않고 피부 속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국내에서도 무더기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더마라이브 제품은 대표적인 비흡수성 필러다.
더마라이브는 히알루론산 성분에 아크릴을 섞은 것으로, 비흡수성 필러에 비해 단단해 코를 높이거나 입술을 도톰하게 만드는 시술에 많이 쓰인다. 전문가들은 인체와 다른 아크릴 성분이 인체에 흡수되지 않고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다수 보고됐고, 유럽에선 사실상 사용이 금지됐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는 "레스틸렌 등 인체에 흡수되는 HA필러 가운데 장기간에 걸친 부작용 연구를 해온 제품은 부작용 위험이 낮지만, 최근에 워낙 많은 필러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어 전문가조차 종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태"라며 신제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쁘띠 성형 사고 줄이려면...
전문가들은 쁘띠 성형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는 자세가 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필러에 사용되는 재료뿐 아니라 시술자의 기술도 무시할 수 없다.
분당서울대병원 허창훈 교수는 "혈관분포가 적어 필러 시술 후 괴사가 잘 일어나는 코끝 등의 시술을 받을 때는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의사에게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인피부과 이수근 원장도 “피부 색깔과 두께에 따라서도 필러 시술의 테크닉이 달라진다”며 "주사로 하기 때문에 쉬운 시술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필러는 매우 숙련된 전문의만이 할 수 있는 정교함이 요구되는 고난도의 시술"이라고 강조했다.
필러 시술을 받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FDA는
▲ 과민성 피부 알레르기가 있거나 콜라겐이나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 피부 염증을 앓고 있는 경우,
▲ 상처가 잘 나거나 큰 상처가 있는 경우,
▲ 여드름 등의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출혈장애가 있는 경우엔 필러 시술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한번의 주사만으로 영구적인 성형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영구적인 쁘띠 성형 효과를 기대해 무리하게 인체에 흡수되지 않는 장기 필러 시술을 받거나, 보톡스 중독에 걸렸다가 돌이킬 수 없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