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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11월 1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1101월] 조봉암 사건 재심 결정에 주목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959년 사형이 집행된 죽산(竹山) 조봉암 당시 진보당 당수의 간첩죄 판결에 대한 재심을 결정했다. 대법원이 유족들의 청구를 2년 여의 심사숙고 끝에 받아들였다. 학문적으로는 새삼스레 논란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재평가가 정리된 '진보당 사건'에 대한 사법차원의 진상규명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 현대사의 커다란 오점을 되돌아 볼 소중한 기회가 마련됐다는 점만으로도 가치가 크다.
58년 1월에 터진 진보당 사건은 처음부터 정치조작 냄새가 짙었다. 앞서 56년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로 나와 216만 표를 얻은 조 당수를 비롯한 간부들을 대거 구속한 이유는 진보당이 북한 주장과 유사한 유엔 감시하의 남북 총선거를 평화통일 방안으로 제시했고, 그것이 북한 간첩과의 접선 및 공작금 수령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대부분의 혐의가 조작된 것이 드러났고, 59년의 대법원 판결에서 대다수 간부들이 무죄 선고로 풀려났으나 조 당수에게는 사형이 선고됐다. 조 당수는 재심청구가 기각된 이튿날 7월30일 사형이 집행됐다. 아울러 진보당은 최초의 정당해산 명령을 받았다.
이 사건은 한국 정치ㆍ사회가 시달려 온 '정치 살인' '사법 살인'의 대표적 악몽이었다. 그 뒤로 오랫동안 '색깔론'이 진보적 정치세력의 등장을 가로막았고, 평화통일 구상의 유연성을 제약했다. 이미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인혁당 사건 등의 원형이기도 했다. 공산당 운동에서 발을 빼어 초대 농림부장관으로 토지개혁 등으로 계급갈등의 불씨 제거에 기여한 조 당수의 공로를 감안하면 더욱 어이없는 결과였다.
대법원은 이번 재심 결정의 주된 사유로 '불법적 수사'를 들었다. 군인 이나 군속이 아닌 일반인을 수사할 권한이 없는 육군 특무대가 조 당수를 신문한 행위 자체가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적법절차를 무시한 억지 수사와 그에 근거한 판결에 대한 번복 결정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돌이킬 수 없는 과오조차 분명한 반성으로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할 문명사회의 과제를 떠올린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1101월] 생물 다양성 위한 국제협력의 결실, 나고야 의정서
지난 주말 세계 192개 나라가 생물 다양성 보전에 큰 획을 긋는 합의를 이뤄냈다.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가 그것이다. 이번 총회는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마찰로 별 소득 없이 끝날 듯했지만, 폐회 직전 양보와 타협을 통해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유럽연합이나 중국 같은 주요 국가는 물론이고 브라질, 인도, 서방 세력에 적대적인 쿠바까지 합의 도출에 힘을 보탰다. 일본의 막판 중재도 빛을 발했다. 한국 또한 주요 협상국으로 참여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합의가 환경보전을 위한 국제협력을 한층 강화하게 될 거라고 환영했다.
의정서 내용 또한 대체로 바람직하다. 선진국과 개도국간 마찰의 핵심인 생물자원 활용 이익을 개발 국가와 자원을 본래 소유한 국가가 공유하도록 한 조항이 특히 그렇다. 의정서가 발효되면 유전자원을 활용하려는 나라는 사전에 자원 보유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활용에 따른 이익도 함께 나눠야 한다.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면 선진국의 개도국 자원 착취 논란은 많이 줄 전망이다.
육지와 바다의 보호구역을 크게 확대하기로 한 것도 중요한 성과다. 육지 보호지역은 현재 전체 면적의 12.5% 정도에서 17%로 늘고, 바다는 현재의 1% 미만에서 10%로 크게 확대된다. 또 참여국들은 2020년까지 생물 멸종 비율을 현재의 절반 이하로 떨어뜨리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 이후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각국은 이제부터 의회 등을 통한 비준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50개국 이상이 무사히 비준을 마친 뒤 90일 이후에나 의정서는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지난 2000년의 ‘카르타헤나 바이오안전성 의정서’처럼 유명무실한 합의가 되지 않게 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그러자면 각국의 의정서 이행을 확인할 절차와 기준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미국이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의정서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은 이번 의정서의 근간이 되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에 서명했으나 의회 비준을 받지 못한 거의 유일한 나라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지금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공룡 멸종 시기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각성이 절실한 이유다.
[동아일보 사설-20101101월] 애끊는 상봉, 그리고 쌀과 핵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60년 만에 만난 혈육들의 애끊는 정(情)으로 눈물바다가 됐다. 북측의 최고령자로 국군 출신 이종렬 씨(90)는 남측의 아들 민관 씨(61)를 부둥켜안고 “민관아…민관아…”라고 부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갓난아이 시절 국군에 입대한 아버지와 헤어진 아들은 “돌아가신 줄 알고 지금까지 제사도 지냈다”며 울부짖었다. 남측 최고령자인 김례정 할머니(96)는 북한의 딸 우정혜 씨(71)가 휠체어로 다가오자 “꿈에만 보던 너를…”이라며 목이 메었다.
2박 3일간 북측의 상봉 신청자 97명과 만난 남측 가족 436명은 다시 긴 이별과 기다림의 고통을 겪을 것이다. 이달 3일부터 금강산에서 북측 가족 207명을 만나는 남측 상봉 신청자 96명도 마찬가지다. 상봉을 원하는 사람만 8만 명이 넘고 신청자의 77%가 70대 이상의 고령인데 언제까지 찔끔찔끔 만나야 하는가.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우리 측은 매월 남북 100가족 상봉 정례화, 상봉 이산가족의 재상봉, 매월 5000명의 생사 및 주소 확인을 제안했다. 북측은 고작 1년에 3, 4차례 100명 규모의 이산가족 상봉을 제시하며 전제조건으로 쌀 50만 t과 비료 30만 t 지원,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했다.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주자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물자 및 금품 지원을 받겠다는 노골적인 속셈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매년 30만∼40만 t의 쌀과 20만∼30만 t의 비료를 북한에 지원했다. 김정일 정권은 우리가 보내준 쌀로 특권층의 배를 채우거나 군량미로 전용했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한다. 북한은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해 두 차례 핵실험을 했고 2012년까지 핵개발을 완료하는 ‘강성대국’을 운운한다.
대한적십자사는 올 10월 쌀 5000t, 시멘트 1만 t, 컵라면 300만 개, 의약품 등 100억 원어치의 수해(水害) 구호물자를 북에 전달했다. 열린북한방송은 북한이 한국에서 지원받은 쌀을 김정은을 띄우는 선전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가 보낸 쌀과 돈이 북한 군인들을 먹이고 3대 세습 체제를 공고히 하고 핵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야당과 좌파 세력은 대규모 쌀 지원과 금강산 관광 무조건 재개를 요구한다.
[조선일보 사설-20101101월] 국회의원이 청원경찰 푼돈 받고 법 고쳐줬다니
검찰은 국회의원 33명이 작년 말 청원경찰법 개정 로비를 벌인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부터 총 2억7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1000만원 이상 받은 의원이 10여명이고, 최고 5000만원을 받은 의원도 있다. 의원들에게 로비하기 위해 청목회는 회원 1만여명 중 5000여명에게서 8억원을 모았고, 이 가운데 2억7000만원을 청원경찰이나 그들 가족 1000여명 명의로 쪼개서 후원금으로 냈다.
청원경찰은 국가기관, 공공단체, 외국기관의 경비를 위해 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며 그 기관으로부터 월급을 받는다. 하지만 보수나 복지 혜택은 경찰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청원경찰법 개정안은 작년 12월 국회를 통과, 올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덕분에 정년은 59세에서 60세로 연장됐고, 그동안 순경 수준이던 연봉은 재직기간 15년 미만은 순경, 15~30년은 경장, 30년 이상은 경사 수준으로 올라갔다.
국회의원의 가장 큰 업무는 법을 만들고 고치는 일이다. 그 일을 하라고 국민 세금으로 매달 입법활동비를 포함한 세비(歲費) 1000여만원과 각종 지원비 800여만원을 준다. 만약 의원들이 열악한 청원경찰의 후생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면 자발적으로 앞장섰어야 옳다. 그러나 의원들은 청원경찰들의 푼돈 후원금을 받고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회의원은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돈으로 태엽을 감아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국회의원들이 작년에 받은 후원금 총액은 411억6719만원으로 1인당 1억3907만원이다. 이 중 입법로비와 관련된 금액이 얼마인지 알 수 없으나, 청목회보다 재력 있고 회원 동원력이 강한 압력 단체는 많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낼 수 없고 개인은 의원에게 연간 500만원까지만 후원금을 낼 수 있다. 압력 단체들은 법의 이 조항을 피해 다수 회원 명의로 특정 의원에게 후원금을 몰아주는 식의 로비를 해왔다.
청목회 후원금 사건은 여의도 뒷마당에서 벌어지는 불법·편법 로비의 한 조각일 뿐이다. 로비를 합법화하되 압력 단체들의 정치헌금 내용이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엄격한 규제 장치를 달아두는 문제도 생각해볼 만하다.
[서울신문 사설-20101101월] 쌀 달라면서 전방 GP에 총 쏘는 北
북한이 얼마 전 무려 7700억원어치의 쌀 50만t을 달라더니 이번에는 총질을 해댔다. 북한군이 강원도 최전방의 우리 군 경계초소(GP)에 총격을 가한 배경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유엔사 특별조사팀이 나선 만큼 곧 실체가 밝혀질 것이다. 현 시점에서 분명한 건 북측의 두줄타기 장난은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쪽에선 유화 제스처, 다른 한쪽에선 긴장 조성으로 깐죽거려도 현혹될 우리가 아니다. 북측은 그런 상투적인 대남 전술로는 어떤 대가도 얻을 수 없다.
이번 총격 사건이 우발적이었다면 북측이 사과하거나 최소한 우리에게 통보하면 된다. 그러면 우리는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북측이 애매모호한 태도로 남측을 헷갈리게 하려 든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낫다. 만약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의도적인 도발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경우에도 단 두발만을 쏜 것은 지극히 북한스럽다. 절제된 도발로 약간의 긴장감을 불어넣고, 대남 유화 제스처도 유지하려는 속셈 정도가 아닌가 짐작된다. 하지만 그런 얄팍한 2중 계산으로는 털끝만큼의 긴장감도 조성되지 않을 것이다.
일부 언론은 총격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이는 북측의 얄팍한 의도를 알리려는 뜻일 뿐 결코 말려든 게 아님을 북측은 알아야 한다. 행여 일부 좌파세력들이 북측에 동조한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북측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긴장을 조성하려고 덤빈다면 그 또한 오판이다. 우리 정부는 역대 최고 수준의 군사 대비태세와 경호 경비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다. 남북 군사실무회담 북측 대변인은 “대화 거절로 초래되는 파국적 후과(결과)” 운운하며 위협했다. 총격 사건이 그 협박에 따른 행동이라면 북측은 오판임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나 국민들은 의연히 대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에 관한 한 우리의 입장은 단호하다. 남북 정상회담이든, 군사실무회담이든, 6자회담이든, 북측의 변화가 선결 조건이다. 철부지를 달래려고 사탕주듯 하는 남북관계는 마감됐다는 현실부터 북측은 직시하라. 13개월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오늘로 사흘째다. 이산가족 일부는 사망 또는 건강 등의 이유로 상봉이 무산됐다. 남북이 분단된 지 60년이 지났다.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부터 성의를 보여라.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1101월] G20 정상회의 열흘 앞, `코리아 리더십` 기대 크다
서울 G20 정상회의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의장국인 우리나라를 비롯한 20개 회원국과 5개 초청국, 7개 국제기구를 대표하는 33명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가하는 이번 회의는 공식대표단만 4000명을 넘고, 국내외 취재진도 60여개국 4300여명에 이른다. "직접적 경제효과는 물론 국가브랜드가 몇단계 높아지는 무형의 효과를 얻게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처럼 우리 외교사의 한 획을 긋는 중요한 행사라는 점에서 국민 모두의 기대 또한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담은 종전과는 몇가지 면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탄생한 G20은 그간 네 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미국 영국 캐나다 등 모두 종전 G7 회원국에서 열렸다. 그러나 이번 다섯 번째 정상회의는 처음으로 신흥국이자 종전 G7 멤버가 아닌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비로소 G20다운 모습을 갖췄다고도 볼 수 있다.
비즈니스 서밋을 G20정상회의 체제의 한 부분으로 편입했다는 점도 특이하다. 지금까지 빌 게이츠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CEO 100여 명이 동시에 참석해 G20 정상들과 머리를 맞대고 세계경제의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일은 전례가 없다. 내년도 G20 의장국인 프랑스도 정상회의와 경제인회의를 동시에 개최할 의향을 밝혔다. 이는 서울 회의가 G20 체제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제 남은 과제는 주요 의제에서 국가간 이견을 조율해 합의를 도출해 내는 일이다. 지난번 경주 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우리나라 주도로 환율 갈등과 IMF 지분 개혁 분야에서 당초 기대를 넘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아직 환율 갈등을 비롯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환율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분야에서도 우리 정부가 의장국으로서 조정력과 중재력을 끝까지 발휘,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내길 기대한다. 마침 국회도 초당적 지지 결의안을 채택한 만큼 국민 모두의 합심으로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선진국 진입의 틀을 닦아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1101월] 서울~부산 KTX 완전개통 기대 효과
서울~부산 고속철도(KTX)가 대구~경주~부산을 잇는 2단계 공사가 끝남에 따라 오늘부터 본격 운행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서울~부산 운행시간은 기존의 3시간에서 2시간18분으로 단축돼 대구ㆍ신경주ㆍ울산 등 경부축 동남부 주요 도시들이 2시간대의 생활권으로 묶인다. 국민생활과 경제활동 등 여러 면에서 지난 1960년대 경부고속도로 개통에 못지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2002년 첫 삽을 뜬 2단계 공사는 전적으로 우리 기술로 완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28.6㎞ 공사구간 대부분이 산악지형이어서 터널만도 38개이나 될 정도의 난공사 구간이었다. 특히 천성산 원효터널 공사의 경우 환경단체 등에 의한 소위 '도롱뇽 소송'으로 장기간 공사가 지연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터널공사는 환경단체 등의 주장과 달리 도롱뇽 서식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막무가내식' 환경운동에 경종을 울린 사례로 남게 됐다.
우여곡절을 겪은 서울~부산 KTX 완전개통은 국민생활과 경제 등에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천ㆍ오송ㆍ경주ㆍ울산 등 KTX가 정차하는 도시의 경우 다른 지역과의 경제 교류 및 물류가 활성화되고 소비진작 등을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접근성이 좋지 않았던 경주ㆍ포항 지역의 경우 KTX 운행에 따른 관광객만도 250만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울산ㆍ포항ㆍ경주 지역에 입지한 기업체들은 물류를 비롯한 기업환경이 크게 개선됨으로써 생산성 향상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산업의 위축 또는 탈지역화 현상이 가속화돼 대도시 집중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통행시간 단축으로 교육과 문화환경이 좋은 서울ㆍ부산ㆍ대구 등 대도시로의 인구유입이 크게 늘어날 것이 때문이다.
경부선의 완공에 이어 호남선 고속철도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해 전국적으로 명실상부한 고속철도 시대를 앞당기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아울러 고속철도의 성공적인 운행을 바탕으로 해외진출 노력도 강화해나가야 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박종권(논설위원)-20101101월] 갑을 관계
갑과 을이 남녀로 만나면 ‘갑남을녀(甲男乙女)’다. 여기엔 선후, 상하 개념이 없다. 그저 장삼이사(張三李四)라는 뜻이다. 갑과 을이 등가(等價)인 것이다. 그렇지만 계약서로 만나면 사정이 다르다. 본디 동반자임에도, 갑은 종종 ‘울트라 왕 짱’으로 둔갑한다. ‘갑은 갑이요, 을은 을이다’라고 하는 배경이다.
갑을 관계는 기업의 숙명인가. 원청업체와 하청업체란 용어에 이미 피라미드형 먹이사슬이 배어 있다. 그런 쓴맛을 기업인 출신 이명박 대통령은 잘 알았을까. “시장경제는 갑과 을, 공급자와 수요자가 균형된 힘을 갖고 있을 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8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다. 그러면서 “갑이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다가 ‘너 하기 싫으면 관둬라. 할 사람은 많다’라는 상황에선 올바른 시장경제가 정립될 수 없다”고도 했다. 어쩌면 경제학자 장하준이 최근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부자를 더욱 부유하게 만드는 것은, 나머지도 부유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자본주의의 비밀’과도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그러나 을에게도 자존심과 자부심이 있다. 갑이 장(將)이고, 을이 졸(卒)이라면 더욱 그렇다. 과거의 정치인 임광순은 저서 『나는 졸이로소이다』에서 스스로를 장기판의 졸(卒)로 비유했다. 그러면서 “졸은 앞으로 나가는 용기와 옆으로 비키는 지혜는 있어도 뒤로 물러서는 비겁은 없다”고 했다. 졸은 전투에서 척후병이고, 희생양이며, 포의 다리다. 그 모습이 비록 작고 초라해 보이지만, 단 둘만 남아도 승부를 가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TV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남편의 직장 상사에게 쏘아붙인 한마디가 샐러리맨들에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참 좋겠다. 태어날 때부터 갑이라서. 인생은 갑과 을이다.” 하지만 현대에는 갑과 을의 경계가 분명치 않다. 소비자는 왕인가, 봉인가. 환자가 갑인가, 의료인이 갑인가. 드라마 제작에서 제작자가 갑이고, 스타가 을인가. 갑과 을의 입장이 서로 뒤바뀌고 뒤섞였다. 갑이 을이고, 동시에 을이 갑인 상황인 것이다.
갑이 먼저다, 아니다 을도 똑같다, 서로 논박하면 바로 갑론을박(甲論乙駁)이다. 바닷가에서 새를 발견한 어부 삼형제가 삶아먹자, 구워먹자, 데친 뒤 구워먹자 갑론을박하는 사이 새는 날아가 버렸다고 하지 않는가. 따지고 보면 순환 네트워크에 위치한 것이 갑과 을이다. 필요한 건 역지사지(易地思之)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101101월] 이산상봉
소년은 11살이었다. 어머니는 수술을 받으러 서울로 갔다. 떠나기 전날 어머니는 소년에게 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했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그날따라 소년은 숙제를 해야 한다며 꾀를 부렸다. 어머니는 아들의 얼굴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한참 동안 쳐다봤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서울로 떠난 엄마는 하얀 상자 속의 유골로 돌아왔다. 상자 속에는 아들에게 주려고 챙겨 놓았다가 미처 못준 노란 귤 몇 알이 함께 들어 있었다.
<장군의 수염>에 나오는 이어령 교수의 어머니에 대한 회한이다. “그 몇 알의 귤은 어머니와 함께 흙에 묻혔다. 그것은 먹는 열매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의 태양이었고 그리움의 달이었다.”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어머니와 작별한 한은 평생을 사무친다. “내 이제 어디에 가 그 귤을 구할 것이며, 내 이제 어디에 가 어머니의 다리를 주물러 드릴 수 있을까.” 철부지 아들을 두고 떠나는 어머니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지난해 사랑하는 딸을 잃고, 올해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 슬프디 슬픈 광릉 땅이여! 두 무덤이 나란히 마주보고 서있구나.” 허난설헌의 시 ‘곡자(哭子)’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애곡이 창자를 끊는 듯하다. 자식은 언제나 어머니의 눈물샘이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 강한 어머니도 자식 앞에서만은 한없이 약해진다. 이어령 교수가 <지성과 영성>이라는 책에 인용한 중국 당나라 때의 전기(傳奇)소설이다.
두자춘이라는 이가 신선수업에 나선다. 선인(仙人)이 되려면 희로애락을 버리고 어떤 일이 닥쳐도 입을 열지 않아야 한다. 두자춘은 온갖 공포와 고통 속에서도 입을 꾹 다물고 참는다. 이윽고 그는 여자로 태어나 마지막 시험을 받는다. 남편은 그의 입을 열기 위해 아들을 절구에 넣고 쳐 죽이려 한다. 두자춘은 그만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다. 숱한 고비를 넘었지만 모성애만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96세 어머니가 71세 딸을 끌어안고 울었다. 90세 아버지가 환갑의 아들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금강산의 제18차 남북이산가족 상봉 장면들이다. 잠깐일 줄 알았는데 어언 60년이 흘렀다. 다들 이별인 줄도 모르고 이별했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그것이 마지막인 줄을. 그때의 철부지들이 어느덧 세상과 작별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은 채….
[매일경제신문 칼럼-테마진단/조지 와이즈(샌들러&트래비스 부사장, 前 미국 관세청장)-20101101월] 한·미 FTA 내년처리 빛 보인다
2007년 조지 부시 행정부 아래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그리고 타결 직전에 신속처리권한(fast-track authority)이 만료됐다. 무역협상 신속처리권한이란 신속한 무역협상 진행을 위해 미국 의회가 대통령에게 무역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의회는 이 협상 내용을 수정 없이 90일 내에 승인 또는 거부하도록 의무화한 것을 말한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이 신속처리권한의 연장을 의회에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끝내 연장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유는 협상 내용에 대해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아 협정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 의회의 정치적 분위기는 한ㆍ미 FTA 내용이 쇠고기와 자동차 등 미국 수출이 직면한 문제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결국 의회 비준 문제를 민주당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해결하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 건 무역 문제의 첫째 담당자인 국회 세입위원회 위원장이 샌더 레빈이라는 사실이다. 레빈은 미국 자동차업계의 본고장이나 다름없는 미시간주 출신이다. 또 상원 재무위 위원장은 맥스 보커스 의원이 맡고 있다. 그는 육류산업이 중심을 이루는 몬태나주 출신이다. 이런 가운데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유권자들이 현직 의원을 갈아치우고 싶어하는 `반현직(anti-incumbent) 분위기`는 민감한 사안의 의회 처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ㆍ미 FTA가 조기 처리될 수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과 수개월 내 자동차와 쇠고기에 대한 재협상에 돌입하고 이를 마무리해 내년 초 의회에 상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하원 세입위원회, 상원 재무위원회 등에서도 한ㆍ미 FTA 통과를 위한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 재협상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특히 한국산 자동차의 수입이 일정량 이상이면 발효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와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대한 협의가 주요 내용이다.
두 민감한 이슈를 한국 정부와 미국 무역대표부가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을 볼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또 이슈가 되고 있는 신속처리권한이 재추진될지도 불확실하다. 확실한 것은 신속처리권한이 적용되지 않으면 한ㆍ미 FTA는 다시 수개월 동안 재토론을 거치고 불필요한 조항들이 협정 속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것은 여론조사 결과 이번 중간선거에서 현직 의원이 대폭 물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FTA를 지지해온 공화당 의원들이 하원 세입위원회에서 다수를 차지할 것이란 해석도 된다. 만일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다면 현재 레빈이 맡고 있는 위원장 자리는 데이비드 캠프에게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캠프는 자유무역과 한ㆍ미 FTA의 열렬한 지지자다.
FTA를 포함한 많은 불확실한 환경은 11월 2일 중간선거와 오바마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후 보다 확실해질 것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서울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한국이 쇠고기와 자동차 문제에 합의하는 것이다. 이는 오바마로 하여금 내년 초 한ㆍ미 FTA와 함께 신속처리권한 상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한국과 미국 양자 사이의 관계는 매우 깊다. 몇몇 의회 의원들은 오바마에게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여기에는 한ㆍ미 FTA에 앞서 한ㆍEU FTA가 발효되면 미국 기업들이 유럽의 경쟁 기업보다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지금은 미국과 한국 양국이 가능한 한 빨리 FTA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