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화요일) 서른째날 - 의롭다고 인정받은 사람은
말씀본문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의롭다는 인정을 받고서 자기 집으로 내려간 사람은, 저 바리새파 사람이 아니라 이 세리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 (눅18:14, 새번역)
말씀묵상
제가 조금 아는 어떤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걸 다 알고, 온갖 걸 다 자기가 결정해야 하지요. 또 사람도 모르는 사람이 없답니다. 무엇보다 조금 유명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자기가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어느 날, 그가 그렇게 잘 안다는 분을 만난 김에, 그를 아시냐고 조심스레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대답하셨지요. “누구? 전혀 모르겠는데?” 물론 그분은 치매가 아닙니다. 내가 누구를 잘 안다고 나대는 것보다, 그가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하나님을 좀 안다고 뻐기는 것보다, 하나님께서 나를 알아주시는 것이 중요하지요. ‘주여, 주여’ 날뛰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이 ‘나는 너희를 도무지 모른다.’ 하시면 얼마나 벌겋게 무안할까요? 사실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을 알겠습니까? 다만 우리를 뼛속까지 아시는 하나님이 놀랍고 두렵고 신비로울 따름이지요. 무엇보다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 “하나님도 담배 펴!” 함부로 말하는 사람, 자기도 모를 뿐 아니라, 하나님은 더더욱 까맣게 모르는 사람인 것입니다.
바리새파 사람은 왜 하나님으로부터 의롭다고 인정받지 못했을까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생활을 하는 그들입니다. 그래서 ‘다르다’, ‘구별하다’라는 뜻의 이름을 지녔지요. 무엇이 다른가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 년에 한 번이면 족한 금식을, 그들은 한 주에 두 번이나 합니다. 곡식의 십일조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고 많은데, 그들은 곡식은 물론 채소와 박하, 운향의 십일조도 드렸습니다. 기도면 기도, 봉헌이면 봉헌, 구제활동이면 구제활동, 모든 면에서 완벽할 뿐 아니라 넘치기까지 하는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자랑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는 흠이 없습니다.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넘칩니다. 차고 넘치니까, 그는 은총 또한 필요하지 않습니다. 공로가 차고 넘치는데, 뭣 때문에 구차하게 은총을 구걸하겠습니까? 그냥 저울로 재보라고 하지요. 자신 있습니다. 그는 스스로 인정하기에, 하나님의 인정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는 하나님의 은총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그러나 세리는 멀찍이 서서 감히 하늘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가슴을 치며 울부짖었습니다. “오 하나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에게는 하나님의 자비가 절실했습니다. 그는 꿇어 엎드려 목숨을 걸고 하나님의 은총을 구해야 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은총이 없이는 얼굴을 들어 하늘을 우러를 수도 없었습니다. 그는 눈물로 하나님의 사랑을 구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으니, 스스로 보아도 인정해줄 수 없으니, 다만 하나님께 긍휼과 자비를 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그가 눈물로 구한 하나님의 자비가, 하나님의 은총이, 하나님의 인정이 오늘 그에게 내려졌습니다. 의로우신 하나님은 은총이 필요없는 바리새파 사람에게 은총을 내리지 않으셨습니다. 긍휼하신 하나님은 다만 은총이 절실한 오늘 저 세리에게 은총을 내리시고 자비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만, 교만한 선행이 아닙니다. 의는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정해 주시는 것(稱義)입니다. 우리는 다만 은총으로 의롭다고 인정받은 사람들입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전히 하나님의 자비뿐입니다. 우리의 기도는 이 한 마디면 충분합니다.
“키리에 엘레이손”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찬송가
279장(통337) 인애하신 구세주여
기 도
긍휼하신 주님! 우리를 용서하시고, 인정해주신 주님의 은총을 감사드리며 찬송을 드립니다. 우리가 교만한 마음을 버리게 하시고, 주님 앞에서, 그리고 또한 사람 앞에서 겸손하게 하옵소서. 섬기러 오신 예수님을 닮아 살아가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묵상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範圍)에서 약간씩 문체(文體)와 어휘(語彙)를 수정(修訂), 설명과 문구를 추가(追加)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