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근길에 마을버스를 탔더니 운전기사가 여자 분이다. 나이가 지긋하시고 깔끔한 인상에 흰 장갑을 낀 손으로 운전대를 휘어잡아 돌리는, 일하는 모습이 남달리 인상적이어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일터에 남녀가 평등하다며 남녀 구분이 많이 완화되고 무너져가고는 있지만 일의 특성상 아직도 남자에게 혹은 여자에게 알맞은 일터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중 하나가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일이다. 대부분 남자들이 많이 하고 있는데 간혹 여자 분이 있어 눈길을 끈다. 얽히고설킨 복잡한 서울 길에 그것도 대형버스를 움직여야 하는 일인 만큼 아직은 여자 분들에게 힘겨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떻든 오늘 마을버스 01번 여자 운전기사의 일하는 모습이 너무 자랑스럽고 아름다워 보였다.
“안녕하세요. 오늘 너무 멋져 보여요.”
“고마워요. 어서 오세요.”
마을버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동네 길을 오가는 버스인지라 운전하시는 분 역시 마을 주민인 듯하다. 나이가 지긋하고 정갈하게 다듬은 짧은 머리가 산뜻한 느낌이고, 연분홍 선글라스에 자주색 립스틱이 잘 어울려 돋보이는데 콧날은 오똑하고, 갸름한 얼굴에 무지개처럼 드리우는 일곱 색깔 미소가 영락없이 검단성 신단수 아래 핏줄을 이룬 단군의 자손, 우리 단일민족의 곱살한 예쁜 미인인데 좁은 길을 빠져나오는 굽은 길에서 그토록 덩치가 큰 버스를 휘어잡아 돌리는 팔놀림이 능숙 능란하고 놀랍기만 하다.
좌우상하 앞뒤 그리고 앞문 뒷문까지 살피는 예리한 눈매는 아마도 운전할 때만 발휘되는 특별한 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김생김 곱상하고 넥타이까지 차려 입은 정갈한 차림에서, 또 오르고 내리는 손님들에게 밝은 미소로 배려하는 모습에서 평소에는 따뜻하고 포근한 눈썰미, 자상하고 따뜻한 어머니의 눈길이 아니겠는가하고 짐작이 간다.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겁이 날 것 같아요.”
“자신감도 있어야 하지만 때로는 배짱도 필요해요”
손님과 운전사의 얘기가 이어진다.
‘배짱’이 필요하다는 말이 귀에 착 달라붙는다.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밀려가는 차량의 물결 속에서 안전하게 내 차를 움직이려면 배짱도 필요하리라. 하지만 배짱보다는 빠른 판단력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얼른 앞선다. 신호등이 바뀌자 버스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 있는 차량 사이를 뚫고 제 갈 길에 미끄러지듯 들어선다. 역시 노련한 손놀림이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덕분으로 사회가 유지되고 나라가 발전하는 게 아닌가. 일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출처 : 서울사랑/송철주|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