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4월27일
[Dr.이은봉의 의학 연구 다이제스트] 시간·열량 제한 다이어트 비교
운동으로 에너지를 소비해 살을 빼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이가 적절한 다이어트법에 관심을 가진다. 그동안
탄수화물 제한, 저지방 고단백 다이어트, 지중해식 등 다양한 식이 방법이 나왔다. 최근에 인기를 끄는 것 중 하나가
시간 제한 다이어트다. 주로 낮에만 식사하고 저녁과 밤에는 먹지 않는 방법이다. 이 방식의 장기적 효과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았다.
최근 임상 연구 최고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시간 제한 다이어트 장기 효과에 대한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
대상은 평균 체중이 88.2kg인 중국인 139명으로, 체질량 지수가 31.0(kg/㎡)이었다. 정상은 23 이하로, 아시아인 기준으로
고도 비만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이들을 무작위로 배정해서, 시간 제한 그룹(69명)과 대조군 (70명)으로 나눴다. 두 그룹
모두 하루 섭취 총열량은 평소의 75%로 제한했다. 남자는 총열량이 1500~1800칼로리(kcal), 여자는 1200~1500로 제한했다.
시간 제한 그룹은 이와 동시에 음식을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8시간만 먹도록 했다. 나머지 시간은 칼로리가
없는 음료만을 마시게 했다. 대조군은 열량 제한 다이어트만 하고 식사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즉 밤에 식사를 해도 됐다.
연구 참가자들은 매일 섭취한 음식에 대한 일기를 썼고, 먹은 음식 모두 사진을 찍었다.
12개월 동안 연구를 진행한 결과, 열량 제한과 시간 제한을 둔 그룹에서는 체중이 8.0kg 줄었다. 대조군에서는 6.3kg이
감소했다. 통계학적으로 두 그룹 간 감량 폭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허리 둘레, 체질량 지수, 체지방, 대사 지표
등도 차이가 없었다. 즉 체중 감량에 열량 제한이 중요했지, 식사 시간 제한은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는 의미다.
시간 제한 다이어트는 긴 공복을 통해 칼로리 섭취를 줄일 수 있고, 밤처럼 에너지 소모가 적은 시간에 열량 섭취를
안 해서 체중 조절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무작위 배정 대조군 연구였기에
결과에 신빙성이 간다. 연구 대상도 우리와 유전적 특성이나 식습관이 유사한 같은 아시아인이었다.
시간 제한이 다이어트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으나, 낮에 너무 많이 먹으면 체중을 줄일 수 없다. 이 연구는 결국 체중을
줄이는 최고 비결은 먹는 시간보다 전체 에너지 섭취량을 줄이는 것임을 말해준다.
이은봉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