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널드는 서귀포에서 한번, 제주에서 한번 갔지만 모두 드라이브 스루였으니 차에서 주문하고 차에서 받아서 차안에서 먹였습니다. 그것말고는 제주도에 와서 식당 한번 안갔으니 줄기차게 집밥을 해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월요일, 화요일 꽃샘추위도 좋지만 바람에다 빗줄기까지 날씨가 우리의 외출길을 막습니다. 연속 이틀이나 비가 뿌려대니 옴짝달싹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차타고 밖에 나갔다하면 물들어가기로 연상하는 리틀준이때문에 비뿌리고 꽃샘추위가 심한 날은 외출이 두렵습니다. 여름에 다시오면 정말 지치도록 물에 풀어놓을 예정입니다.
그래도 점심 때쯤 외출하고 싶어하는 아이들 차에 태우고 표선 쪽으로 드라이브~~ 해안도로를 따라가니 회색구름이 대대적으로 대기에 가득한데 바람기세에 밀려 큰 파도가 일렁이는 바닷가의 모습은 정말 장관입니다. 지금 글 하나 올리고 아침준비하려는데 리틀준이의 발악이 장난아니네요... 밥달라고... 에고 이제 새벽 6시인데...
단 것 줄이기 위해 섭지코지까지 가서 삶은옥수수 3개 사고, 완이녀석 밥은 먹지않으면서 이상하게 옥수수는 잘 먹으니 옥수수를 살 수 있는 곳이 여기 밖에 없습니다. 탄수화물은 어렸을 때 힘의 원천이니 보충해주어야 하는 건 맞습니다. 그나마 옥수수라도 잘 먹으니 다행입니다.
준이가 소리소문없이 환절기 감기를 앓았던 것 같습니다. 좀 핼쓱해졌고 동작과 안구틱도 다소 세게 올라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여기 공간은 넓지만 자기만의 공간이 없습니다. 자기방은 지정해 주었지만 두 녀석들에게 끊임없이 공격당하니 제가 시달리듯 준이도 태균이도 두 녀석들이 잠시도 쉴 수 없게 만듭니다.
어디에서도 편히 쉴 곳이 없는 준이가 힘들었나 봅니다. 녀석 3일 정도 밖에 나가지도 않고 침대에만 있으려고 하더니 어제부터 외계어 수준의 혼잣말 작렬하게 쏟으며 활발해진 모습을 보입니다. 많이 나았나 봅니다. 어제 빗 속에서도 나갈까 하는 제안에 '네'를 외치며 옷입는 속도가 빨라진 것 보니 다행입니다.
어제의 외출은 준이를 위한 이벤트였다고나 할까요? 물론 준이에게는 제주도의 멋진 바다풍경이나 빗 속에 속속 짙어지는 신록들은 별 의미가 없지만 무언가를 맛본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완이녀석 덕분에 생전 안 먹어본 마이쥬도 먹어 보았고 초코과자도 먹었으니 이 점은 나쁘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는 물론 제한품목입니다.
긴 드라이브를 마치고 성산읍내 작은 중국집이 있어 갔습니다. 짬뽕먹을까? 준이가 너무 좋아하는 제안입니다. 양은 너무 적은데 맛이 너무 훌륭했던 탕수육과 짬뽕, 특히 자장면. 솜씨가 훌륭했습니다.
우리의 첫번째 외식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맛있었고, 간만에 외식이라 더 반가왔고, 완이녀석 먹은건 별로 없지만 이탈없이 끝까지 자리고수했고, 중국음식 손도 안대는 리틀준이도 없었으니 소리질러댈 일도 없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준이가 너무 좋아했기에 모든 게 다 만족스런 작은 이벤트였습니다.
잠시 물한잔으로 리틀준이의 떼를 잠재운 유효시간의 한계가 서서히 오니 빨리 밥해야 되겠습니다. 리틀준이, 평생 앉아서 자극놀이나 하고 밥 때되면 소리나 지르고 할 줄 알았는데 동작의 적극성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소파까지 기어오르는데 그만... 깜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동작성만 개선되도 이 녀석 엄청 나아질꺼라고 보입니다.
첫댓글 준이가 특히 즐거운 날이었네요. 식사만 모두 제대로 해도 덜 고생 하실텐데~~그래도 계속 힘이 솟구치라고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