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사부님으로 모시는 아마추어 중에 별명이 “퍼팅귀신”으로 불리는 분이 있다. 워낙 구력이 오래되어 그 정도면 퍼팅을 잘하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지만 다른 고참들(?)도 그분을 귀신으로 부르는데 그렇게 인색하지 않다. 그분에게 어떻게 하면 그렇게 긴 롱펏을 잘 넣을 수 있는지 2미터 정도의 부담가는 퍼팅을 실수없이 쑤욱 집어넣을 수 있는지 가르쳐달라고 가끔 조르지만 그분은 항상 빙그레 웃을뿐 아무 말도 않는다. 계속 졸라봐도 겨우 얻는 답이란 “세월이 약이지 뭐” 그뿐이다. 그러다가 언제인가 그분이 아들을 데리고 라운딩하는데 같이 끼었던 일이 있다. 골프경력이 얼마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아들에게 그는 18홀 내내 열심히 강의를 하면서 라운딩을 하고 있었다. 스윙에 대한 것은 이미 연습장에서 많이 교습을 하였는지 간단히 아들의 몸을 잡고 팔과 다리 그리고 허리의 놀림을 교정해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퍼팅을 할 때에는 달랐다. 이미 그린에 오르기 전부터 “그린에 올라가기 전에 벌써 그린이 어떻게 생겼는지 산은 어디있고 물은 어디있는지, 그린 중에 가장 높은 곳은 어디고 가장 낮은 곳은 어디인지 해는 어디에서 비추고 있는지 잔디의 전체 방향은 공과 홀 사이에 역결인지 순결인지 다 알고 있어야돼. 그린으로 가면서 봐” “그린에 올라가서도 다른 사람 퍼팅하는데 멍하게 서있지 말고 그린을 한 두바퀴 돌면서 그린에 오르기 전에 생각했던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다른 사람의 퍼팅이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살펴봐야지“ 이렇게 시작하더니 “사람들은 퍼팅은 자기가 편하게 마음대로 그립을 하고 팔꿈치를 자유롭게 쓰라고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퍼팅은 가장 작은 규모의 스윙에 불과하다!“ “백스윙부터 팔로우까지 직선에 가까운 원을 그리는거야!” “선을 그리는 것이니까 때리는 게 아니라 쭈욱 밀어야지!” “팔꿈치를 조여서 두 팔과 주먹이 만드는 삼각형을 팔로우 끝까지 유지해!” “공을 친 뒤에도 머리는 그냥 공있던 자리 뒤에 남는다는 기분으로 하라구” “백스윙의 길이로 거리를 맞추어야지 때리는 힘으로 하는게 아니지” “손으로 하지말고 두 주먹의 뭉치로 헤드무게가 느껴질 정도로 천천히 왔다갔다” “그립을 한 왼쪽 새끼손가락을 팔로우 끝까지 가지고 가!” 지겨울 정도로 계속되는 아버지 선배의 지도에도 아들은 정말 너무도 착실하게 시키는대로 따르고 있었다. 아내에게 운전과 골프를 가르치다가 싸움박질을 하였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보다 못한 필자가 한마디 하였다. “이봐 그냥 퍼터의 스윗스팟에 맞히면 돼! 뭘 그렇게 복잡하게 가르쳐?” 귀신이 웃으면서 말했다. “돈버는 방법은 자식한테만 가르치는 벱이여!” 컬컬컬! 그날 필자는 퍼팅귀신이 퍼팅에만 귀신이 아니라 자식을 다루는데도 귀신임을 새삼 느꼈다. 게다가 그는 아들에게 좋은 스승이고 훌륭한 아버지임을 깊이 느꼈다. 엊그제 귀국한 아들 녀석은 무거운 스틸샤프트로 매일 손가락이 까지고 있는데도 실력없는 애비는 아들의 마음의 상할 것같아 퍼팅귀신과 같은 지도는 할 엄두조차 나질 않으니 쩝~ 섭하다(06. 7. 최영호) ---------------- |
출처: 최영호변호사 골치아픈 세상 신나는 세상 원문보기 글쓴이: 최영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