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보좌와 네 생물과 장로들 앞에서 새 노래를 부르니
땅에서 구속함을 얻은 십사만 사천 인 밖에는 능히 이 노래를 배울 자가 없더라
이 사람들은 여자로 더불어 더럽히지 아니하고 정절이 있는 자라(계 14:3).“
어제 구입하게 될 음악장비들을 알아보다가 작곡가 겸 가수 ‘하 림’의 작업실을 다룬 블로그 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글은 작년에 네이버 TV의 V-live로 방영된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하 림의 작업실 장면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니 비교적 최근 글인 셈이다.
이름값이 있는 뮤지션의 작업실 치고는 정말 내가 봐도 골동품 장비들이 가득 헸다.
거의 단종된 모델들에다가 장비들을 연결한 방식 또한 매우 아날로그적이었다.
물론, 하 림은 소속사 (미스틱) 녹음실을 사용할 수 있고, 실제 음반 작업은 더 좋은 최신 장비들로
하겠지만, 자신의 개인 작업실은 사실상 거의 20년전 모습을 보는 것 같을 정도였다.
그런데, 내게는 하 림이 그런 자신의 작업실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하 림의 작업실에 대한 글" https://blog.naver.com/vtg_kr/221399955822)
경쟁이 치열한 가요계에서, 또한 실력자들이 즐비하고 상업적으로 이익을 얻어야 하고,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하는 가요계에선 뮤지션 개인의 실력만 가지고는 사실 성공하기 어려우며,
두 가지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음악적 장비 및 환경(최신 악기, 연습실, 녹음실)과 기획사의
홍보/유통 능력이다. 뮤지션의 실력은 좋은데, 장비적인 한계에 막혀 있거나,
기획사적인 한계에 부딪혀서 제대로 활동을 못 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매우 많은 현실이다.
사실, 내 작업실도 하 림씨의 장비 만큼은 아니지만, 약 10년 전에 멈추어져 있는 상태이다.
10년 전을 마지막으로 악기나 장비 등을 구입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메인 음악 작업 컴퓨터는 2004년에 구입한 HP 데스크탑이고,
메인 프로그램은 애플 사로 넘어가기 전의 로직 오디오 플래티넘 버전을 윈도우즈 XP 운영체제에서
사용하고 있다.
XP를 여전히 사용하는 이유는 현재의 데스크탑에는 윈도우즈 8이나 10이 설치가 안 되고,
윈도우즈 7도 설치는 되지만 드라이버도 없고, 무엇보다 현재 메인 오디오 인터페이스인
베링거 BCA2000이 윈도우즈 전용에다가 XP에서 가장 잘 돌아가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가상악기나 샘플링 파일들을 2~3개 밖에는 쓸 수 없는
현실이며, 대부분의 가상악기들은 설치가 아예 안 되거나 설치가 된다고 해도 소리가 끊겨서 녹음을
할 수가 없다.
다행히 2009년에 중고로 구입한 맥북 화이트와 애플 로직 9 프로그램이 있어서 가상 악기를 많이
사용해야 하거나, 녹음 트랙 수가 많아지는 녹음은 맥북과 로직으로 작업한 후 다시 메인 컴퓨터로
데려와서 기타와 보컬 녹음을 해서 완성하고 있다.
하지만, 내 장비로 음악을 작업하면서도 느끼고, 어제 읽은 하 림의 작업실에 대한 글을 보면서도
느끼는 것은 ‘좋은 장비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물론 안 좋은 장비는 좋은 음악의 방해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좋은 뮤지션은 그 방해를 이겨낼 수 있다.
반대로 좋은 장비를 잘 다루지 못하는 서툰 뮤지션은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우리는 흔히 복고풍 음악을 하려면 옛날 장비를, 최신 음악을 하려면 최신 장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는 그렇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음악가의 태도와 마음이다.
예를 들어서 유학을 갔다 왔거나 외국 교포거나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요즘 스타일을 다 잘 하는 것도,
또한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요즘 시대에 뒤처지지 않은 음악을 만들려면 심지어 시대를 앞서 가는 음악을 만들려면 최신 장비부터
사지 말고 자신의 상태를 최신으로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어느 시대에나 통하는, 시대를 관통하고 아우르는 음악을 하려면 악기와 장비를 의지하지 말고,
자신의 음악성을 넓혀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 한참 컴퓨터 음악 프로그램이 보급되기 시작할 때 간간히 미디 레슨을 해주곤 했는데,
배우는 사람들 대부분 착각하는 것은 음악 프로그램과 컴퓨터와 악기만 있으면 저절로 작곡이나 연주가
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아니다.
음악 프로그램과 컴퓨터와 악기는 마치 스케치북과 붓과 물감 같은 것이어서
저절로 그림을 그려주지 않고 그림 그리는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것으로 그려야 한다.
마찬가지로 음악도 음악가가 하는 것이지 컴퓨터나 악기나 프로그램이 대신 해 주는 것은 아니다.
맨 위에 인용한 말씀을 보면 새 노래를 부르는 무리들이 나온다.
이 ‘새 노래’는 찬송의 노래이며 진정으로 모든 시대를 초월하는 영원한 음악이다.
그런데, 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새 악기나 새 장비가 있는 자가 아니라,
오직 주의 피로 구속함을 받아 얻은 거룩함을 항상 지키고 있는 자다.
시대를 초월한 음악은 단지 전 연령층에 통하는 음악이거나,
클래식 명곡이나 히트한 대중음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함을 소유한 자들이 하는 음악이다.
영원히 사는 자들에게 영원한 음악이 나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