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가 그랬다, 천천히 봐야 예쁘다고.
당장 눈앞에 띄는 무엇을 보는 것만이 발견인 건 아니다
잠시 허리 굽혀 들꽃에 코를 갖다 대는 것도,
무량수전 배흘림기둥 위로 찰랑찰랑 풍경을 간질이는 바람소리를 듣는 것도
다 발견이다
눈에 띄지않는 무엇을 보려고 나는 산책한다
그래서 블로그이름도 "우다손의 콩나물산책"이다
우다손은 "우리모두 다같이 손뼉을"에서 앞글자를 땄고
오선지에 그리는 음표를 콩나물로 연상해 음악을 들으며 걷는 산책을 표현했다
그래서 나의 산책길은 온갖 해찰을 다 부리느라 늦어지기가 일쑤다
답십리에서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까지 걸어가고
후암동에서 성북동 길상사도 걸어가고
어쩌다 전철을 탈 때도 있지만 일부로 넉넉한 시간에 나서 두세 정류장 앞서내려 걷는다
달달 외던 조지훈의 시비도, 정두리의 시에서 읽었던 이노리나무를 만나는 것도 다 길에서 이루어진다
박인환이 걸었던 충무로를 걷고 천상병이 막걸리 마시던 염천교 다리도 건넌다
걷고 또 걸으면서 내가 얻은 건 무엇일까?
무엇에 담기는 물이길 원했을까, 무엇을 담아내는 그릇이고자 했을까?
무엇을 담아내려면 우선 그릇이 비어있던지, 크던지 그래야 할텐데....
그렇다면 아무래도 나는 무엇에 담기기를 원했던 건지도 모를 일이다
에니어그램을 두 번 했는데 모두 2번유형이 나온것만 봐도 그렇다
✔️ 이누리나무와 정두리의 책
책에서 보던 걸 세상에서 만나는 건 가슴 벅찬일이다
정두리의 시에 나오는 이노리나무
남한에서는 대청봉에 올라야만 볼 수 있다는 멸종위기의 나무
식물도감을 펼쳐놓고, 어? 이거 종로에서도 봤는데....
글 위를 걷는다는 사람, 꿈에서 본 얼굴, 들꽃 속에 숨은 얘기를 만나러 오늘도 콩나물산책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