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화성에서 만난 씨갑시 어르신 19명의 인터뷰 이야기 책이 나옵니다.
이 원고는 교정 전, 초고이므로 이후 교정과 내용 보완이 더 있는데 원고가 어디 박혔는지..ㅎㅎ 참고하시구요.
그 중에 한 분의 호박김치내용 입니다. 호박김치 담그는 법을 참고하시라구 일부만 게시합니다.
출판 전이라 복사 및 스크랩을 불허하니 이해바랍니다.
............................................................................................................
화성에만 있는 갓무호박김치
“갓무김치는 여기 사람들만 먹어. 봄철에 입맛을 돋워 주지.”
김용권 할아버지의 집은 600평 규모의, 유실수와 작물, 화초가 어우러진 정원이다. 할머니들이 텃밭을 예쁘게 꾸미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할아버지의 부인은 10년 전 뇌경색이 와서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할아버지 혼자 ‘취미로 하는 것’치고는 노동시간이 많이 들 것 같다.
“아침 기상해서 해질 때까지 하는 거지.”
수집 지역 중에서 2016년 화성시에서 처음으로 갓무라는 것이 수집되었다. 김용권 할아버지를 찾은 것은 그 갓무 때문이었다. 할아버지는 염전 일을 하면서 갓무 짠지, 즉 갓무김치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갓무는 지역적 특색이 반영된 화성만의 토종 씨앗으로 자리매김이 가능할 것 같다.
할아버지가 나고 자란 송산면 상정1리는 100가구가 살았던 큰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75가구가 살고 있다. 어렸을 때는 벼, 보리, 콩 농사를 지어 주로 자급을 했다.
“여기 사람들은 배가 불러서 염전에는 안 다녔어요. 저기 전라도에서 사람들이 많이 올라왔어요. 거기 사람들이 여기 와서 자리 잡고 염전일을 했죠.”
이후 이 지역에는 전라도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염분이 많은 땅이라 작물이 잘 되지 않았을 것 같아 조심스레 물었더니 할아버지는 자급을 위주로 해서 그 당시에는 그것이 큰 문제는 아니었다고 했다.
“토양에 염분이 많으니 작물이 잘 안 되긴 하죠. 우리 어렸을 때는 여기까지 갯물이 들어와서 망둥이도 잡고 그랬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다 보니 땅이 좋아졌어요. 일고여덟 살 때는 갯고랑에 바닷물이 들어왔어요. 여기 뒤가 다 갯고랑이에요. 한 60년 지나면서 바닷물기도 다 빠졌어요. 지금은 거기에 모를 심는데 잘 돼요. 대신 물을 안 대주면 죽어요. 물이 마르면 땅이 뽀얘지면서 작물이 말라 죽거든요. 항상 물이 있어야 됩니다.”
가뭄만 없으면 짠 기운이 있으니 수확한 작물은 더 맛이 있다고 한다.
김용권 할아버지는 팔탄면 어느 박 농장 앞에서 재배하던 것을 얻어다 갓무를 심었다.
“마을 이름은 기억이 안 나요.”
한 번 심으면 꽃이 피어 채종해서 또 심었다. 갓무는 전라도 여수 갓과 비슷하다. 여수의 돌산갓처럼 갓무도 뿌리가 굵게 나온다. 그걸 ‘밑이 앉은’ 모양이라고 한다. 조선배추 ‘꼬랭이’와 비슷하다고 할까? 생으로 먹으면 아려서 이곳에서는 옛날부터 호박을 함께 넣어 김치를 담갔다.
갓무김치 담그는 법을 자세하게 물어보았다. 잎과 무를 같이 해서 갓김치 담그듯 하는데, 거기에 늙은 호박을 껍질째 총총 썰어서 같이 버무린단다. 늙은 호박으로 담는 김치를 일명 호박김치라고 하는데, 긴호박이 맛이 좋아 긴호박으로 한다.
“호박은 안 넣고 갓무로만 김치를 담그면 어때요?”
“그렇게는 안 해봤어요. 예로부터 여기 노인들이 그렇게 해오셔서 다들 그렇게 만들어 먹는 거죠. 장독에 넣어 저장하고 봄까지는 먹어요. 봄까지 먹으려면 간을 좀 더 세게 해요.”
갓무의 잎은 갓처럼 매콤하지 않고 아려 날로 먹기 어렵다다. 떫은맛도 아니고 ‘콕 쏘는 맛’이다.
다른 지역에서 수집된 뿌리갓 또는 밑갓은 잎을 쌈으로도 먹고 뿌리와 함께 김치를 담가 먹을 수도 있다. 갓무 잎은 아려서 생것으로 못 먹는다는 것이 다른 갓과의 차이인 듯하다.
갓무 뿌리 길이는 한 주먹 반 정도로 순무보다는 작다. 거름을 많이 하면 크기는 커지지만 거름이 과하면 크기만 커지고 속이 텅 비게 되므로 거름 양 조절을 잘해야 한다. 일반 무도 거름이 세면 심이 박히거나 속이 텅 비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옛날 다깡무라고 왜무도 거름을 세게 하면 머리 위 밑창이 비어요.”
속이 빈다는 것은 무에 바람 드는 것과 비슷하다. 까매지면서 바람이 드는 것이다.
갓무는 밥할 때 밥솥에다 같이 쪄 먹기고 한다.
“갓무김치에 호박이 꼭 들어가는데 옛날에는 가마솥에 밥할 때 그 위에 올려서 쪄서 같이 먹어요. 밥하고 같이 버무린 김치를 앉히는 거예요. 그게 익으면 국물도 구수한 게 참 맛있어요. 노인들은 이가 아파서 생걸 잘 못 드시잖아요. 찌면 물렁물렁하고 식감이 먹기 좋아요. 바로 먹으면 떫고 아리니까 나중에 익혀서 먹어요. 김치찌개도 그렇고. 김치찌개를 끓이면 그게 그렇게 감칠맛이 나요.”
갓무라는 이름은 ‘무처럼 생겼는데 좀 매콤해서’ 그렇게 지어졌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배추 꼬랭이처럼 생기기도 했고 강화순무랑 비슷하기도 해요. 다른 지역 사람들은 갓무를 몰라.”
갓무는 8월 중하순경에 씨앗으로 파종하고 11월 말경에 뿌리째 수확한다. 씨앗을 받으려면 뽑아서 보관했다가 이른 봄에 땅이 녹으면 무 장다리 박듯이 밭에 옮겨 놓고 꽃이 올라오면 씨를 받는다. 갓처럼 노란 꽃이 피고 잎은 결각이 심하다. 갓무는 총각무 심듯이 솎아 주면 알이 잘 앉는다. 판매한 적은 없고 한 두둑 정도만 하면 친척과 동네 사람들과 실컷 나눠 먹을 수 있다.
“팔지는 않고 마을 주민들과 나눠 먹고 김장 때 되면 친척들이 와서 심어놓을 걸 보고 얻어가요. 도시로 출가한 사람들은 시골에서 먹어봐서 그 맛을 알거든요. 젊은 사람들은 귀찮다고 안 해먹지만 늙은 사람들은 김장해서 먹으면 되니까.”
이곳 사람들이 갓무를 즐겨 먹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유래가 있었던 것일 터 상상력을 동원해보기로 했다.
긴호박
갓무김치에 긴호박을 넣는 이유는 늙은 호박 중에서 긴호박이 더 달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긴호박을 날것으로도 먹는다. 그 정도로 단맛이 강하다. 김용권 할아버지는 어떻게 먹는지 여쭤보았다.
“호박은 호박고지 만들고, 갓무김치 담글 때 주로 넣어요.”
갓무 외에 김장할 갓도 따로 심어서 쓴다. 갓무는 갓무김치 할 때 순수하게 호박하고만 버무린다.
김용권 할아버지는 긴호박을 호박고지나 중탕용으로만 쓴다. 호박을 김치로 담글 때 유의할 점은 껍질을 벗기지 않는 것이다. 껍질을 벗기면 호박이 물러진다. 먹을 때 껍질을 먹는 사람도 있지만 뱉어가면서 먹는 이도 있다. 호박김치는 껍질 안 벗기고, 호박고지만 껍질을 벗겨서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갓무호박김치는 담가서 바로 먹지 않고 2,3 월에 먹는다.
“원래 그걸 봄 반찬이라고 해요. 입맛 없을 때 먹으면 맛있어요.”
보관방법
갓무호박김치는 2월 초까지는 상온에 두어도 괜찮지만 이후에는 냉장고나 땅속에 넣어야 맛을 유지할 수 있다. 김용권 할아버지는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
“땅속에 넣어보니까 이 지역이 물이 많아서 그런지 독에 물이 생겨. 독이 원래 물이 안 들어가는 건데도 물이 생겨요.”
염분 때문에 그럴 것 같다.
“글쎄 이유는 모르겠어요. 어느 해는 아랫집에서 담근 김치를 다 버렸어요. 우리는 여태껏 김치를 땅에 묻어본 적이 없어요.”
흥미로운 얘기였다. 나는 소금의 삼투압 현상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모르겠어요. 우리 부락은 땅에 묻는 사람이 없어요.”
첫댓글 잘 봤습니다.
넘 먹고 싶군요...
한 번 담궈봐야 겠습니다. 갓호박김치 맛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