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로 괜찮을까? 한글날 돌아보는 외래어·외국어 사용 실태
“아티스틱한 감성을 바탕으로 꾸띄르적인 디테일을 넣어 페미닌함을 세련되고 아트적인 느낌으로 표현합니다”
한글로 썼지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이 국적 불명의 문장은 몇 년 전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에 경각심을 일으켰던 한 의류업계의 브랜드 소개 문구다.
이 문장에 사용된 문체는 의류업계 관련자나 패션잡지 기자들이 많이 쓴다고 해서 유명 패션잡지의 이름을 딴 ‘보그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보그체’는 자사 상품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외국어를 사용하던 의류업계의 관행이 지나쳐 조사와 동사 어미 정도만 우리말로 남은 것으로, 대표적인 허세 말투로 여겨진다.
‘보그체’가 한창 화제가 되었을 당시, 각계에서는 지나친 외국어 사용을 경계하고 한글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보그체’는 여전히 우리 생활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아니, 이제는 의류업계뿐 아니라 방송, 인터넷, 공공분야의 정책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오히려 확대된 것 같다.
국립국어원이 우리나라 성인 남녀 5천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15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2%가 “외래어나 외국어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쓰인다”라고 답했다.
세계화 시대에 외국어를 쓰는 것이 대수냐 할지도 모르겠지만, 문제는 대체할 우리말이 있음에도 어려운 외래어나 외국어를 사용한다는 데 있다. 특히, 대중매체에서의 무분별한 외래어·외국어 사용은 자칫 외국어가 우리말보다 지적이거나, 유행에 밝거나, 전문적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만들 수 있어 그 문제가 더 심각하다.
실제 방송언어특별위원회가 조사한 2015년도의 지상파 TV의 장르별 외래어, 외국어 사용비율은 최고 37.5%(KBS2, MBC)에 달했으며, 장르별로는 뉴스(39.4%), 예능(33.9%), 시사·교양(28.0%), 어린이(16.9%), 드라마(16.7%) 순으로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에서 사람들은 외래어 또는 외국어를 사용하는 이유로 ‘우리말보다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서’(30.7%)와 ‘적당한 우리말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서’(30.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밖에 ‘주위 사람들이 외국어나 외래어를 많이 쓰기 때문에’(14.7%), ‘외래어・외국어로 된 전문적인 용어 사용이 능력 있어 보이므로’(13.9%), ‘외래어나 외국어가 우리말보다 세련된 느낌이 있기 때문에’(10.0%)라는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대중매체의 외국어 남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들려온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4년 7월부터 2017년 8월까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325건의 우리말 사용 관련 민원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방송·인터넷 등의 대중 매체에 대한 민원이 102건(31.4%)으로 가장 많았다.
민원 유형별로는 한글맞춤법, 외래어 표기, 국어의 로마자 표기, 표준어사용, 표준발음 관련 순으로 위반 표기 수정을 건의하거나 질의하는 ‘올바른 우리말 사용 관련 민원’이 146건(44.9%)이었으며, 외국어 남용 등 문제 개선을 건의하는 ‘우리말 사용문화 확산’에 대한 내용이 142건(43.7%)이었다.
민원인 ㄱ 씨는 “요즘 방송에서는 출연하는 주방장을 대부분 셰프로 부르므로, 주방장이라는 말은 왠지 다소 천박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여겨진다. 방송의 지나친 외국어 사랑이 우리말을 천하게 여기도록 만들어 가고 있는 상황을 개선해 주기 바란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ㄴ 씨는 “요즘 방송에서 ‘팩트’와 ‘리스팩트’라는 단어가 자막으로 많이 노출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문자가 한글이라면서 왜 우리 스스로 한글을 포기하면서까지 외래어와 신조어를 사용하는지 의문이다. 최소한 방송 매체에서는 한글의 바른 사용에 앞장서야 한다”라며 현재 유행하는 말들에 대한 개정을 요구했다.
‘팩트’가 ‘사실’보다 전문적이고, ‘셰프’가 ‘주방장’보다 품격 있다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도 어려운 외래어와 외국어 남용은 경계해야 한다.
세종대왕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전할 수 없는 일이 없도록 누구나 쉽게 익혀 편안하게 쓸 수 있는 한글”을 창제했다. 한글 반포 572돌을 맞은 오늘,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생각해서라도 어렵고 낯선 외국어보다 우리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권장하면 좋겠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화 시대에 맞춰 대중매체뿐 아니라 교육, 문화,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바른 한글 사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출처] 이대로 괜찮을까? 한글날 돌아보는 외래어·외국어 사용 실태|작성자 분홍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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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우리말 글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말 글 확산하자
경남도, 2021~2025년 우리말 발전·보존 중장기 계획
행정용어 순화 등 6대 분야 17개 세부계획 진행
한글날이 머지않았다. 이맘때면 한글의 우수성과 소중함을 일깨우는 말과 글이 쏟아진다. 말과 글은 시대의 반영이다. 해서 순수하게 한글화 하지 않은 말과 글을 무작정 나무라기도 힘든 게 현실이고, 국가 단위 각종 정책도 외래어와 외국어가 많아 일괄적으로 바꿔 쓰기도 어렵지만, 개선 노력을 기울여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동안 경남도는 ▲국어 진흥조례 제정(2013년 제정·2015년 시행) ▲공문서 등 한글 작성 및 국어사용 실태조사(2014년) ▲시각장애인 도서출판 지원(2013년부터 계속) ▲점자도서 구입 지원(2011년부터 계속) ▲경상도사투리 말하기 대회 지원(2007년부터 계속·관련기사 6면) ▲한글주간 기념행사 지원(2013년부터 계속) 등을 추진해왔다. 이에 더해 2021~2025년 ‘경상남도 우리말 발전과 보존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추진한다. 국어기본법(제4조)과 경상남도 우리말 바르게 쓰기 조례(제6조)에 따라 행정용어를 순화하고 도민과 함께하는 한글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이다. 6개 분야(17개 세부계획)로 추진되고 있는 내용을 정리했다.
글 박정희
공공언어 개선으로 도민과 소통력 향상
문화체육관광부가 2015년 ‘국민 언어문화 인식 실태’를 조사했더니 성인의 60%가 공공언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도는 도민이 도정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공문서 표기방식을 개선한다. 한자어나 일본어투 표현, 전문용어를 줄여 알기 쉽게 쓴다. 해커톤 회의(끝장토론)나 언택트(비대면) 같은 정책용어나 외국어를 사용해야 할 경우 순화어와 나란히 쓴다는 방침이다. ‘기일을 엄수하여’ 같은 권위적 차별적 용어는 ‘날짜를 지켜’로, ‘불우이웃’ 같은 차별적 용어는 ‘어려운 이웃’으로 표현을 바꾸어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자문서 시스템 사용 환경을 개선해 공문서 용어를 점검할 수 있게 하고, 경남도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도 자체 감수해서 순화어를 장려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바른 공공언어 사용하는 조직문화 조성
올해 안으로 공공언어 사용실태조사도 추진한다. 공공언어의 문제점을 진단해서 자료집을 내고 교육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경상남도 국어진흥조례도 ‘경상남도 우리말 바르게 쓰기 조례’로 명칭을 바꾸는 등 조례를 개정하고, 우리말 바로쓰기 위원회 설치 등으로 우리말과 지역어 관련 사업을 해나가게 된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공무원 대상 올바른 공공언어 사용 교육은 보다 강화하고, 바른 공공언어 자료는 정기적으로 배포한다. 부서별로 우리말지킴이 지정도 추진한다.
언어 취약계층 지원
신체장애가 있으면 아무래도 언어소통에 지장이 많다. 도는 이들의 소통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어 통역센터를 운영하고 수어교육도 하고 있다. 수어 통역센터는 총 20군데가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점자교육으로 재활교육을 돕고 있고, 점자도서 출판 구입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다문화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한국어교실이나 학습지도 등 다양한 다문화 가정 지원을 하고 있다. 다문화 가족을 위한 한글 배움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말이 어려운 외국인의 고충과 인권문제를 상담해 주는 외국어주민 지원센터도 마련된다.
도민과 함께하는 한글문화 확산
매년 한글주간이 되면 한글학회 경남지회·진주지회가 주관하는 전시, 학술대회, 백일장 등 기념행사를 한다. 전 도민이 참여할 수 있다. 올해도 10월 중 행사를 계획 중이다. 경남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는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성인을 대상으로 성인문해교실을 운영, 지금까지 12명이 졸업했다.
민관이 함께하는 공공언어 개선 체계 구축
공공언어를 개선하고 국어 발전과 보전을 위해 국어(한글)단체, 국어문화원, 시군, 중앙정부 등과 협력을 강화해 행정정책 전문용어를 정리하고 표준화를 추구한다.
도내 국어 관련 전문기관인 경상국립대학교 국어문화원의 활동도 더 강화해서 국어와 국어문화에 관한 자료 수집과 연구 등을 모색한다.
지역어 보전과 활용방안 발굴
지역어는 흔히 사투리로 불리는 용어다.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지역어를 더 연구하고 문화가치를 증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경남도는 사투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자긍심을 고취하고자 경상도사투리 말하기 대회를 2007년부터 지원하고 있다. 지역어 보전을 위한 언어 축제도 개발할 계획이다. 2022년부터는 지역어 정보 활용시스템을 구축하고 경남방언지도도 제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