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길 10년(12) 영산강 자전거길 담양댐~영산포
담양에서 광주를 거쳐 목포까지, 영산강은 호남의 핵심지대를 관류한다. 호남평야 다음으로 넓은 나주평야의 젖줄을 이루며 길이는 115.5km로 국내 5위다. 섬진강이 고산준령 사이를 흐르는 데 반해 영산강은 드넓은 나주평야를 유유자적 흘러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섬진강을 거쳐 영산강으로 접어들면 산간협곡의 긴장감에서 풀어져 강물도 두바퀴도 한층 여유롭다.
담양댐에서 목포까지 영산강 자전거길은 133km. 섬진강길을 완주하고 순창에서 1박 후, 섬진강~영산강 연결로를 거쳐 담양댐에서 나주 영산포까지 가는 것이 첫날 여정이다.
담양댐~담양대나무숲 인증센터
영산강길 최상류인 담양댐 인증센터는 댐 아래 800m 지점에 있다. 최상류임에도 고도는 해발 90m이니 이 낙차로 바다까지 100km를 흘러내리는 것은 처음부터 여유를 작정하고 있다. 그만큼 흐름은 느리고 유장할 것이다. 평야의 강이지만 담양댐 뒤편으로는 거대한 암벽을 이룬 추월산(731m)이 위태롭고 웅장한 금성산성을 안은 산성산(603m)이 바로 옆에 솟구쳐 최상류의 산악미는 비범하다. 한 지방의 젖줄이 되는 대하의 발원지는 아무래도 특별하다.
담양댐 인증센터는 영산강길의 거점인데도 주변 공간이 협소하고 재래식 스탬프에다 잉크 뚜껑은 열려 있다. 인증센터 옆의 코스 안내판은 흉하게 훼손되어 처음부터 분위기와 기분을 망친다.
담양댐 인증센터. 재래식 스탬프의 인증센터는 잉크 뚜껑이 제대로 닫힌 곳이 드물다. 이용자 책임이 크다
담양댐 인증센터 옆의 노후한 안내판. 출발지인데 분위기와 기분을 다 망친다
댐에 물을 빼앗긴 상류는 금성면소재지인 석현리까지는 개울 수준이다. 좁지만 한적한 자전거길에 따사로움이 감도는 것은 더 온화한 곳으로 이어지는 남행(南行)이 주는 희망의 점증 때문일 것이다.
개울 같은 상류 물줄기(담양 대성리)
둔치에 있는 경비행기 활주로. 예전보다 정돈된 모습이다(담양 석현리)
바닥에 쿠션이 있어 잘 나가지 않는 구간(석현리). 오른쪽 둑길을 활용해 자전거길과 보행로를 구분하면 좋을 듯하다
석현리에서는 금성천이 합류해 물이 조금 불어나고, 담양의 명물인 메타세쿼이아길 인증센터에 이른다. 재래식 스탬프에다 잉크 뚜껑은 또 열려 있다. 스탬프 문양이 마모되고 잉크가 말라 잘 찍히지도 않는다.
메타세쿼이아길 인증센터. 잉크 뚜껑이 또 열려 있고 주변에 화장실이 없다
담양읍내로 들어서면 자전거길은 강 양안으로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다. 서쪽 외곽에는 데크로 공사가 진행 중이고 원래 둑 위로 있던 종주길은 둔치길로 바뀌었다. 담양읍을 벗어나면 용천까지 합류해 비로소 당당한 강의 위용을 갖춘다. 갈수기라 물은 적지만 양안의 폭은 200m를 넘는다.
새로 단장한 담양읍내 구간
담양읍내의 명물, 고목이 그윽한 둑길인 관방제림
담양읍내를 벗어나면 둑길 아래로 새 길이 생겨 종주길 노선이 바뀌었다
광주와 담양 사이의 평야도 상당히 넓어서 직선을 이룬 둑길은 아득히 소실점으로 모아든다. 담양 제월리에서는 오례천이 합류하는데 ‘지름길 교량’이 생겨 2km 가까이 거리를 단축했다. 교각이 낮은 침하교여서 물이 불면 잠기지만 이런 지름길 교량이 착착 생겨나면서 종주길 전체 거리가 바뀌고 더 쾌적해지고 있다. 침하교 옆 쉼터에는 최신식 화장실까지 갖춰져 편안히 쉬어가기 좋다. 조선 중기 가사문학을 대표하는 송순의 ‘면앙정가’로 유명한 면앙정(俛仰亭)은 오례천을 1km 정도 거슬러 오르면 된다.
담양-광주 간 평야에서 소실점으로 모아드는 직선로(담양 강쟁리)
담양 제월리 쉼터의 최신 화장실
평야를 가르는 둑길은 한적하고 경관이 빼어나지만 자전거우선도로여서 간혹 다니는 차량을 주의해야 한다. 오례천 침하교를 지나 조금 가면 길 양쪽으로 대나무가 울창한 대밭길로 들어선다.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다운 경관으로 둑길에 이런 대밭이 있다는 것이 이채롭다. 길이 550m의 이 대밭길은 전국 자전거길 중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오례천 침하교에서 2.7km 내려오면 이번에는 남동쪽에서 합류하는 중암천에도 같은 방식의 침하교가 놓여 있다. 이 다리 덕분에 역시 2km 정도가 단축되었다.
오례천 합수점에 지름길 다리가 생겨 2km 정도 우회로를 단축시켰다(담양 제월리)
둑길은 자동차도 다닐 수 있는 '자전거 우선도로'이므로 간혹 지나는 자동차에 주의해야 한다
대나무 고장다운 대나무숲 둑길(신학리)
중암천 합수점의 지름길 다리. 1.8km를 단축시켜 준다(담양 삼지리)
물이 들면 잠기는 침하교로 건설된 지름길 다리(담양 삼지리). 비용과 공기를 줄이는 방식이다
고창담양고속도로를 지나면 광주에 접어들고 용산지구 생태습지공원으로 들어선다. 작은 탐조대를 지나면 전망 좋은 곳에 담양대나무숲 인증센터와 쉼터가 있다. 만년도장을 비치했고 부스도 깨끗하다. 광주 땅인데 ‘담양’이 붙은 것은 강 건너편에 있는 담양대나무숲을 내세우기 위해서다. 강변에 형성된 대밭은 길이 1.5km, 최대폭 150m의 엄청난 규모다. 대밭을 보려면 하류의 용산교를 건너 거슬러 올라야 하고 자전거길은 따로 없어 접근이 조금 번거롭다. 인증센터 쉼터는 화장실이 없고 주차차량도 많아 아늑하지는 않다.
용산지구 생태습지공원의 탐조대(광주 용전동)
담양대나무숲 인증센터. 만년도장이고 부스도 깨끗하다. 건너편 담양쪽에 대밭에 있어 인증센터 명칭은 담양이나 광주 용전동에 속한다
인증센터 주변은 주차 차량이 많고 화장실은 없어 편안히 쉴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인증센터 옆의 낡은 안내판
담양대나무숲 인증센터~승촌보
광주시내가 가까워지면서 자전거와 보행자가 조금씩 늘어난다. 빨간 아치가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지야대교를 지나면 공업지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내로 접어든다. 양안은 500m나 되고 둔치가 넓지만 특별한 시설 없이 황무지와 습지로 방치되어 있다. 종주길은 원래 둑 위의 도로를 이용했으나 둑 아래에 전용도로가 따로 생겼다.
유려한 아치의 지야대교를 지나면 광주시내로 접어든다
넓은 둔치는 황무지로 방치되어 있다
원래 종주길은 둑길이었으나 둔치길이 새로 났다(광주 용두동)
첨단대교를 지나면 고층아파트단지가 양안으로 화려하다. 둔치에는 자전거와 보행자가 적지 않으나 따로 구분되지 않아서 다소 불편하다. 넓은 둔치는 공터로 남아있고, 광산대교 옆에 꽤 큰 규모의 파크골프장이 조성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광주시내 둔치는 규모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져 보인다.
신용동으로 들어서면 산책객이 많아지나 보행로가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
영산강에서 처음 보는 파크골프장(광주 덕흥동)
어등대교 남쪽에는 자전거와 보행용 어등교가 새로 가설되어 있다. 길이 360m로 21년 5월에 완공됐으니 아주 새것이다. 직선이 아니라 일부러 구불거리게 만들고 난간에는 다양한 조형물을 더해 신선하다.
자전거와 보행자 전용인 어등교(360m). 살짝 휘게 설계하고 조형물을 넣어 산뜻하다
전투기 소리가 들리면 군용을 겸한 광주공항에 다 온 것이다. 주민들은 소음에 시달리겠지만 어쩌다 보는 전투기의 위용과 굉음은 경이로운 볼거리다. 공항 초입의 극락교 옆에는 다른 강에는 없는 자전거길 안내센터가 있다. 자전거길 안내 외에 자전거 대여, 교육 등을 진행하며 주변 경관도 아름답다. 이제부터는 시가지를 완전히 벗어나 농경지가 펼쳐지고 강물도 부쩍 불어난다.
다른 강에는 없는, 영산강 자전거길 안내센터(광주 벽진동). 자전거길 안내와 자전거 대여, 교육 등을 진행한다
보행자가 적은 외곽인데 오히려 자전거도로와 보행로가 분리된 넓은 길이 이어지고 길가에는 바위를 이용한 벤치가 일정 간격으로 놓여있다. 제1지류인 황룡강이 합류하면 양안은 600m 정도로 넓어지면서 대하의 면모를 갖춘다.
광주시내를 벗어나면 보행로가 분리된 길이 나온다. 띄엄띄엄 있는 바위는 벤치 대용
영산강 최대의 승촌보는 광활한 나주평야 한가운데 있다. 길이 512m이며 중간의 조형물은 나주평야에서 나는 쌀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세평대로 전국 16개 보 중에서 조형미가 가장 뛰어나다. 승촌보는 지름 1km 정도의 하중도에 자리하고 있고 주변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캠핑장, 축구장, 산책로 등이 다양하게 분포한다. 영산강문화관에는 매점과 전망대가 있고 겨울 평일임에도 자동차와 자전거가 적지 않다. 전국의 강문화관 중에서 가장 활성화된 느낌이다. 광주 라이더들은 승촌보가 터닝포인트인 듯 여기서 쉬었다 되돌아간다. 광주시내에서 15km 정도여서 초보자도 부담 없이 완주할 수 있는 거리다.
승촌보 인증센터는 문짝이 없으나 문화관이 가까이 있어서인지 만년도장을 갖추었고 내부도 깨끗하다.
나주평야의 쌀을 형상화한 승촌보는 아름답고 웅장하다(512m)
문은 없지만 만년도장을 갖추고 잘 관리된 승촌보 인증센터
승촌보 전망대의 조망. 오른쪽 멀리 나주 빛가람신도시의 한전 본사 건물이 보인다
승촌보는 광주지역 라이더들의 거점이다
승촌보 영산강문화관. 전국 강문화관 중에서 가장 활성화되었다
승촌보~영산포
승촌보를 지나면 나주 땅이다. 광활한 대지 한가운데, 키 큰 억새밭 사이로 난 강변길에서 예상치 않게 약간의 은둔감을 맛본다. 앞이 트이지 않게 구불거리게 만든 길도 격리감을 조장한다.
장성천이 합류하는 학산리에는 차도와 자전거길을 완전히 분리한 교량이 생겨 우회로를 1.3km 단축했고 더 질러가는 침하교까지 새로 생겨났다.
승촌보 하류의 억새밭 길. 둑과 억새에 가려 아늑한 은둔감을 준다
자전거길과 차도를 완전히 분리한 지름길 다리(나주 학산리)
나주시내로 접어드는 나주대교 옆에는 영산강 수위관측소와 카페를 겸한 멋진 전망대가 생겼다. 강 저편으로 마치 신기루처럼 보이는 도시는 한국전력공사 등 16개 공공기관이 옮겨와 생겨난 빛가람신도시다. 나주는 구시가, 빛가람신도시, 영산포 등으로 삼분되어 있고 빛가람신도시 덕분에 전남도에서 드물게 인구가 늘고 있다.
수위관측소와 카페를 겸한 나주대교 전망대
나주대교를 지나면 구시가지가 가깝고 강줄기 양안에는 넓은 둔치가 펼쳐지며, 둑 사이의 폭은 600m에 달한다. 광주 이후 양안에 자전거길이 모두 있으며 상태는 좋은 편이다. 나주대교와 빛가람대교 사이 일부 구간은 노면이 거북등처럼 갈라진 곳이 있다.
아름답고 웅장한 사장교인 빛가람대교 주변에는 대규모 둔치가 펼쳐져 있으나 약간의 산책로 외에는 그대로 방치된 상태다. 한강 낙동강에 흔한 파크골프장 입지로 최적인데 영산강에는 광주시내 한 곳뿐이다.
거북등처럼 갈라진 길(나주 삼도동). 전국적으로 노면 도색 구간은 이렇게 갈라진 곳이 많았다
나주시내와 빛가람신도시를 잇는, 우아한 사장교인 빛가람대교(660m)
구시가와 영산포 사이에는 영산대교와 영산교 두 다리가 놓여 있지만 영산대교는 갓길이 좁아 영산교를 이용해야 한다. 영산대교 아래 둔치는 가을이면 광대한 코스모스 화원으로 바뀐다. 영산교를 건너면 ‘홍어’ 간판이 곳곳에 보이고 공기중에는 특유의 시큼한 냄새가 감돈다. 홍어의 집산지 영산포는 고려말부터 홍어로 유명했고 1970년대까지 바다를 거슬러 이곳까지 배가 운행했다. 1915년 세워진 영산포등대는 한때 번성했던 뱃길의 영화를 말해준다.
동내에 들어서면 홍어 냄새가 시큼한 영산포. 홍어집 간판이 즐비하다
일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지만 목포까지는 숙소가 없어 오늘은 이 사연 많은 내륙포구에서 묵는다. 영산강 이름도 영산포에서 유래했으니 이 강줄기에서 가장 중요하고 특별한 곳에서의 하룻밤이 될 것이다.
60~70년대 배를 타고 온 상인들이 죽으로 허기를 달래던 죽전골목, 잘 보존된 일본인 지주가옥, 세월 따라 변하지 못하고 시간을 머금고 낡아가는 뒷골목을 돌다 보니 어느덧 가야산 첨봉 위로 황혼이 어린다.
'영산포 죽전골목'은 1960~70년대 뱃길 따라 영산포구에 도착한 새벽시장 상인들이 죽으로 허기를 달랬던 곳이다. 옛모습으로 복원되어 있다
<평점>
항 목 | 평 점 | 특 이 사 항 |
노면상태 | 8 | 간간이 부실한 곳이 있으나 전반적으로 좋은 편 |
안전시설 | 8 | 차선, 난간, 안내판, 이정표 등 대체로 좋은 편 |
화장실, 쉼터 | 8 | 적절히 배치되어 있고 깨끗한 편 |
인증센터 | 7 | 담양댐, 메타세쿼이아길 관리 부족 |
문화시설 | 9 | 영산강 자전거길 안내센터, 승촌보 영산강문화관, 승촌보 등 |
숙박시설 | 8 | 담양읍, 광주시내, 나주시내(영산포 포함) |
식당, 매점 | 8 | 숙박시설 지점 외 승촌보(매점) |
지선 노선 | 8 | 섬진강 연결로, 광주천·풍영정천·황룡강·대촌천 자전거길 |
연계 관광 | 8 | 죽녹원, 관방제림, 대나무숲, 호가정, 승촌보 |
경관 | 7 | 대나무숲, 나주평야, 승촌보, 영산포 |
총 점 | 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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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발행인
출처 자전거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