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수요일 맑다. 하버드대학의 맥캔 교수 내외와 만나다.
딸 지은이가 지금 한국에 나와서 학회에 참석하고 있는 대비드 맥캔David MacCann교수 내외와 저녁 약속을 하였으니 같이 나가지 않겠느냐고 하였다. 15년 전에 내가 미국에 가서 그 사람의 Research Coordinator Scholar(협력연구원)으로 1년을 같이 지냈고, 또 그 사람을 영대에 불러다가 강연도 시킨 일이 있고, 또 수무동까지 데리고 온 일이 있으니 친분이 깊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그 사람이 지은이의 박사논문 지도교수이고 보니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이번 6월 말로 하버드대학 동양학부에서 은퇴를 하였는데, 바로 그 다음 날인 7월 1일이 자기의 70세 생일이었다고 한다. 그 사람들 내외가 모두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젊을 때 한국에 나와서, 남편은 안동농고에서 부인은 서울의 창덕여고에서 각각 몇 년씩 영어를 가르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맥캔은 미국에 다시 돌아가서 하버드대학에서 한국문학으로 박사를 받고, 코넬대학에 가서 근무하다가 하버드로 옮겨서 수십년 동안 강의를 하면서 김소월, 한용운, 서정주 같은 분들의 시를 영역하여 내었고, 나와 같이 한국의 한시선집을 영어로 만들어 보자고 하여 10년 전에 어디서 연구비까지 함께 받아놓은 것이 있으나, 그 사람이 여러 가지로 미리 맡아둔 일이 워낙 많아서 아직도 성사를 못 시키고 있다.
한국의 막걸리를 좋아하고, 또 한국어로 농담도 잘 하나, 내가 반 귀가 먹어 대화를 할 수가 없으니, 지은이가 종이를 꺼내놓고 그 사람 하는 말을 더러 적어 주기는 하였으나 의사소통이라고 할 것도 못되니 매우 답답하였다. 헤어질 때 “요다음에 또 만납시다”하고 적어 주었는데, 다음에 만날 때는 내 귀가 다 나아서 서로 안동 사투리로 농담도 할 수 있을지?
퇴직을 하였으니 좀 조용하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빈다.
7월 4일 목요일 흐림. 다시 혼자 수무동에
오늘도 혼자 수무동에 내려왔다. 오는 길에 청도 농협 구판장에 가서 금비 한 포대를 사가지고 와서 채소밭에 절반쯤 뿌렸다. 곧 장마가 시작된다니 곧 약발을 받을 것이다. 저녁을 데워먹고 샤워를 하고 보니 매우 시원하다. 이래서 내가 여기를 사뭇 떠나지 못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