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출판한 여러 책에서 '~함', '~임'과 같은 개조식이 시작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른 문체를 '급여체'라 했습니다.
급여체 : 급여받고 쓰는 글, 즉 복지기관이 공공기관의 지도 감독을 받으면서
공공기관의 문서 작성법을 따라 쓰기 시작하면서 (어쩔 수 없이) 관행적으로 내려온 기록 문체.
앞선 글에서는 이를 아래와 같이 소개했습니다.
‘~했음.’과 같은 급여체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찾아봤습니다.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보고서 속 ‘~함’, ‘~음’, ‘~임’…대체 왜 쓰는걸까?
‘-함’, ‘-음’의 개조식 보고서,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문장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보고서에서 ‘-함’이나 ‘-음’ 또는 ‘-임’으로 문장을 끝맺음하는 형태를 흔히 볼 수 있다.
‘-다’로 문장을 끝맺는 일반적인 ‘서술식’ 문장이 아니라 이른바 ‘개조식’ 문장이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필자는 회의록을 비롯해 각종 서류문서에 시종여일 관통하는 이러한 개조식 문장을 보면
가슴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함’, ‘~음’, ‘~임’으로 문장을 끝맺는 이러한 문장 방식은 일제 잔재다.
즉, 구한말 일제 강점기를 전후로 하여 우리나라에 이식된 것이다.
물론 권위주의적이고 민주주의의 시대정신에 반한다. 일본 메이지(明治) 시대에 ‘대일본제국 헌법’을 비롯하여
“권위가 요구되는” 법령의 문장이나 교과서 등에서 이른바 ‘문어(文語)’가 사용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본의 ‘문어’ 문장들은 이를테면,
“천황은 육해군을 통수함(天皇ハ陸海軍ヲ統帥ス, ‘대일본제국헌법’ 제11조)” 등의 형식을 띠고 있었다.
이러한 문장 형태를 통해 일본이 의도한 바는 바로 문장 자체에 ‘권위(權威)’와 위엄을 부여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장방식은 우리의 관료사회와 기업문화를 권위주의적으로 관철시켜 왔다.
3.1절 100주년을 맞는 지금, 민주주의의 시대정신에 반하는 이러한 개조식 문체(文體)는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언어와 문장방식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게 우리들의 심리와 그리하여 삶 전체를 강력하게 지배하게 된다.
언어란 개념을 담는 그릇으로서 언어생활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천황의 덕을 흠모하여 귀속하다”는 의미를 지닌 ‘귀화’라는 용어부터라도 하루 바삐 고쳐지기 바란다.
‘[기고] 3.1 운동 100주년을 맞으며’ 소준섭 국제관계학박사, 프레시안, 2019.2.20.
이 글이 특정 학자의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해도 개운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세월이 흐르며 일상에 녹아들었고, 써보니 편리해서 우리 스스로 선택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 글을 읽는 독자를 생각하면 조심스럽습니다.
나를 돕겠다는 사회사업가의 기록이 나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듯한 말투로 남긴다면 서운합니다.
당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기를 기대할 겁니다. 이해하고 공감해 주길 바랄 겁니다. 그렇다면 말을 바꿉니다.
내일 '사회사업 글쓰기 특강'을 앞두고 있습니다.
내일 나눌 원고를 다듬으며 더 살펴보니, 확실했습니다.
이는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이식된 문체였습니다.
사회사업 현장을 포함 여러 공공 기관에서 사용하는 '~함' 같은 개조식 문체는
일제강점기 일제 공문서 양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물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식민 통치를 위해 일본식 공문서 양식을 그대로 조선에 이식했습니다. 말에 권위를 부여한 겁니다.
일반적인 구어체나 서술체(~다)와 다른, 딱딱하고 건조한 명사형 문체는 일반 민중에게 생소함과 동시에 '관(官)의 언어',
즉 권위 있는 기관의 언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소통보다는 일방적인 명령 전달과 사실 통보에 적합한 형태로,
지배자(통치자)와 피지배자 간의 거리감을 만들고 권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 관공서와 교류해야 했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이 문체를 배우고 사용해야 했습니다.
당장 우리 사회사업 현장 모든 서식에 올바른 적용과 변화는 어렵겠지만,
가능한 조금씩 해볼 만한 공문서나 보고서는 주민들도 알기 쉬운 서술식 문장('~다'로 끝맺는 문장)으로 작성하면 좋겠습니다.
개조식 문체는 일본어 번역 투에서 비롯되었고, 의미가 불분명해질 수 있고,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느낌을 주는 문제가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박용찬 연구원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개조식’이라는 명칭부터가 일본어 ‘個條書き(조목조목 쓴 글)’에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조목(個條)’과 ‘식(式)’이 결합한 일본식 명칭이라는 설명입니다.
<개조식 문체 번역에 대한 고찰> (류현주, 부산외대) ‘번역학연구 2007년 제8권 2호’ 참고.
아래 별첨한 국립국어원 '쉬운 공문서 길잡이'에서도
"공문서는 일반 국민에게 정부의 정책이나 정보를 알리려는 목적으로 작성하는 것이므로,
문서로 원활하게 소통하려면 어려운 용어나 외래어, 외국어,
번역 투를 남용하지 말고 우리말다운 자연스러운 표현을 써야 한다."
"외국어를 번역한 느낌이 나는 표현을 피하고, 우리말다운 자연스러운 표현을 쓴다.
과도한 피동이나 사동 표현을 쓰지 않는다." 하고 제안합니다.
국립국어원 '쉬운 공문서 길잡이' (2023) PDF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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