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천대시창작반 개강일이다.
새로운 분들이 얼마나 올지 기대가 크다. 지난 해에 새로 오신 분들 중에 못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걱정이 많은데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고 학교로 향했다.
문복희 교수님의 전화를 받고 연구실에 들러 '담쟁이 벽화' 동인지를 들고 새로운 강의실인 대학원 건물 203호에 갔다. 들어가자마자 와우!!! 지영호샘 빼고 새로 오신 분들이 포진하고 계셨다. 지영호샘이 새로 오신분들을 커버 하시느라 진땀(?)을 빼고 계셨다.
난 다시 가천관에 가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가니 10시가 조금 넘었고, 강의실은 문교수님과 학생들로 가득차 있었다. 첫날 새로 오신 분이 7명에 구회원을 포함 16명이 오셨으니 대 성공이다. 다음 주에 몇 명 더 오실 것 같은데, 그만 오셔도 될 것 같다는 배부른 생각이 들 정도이다.
새로 오신 분들께 '담쟁이 벽화' 동인 시집을 드리고, 교수님이 준비한 수업 일정표, 반원카드, 수업 준비 자료, 초우문학 아카데미 자료 등을 나눠 드렸다.
문교수님께서 당신을 소개하시면서 시창작반에 대해 여러 말씀을 하셨다. 새로 오신 분들을 정말 환영하고, 좋은 선택을 하였음을 강조하셨다. 가천 시창작반은 1년 과정으로 1년 동안 공부하면 수료증을 드린다. 그러나 여기서 계속 공부하면 빠른 사람은 1년, 보통은 2~3년 공부하면 시인으로 등단이 가능하다. 시를 써오면 첨삭 지도를 해 주시며, 학기 중이나 방학 때 숙제를 내는데 부담을 갖지 말고 하기 바라고, 결석을 하지 않고 다니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시를 잘 쓰려면 자연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책을 보면서 스스로 감동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 또한 나만의 시를 써야 한다. 충격적이고 신선한 시, 상상력이 동원된 시를 써야 하는데, 그 상상력은 사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이런 말씀 뒤로 처음 만난 분들이 많아서 그러셨는지 인연에 대한 글로 수업을 시작하셨다.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슴을 열어 놓고 언제나 만나고 싶은
그런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소한 오해로 등 돌리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눈으로 같은 마음으로
같이 볼 수 있는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작은 비밀이 되어 가슴에 묻은 채로
좋은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언가 기대하기 보다는
주어도 아깝지 않을
그런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며
서로의 영혼을 감싸 안을 줄 아는
그런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끔은 그대와 마주 하는 듯한 맘으로
편안한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먼 훗날
그것이 아주 먼 훗날
그것이 생명이었고
사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천 시창작반에서 이런 인연을 만나고 이런 인연으로 살아간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좋은 글이다.
이어서 아침에 비가 내려서 비에 대한 시를 준비하셨다고 하시면서 김수환추기경의 '우산'이란 시를 가르쳐 주셨다.
우산
김수환 추기경
삶이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일이요,
죽음이란
우산을 더 이상 펼치지 않는 일이다.
성공이란
우산을 많이 소유하는 일이요,
행복이란
우산을 많이 빌려주는 일이고,
불행이란
아무도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 일이다.
사랑이란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 하나의 우산을
둘이 함께 쓰는 것이요,
이별이란
하나의 우산 속에서 빠져나와
각자의 우산을 펼치는 일이다.
연인이란
비오는 날 우산 속 얼굴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요,
부부란
비오는 날 정류장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갈 줄 알면
인생의 멋을 아는 사람이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는 사람에게
우산을 내밀 줄 알면
인생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다.
이 시는 철학이 담긴 시이다. 여기서 비는 실제 비이기도 하지만 어떤 아픔, 차가움, 외로움 등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연에 주제가 담겨 있는데, 설명이나 설득하려고 하지 않고, 감동적으로 제시를 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시는 단순한 언어의 나열이 아니다. 시는 세가지 요소를 갖춰야 하는데,
하나는 철학성(교훈, 의미), 다음은 리듬(은율)이 있어야 하고, 끝으로 이미지(영상, 그림)가 떠올라야 한다. 김영랑 시인은 리듬이 있는 시를 잘 쓰고, 정지용 시에서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시는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해결하면서 감동을 받는 것이다. 초우 문학회는 생활 속 문학을 강조하는데, 문학은 일종의 고백으로 나를 드러내는 것이다.
끝으로 작년에도 공부했던 깨달음에 대한 글을 소개하셨다.
* 깨달음은 갑자기 온다...
그렇지 않습니다. 갑자기 오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것은 마치 물이 끓는 이치와 같습니다.
물은 99도 온도에 이르기까지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잠잠하다가 1도 더 높여 100도가 되었을 때
비로소 '갑자기' 끓게 됩니다.
깨달음은
99도까지 삶을 숙성시킨 사람에게
어느 순간 갑자기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리처드 J. 라이더/데이비드 A.샤피로의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 중에서-
시간이 많이 흘러서 간식은 점심식사 하면서 먹기로 하고, 오늘 처음 온 분들의 인사 소개가 있었다.
최서윤샘-수서에 사시는데, 이번에 오신 분 중 연세가 가장 많다.
최인자샘-최인자샘이 두 분이라서 일명 최인자B, 용인에 사시고, 손주가 4명이시다.
손정숙샘-수지에 사시고, 시를 좋아하는 전직 간호사시다.
최경애샘-10년 전에 가천대에서 1년간 시를 공부, 판교에 사시고, 사진을 하셨다.
채정란샘-송파에 사시고, 작사 공부를 하셨다.
서희정샘-광주 초월(곤지암)에 사시고, 일을 하신다.
임예지샘-방통대 3학년에 다니시고, 그림과 노래를 좋아하신다.
끝으로 회장이라고 앞으로 나와서 가천 시창작반의 전반적인 얘기를 하였다.
점심은 매번 첫 시간에는 교수님께서 사 주셨는데, 오늘도 구내 교수 식당에서 점심을 사주셔서 맛있게 먹고, 김옥희샘과 김영주샘이 준비해 오신 과일을 곁들여 먹었다.
식사 후에 시간 여유가 있는 분들은 다시 강의실로 와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고, 새로 오신 분들을 위해서 내가 준비한 '천지불인(天地不仁)', '시지프스 코끼리' 두 시를 가지고 합평회를 하였다.
오늘은 첫날인데, 새로 많은 분들이 오셔서 기분이 좋았고, 시창작반의 앞날이 기대가 되는 멋진 하루였다.
최서윤샘
최인자B샘
손정숙샘
채정란샘
서희정샘
임예지샘
첫댓글 채 기병 선생님
참으로 멋진시간이였네요
부럽습니다
어쩜 그리도 소사히 소개해주시는지~~~
감격입니다
공부 잘 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자주 놀러 오세요.
와~제가 마치 현장에 있는듯 생생하게 소식 전해 주신 채기병선생님,감사합니다. 그리운 얼굴, 멋진 선생님들~가천시창작반 파이팅!!^^
늘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활기찬 개강입니다.
신입생들 환영합니다.
채기병 회장님
정리된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많이 오셔서 좋아요.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설레이게 합니다~
새로오신 선생님들과 새학기 시창작반이 기대됩니다~
채기병선생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올해도 영주샘과 좋은 시간 보내고 싶어요.
한해를 좋으신분들로 가천의 교정이 활짝 피어나고 있습니다
신나는 시간 가슴 뿌듯함을 기대합니다
회장님 ~
수고에 오늘도 감사의 마음 날려보냅니다
감사합니다^^ 총무님이 함께 하시니 힘이 납니다.
오.. 완전 뉴페이스 .. 곱게 익어가는 분들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