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죽음의 옷'이었다, 가톨릭 사제 검은 옷 비밀
#궁궁통1
가톨릭 사제들의 복장은
검은색입니다.
나름 밝고 경쾌한
색깔도 있을 텐데
왜 하필
검정일까요.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톨릭 예수회의
조학균 신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검은색은
‘죽음’을 뜻한다.”
뜻밖의 대답에
저는 놀랐습니다.
죽음이라니,
왜 하필 죽음의 옷을
입는 걸까.
거기에는
어떤 종교적 이유가
있는 걸까.
#궁궁통2
가톨릭 신부가
입는 옷을
‘수단’이라 부릅니다.
조 신부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수단이라 부르는
검정 옷은 신부들에게
일종의 ‘상복(喪服)’이다.
사제는 그걸 입고서
자기 자신의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다.”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가톨릭의 조각상이나
종교화를 보면
종종 해골이 등장합니다.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
이 땅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결국 유한함을
일깨워주는 겁니다.
사람은 살다 보면
자신의 죽음을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마치 천년을 살 것처럼
사니까요.
가톨릭 사제의
검정 수단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나에게 주어진
목숨과 시간이 한정돼 있으니
가장 값진 일을 하라.
이런 메시지를
끊임없이 스스로
일깨우기 위함이
아닐까요.
조 신부가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검정 수단은
이 땅에서의 죽음,
세속에서의 죽음을
뜻한다.
이와 함께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포기도 의미한다.”
어떤 기분일까요.
자신의 상복을 입고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일
말입니다.
#궁궁통3
사제가 입는
수단이 검은 이유는
이제 알겠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추기경의 수단은
왜 붉고,
교황의 수단은
왜 흰색일까요.
“추기경의 붉은 색은
순교자의 피를 상징한다.
교황의 흰색은
하느님의 대리자를
나타낸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는 ‘자기 십자가’가
떠올랐습니다.
결국
이 유한한 삶에서
나의 죽음을 잊지 않고,
다시 말해
내가 가야 할
삶의 방향을 잊지 않고,
매 순간
나를 내려놓고,
나를 죽이면서 가는 길.
그게 바로
수도의 길,
수도자의 삶이니까요.
그 길을
온전히 갈 수 있게끔
무언(無言)의 채찍을 때리는
옷.
그 옷 속으로
자발적으로 들어가
스스로 짊어지는
나의 십자가.
가톨릭의 수단에는
그런 깊은 의미가
담겨 있더군요.
#궁궁통4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날마다 죽는다.”
저는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신부들이 입는 옷의
목 부분을 보면
하얗게
앞이 트여 있습니다.
그걸 ‘로만 칼라’라고
부릅니다.
우스갯소리로
신부님들 사이에선
‘개목걸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거기에는
내 뜻대로 살지 않고
하느님 뜻대로 살게 하소서, 라는
간절한 기도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죽음을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해골이나,
죽음을 상징하는
검정 옷이나,
내 뜻이 아니라
하늘의 뜻대로 살고자 하는
로만 칼라가
정말 성직자들에게만
필요한 걸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세속의 옷을 입든,
출가자의 옷을 입든,
성직자의 옷을 입든
마찬가지 아닐까요.
진리를 갈구하는 사람이
가고자 하는 곳과
닿고자 하는 곳이
서로 다르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스스로 짊어지는
자기 십자가.
저는
이것이야 말로
우리 모두가
입을 수 있는
죽음의 옷,
진정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