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癌)에게서 배우다]
<11회> Apoptosis vs Necrosis(1) ; 어떻게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종합 바이오휴머니스트 (2017-06-05 09:56)
< Structural changes of cells undergoing necrosis and apoptosis1) >
우리 몸 세포가 죽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우선 괴사(Necrosis)라는 방법이 있다. 이는 영어로 'a form of traumatic cell death2)’라 표현하는데 마치 교통사고처럼 세포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죽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렇게 세포가 죽으면 그 내용물이 흘러나와 주변에 안 좋은 영향(염증)을 주게 된다. 또 하나의 방법은 세포예정사(Apoptosis, 세포자살, 세포자멸, 세포사멸)이다.
우리 몸은 약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하루에 약 60억 개 정도의 세포가 죽는다고 한다2),3). 이 때 세포의 죽음을 세포예정사라 한다. ‘Apoptosis’ 는 그리스어 어원을 가지는데, 가을에 낙엽이 떨어질 때 그 ‘떨어짐(dropping off)’을 의미한다고 한다4). 할 일을 마치고 때가 되어 순리대로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세포예정사는 ‘a process of programmed cell death2)’ 또는 ‘an ordered and orchestrated cellular process4)’ 로 표현하듯이, 우리 몸에 유익을 주면서 정교하게 통제되며 진행되는 과정으로, 마치 유언장도 남기고 자신의 주위를 잘 정리하고 생을 마감하는 죽음과 같다고 볼 수 있다5). 올챙이가 개구리가 될 때 꼬리가 없어지는 현상, 자궁속 태아의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형성될 때, 그 사이사이 세포가 죽으면서 온전한 형태를 갖추어가는 현상 등이 세포예정사의 예라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이 암의 발생 메커니즘을 설명할 때도 이 세포예정사를 자주 거론하곤 한다. p53 같은 대표적인 암억제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죽어야 할 세포가 apoptosis가 일어나지 않고, 즉 제 때 죽지 않아 불멸의 세포가 되어 암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너무 많은 세포예정사가 일어나도 퇴행성 질환을 일으키게 된다4). 여하튼 세포예정사도 적당히 일어나야 몸에 탈이 없는 것이다.
3년 전 사망한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2000년에 주연한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을 보면, 인간을 주인으로 섬기며 200년 가까이 살게 된 가사도우미 로봇이 어느 날 ‘기계로서 영원히 사느니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죽고 싶습니다’ 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죽는 장면이 나온다. 인간의 지능에 더해 감정과 의지까지 가지게 된 로봇의 마지막 소원이 인간처럼 죽는 것이라는 다소 아이러니컬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apoptosis를 하지 못하는 자신이 암적인 존재처럼 느껴졌던 것일까? 나이 들면 죽고 싶을 때가 올까 싶지만, 주위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하늘나라로 다 떠나고 자기 주위엔 온통 첨단의 낯선 환경으로 둘러싸인다면, 외로움으로 인해 그런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시간이 되면 떠나는 것이 인간사 순리인가 보다.
과학자들이 세포 하나의 죽음을 놓고도 그것이 개체에 유익을 주느냐 해를 주느냐를 구분하여 말하듯이, 역사가들은 한 인간의 죽음에 대해 벌을 받았다 고귀한 죽음이다 등의 평을 한다. 헤로도토스는 1천여 페이지가 넘는 그의 저서 「역사」에서, 억울하게 남을 살해한 인물에 대해 서술할 때에는 꼭 인과응보의 관점에서, 그 사람이 나중에 그 행위의 결과로 그에 합당한 죽음을 당했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플루타르코스도 「플루타크 영웅전」에서 그리스 로마 시대 인물 50명의 삶을 기술하는데, 각 사람마다 그의 출신과 주요 활약상을 말하다가 마지막에는 꼭 그 사람이 어떠한 죽음으로 죽었다는 말로 끝을 맺고 있다.
나도 어느덧 이제 인생의 가을로 접어들어, 곧 겨울을 준비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죽을 때 가급적이면 고귀한 죽음이었다는 평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우선은 아래의 알프레드 테니슨6)의 시를 참조해서 남은 인생의 기간을 잘 살아보고자 한다. 이미 봄, 여름은 지나버렸지만, 남은 인생의 기간은, 은근한 황금 가을빛을 띄는 삶, 벌거벗겨진 겨울에도 힘 있는 삶이 되도록, 훌륭한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내 복잡한 삶을 잘 지휘하며 살아야겠다.
The Oak 참나무
Live thy life, 너의 일생을 살라
Young and old, 젊은이, 늙은이여
Like yon oak, 저 참나무 같이,
Bright in spring, 봄엔 찬란이
Living gold; 산 금으로.
Summer-rich 여름엔 풍성하게
Then; and then 그 다음엔, 그리고 그 다음엔
Autumn-changed, 가을답게 변하여,
Soberer-hued, 은근한 빛을 가진,
Gold again. 금으로 다시.
All his leaves 모든 그의 잎은
Fall'n at length, 끝내 떨어졌다,
Look, he stands, 보라, 그는 우뚝섰다,
Trunk and bough, 줄기와 가지뿐,
Naked strength. 적나라한 힘.
※ 참고문헌
1) https://en.wikipedia.org/wiki/Necrosis
2) https://en.wikipedia.org/wiki/Apoptosis
3) https://ko.wikipedia.org/wiki/%EC%84%B8%ED%8F%AC
4)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197541/
5)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unny0211&logNo=20003046514&redirect=Dlog&widgetTypeCall=true
6) Alfred Tennyson, 1809년 8월 6일 ~ 1892년 10월 6일,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계관시인(Poet Laureate, 국가나 왕에 의해 공식적으로 임명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