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정시 서울대 영어 반영방법 발표.. 의미 및 대처 방법
서울대학교 2018학년도 정시 영어 반영방법이 발표됐다. 그동안 수능 영어절대평가에 따른 정시 반영 방법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고, 대학별로 여러 통로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던 중 서울대의 2018학년도 정시 수능 영어 반영 방법에 대한 발표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듯이 간결한 기준을 제시해 준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서울대의 발표가 매우 획기적이거나 혁신적인 내용은 아니다. 대학입시에 관심이 있거나 대입정책이나 교육과정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면 이번 서울대의 결정은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대부분 언론에서는 서울대 영어 반영 방법에 따른 의미나 고등학교의 대처를 다루기보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본질과 무관한 기사를 남발하고 있다. 3월 18일자 인터넷 기사를 검색해 보면, ‘서울대, 2018년도 수능 영어 비중 줄여... 사실상 無’, ‘2018 서울대 입시, 국어 수학 탐구가 당락 좌우’, ‘서울대 입시안 발표... 수능 영어 백지로 내도 4점만 감점’, ‘서울대 2018 수능 영어 비중 감소, 수학 탐구 사교육 증가’ 등과 같이 수능영어를 왜 그렇게 반영했는가에 대한 고민이나 대안보다는 사교육이나 대입 준비에 미칠 영향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번 서울대 정시 수능 영어 반영 방법 결정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자.
첫째, 그동안 20년 넘게 대한민국 교육과정과 입시의 모든 분야를 지배하고 있었던 수능시험의 몰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사실 수능시험이 대입을 결정하는 평가도구로 합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수년 전부터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특히 2011학년도부터 시작된 쉬운 수능 기조로 인해 수능의 대입 장악력은 상당히 상실된 부분이 있으며, 이번 수능 영어 절대평가로 인해 수능의 영향력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둘째, 이번 서울대의 결정은 사실상 서울대에서는 더 이상 수능영어를 반영하지 않고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서울대는 이미 75%를 차지하고 있는 수시전형에서 수능을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 특히 2017학년도에서 53.3%를 선발하고 있는 수시 일반전형은 수능시험에 응시하지 않아도 합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역균형 역시 수능최저학력기준이 2등급 3개로 영어를 포함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거기에 2018학년도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 이후 난이도에 따라 1등급이 최저 5만 명에서 10만 명 이상까지 양산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등급당 0.5점의 감점은 서울대 정시 입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서울대 입장에서 보자면 영어과목은 대입 선발과목이 아니라 다른 학문을 할 수 있는 도구과목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영어 영역의 절대평가로 인해 다른 과목에 대한 절대평가 요구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수능에서 금기시 되었던 절대평가가 한국사에 이어 영어까지 확대가 되었다. 한번 터진 물꼬를 막기 힘들 듯이 두 과목이 절대평가로 전환된 이후에는 다른 과목에 대한 절대평가 요구와 더불어 수능 자격고사화까지 확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그동안 원점수 기준 400점 만점과 쉬운 수능으로 인해 변별력을 확보할 수 없었던 수능시험에서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 이후 만점 점수의 폭이 300점으로 축소가 된다면 변별력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특히 2016학년도 수능에서 국영수는 어느 정도 변별력이 확보됐다고는 하지만 탐구과목에서 보여준 난이도 조정의 실패로 인해 양산된 수많은 수험생들의 피해는 과연 수능시험이 공정한 평가 시스템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했다. 사탐 6과목의 1등급이 만점인 게 과연 정상적인 시험인가? 이런 현실에 침묵하는 언론은 평가원의 홍보기관인가, 아니면 기자들의 비전문성을 만방에 알리는 것인가?
넷째, 서울대의 입시정책을 왜곡해 해석하지 말자. 2018학년도 서울대 정시 수능 영어 반영 방법은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모든 대학들의 문제이다.
영어 절대평가 전환 이후 남은 대학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등급을 점수화해 반영하기에는 난이도에 따른 영어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증가하거나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영어를 점수화시키기 보다는 감점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결과로 인해 수학이나 탐구의 사교육이 증가하거나 고등학교 현장에서도 영어를 등한시하는 수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미 대학 입시의 흐름은 이러한 사항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째, 영어 수업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서울대는 이미 대입에서 수능 영어를 보지 않겠다고 일종의 선언을 한 셈이다. 만약 연고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들이 비슷한 방식의 점수 반영 방식을 따른다면 더 이상 영어 수업이 수능 대비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교육과정에 있는 본 수업이라면 교과서를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에 충실한 수업이 진행돼야 하며, 고등학교 영어교육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도록 읽기, 쓰기, 말하기 교육에 집중되어야 한다.
특히 방과 후 수업이라면 주제에 맞는 프로젝트 수업이나 토론 수업, 고전 읽기 등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설계하고 진행하며 발표하는 수업이 돼야 한다. 그리고 이런 수업 활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학교생활기록부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록돼야 한다. 앞으로 영어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도구는 학교생활기록부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영어 과목 내신 평가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교육부는 ‘학교 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교육부 훈령)’을 개정해 3월 4일 발표했다. 수행평가의 비중을 강화하고 지필평가 없이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응은 매우 다양하며, 국영수가 아닌 음미체를 중심으로 하는 예체능 과목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교육부가 수능 영어 절대평가와 맞물리는 시점에서 왜 수행평가를 확대하고, 지필 평가 없이 점수 산출이 가능하도록 훈령을 개정하는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성취도 평가를 전면 시행하기에 앞선 조치이며, 선다형 중심의 수능시험보다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평가된 사항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조처일 가능성이 높다.
성취도 평가가 전면 시행된다면 현재의 수능 중심 교실 수업으로는 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수행평가의 확대 실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어느 학교에서 빨리 영어 평가 시스템을 개선해 내실 있는 수행평가를 실시하느냐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개별 고등학교별로 영어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과 기회를 제공해 줘야 한다. 수능 중심의 대입준비는 수능 모의고사나 기출문제를 푸는 것으로 해결됐다. 하지만 정시에서 수능 영어영역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학생들에게 영어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과 학습기회를 제공해 줘야 한다.
특히 교내 영어경시대회의 방식이 현재의 일회성 문제풀이나 독해력을 측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읽기, 쓰기, 말하기를 전반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영어 관련 자율동아리 활동이나 특색활동을 확대 편성해 수능 위주의 학습에서 벗어나 실용적이고 사용할 수 있는 영어 학습이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런 활동내용이나 학습에 대한 사항은 학생부에 꼭 기록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2018학년도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과 서울대 정시 영어 반영 방법에 대한 발표 사항을 보면서 앞으로 대입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진단 및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이나 교육 당국에서 발표한 사항에 대해 단편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하다 보면 그 속에 담긴 팩트를 놓치기가 쉽다.
특히 언론매체들의 기사를 살펴보면 교육이나 입시에 대한 전문적인 혜안을 가지고 작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일단 기사 제목이 자극적이고 비판적이어야 클릭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본질을 호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입시에 대한 바른 이해나 대책은 그 동안의 교육 정책이나 입시정책의 큰 흐름 속에서 봐야 한다. 그러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