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구 기자 입력 2022.10.21 03:00 조선일보 햄버거 프랜차이즈 빅5 중 롯데리아를 제외한 맥도날드·버거킹·맘스터치·KFC 4곳이 줄줄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지만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프랜차이즈 햄버거 기업들은 코로나19로 배달과 혼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특수를 누려왔지만 코로나가 엔데믹(풍토병화)에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이다. 출생률이 급감한 데다 인스턴트 음식을 기피하는 웰빙 문화 확산도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반짝 특수를 누렸지만, 프리미엄 버거·저가 버거브랜드와의 경쟁 등 시장 포화로 향후 전망이 밝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료=금융감독원, 업계 추산 ◇프랜차이즈 빅5 중 4곳 매물로 ‘거리두기’로 다른 외식업계가 침체를 겪은 것과 달리 햄버거 업계가 배달·혼밥 트렌드의 반사이익을 누리자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몸값도 한껏 치솟았다. 작년 9월 가장 먼저 시장에 나온 버거킹은 몸값이 7000억원에 이르기도 했다. 2021년 전년 대비 각각 204%, 18.7% 증가한 6784억원의 매출과 248억원의 영업이익이 시장 평가를 받쳐줬다. 그러나 이후 경쟁 업체가 줄줄이 시장에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KG그룹이 올 초부터 KFC 매각을 진행 중이고, 작년 매출 8678억원(가맹점 포함 약 1조원)을 기록한 한국맥도날드도 지난 6월 매물로 나왔다. 한국 토종 브랜드 맘스터치, 빅4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수제버거 브랜드로 유명한 ‘바스버거’도 경영권 매각에 나섰다. ◇“코로나 반짝, 시장 포화로 M&A 단두대” 프랜차이즈 햄버거가 호실적을 자랑하면서 연달아 시장에 나왔지만 매각은 지지부진하다. 곡물·식용유 등 원부자재 값이 계속 오르고, ‘리오프닝’으로 배달 수요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길게는 1년 넘게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선협상자와 인수를 논의 중인 곳도 KFC 한 곳으로,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와 약 600억원 수준에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초 KG그룹의 인수금액(500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KG그룹은 애초 1000억원 수준 희망거래액을 제시했으나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가 반영됐다. 맘스터치의 최대주주인 케이엘앤파트너스는 지난 7월 선임했던 매각 주관사를 최근 교체하고 다음 달 예비입찰을 준비 중이다. 한국맥도날드(미래에셋증권), 버거킹(골드만삭스)도 계속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주관사 교체는 이례적인 일”이라며 “동종업계 매물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고, 최근 투자가 얼어붙으면서 일부 매물은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진행이 빠른 KFC의 매각 결과에 따라 다른 브랜드의 시장 가치도 재평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구 감소·웰빙 트렌드에…버거 브랜드 우후죽순 외국계 고급 수제버거들의 연이은 국내 진출과 편의점 ‘가성비’ 버거가 속속 등장하면서 국내 햄버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월 ‘고든램지 버거’가 문을 열었고, SPC가 운영하는 ‘쉐이크쉑’은 23호점까지 매장을 늘렸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인 ‘파이브가이즈’를 내년 상반기 중 들여오기로 했고 치킨 프랜차이즈 bhc도 이달 말 미국 수제버거 ‘슈퍼두퍼’의 국내 첫 매장을 연다. 출생률 감소에 따른 아동 인구 감소, 샐러드 등 웰빙 외식 식품과의 경쟁으로 햄버거 시장이 오히려 위축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토스트’ 전문 브랜드 이삭은 작년 7월 이삭버거를 시작했다가 가맹점 확장을 중단했고, 샤브샤브 브랜드 채선당도 작년 11월 ‘메이크버거’를 시작했다가 올해 문을 닫았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햄버거 브랜드가 하루 걸러 하나씩 생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데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M&A 시장이 크게 위축돼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