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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원(柳宗元;773-819)
당나라 하동해(河東解) 사람. 자는 자후(子厚)고, 유하동(柳河東) 또는 유유주(柳柳州)로도 불린다. 덕종(德宗) 정원(貞元) 9년(793) 진사 시험에 합격하고, 14년(798) 박학굉사과(博學宏詞科)에 급제했다. 집현전정자(集賢殿正字)로 있다가 남전위(藍田尉)로 옮기고, 감찰어사(監察御史)가 되었다. 왕숙문(王叔文)과 가깝게 사귀었다. 왕숙문이 정권을 잡자 예부원외랑(禮部員外郞)에 발탁되어 혁신 정치에 참여했다. 관직에 있을 때 한유(韓愈), 유우석(劉禹錫) 등과 친교를 맺었다. 혁신적 진보주의자로 왕숙문의 신정(新政)에 참여했지만 실패하여 영주사마(永州司馬)로 폄적(貶謫)되었다. 이런 좌절과 13년간에 걸친 변경에서의 생활이 그의 사상과 문학을 더욱 심화시켰다.
헌종(憲宗) 원화(元和) 10년(815) 유주자사(柳州刺史)로 옮겼다. 고문(古文)의 대가로 한유와 병칭되었지만 사상적 입장에서는 서로 대립되어 그는 합리주의적 입장을 취했다. 「천설(天說)」과 「비국어(非國語)」, 「봉건론(封建論)」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또 우언(寓言) 형식을 취한 풍자문(諷刺文)과 산수를 묘사한 산문에도 능했다. 저서에 『유하동집(柳河東集)』 45권과 『외집(外集)』 2권, 『보유(補遺)』 1권 등이 있다.
등류주성누기장정봉연사주자사(登柳州城樓寄漳汀封連四州刺史)
- 유종원(柳宗元;773-819)
유주성루에 올라 장 정 봉 연의 사주 자사에게-유종원(柳宗元;773-819)
城上高樓接大荒,(성상고누접대황), 성위의 높은 누대 넓은 들에 이어지고
海天愁思正茫茫.(해천수사정망망). 바다 같은 하늘엔 근심스런 생각 아득하여라
驚風亂?芙蓉水,(경풍난?부용수), 놀란 바람 어지러이 부용꽃 호수에 불어오고
密雨斜侵薜荔牆.(밀우사침벽려장). 굵은 비는 벽려풀 담장에 비스듬이 불어온다
嶺樹重遮千里目,(령수중차천리목), 고개 마루 나무는 거듭 천리 먼 시야를 가리고
江流曲似九回腸.(강류곡사구회장). 강의 물굽이 구절간장 되어 흘러간다
共來百越文身地,(공내백월문신지), 오랑캐 땅 백월, 문신하는 이곳까지 함께 오니
猶自音書滯一鄕.(유자음서체일향). 편지마저 막히는 고을이어라
어옹(漁翁)-유종원(柳宗元;773-819)
늙은 어부-유종원(柳宗元;773-819)
漁翁夜傍西岩宿(어옹야방서암숙),어옹은 밤에 서쪽 바위에 자고
曉汲淸湘燃楚燭(효급청상연초촉).새벽에 맑은 상수의 물 길어 대나무로 불 지핀다
煙銷日出不見人(연소일출부견인),안개 사라지고 해가 떠오르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欸乃一聲山水綠(애내일성산수녹).배 젓는 소리, 산과 물은 푸르기만 하다
回看天際下中流(회간천제하중류),머리 돌려 하늘 끝 바라보며 강 중간을 내려가니
岩上無心雲相逐(암상무심운상축).바위 위엔 무성한 구름만 서로 쫓아가네
계거(溪居)-유종원(柳宗元;773-819)
개울가에 살며-유종원(柳宗元;773-819)
久爲簪組累(구위잠조누), ; 오랫동안 공무에 얽매였다가
幸此南夷謫(행차남이적). ; 다행히 이 곳 남방으로 귀양왔구나
閑依農圃鄰(한의농포린), ; 한가히 의지하며 농가의 이웃이 되어
偶似山林客(우사산림객). ; 우연히 산속의 은자처럼 되었구나
曉耕翻露草(효경번노초), ; 이른 아침 밭 갈아 이슬 맺힌 풀을 뒤집고
夜榜響溪石(야방향계석). ; 저녁이면 개울가 돌을 울려 배 저어간다
來往不逢人(내왕부봉인), ; 올 때도 갈 때도 사람은 만나지 못하고
長歌楚天碧(장가초천벽). ; 남방의 푸른 하늘에 길게 노래를 불러본다
신예초사원독선경(晨詣超師院讀禪經)-유종원(柳宗元;773-819)
새벽 초사원에 나아가 경전을 읽다-유종원(柳宗元;773-819)
汲井漱寒齒(급정수한치), ; 우물물 길러 양치하고
淸心拂塵服(청심불진복). ; 마음 씻고 옷의 먼지 털어낸다
閑持貝葉書(한지패섭서), ; 한가로이 불경을 들고
步出東齋讀(보출동재독). ; 동제로 걸어가 읽는다
眞源了無取(진원료무취), ; 참된 진리는 찾지 못하고
妄跡世所逐(망적세소축). ; 세상 사람이 찾는 건 망령된 자취뿐
遺言冀可冥(유언기가명), ; 부처님 남긴 말씀에 부합되기를 바라나니
繕性何由熟(선성하유숙)? ; 성정을 닦음에 무엇을 쫓아야 완미해질까
道人庭宇靜(도인정우정), ; 도인의 뜰은 조용한데
苔色連深竹(태색련심죽). ; 푸른 이끼는 깊은 대나무 숲까지 이어져 있네
日出霧露餘(일출무노여), ; 해 뜨니 안개와 이슬이 여기저기 조금 남아있고
靑松如膏沐(청송여고목). ; 푸른 소나무들, 기름 발라 머리 감은 듯
澹然離言說(담연리언설), ; 마음이 평안하고 고요해져 말이 필요 없어
悟悅心自足(오열심자족). ; 깨달음에 기뻐 저절로 만족하네
멱라우풍(汩羅遇風)-유종원(柳宗元)
멱라에 부는 바람 맞아-유종원(柳宗元)
南來不作楚臣悲(남내부작초신비) : 남으로 와서 초나라 신하의 비애 만들지 않고
重入修門自有期(중입수문자유기) : 다시 장안의 수문에 드니 절로 기대가 되는구나.
爲報春風汩羅道(위보춘풍율나도) : 멱라강 길에 부는 봄바람에 알리어
莫將波浪枉明時(막장파낭왕명시) : 물결 일으켜 밝은 세상 잘못되게 하지 말라.
재상상강(再上湘江)-유종원(柳宗元)
다시 상강에 올라-유종원(柳宗元)
好在湘江水(호재상강수) : 잘 있었구나, 상강 물이여
今朝又上來(금조우상내) : 오늘 아침 또 올라왔어라.
不知從此去(부지종차거) : 모르겠구나, 이곳 떠나면
更遣幾年回(갱견기년회) : 다시 몇 년 지나야 돌아올까.
조추부도이월지파정상(詔追赴都二月至灞亭上)-유종원(柳宗元)
조서 따라 이월에 도읍으로 와 파정에 이르다-유종원(柳宗元)
十一年前南渡客(십일년전남도객) : 십일 년 전 남쪽으로 건너가던 나그네
四千里外北歸人(사천리외배귀인) : 사천 리 밖 북으로 돌아오던 사람이 되었구나.
詔書許逐陽和至(조서허축양화지) : 조서가 따뜻한 봄볕 몰아왔나
驛路開花處處新(역노개화처처신) : 역 가는 길에 꽃 피어 곳곳이 새롭구나.
독서(讀書)-유종원(柳宗元)
독서-유종원(柳宗元)
幽沈謝世事(유심사세사) : 깊숙이 잠겨 세상일 떠나
俯黙窺唐虞(부묵규당우) : 구부려 묵묵히 당우의 역사책 읽는다.
上下觀古今(상하관고금) : 상하로 고금의 일을 살펴보니
起伏千萬途(기복천만도) : 기복이 천만 번이었다.
遇欣或自笑(우흔혹자소) : 즐거운 일 만나면 혼자 웃음 짓고
感戚亦以吁(감척역이우) : 슬픈 일 만나면 또한 그 때문에 탄식했다.
縹帙各舒散(표질각서산) : 끈으로 맨 책이 각각 풀리어 흩어져
前后互相逾(전후호상유) : 전후가 서로 넘나들었다.
瘴痾擾靈府(장아요령부) : 열병이 오장육부를 어지럽히니
日與往昔殊(일여왕석수) : 날마다 지난날과는 다르구나.
臨文乍了了(림문사료료) : 글을 읽음에 잠시 동안은 명료하나
徹卷兀若無(철권올야무) : 책을 덮으면 거의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았다.
竟夕誰與言(경석수여언) : 밤새도록 누구와 함께 말을 나누랴
但與竹素俱(단여죽소구) : 다만 음악과 책과 함께할 뿐이었다.
倦極便倒臥(권극변도와) : 피곤에 지치면 곧 거꾸러 눕고
熟寐乃一蘇(숙매내일소) : 충분히 잠자다가 곧 다시 깨어난다.
欠伸展肢體(흠신전지체) : 기지개 켜며 다시 몸을 쭉 펴고
吟詠心自愉(음영심자유) : 시를 읊으니 마음이 절로 유쾌하다.
得意適其適(득의적기적) : 뜻을 얻어 그 합당함에 맞추려함이라
非願爲世儒(비원위세유) : 세상의 선비 되고자 원함이 아니다.
道盡卽閉口(도진즉폐구) : 도가 다하면 입을 다물고
蕭散捐囚拘(소산연수구) : 쓸쓸히 죄인으로 잡히어 구속되었다.
巧者爲我拙(교자위아졸) : 교활한 자는 나를 졸렬하다 하고
智者爲我愚(지자위아우) : 지혜로운 자는 나를 어리석다고 한다.
書史足自悅(서사족자열) : 책과 역사를 스스로 즐길 만하니
安用勤與劬(안용근여구) : 어찌 부지런하고 힘쓰지 않으리오.
貴爾六尺軀(귀이륙척구) : 너의 육척단구를 귀중히 생각하여
勿爲名所驅(물위명소구) : 명망에 쫓기는 사람 되지 말라.
동극유현소소(同隙牖懸蠨蛸)-유종원(柳宗元)
한가한 시간 창가에 모기장을 매어놓고-유종원(柳宗元)
庭除植蓬艾(정제식봉애) : 뜰에다가 쑥을 심고
隟牖懸蠨蛸(소유현소소) : 창가에는 모기장을 매어놓았다.
所賴山川客(소뢰산천객) : 믿을만한 산천 나그네 되어
扁舟枉長梢(편주왕장초) : 조각배 타고 긴 삿대 저어본다.
挹流敵淸觴(읍류적청상) : 흐르는 물 퍼마시니 맑은 술 같고
掇野代嘉肴(철야대가효) : 들나물 뜯어서 안주를 대신한다.
適道有高言(적도유고언) : 도에 맞으면 높은 언론을 펴고
取樂非弦匏(취낙비현포) : 음악을 하여도 거문고나 포가 아니었다.
逍遙屛幽昧(소요병유매) : 이리저리 다니며 어둡고 답답함 벗어나
淡薄辭喧呶(담박사훤노) : 담박한 생활로 시끄러움을 면한다.
晨雞不余欺(신계부여기) : 새벽 닭은 나를 속이지 않아
風雨聞嘐嘐(풍우문교교) : 비바람 속에서도 우는소리 들린다.
再期永日閑(재기영일한) : 한가한 긴 난들을 다시 바라며
提挈移中庖(제설이중포) : 나를 집안 생활 안으로 옮아가련다.
독교(獨覺)-유종원(柳宗元)
홀로 깨어-유종원(柳宗元)
覺來窗牖空(교내창유공) : 잠 깨니 창가에 고요하고
寥落雨聲曉(요낙우성효) : 새벽에 쓸쓸히 떨어지는 빗소리
良游怨遲暮(량유원지모) : 놀이 지는 봄이 원망스럽고
末事驚紛擾(말사경분요) : 하찮은 일로 분잡에 놀라노라.
爲問經世心(위문경세심) : 세상 다스리는 마음 물어보나
古人難盡了(고인난진료) : 옛사람도 다하기를 어려웠어라.
매우(梅雨)-유종원(柳宗元)
매화 비-유종원(柳宗元)
梅實迎時雨(매실영시우) : 매화 열매가 철에 맞는 비 맞아
蒼茫値晩春(창망치만춘) : 창망하게도 늦은 봄이 되었구나.
愁深楚猿夜(수심초원야) : 초나라 원숭이 우는 밤에 근심 깊어가고
夢斷越雞晨(몽단월계신) : 월나라 닭이 우는 새벽에 꿈이 깨어난다.
海霧連南極(해무련남극) : 바다의 안개 남극으로 닿아있고
江雲暗北津(강운암배진) : 강가의 구름에 북쪽 나루가 어둑하다.
素衣今盡化(소의금진화) : 흰 옷이 이제 다 변했으나
非爲帝京塵(비위제경진) : 황제 계신 서울의 먼지 때문은 아니어라.
유주이월용섭낙진우제(柳州二月榕葉落盡偶題)-유종원(柳宗元)
유주의 이월 보리수 잎이 다 떨어져 우연히 짓다-유종원(柳宗元)
宦情羈思共凄凄(환정기사공처처) : 관리의 마음, 얽힌 생각 모두가 처량하니
春半如秋意轉迷(춘반여추의전미) : 봄이 한창인데 가을처럼 마음이 혼미해진다.
山城過雨百花盡(산성과우백화진) : 산성에 지나간 비에 온갖 꽃이 지고
榕葉滿庭鶯亂啼(용섭만정앵난제) : 가득한 보리수 잎에 꾀꼬리 소리 어지럽다.
종류희제(種柳戱題)-유종원(柳宗元)
버드나무를 심고 장난으로 짓다-유종원(柳宗元)
柳州柳刺史(유주류자사) : 유주의 유자사
種柳柳江邊(종류류강변) : 유강 강가에 버드나무 심는다.
談笑爲故事(담소위고사) : 담소 나누던 일 옛 일 되고
推移成昔年(추이성석년) : 세월은 흘러 옛날이 되었어라.
垂陰當覆地(수음당복지) : 드리운 그림자 땅을 덮을 것이니
聳干會參天(용간회삼천) : 뻗어난 줄기는 하늘에 닿으리라.
好作思人樹(호작사인수) : 나무 심은 사람 생각하게 되리니
慚無惠化傳(참무혜화전) : 은혜와 덕화 전하지 못해 부끄러워라.
추효항남곡경황촌(秋曉行南谷經荒村)-유종원(柳宗元)
가을 아침 남곡을 걸어 황촌을 지나며-유종원(柳宗元)
杪秋霜露重(초추상노중) : 늦가을 이슬과 서리 심한데
晨起行幽谷(신기항유곡) : 새벽에 일어나 깊은 골짜기 걷는다.
黃葉覆溪橋(황섭복계교) : 누런 단풍 개울가 다리를 덮고
荒村唯古木(황촌유고목) : 황량한 고을에는 오래된 나무 뿐.
寒花疏寂歷(한화소적력) : 추위에 핀 꽃 성글어 쓸쓸하고
幽泉微斷續(유천미단속) : 그윽한 샘물소리 끊어지듯 이어진다.
機心久已忘(기심구이망) : 속된 마음 잊은 지 이미 오래인데
何事驚麋鹿(하사경미녹) : 무슨 일로 고라니와 사슴 놀라게 하나.
하초우후심우계(夏初雨后尋愚溪)-유종원(柳宗元)
여름 첫 비 내린 뒤 우계를 찾아-유종원(柳宗元)
悠悠雨初霽(유유우초제) : 지루하고도 지루한 비 개자
獨繞淸溪曲(독요청계곡) : 맑은 개울굽이를 혼자서 돌아본다.
引杖試荒泉(인장시황천) : 지팡이 짚고 거친 샘 헤쳐보고
解帶圍新竹(해대위신죽) : 허리끈 풀어 새로 자란 대나무 매본다.
沈吟亦何事(심음역하사) : 근심에 잠겨 소리내보나 무슨 소용
寂寞固所欲(적막고소욕) : 적막함이 진정 내가 바라는 것이라.
幸此息營營(행차식영영) : 이곳은 다행히도 쫓기는 일 없어 편하니
嘯歌靜炎燠(소가정염욱) : 노래를 불러보니, 찌는 듯한 더위 잔잔해진다.
영릉증리경원시어간오무능(零陵贈李卿元侍御簡吳武陵)-유종원(柳宗元)
영릉에서 시랑 이경원에게 주어 오무릉에게 편지하다-유종원(柳宗元)
理世固輕士(이세고경사) : 세상을 다스리는데 굳이 선비를 경시하여
棄捐湘之湄(기연상지미) : 상수의 물가로 이들을 내버렸다니.
陽光競四溟(양광경사명) : 맑은 햇볕이 온 바다에 가득한데
敲石安所施(고석안소시) : 부싯돌 불빛을 어디에 쓰리오.
鎩羽集枯干(쇄우집고간) : 깃 빠진 날개로 마른 나뭇가지에 앉아
低昂互鳴悲(저앙호명비) : 아래위로 나르며 서로 슬피 우는구나.
朔雲吐風寒(삭운토풍한) : 북쪽 구름 찬바람 토해내고
寂歷窮秋時(적력궁추시) : 적막하고 쓸쓸한 가을철이로다.
君子尙容與(군자상용여) : 군자들은 조용함과 여유를 숭상하나
小人守兢危(소인수긍위) : 소인들은 경쟁과 위험을 지키는구나.
慘凄日相視(참처일상시) : 처량하고 처참한 일 날마다 서로 보니
離憂坐自滋(리우좌자자) : 이별과 근심 앉아있어도 절로 불어난다.
尊酒聊可酌(존주료가작) : 동이 술은 그런대로 마실 만 하나
放歌諒徒爲(방가량도위) : 마음껏 노래 부르는 일, 정말 헛된 일이어라.
惜無協律者(석무협률자) : 음률 맞출 사람 아무도 없어 애석하니
窈眇弦吾詩(요묘현오시) : 깊숙하게 내 노래에 반주할 그 사람이여.
2006.06.09 15:15:59
과형산견신화개각기제(過衡山見新花開卻寄弟)-유종원(柳宗元)
형산을 지나다가 새 꽃이 피는 것을 보고 동생에게 부치다-유종원(柳宗元)
故國名園久別離(고국명원구별리) : 고향 땅 유명한 동산 이별한지 오래라
今朝楚樹發南枝(금조초수발남지) : 오늘 아침 초나라 땅, 나뭇가지 남으로 뻗었다.
晴天歸路好相逐(청천귀노호상축) : 돌아가는 길, 갠 하늘을 기분 좋게 서로 쫓는데
正是峰前回雁時(정시봉전회안시) : 바로 이때 봉우리 앞에서는 기러기도 돌아간다.
초추야좌증오무능(初秋夜坐贈吳武陵)-유종원(柳宗元)
초가을 밤에 홀로 앉아 오무릉에게 보내다-유종원(柳宗元)
稍稍雨侵竹(초초우침죽) : 조금씩 대가 대숲에 떨어지고
翻翻鵲驚叢(번번작경총) : 푸다닥푸다닥 까치가 떨기에 놀란다
美人隔湘浦(미인격상포) : 미인은 상수 물가에 떨어져 있고
一夕生秋風(일석생추풍) : 어느 날 저녁, 가을바람 이는구나.
積霧杳難極(적무묘난극) : 자욱한 안개 아득하여 끝을 모르고
滄波浩無窮(창파호무궁) : 푸른 물결 아득하여 끝이 없구나.
相思豈去遠(상사개거원) : 그리워라, 어찌 멀리 떠나갔나
卽席莫與同(즉석막여동) : 자리에 나가서는 함께 하지 못했구나.
若人抱奇音(야인포기음) : 그대는 뛰어난 소리 품고 있어
朱弦緪枯桐(주현긍고동) : 붉은 현로 땡땡한 거문고 줄을 켠다.
淸商激西顥(청상격서호) : 맑은 상성의 소리로 서호가를 켜면
泛灩凌長空(범염능장공) : 그 소리 넓게 높은 공중으로 퍼져간다.
自得本無作(자득본무작) : 자득한 소리지 억지로 만든 소리 아니고
天成諒非功(천성량비공) : 절로 이루어진 것이지 사람의 솜씨 아니다.
希聲閟大朴(희성비대박) : 희귀한 소리는 큰 질박함에 감춰 있으니
聾俗何由聰(농속하유총) : 귀먹은 속인들이야 어찌해야 총명해질까.
삼증류원외(三贈劉員外)-유종원(柳宗元)
유원외랑에게 세 번째 주다-유종원(柳宗元)
信書成自誤(신서성자오) : 책을 믿어서 스스로 잘못 되고
經事漸知非(경사점지비) : 일을 겪으면서 점차 잘못임을 알았다.
今日臨岐別(금일림기별) : 오늘 서로 갈림길에 섰으니
何年待汝歸(하년대여귀) : 어느 해에야 그대 모시고 돌아갈까.
중별몽득(重別夢得)-유종원(柳宗元)
몽득과 다시 이별하며-유종원(柳宗元)
二十年來萬事同(이십년내만사동) : 이십 년 동안 만사가 같았는데
今朝岐路忽西東(금조기노홀서동) : 오늘 아침 갈림길에 문득 다른 길 간다.
皇恩若許歸田去(황은야허귀전거) : 황제의 은혜로 고향에 돌아간다면
晩歲當爲鄰舍翁(만세당위린사옹) : 만년에서는 서로 이웃집 노인 되리라.
신예초사원독선일작련경(晨詣超師院讀禪一作蓮經)-유종원(柳宗元)
새벽에 초사원에 나아가 불경을 읽으며 경을 짓다-유종원(柳宗元)
汲井漱寒齒(급정수한치) : 우물 길어 양치하니 이가 시리고
淸心拂塵服(청심불진복) : 마음 맑게 하고 옷 먼지를 털어버린다
閑持貝葉書(한지패섭서) : 한가하게 경서를 손에 들고
步出東齋讀(보출동재독) : 걸어서 동재로 나와 읽는다.
眞源了無取(진원료무취) : 진리의 근원을 전혀 못 취하고
妄跡世所逐(망적세소축) : 세인들이 쫓는 것은 허망한 자취 뿐.
遺言冀可冥(유언기가명) : 남겨진 말들 명상을 기대하나
繕性何由熟(선성하유숙) : 마음을 다스림이 어찌해서 익숙한가.
道人庭宇靜(도인정우정) : 도인의 집과 뜰은 고요하고
苔色連深竹(태색련심죽) : 푸른 이끼 빛이 깊은 대숲에 이어있다.
日出霧露餘(일출무노여) : 해가 떠도 안내와 이슬이 남아있고
靑松如膏沐(청송여고목) : 푸른 소나나무 기름에 머리감은 듯하다.
澹然離言說(담연리언설) : 담담하게 말과 설명 안 해도
悟悅心自足(오열심자족) : 깨달은 기쁨에 마음은 절로 만족스럽다.
증강화장노(贈江華長老)-유종원(柳宗元)
강화장로에게 주다-유종원(柳宗元)
老僧道機熟(노승도기숙) : 노승의 도기가 무르익어
黙語心皆寂(묵어심개적) :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마음은 한적하다.
去歲別舂陵(거세별용릉) : 지난해에 용릉 땅을 떠나
沿流此投跡(연류차투적) : 강물 따라 이곳으로 발길을 던졌다.
室空無侍者(실공무시자) : 텅 빈 방에 모시는 자 아무도 없고
巾履唯挂壁(건리유괘벽) : 수건과 신만 벽에 걸려있었다.
一飯不願餘(일반부원여) : 한 그릇 밤외에 바르는 것 더 없고
跏趺便終夕(가부변종석) : 한 번 가부좌하면 저녁에야 끝낸다.
風窗疏竹響(풍창소죽향) : 바람부는 창가에 성긴 댓잎소리
露井寒松滴(노정한송적) : 이슬내린 우물에는 소나무 물방울이 차다.
偶地卽安居(우지즉안거) : 우연히 도착한 땅에서 안거에 드니
滿庭芳草積(만정방초적) : 뜰에 가득히 향기로운 풀이 쌓였다.
수루수재우거개원사조추월야병중견기(酬婁秀才寓居開元寺早秋月夜病中見寄)-유종원(柳宗元)
루수재가 개원사에 우거하면서 초가을 병 주에 보내온 시에 화답하다-유종원(柳宗元)
客有故園思(객유고원사) : 나그네에게 고향 생각 일어나
瀟湘生夜愁(소상생야수) : 소상에 밤중의 수심을 일으킨다.
病依居士室(병의거사실) : 병들어 거사의 방에 의지하며
夢繞羽人丘(몽요우인구) : 꿈속에 도인의 언덕을 맴돌고 있다.
味道憐知止(미도련지지) : 도를 음미함에는 지지를 어여삐 여기고
遺名得自求(유명득자구) : 이름을 남김도 스스로 구해야 얻는다.
壁空殘月曙(벽공잔월서) : 텅 빈 벽에 지는 달빛 밝고
門掩候蟲秋(문엄후충추) : 문 닫힌 풀벌레 우는 가을날이다.
謬委雙金重(류위쌍금중) : 쌍금의 귀함을 잘못 맡기니
難徵雞佩酬(난징계패수) : 잡패의 응수를 징계하기 어려워라.
碧霄無枉路(벽소무왕노) : 푸른 하늘에는 굽은 길 없으니
徒此助離憂(도차조리우) : 다만 이것이 이별의 근심 돋운다.
수조시어과상현견기(酬曹侍御過象縣見寄)-유종원(柳宗元)
수조시어과상현견기-유종원(柳宗元)
破額山前碧玉流(파액산전벽옥류) : 파안산 앞 벽옥 같은 물 흘러
騷人遙駐木蘭舟(소인요주목난주) : 아득히 시인묵객들의 배가 머물다.
春風無限瀟湘意(춘풍무한소상의) : 춘풍은 끝없이 소상강 생각 전하니
欲采蘋花不自由(욕채빈화부자유) : 가래꽃 따려도 뜻대로 되지 않아라.
유주기경중친고(柳州寄京中親故)-유종원(柳宗元)
유주에서 서울의 친구에게 부치다-유종원(柳宗元)
林邑山連瘴海秋(임읍산련장해추) : 임읍산이 장해로 이어지는 가을날
牂牁水向郡前流(장가수향군전류) : 장가수 강물은 고을을 향해 흘러간다.
勞君遠問龍城地(노군원문룡성지) : 수고롭게도 그대에게 용성지 묻는다면
正北三千到錦州(정배삼천도금주) : 북으로 삼천리쯤이 바로 금주 땅이어라.
동어사부도기친우(銅魚使赴都寄親友)-유종원(柳宗元)
동어사가 서울로에 가 친구에게 부치다-유종원(柳宗元)
行盡關山萬餘里(항진관산만여리) : 변경의 산을 만 리 길 걸어서
到時閭井是荒墟(도시려정시황허) : 도착해보니 마을은 황폐하여라.
附庸唯有銅魚使(부용유유동어사) : 의지해 지낼 자, 오직 동어사 뿐
此後無因寄遠書(차후무인기원서) : 이후로 멀리 편지 붙일 길 없어라.
춘회고원(春懷故園)-유종원(柳宗元)
봄날 고향을 그리며-유종원(柳宗元)
九扈鳴已晩(구호명이만) : 구호새 울음 운지 이미 늦어
楚鄕農事春(초향농사춘) : 초나라 고향은 농사철 봄날이라.
悠悠故池水(유유고지수) : 아득하여라, 먼 고향의 못물
空待灌園人(공대관원인) : 농원에 물댈 사람 덧없이 기다린다.
영릉춘망(零陵春望)-유종원(柳宗元)
영릉에서 봄날 바라보다-유종원(柳宗元)
平野春草綠(평야춘초녹) : 평야에 봄풀이 푸르고
曉鶯啼遠林(효앵제원림) : 새벽 꾀꼬리 먼 숲에서 운다.
日晴瀟湘渚(일청소상저) : 소상강 물가에 날이 개고
雲斷岣嶁岑(운단구루잠) : 구루봉에 구름이 끊어진다.
仙駕不可望(선가부가망) : 신선의 수레는 보이지 않고
世途非所任(세도비소임) : 세상일들이란 맡을 바가 못된다.
凝情空景慕(응정공경모) : 엉킨 마음에 한가한 경치 그립고
萬里蒼梧陰(만리창오음) : 만 리 먼 곳, 창오 들판은 어둑하다.
하주우작(夏晝偶作)-유종원(柳宗元)
여름 낮에 우연히 짓다-유종원(柳宗元)
南州溽暑醉如酒(남주욕서취여주) : 남주의 찌는 더위에 술 취한 듯
隱几熟眠開北牖(은궤숙면개배유) : 책상에 기댄 깊은 잠에 북창을 연다.
日午獨覺無余聲(일오독각무여성) : 내게 아무 소리 없음 혼자 알았더니
山童隔竹敲茶臼(산동격죽고다구) : 산촌 아이 대숲 너머 차 절구질 한다.
영릉조춘(零陵早春)-유종원(柳宗元)
영릉의 이른 봄날에-유종원(柳宗元)
問春從此去(문춘종차거) : 봄에게 묻노니, 이곳에서 떠나가면
幾日到秦原(기일도진원) : 며칠 만에야 진나라 언덕에 도착하나.
憑寄還鄕夢(빙기환향몽) : 봄에 기대어 고향 가고픈 꿈 부치니
殷勤入故園(은근입고원) : 은근히 고향 땅에 가고 싶어라.
호초상인견이절구(浩初上人見貽絶句)-유종원(柳宗元)
호초상인을 보고 절구를 지어드리다-유종원(柳宗元)
原題 : 浩初上人見貽絶句欲登仙人山在柳州因以酬之
珠樹玲瓏隔翠微(주수령롱격취미) : 구슬 같이 영롱한 나무 건너편에 푸른데
病來方外事多違(병내방외사다위) : 병들어 찾아온 방외인에게 되는 일이 없어라.
仙山不屬分符客(선산부속분부객) : 신선은 속하지 않아 객에게 부탁하노니
一任凌空錫杖飛(일임능공석장비) : 하늘 건너 석장 날리는 이를 일임하노라.
여호초상인동간산기경화친고(與浩初上人同看山寄京華親故)-유종원(柳宗元)
호초산인과 산을 바라보며 서울의 친구에게 부치다-유종원(柳宗元)
海畔尖山似劍鋩(해반첨산사검망) : 칼 끝 같은 바닷가 산들
秋來處處割愁腸(추내처처할수장) : 가을이라 곳곳에 향수로 애간장 끊어진다.
若爲化得升千億(야위화득승천억) : 만약 이 몸이 천억 개로 변한다면
散上峰頭望故鄕(산상봉두망고향) : 봉우리에 흩어져 올라 고향 바라보리라.
교거세모(郊居歲暮)-유종원(柳宗元)
세모에 교외에서-유종원(柳宗元)
屛居負山郭(병거부산곽) : 산성을 등지고 숨어 사니
歲暮驚離索(세모경리삭) : 세모에 집 떠난 쓸쓸함에 놀란다.
野逈樵唱來(야형초창내) : 들판 아득히 나뭇꾼 소리 들리고
庭空燒燼落(정공소신낙) : 빈 뜰에는 타들어간 불똥이 떨어진다
世紛因事遠(세분인사원) : 세상 분란함도 일 따라 멀어지고
心賞隨年薄(심상수년박) : 마음의 느낌도 해마다 엷어진다.
黙黙諒何爲(묵묵량하위) : 말없이 생각하니 정녕 무엇을 하겠나
徒成今與昨(도성금여작) : 다만 헛되이 오늘과 내일이 정해진다.
홍초(紅蕉)-유종원(柳宗元)
붉은 화초-유종원(柳宗元)
晩英値窮節(만영치궁절) : 늦게 핀 꽃 세모를 당하여
綠潤含朱光(녹윤함주광) : 푸른 윤기에 붉은 빛을 머금었구나.
以茲正陽色(이자정양색) : 이것으로 양의 빛을 고루니
窈窕凌淸霜(요조능청상) : 조용해도 맑은 서리 능가한다.
遠物世所重(원물세소중) : 먼 곳 물건이라 사람들 귀히 여기나
旅人心獨傷(려인심독상) : 나그네 처지라 마음이 홀로 괴로워라.
回暉眺林際(회휘조림제) : 반사되는 햇살에 숲 끝을 바라보니
戚戚無遺芳(척척무유방) : 남는 향기 전혀 없어 쓸쓸하기만 하다.
남중영귤유(南中榮橘柚)-유종원(柳宗元)
남쪽 땅에는 귤나무 무성한데-유종원(柳宗元)
橘柚懷貞質(귤유회정질) : 귤나무는 곧은 자질 지녀
受命此炎方(수명차염방) : 명을 받아 이곳 더운 지방에 산다.
密林耀朱綠(밀림요주녹) : 빽빽한 숲에 붉고 푸르게 빛나고
晩歲有余芳(만세유여방) : 세모에도 남은 향기 풍겨온다.
殊風限淸漢(수풍한청한) : 한수를 한계로 바람이 다르고
飛雪滯故鄕(비설체고향) : 날리는 눈발은 고향 갈 길 막는다.
攀條何所嘆(반조하소탄) : 가지를 잡고 한탄함은 무슨 까닭인가
北望熊與湘(배망웅여상) : 북쪽으로 웅산과 상산을 바라본다.
희제계전작약(戱題階前芍藥)-유종원(柳宗元)
재미로 섬돌 앞 작약을 노래하다-유종원(柳宗元)
凡卉與時謝(범훼여시사) : 꽃들은 시절 따라 시들고
姸華麗茲晨(연화려자신) : 아름다운 꽃은 이 새벽이 곱구나.
攲紅醉濃露(기홍취농노) : 늘어진 꽃송이 짙은 이슬에 취한 듯
窈窕留余春(요조류여춘) : 고요한 이 모습에 나의 봄이 머문다.
孤賞白日暮(고상백일모) : 홀로 즐기다 해는 저물어가고
暄風動搖頻(훤풍동요빈) : 따뜻한 바람이 자주 흔들며 분다.
夜窗藹芳氣(야창애방기) : 밤 창에 어리는 꽃향기
幽臥知相親(유와지상친) : 가만히 누워보니 서로 친함을 알겠다.
願致溱洧贈(원치진유증) : 진유 땅에서 작약을 보내드리고 싶으나
悠悠南國人(유유남국인) : 아득히 멀리 사는 남국 땅 사람이여.
조매(早梅)-유종원(柳宗元)
일찍 핀 매화-유종원(柳宗元)
早梅發高樹(조매발고수) : 일찍 핀 매화 높은 가지에 피니
逈映楚天碧(형영초천벽) : 아득히 초나라 푸른 하늘에 비치는구나.
朔吹飄夜香(삭취표야향) : 불어오는 북풍에 밤 향기가 날리고
繁霜滋曉白(번상자효백) : 무성한 서리는 아침에 더욱 희다.
欲爲萬里贈(욕위만리증) : 만 리 먼 곳으로 보내드리고 싶어도
杳杳山水隔(묘묘산수격) : 아득히 산과 물에 막혀있구나.
寒英坐銷落(한영좌소낙) : 차가운 꽃송이 곧 시들어 떨어지니
何用慰遠客(하용위원객) : 어찌해야 먼 손님을 위로해 드리나.
상산린노유고송(商山鄰路有孤松)-유종원(柳宗元)
남산 인접로의 소나무-유종원(柳宗元)
원제: 商山鄰路有孤松往來斫以爲明好事鄰化編竹成楥遂其生植感而賦詩
孤松停翠蓋(고송정취개) : 외로운 소나무 푸름이 머물고
托根臨廣路(탁근림광노) : 뿌리는 넓은 길에 심겨있다.
不以險自防(부이험자방) : 험악함으로 스스로 막지 못하고
遂爲明所誤(수위명소오) : 마침내 잘못된 바라를 밝히게 되었다.
幸逢仁惠意(행봉인혜의) : 다행히 인자한 마음 난나게 되어
重此藩籬護(중차번리호) : 이를 귀하게 여겨 울타리 쳐 보호하였다.
猶有半心存(유유반심존) : 여전히 마음이 절반만 남아있어도
時將承雨露(시장승우노) : 때맞춰 비와 이슬의 은택을 받으리라.
유주성서배우종감수(柳州城西北隅種柑樹)-유종원(柳宗元)
유주 서북 모퉁이에 감나무를 심다-유종원(柳宗元)
手種黃柑二百株(수종황감이백주) : 황감나무 이백 그루를 직접 심으니
春來新葉偏城隅(춘내신섭편성우) : 봄 되자 새 잎이 성 모퉁이에 무성하다.
方同楚客憐皇樹(방동초객련황수) : 초객과 함께 황수를 그리워함과 같아
不學荊州利木奴(부학형주리목노) : 형주의 목노를 이롭게 함을 배우지 못하는구나.
幾歲開花聞噴雪(기세개화문분설) : 몇 해가 되어야 꽃 피워서 눈같이 품는 향기 맡고
何人摘實見垂珠(하인적실견수주) : 어떤 사람이 열매 따서 매달린 구슬 볼 것인가.
若敎坐待成林日(야교좌대성림일) : 만약에 앉은채로 성목이 되는 날을 기다리게 하여도
滋味還堪養老夫(자미환감양노부) : 그 재미는 그래도 늙은 지아비 봉양하게 되리라.
경표모묘(經漂母墓)-유종원(柳宗元)
빨래하던 여인의 무덤을 지나며-유종원(柳宗元)
昔賢懷一飯(석현회일반) : 옛 현인이 한 끼를 먹었나니
玆事已千秋(자사이천추) : 이 일이 이미 천 번 가을이 지났어라.
古墓樵人識(고묘초인식) : 옛 무덤을 나무꾼이 알아보고
前朝楚水流(전조초수류) : 전 왕조에 초 나라 물이 흘렀어라.
渚蘋行客薦(저빈행객천) : 물가의 마름은 지나가는 나그네 자리요
山木杜鵑愁(산목두견수) : 산 나무는 두견새의 근심이어라.
春草茫茫綠(춘초망망록) : 봄 풀은 망망히 푸르나니
王孫舊此游(왕손구차유) : 왕손도 옛날에는 여기서 놀았어라.
입황계문원(入黃溪聞猿)-유종원(柳宗元)
황계에 들어 원숭이 소리를 듣다-유종원(柳宗元)
溪路千里曲(계노천리곡) : 개울길 천 리나 굽어있는데
哀猿何處鳴(애원하처명) : 애�㉯� 원숭이 울음소리 울리는가.
孤臣淚已盡(고신누이진) : 외로운 신하의 눈물 이미 다 말랐는데
虛作斷腸聲(허작단장성) : 부질없이 들려오는 애간장 끊는 소리.
우청지강도(雨晴至江渡)-유종원(柳宗元)
비 개자 강을 건너다-유종원(柳宗元)
江雨初晴思遠步(강우초청사원보) : 강에 비 개자 먼 길 떠날까 생각하여
日西獨向愚溪渡(일서독향우계도) : 해는 서쪽으로 지는데 홀로 우계를 건넌다.
渡頭水落村徑成(도두수낙촌경성) : 나룻머리에는 물이 줄어 고을 길이 드러나고
撩亂浮槎在高樹(요난부사재고수) : 요란한 뗏목이 높은 나무에 걸려있다.
계거(溪居)-유종원(柳宗元)
개울가에 살면서-유종원(柳宗元)
久爲簪組累(구위잠조누) : 오랫동안 관복에 누가 되었다가
幸此南夷謫(행차남이적) : 다행히도 이곳 남이에 핍적되었다.
閑依農圃鄰(한의농포린) : 한가히 농포와 이웃되어 사니
偶似山林客(우사산림객) : 우연히 산림객과 같아라.
曉耕翻露草(효경번노초) : 새벽에 이슬 내린 풀을 갈아 엎고
夜榜響溪石(야방향계석) : 밤에는 배 띄우는 소리 개울가 바위에서 들린다.
來往不逢人(내왕부봉인) : 오가도 사람 하나 못 만나니
長歌楚天碧(장가초천벽) : 초나라 하늘은 푸르기만 한데 길게 노래부른다.
염계(冉溪)-유종원(柳宗元)
염계-유종원(柳宗元)
少時陳力希公侯(소시진력희공후) : 젊어서 힘을 다해 공후 되기를 바랐지만
許國不復爲身謀(허국부복위신모) : 국가에서는 다시 나의 계책을 못 쓰게 한다.
風波一跌逝萬里(풍파일질서만리) : 세상풍파 잘못 디뎌 만 리 밖으로 밀려나
壯心瓦解空縲囚(장심와해공류수) : 장한 마음 와해되고 부질없이 묶인 죄수 되었다.
縲囚終老無余事(유수종노무여사) : 묶인 죄수 늙어가도 다른 일 하나 없으니
願卜湘西冉溪地(원복상서염계지) : 원컨대, 상서의 염계 땅을 잡아
卻學壽張樊敬侯(각학수장번경후) : 문득 수장 번경후를 배워
種漆南園待成器(종칠남원대성기) : 남원에 옻나무 심고 그릇 이루기 기다리리라.
어옹(漁翁)-유종원(柳宗元)
고기 잡는 노인-유종원(柳宗元)
漁翁夜傍西岩宿(어옹야방서암숙) : 어옹은 밤을 서암 곁에서 묵고
曉汲淸湘燃楚竹(효급청상연초죽) : 새벽엔 맑은 상수를 길어다가 초죽을 태운다.
煙銷日出不見人(연소일출부견인) : 연기 사라지고 해가 떠도 사람은 보이지 않고
欸乃音襖靄一聲山水綠(애내음오애일성산수녹) : 어여차 한소리에 산수만 푸르러간다.
回看天際下中流(회간천제하중류) : 하늘 끝 돌아보며 중류로 내려가니
岩上無心雲相逐(암상무심운상축) : 바위 위로는 무심하게 구름만 쫓아간다.
여최책등서산(與崔策登西山)-유종원(柳宗元)
최책과 서산에 오라-유종원(柳宗元)
鶴鳴楚山靜(학명초산정) : 초산은 고요한데 학 울음소리
露白秋江曉(노백추강효) : 가을 강의 새벽 이슬은 희다.
連袂度危橋(련몌도위교) : 옷소매 맞대고 높은 다리를 건너는데
縈回出林杪(영회출림초) : 꼬불꼬불 돌아 숲풀 끝을 빠져나간다.
西岑極遠目(서잠극원목) : 서쪽 산봉우리에서는 먼 곳까지 보이고
毫末皆可了(호말개가료) : 털끝 만한 것도 모두 보인다.
重疊九疑高(중첩구의고) : 중첩된 구의산 산봉우리 높기도 하고
微茫洞庭小(미망동정소) : 아득한 동정호는 작게만 보인다.
逈窮兩儀際(형궁량의제) : 음양의 끝이 멀리 다하여 있고
高出萬象表(고출만상표) : 온갖 물상들이 밖으로 높이 솟아있다.
弛景泛頹波(이경범퇴파) : 느긋한 경치는 널리 물결에 부서지고
遙風遞寒筱(요풍체한소) : 멀리 부는 바람이 차가운 대나무에 스친다.
謫居安所習(적거안소습) : 귀양살이가 어찌 익숙한 곳이리오
稍厭從紛擾(초염종분요) : 황량한 마음 따라 사는 일도 점점 싫어진다.
生同胥靡遺(생동서미유) : 삶을 서마처럼 버린다 해도
壽比彭鏗夭(수비팽갱요) : 목숨은 팽갱보다 더 질기구나.
蹇連困顚踣(건련곤전북) : 액운에 자빠지고 넘어지는 어려움 당해도
愚蒙怯幽眇(우몽겁유묘) : 어리석어 깊숙하고 묘한 일 겪기 겁난다.
非令親愛蔬(비령친애소) : 친숙한 사람 멀어지게 하지 않는다면
誰使心神悄(수사심신초) : 누가 내 마음을 근심스럽게 하겠는가.
偶茲遁山水(우자둔산수) : 우연히 산수에 숨어들어
得以觀魚鳥(득이관어조) : 물고기와 새들을 볼 수 있다.
吾子幸淹留(오자행엄류) : 그대가 다행히 머물러 기다려 준다면
緩我愁腸繞(완아수장요) : 마음속에 둘러쌓인 내 근심을 늦추어주리라.
희제석문장노동헌(戱題石門長老東軒)-유종원(柳宗元)
석문장로의 동헌에서 재미로 짓다-유종원(柳宗元)
石門長老身如夢(석문장노신여몽) : 석문장로의 몸은 꿈 같아
旃檀成林手所種(전단성림수소종) : 전단은 숲을 이루었는데 직접 심은 것이다.
坐來念念非昔人(좌내념념비석인) : 앉아서 생각할 때마다 옛 사람 이니니
萬遍蓮花爲誰用(만편련화위수용) : 만번 원화경을 외워도 누구를 위할 것인가.
如今七十自忘機(여금칠십자망기) : 지금 칠십 세라, 스스로 세상일 잊고
貪愛都忘筋力微(탐애도망근력미) : 탐욕과 애욕을 모두 잊고 근력도 쇠했어리라.
莫向東軒春野望(막향동헌춘야망) : 동헌을 향해 봄들판 바라보지 마시오
花開日出雉皆飛(화개일출치개비) : 꽃 피고 해 뜨면 꿩들도 모두 날아가 버리리라.
중야기망서원치월상(中夜起望西園値月上)-유종원(柳宗元)
한밤에 일어나 서원에서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다-유종원(柳宗元)
覺聞繁露墜(각문번노추) : 깨어나자 들리는 우두둑 이슬 떨어지는 소리
開戶臨西鴛(개호림서원) : 방문 열고 서원을 바라본다.
寒月上東岭(한월상동령) : 차가운 달은 돌령에서 솟아오르고
冷冷疏竹根(냉냉소죽근) : 냉냉한 기운 대나무 뿌리에 성글게 맺혔다.
石泉遠逾聲(석천원유성) : 돌샘의 물소리 멀리 더욱 크지고
山鳥時一喧(산조시일훤) : 산새는 가끔 한 번씩 울어댄다.
倚楹遂至旦(의영수지단) : 기둥에 기댄채로 마침 아침이 되니
寂寞將何言(적막장하언) : 이 적막함을 장차 무슨 말로 표현할까.
남간중제(南澗中題)-유종원(柳宗元)
남쪽 계곡 안에서 짓다-유종원(柳宗元)
秋氣集南澗(추기집남간) : 가을 기운이 남쪽 계곡에 모여 있는데
獨游亭午時(독유정오시) : 혼자서 오후를 정자에 노닌다.
回風一蕭瑟(회풍일소슬) : 회오리바람에 전체가 쓸쓸하고
林影久參差(림영구삼차) : 숲의 그늘이 오랫동안 어지럽게 흔들린다.
始至若有得(시지야유득) : 처음 와서부터 마음에 흡족했는데
稍深遂忘疲(초심수망피) : 점점 깊어져 마침내 피로도 잊었다.
羈禽響幽谷(기금향유곡) : 숲에 갇힌 새들의 소리 깊숙한 계곡에서 들리고
寒藻舞淪漪(한조무륜의) : 차가운 마름 풀은 물무늬를 그리며 춤추듯 한다.
去國魂已遠一作游(거국혼이원일작유) : 장안을 떠난 내 넋은 이미 멀리서 노는데
懷人淚空垂(회인누공수) : 그리운 사람 생각하니 쓸쓸한 눈물이 떨어진다.
孤生易爲感(고생역위감) : 고독한 삶이라 쉽게 감상에 빠지고
失路少所宜(실노소소의) : 길을 잃은지라 마땅히 여기는 일도 적구나.
索寞竟何事(삭막경하사) : 이 삭막함은 끝내 무엇인가
徘徊只自知(배회지자지) :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스스로 짐작할 뿐이라.
誰爲後來者(수위후내자) : 뒤에 찾아올 자 누구이런가
當與此心期(당여차심기) : 마땅히 이런 마음에 맞는 사람을 기대해본다.
하초우후심우계(夏初雨後尋愚溪)-유종원(柳宗元)
여름 비가 개어 우계를 찾아-유종원(柳宗元)
悠悠雨初霽(유유우초제) : 끊임없이 내리던 비 개이자
獨繞淸溪曲(독요청계곡) : 홀로 맑은 개울 구비 둘러본다.
引杖試荒泉(인장시황천) : 지팡이 가져다 거친 샘물 재어보고
解帶圍新竹(해대위신죽) : 허리띠 풀어 새 대나무 감아본다.
沈吟亦何事(심음역하사) : 생각에 잠기니 이 또한 무슨 일일까
寂寞固所欲(적막고소욕) : 적막함은 원래 바라던 바이었다.
幸此息營營(행차식영영) : 다행히 이곳에서 분주함을 그치고
嘯歌靜炎燠(소가정염욱) : 휘파람 불고 노래하니 더위가 가신다.
남유감흥(南遊感興)-유종원(柳宗元)
남쪽 유람의 감흥-유종원(柳宗元)
傷心欲問前朝事(상심욕문전조사) : 마음이 아파 지난 왕조의 일 묻고 싶은데
惟見江流去不回(유견강류거불회) : 강물은 흘러 다시 돌아오지 못함만 보았어라.
日暮東風春草綠(일모동풍춘초록) : 날은 저무는데 봄바람에 초목은 푸르고
慈姑飛上越玉臺(자고비상월옥대) : 자고새는 높이 월왕대를 날아오르는구나.
상양궁(上陽宮)-유종원(柳宗元)
상양궁-유종원(柳宗元)
愁雲漠漠草離離(수운막막초리리) : 구름은 아득하고 초목은 무성한데
太乙句陳處處疑(태을구진처처의) : 대을성과 구진성이 곳곳에 있는 듯하다.
日暮毁垣春雨裏(일모훼원춘우리) : 저무는 무너진 담장에 봄비 내리는데
殘花猶發萬年枝(잔화유발만년지) : 남은 꽃은 여전히 오래된 가지에 피어있다.
복익서동송인(伏翼西洞送人)-유종원(柳宗元)
복익의 서쪽 골짜기에서 사람을 전송하며-유종원(柳宗元)
洞裏春晴花正開(동리춘청화정개) : 골짜기에 봄날은 개고 꽃이 한창 인데
看花出洞幾時回(간화출동기시회) : 꽃을 보며 골짜기 나가니 언제나 돌아오나.
慇懃好去武陵客(은근호거무릉객) : 은근히 무릉객을 기꺼이 떠나보내니
莫引世人相逐來(막인세인상축래) : 세상 사람들 끌어들여 따라오게 하지 말라.
하주우작(夏晝偶作)-유종원(柳宗元)
여름 대낮에 우연히 짓다-유종원(柳宗元)
南州溽暑醉如酒(남주욕서취여주) : 남쪽 고을 무더위 술 취한 듯
隱几熟眠開北牖(은궤숙면개배유) : 평상에 기댄 깊은 잠, 북창을 열었다.
日午獨覺無余聲(일오독각무여성) : 정오에 혼자 깨니 아무 소리 없는데
山童隔竹敲茶臼(산동격죽고다구) : 산 아이는 대숲 너머에서 차를 빻는다.
여호초상인동간산기경화친고(與浩初上人同看山寄京華親故)-유종원(柳宗元)
호초 상인과 산 구경하고 서울 친구에게 보내다-유종원(柳宗元)
海畔尖山似劍鋩(해반첨산사검망) : 바닷가 뾰족한 산, 칼끝 같아
秋來處處割愁腸(추내처처할수장) : 가을이 오니 곳곳에 끊어지듯 서글픈 마음
若爲化得身千億(야위화득신천억) : 만약에 내 몸이 천 억 개가 된다면
散上峰頭望故鄕(산상봉두망고향) : 흩어져 산봉우리에 올라 고향 땅 바라보리라.
동어사부도기친우(銅魚使赴都寄親友)-유종원(柳宗元)
동어사가 서울로 가기에 친구에게 편지하다-유종원(柳宗元)
行盡關山萬里余(항진관산만리여) : 관산의 만여 리 길 모두 지나
到時閭井是荒墟(도시려정시황허) : 도착할 때는 거리가 모두 황폐하였다.
附庸唯有銅魚使(부용유유동어사) : 부용국에는 오직 동어사만 있었는데
此後無因寄遠書(차후무인기원서) : 이 후에는 멀리 편지 보낼 일이 없으리.
수조시어과상현견기(酬曹侍御過象縣見寄)-유종원(柳宗元)
조 시어사에게 수답하여-유종원(柳宗元)
破額山前碧玉流(파액산전벽옥류) : 파액산 앞에 벽옥 같은 물 흘러
騷人遙駐木蘭舟(소인요주목난주) : 시인들은 멀리 목란주를 탔도다.
春風無限瀟湘意(춘풍무한소상의) : 봄바람에 끝없는 소상 생각
欲采蘋花不自由(욕채빈화부자유) : 마름을 캐려고 해도 마음대로 못한다.
추효행남곡경황촌(秋曉行南谷經荒村)-유종원(柳宗元)
가을 아침 남곡으로 가며 황촌을 지나다-유종원(柳宗元)
杪秋霜露重(초추상로중) : 늦가을 서리와 이슬 잇달고
晨起行幽谷(신기행유곡) : 새벽 일어나 깊은 골짜기로 가다
黃葉覆溪橋(황엽복계교) : 누런 단풍잎 계곡 다리를 덮고
荒村惟古木(황촌유고목) : 황폐한 고을에는 오직 고목만 남았다
寒花疎寂歷(한화소적력) : 겨울꽃은 드물어 적막하고
幽泉微斷續(유천미단속) : 깊숙한 샘물 끊졌다 흘렀다 한다
機心久已忘(기심구이망) : 타산적 마음은 잊은지 오래인데
何事驚糜鹿(하사경미록) : 무슨 일로 사슴과 고라니에 놀라리오
우후효행(雨後曉行)-유종원(柳宗元)
비 내린 뒤 새벽에 가다-유종원(柳宗元)
宿雲散洲渚(숙운산주저) : 구름은 물가로 흩어지고
曉日明村塢(효일명촌오) : 새벽 달은 고을 둑을 비춘다
高樹林淸池(고수임청지) : 맑은 못가에 큰 나무숲 우거지고
風驚夜來雨(풍경야래우) : 바람은 밤에 내린 비에 놀란다
予心適無事(여심적무사) : 내 마음 마침 한적하여
偶此成賓主(우차성빈주) : 여기서 우연히 주인과 손님 되었다
법화사서정야음(法華寺西亭夜飮)-유종원(柳宗元)
법화사 서편 정자에서 밤에 술을 마시며-유종원(柳宗元)
祗樹夕陽亭(지수석양정) : 지수 땅, 석양의 정자에서
共傾三昧酒(공경삼매주) : 함께 삼매의 술을 마시노라
霧暗水連階(무암수연계) : 어둑한 안개, 물은 계단까지 잇고
月明花覆牖(월명화복유) : 밝은 달, 꽃은 창을 덮는구나
莫厭樽前醉(막염준전취) : 술동이 앞에서 취하는 것 싫어하지 말게나
相看未白鬚(상간미백수) : 우리 마주 바라보아도 백발은 되지 않았느니라
유주이월용엽진락우제(柳州二月榕葉盡落偶題)-유종원(柳宗元)
유주의 이월에 용나무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유종원(柳宗元)
宦情羈思共悽悽(환정기사공처처) : 벼슬아치 나그네 심사 모두가 쓸쓸하여
春半如秋意轉迷(춘반여추의전미) : 봄이 한창인데 가을 같아 마음 더욱 아득하다
山城過雨白花盡(산성과우백화진) : 산성에 비 내리니 온갖 꽃이 지고
榕葉滿庭鶯亂啼(용엽만정앵난제) : 정원 가득 보리수 잎에 꾀꼬리 울음만 어지럽다.
남간중제(南磵中題)-유종원(柳宗元)
남간 가운데서 시를 짓다-유종원(柳宗元)
秋氣集南磵(추기집남간) : 가을바람 남쪽 골짜기 물에 불어들고
獨遊享午時(독유향오시) : 홀자 거닐며 낮을 즐기고 있다
廻風一蕭瑟(회풍일소슬) : 몰아치는 바람에 온통 소슬해지고
林景久參差(임경구참치) : 숲에서 새어나오는 햇빛은 오랫동안 들쭉날쭉
始至若有得(시지약유득) : 처음 왔을 때 마음에 들엇지만
秒深遂忘疲(초심수망피) : 조금씩 깊이 듦에 더욱 피로를 잊는다
羈禽響幽谷(기금향유곡) : 집 잃은 새의 울음 골짜기 울리고
寒藻舞淪漪(한조무윤의) : 차가운 마름은 물결에 춤추듯 나부낀다.
去國魂已遠(거국혼이원) : 고향 떠나있어 고향생각 아득해지고
懷人淚空垂(회인루공수) : 친구들 생각하니 눈물이 쏟아진다.
孤生易爲感(고생이위감) : 외로운 인생이라 감상에 쉽게 젖고
失路少所宜(실로소소의) : 벼슬길 잃어 마땅히 있을 곳이 없다.
索莫竟何事(색막경하사) : 막연하니 끝내 무슨 일을 해야하나
徘徊祇自知(배회기자지) : 배회하며 다만 마음을 달래어본다
誰爲後來者(수위후래자) : 누가 뒤에 이곳에 와
當與此心期(당여차심기) : 더불어 이 마음 알아줄까나
田家(전가)-柳宗元(유종원)
시골집-柳宗元(유종원)
籬落隔煙火(리락격연화) : 울타리 사이로 연기와 불빛 비치니
農談四隣夕(농담사린석) : 농사 이야기로 사방 이웃이 저녁이 되었다
庭際秋蛩鳴(정제추공명) : 뜰에서는 가을 귀뚜라미 울어대고
疎麻方寂歷(소마방적력) : 성긴 삼대는 너무 쓸쓸하다
蠶絲盡輸稅(잠사진수세) : 누에고치를 모두 세금으로 실어가니
機杼空倚壁(기저공의벽) : 베틀은 벽에 세워만 두네
里胥夜經過(이서야경과) : 이장이 밤에 마을을 돌아다니니
鷄黍事宴席(계서사연석) : 닭고기 기장밥으로 술자리 대접한다
各言長官峻(각언장관준) : 모두 말하기를, 장관은 엄하여
文字多督責(문자다독책) : 명령하는 문서에 독촉과 질책의 말이 많다 하네
東鄕後租期(동향후조기) : 동쪽 마을에서는 세금 기일 미루어
車轂陷泥澤(거곡함니택) : 수레바퀴 진흙에 빠진 듯 어려워졌다네
公門少推怨(공문소추원) : 관청에서는 어려운 형편 생각해주는 일 드물고
鞭扑恣狼藉(편복자낭자) : 매질을 함부로 한다네
努力愼經營(노력신경영) : 열심히 일하되 조심해서 해야 하니
肌膚眞可惜(기부진가석) : 사람의 몸은 정말 소중한 것이라
新迎在此歲(신영재차세) : 새로 맞이하는 올해의 추수가
惟恐踵前跡(유공종전적) : 지난 해 같이 될까 두려울 뿐이네
강설(江雪)-유종원(柳宗元;773-819)
강에 내리는 눈-유종원(柳宗元;773-819)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온 산에 새는 날지 않고
萬徑人蹤滅.(만경인종멸). 모든 길엔 사람 발길 끊어졌다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 외로운 배에 삿갓 쓴 노인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눈 내려 차가운 강에 홀로 낚시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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