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아 국회의원 글 "펌"
[20대 국회를 마치며]
내일(5월 20일)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미 하나 둘씩 정리는 하고 있었지만 내일 마지막 본회가 실질적인 “임기 종료”가 될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니 20대 국회 첫 본회의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또 긴장을 해서였나 봅니다. 그렇지만 마지막 본회의는 또렷이 기억이 날 것 같습니다. 4년 동안 본회의장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사건 사고들의 기억이 켭켭이 쌓인 공간이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20대 국회가 최악이었다고들 혹평을 하지만 저는 20대 국회에 함께했던 모든 동료 및 선배의원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면 당대의 국회는 최악이었습니다. 세상 만사가 다 그렇듯이 국회도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언론에 기사화되지 않은 크고 작은 회의들의 속기록, 의원 한사람 한사람이 발표한 성명서나 보도자료중에는 지금은 평가받지 못하지만 훗날 누군가에게 새로운 동기와 단서가 되고 진일보 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될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가 모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의원님들과 보좌진들, 국회 사무처 직원들의 노고는 결코 과거보다 못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국회의원으로서 누렸던 가장 큰 특권이 무엇이었냐고 물으신다면 단연코, 4년동안 저의 공식적인 발언과 행동이 기록으로 남는 다는 것입니다. 또한 정치를 통해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겸손과 시간의 힘도 배웠습니다. 처음 국회에 오면 4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실을 그렇지 못합니다. 정말 중요하고 근본적인 일일수록 우리의 노력과 도전은 한 줌의 모래같이 작고 미약합니다. 그래서 중요합니다. 작은 일이고, 시작에 불과한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사소하다고 해서 시작조차 하지 않았기에 지금 우리가 당면 모든 문제들의 해결이 늦어지는지 모릅니다. 역사적 관점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당연한 것들은 100년전 혹은 50년 10년전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이었고, 투쟁의 목적이었을 겁니다. 그때는 미약했고, 시작에 불과했지만 그러한 작은 용기들이 쌓이면 정말 위해한 사건이 되고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았습니까? 중요한 변화일수록 오랜 노력과 희생이 축적된 것이니깐요. 그래서 국회의 성과를 단순한 법안통과율보다는 10년뒤 50년뒤 아니 100년뒤를 위한 준비였나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판의 글은 너무나 많기에 저는 다른 시각으로 몇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20대 국회는 정말 파란만장한 시기였습니다. 미래에 이 시기를 돌아보면 분명 한국정치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난 시기로 기록될 것입니다. 지금은 세계 경제와 사회의 구조적 지각변동이 진행중입니다. 이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좀 더 유연하고 확장성이 높은 “변종의 정치”가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아주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여의도가 얼마나 그 변화의 속도에 뒤쳐져 있는지 그 안에서는 결코 체감하지 못합니다. 처음 여의도에 들어왔을 때 “여기는 섬”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 있으면 갇히게 됩니다. 여의도의 방식, 여의도의 공식에 매몰됩니다.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여의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거기에 적응하고맙니다. 매번 적지 않은 초선들이 들어오지만 그들 역시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협과 순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의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 되곤합니다. 저 역시도 낙선을 하고 여기를 떠난다고 하니 그 동안 보지못했던 것들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의도에 젖어만 가고 있던 저의 모습도 이제는 보입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한국정치의 변화는 여의도에 있는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여의도를 거쳐 세상에 나간 사람들이 ‘여의도 그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인 삶이란 꼭 정치인이 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지 못하면 정치적인 삶을 포기하고 세상속으로 숨어버립니다. 중도층, 유동층의 변화를 현직 정치인들만이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를 비롯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모든 분들이 여의도 밖에서 정치적인 삶을 살아내기를 소망합니다. 밑바닥에서부터 일어나는 제대로 된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정치를 좀 아는, 정치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해주셔야 합니다. 올바른 정치란 무엇인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정치인들의 애환과 또 숨겨진 실상에 대해 국민들이 바로 보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20대 국회에서 함께하였으나 낙선한 동료의원님들, 또 이번에 도전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한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가져봅니다. 우리는 실패한 게 아닙니다. 다만 여기까지 왔을 뿐입니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지난 4년간의 경험을 그냥 추억의 서랍속에 넣어두지 마시고 4년뒤 아니 10년뒤를 위해 아낌없이 사용해 주십시오. 미래를 설계하는 데 귀한 씨앗으로 뿌려주십시오. 다음 세대를 위한 다리로 만들어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지난 4년간 저를 응원해 주시고 또 저에게 실망하셔서 저를 비판하셨던 모든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충분히 행복했고 감사했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제 삶의 근육은 좀 더 단단해 졌습니다. 지금부터도 더 단단하게 야무지게 살아내겠습니다. 단지 다시 정치인이 되고자하지 않고, 진정한 정치적 삶을 살아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현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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