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계절학교 시간과 공간, 연극 수업의 두 번째 시간입니다.
첫 번째 시간에서 연극에서 중요한 배우들끼리의 관계를 깊이 하는 것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두 번째 시간부터는 본격적으로 연극의 기술에 있어 중요한 것들을 배웠습니다.
발성과 행동.
이 두 가지는 아무리 강조를 해도 모자랄 정도로 중요합니다.
내가 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나더라도 전달되지 않는다면 울리는 꽹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빈깡통처럼 울리더라도 아무 의미 없는 소리에 지나지 않지요.
발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앞에 있는 상대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발성에 익숙하지 않고
내 옆 사람과 속삭이는 수준의 대화 발성에 익숙하지요.
그래서 이 발성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전의 호흡을 소리로 모두어 한 지점으로 쏘는 것이 핵심!
사실 이 발성은 매일매일 꾸준한 복식호흡을 해야만 단전의 호흡을 소리로 모둘 수 있습니다.
수업에서는 그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지요.
발성법에는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지만 친구들에게 있어서는 한 가지 벽이 더 있습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
소리를 크고 명확하게 내고자 하는 의지, 내 말을 들으려 기다리는 관객에게
내 말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의지가 되고나서야 호흡과 소리를 내는 방법 이런 것들이 빛을 발하는 것이지요.
마음이 없고서야 모든 방법은 그저 빈깡통에 지나지 않지요.
친구들과 수업 시간에 하는 모든 말들을 연극 발성으로 하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의지는 또한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이 의지는 자연스레 몸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됩니다.
친구들과 이중모션이라는 게임을 했습니다.
집중과 몸을 움직이는 연습이 되는 놀이입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점점 익숙해진 친구들은 엄청난 집중력으로 놀이를 합니다^^
이 두가지를 기억하면서 본격적인 작품을 톺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톺아보다는 것은 꼼꼼하고 세심하게 하나하나 뜯어 살핀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처음 맞이하는 작품은 황순원 선생님의 <학>이라는 작품입니다.
<학>은 한국전쟁 후의 상황을 묘사하며 남과 북으로 나뉘어진 상황에서
남쪽 치안대원인 성삼과 북쪽 농민동맹부위원장인 덕재, 두 친구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남과 북의 사상과 이념,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주관적 시선이 만들어낸 오해와 불신,
어그러진 관계를 그린 단편 소설이지요.
결말은 어릴적 만났던 그 순수함 그대로 변함 없는 서로를 확인하는 모습으로
아름답게 우정을 그려 막을 내립니다.
이런 장면은 우리 삶과 닮았습니다.
다양한 벽에 가로막혀 서로를 만나지 못하는 현대의 모습과 비슷하지요.
이 작품은 존재의 본질로 상호 회귀하는 것만이 우리 앞에 있는 장애물을 넘어 만나갈 수 있음을
알려주며 우리의 혼을 일깨웁니다.
2015학년도에 지금 바람빛학당 최고 형님 권진이와
한중소설읽기 수업으로 함께 <학> 읽은 적이 있었는데
수업 후 작품에 감명을 받은 권진이가 연극 대본으로 각색해 만들었습니다.
함께 권진이가 각색한 대본을 읽으며 발성과 표현을 신경 써서 연습했습니다.
오늘 수업에서 전체적으로 흐르는 맥은 바로 만나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발성 연습의 본질은 내 앞에 있는 다른 존재에게 내 소리와 만나는 것.
몸의 행동은 내 앞에 존재에게 나를 표현하여 만나는 것.
학의 내용은 외부 다른 요인에 의해 우리의 만남을 가로막는 것들을 넘어서서 만나는 것.
수업을 하는 선생님과 만나는 것.
같이 수업을 하는 친구들과 만나는 것.
2015학년도에 쓰여진 대본을 통해 권진이와 만나는 것.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 동안 펼쳐진 다양한 만남에 깊은 만남을 해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