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자기만을 위해 화장을 한 고운 손보다는 남을 위해 일하느라 더러워진 거친 손이 얼마나 더 아름다운가!
한동안 “큰 손”이란 신조어(新造語)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정계와 재계를 통해 권력과 금력을 두루 주무르던 어느 여인의 손을 가리켜 “큰 손”이라고 말하면서 떠들썩했었다.
분명히 그 손이 여인의 손이였건만, 그 손을 아름다운 손으로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기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타인과 사회의 복리를 마다하고 휘둘러댔던 그 “작은 손”은 결국 “더러운 손”이요, “저주받아야 할 손”임에 틀림없다.
그런 손에 비하면 자식과 가정을 위해 희생한 주름살 가득한, 그리고 거칠어진 어머니의 손은 얼마나 “귀한 손”이며 “아름다운 손”인가. 다른 사람들의 죄악을 용서해 주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고 못자국이 뚫린 예수의 손은 또 얼마나 “고귀한 손”인가! 남의 주머니나 가방을 뒤지는 날쌔고 민첩한 소매치기의 부드러운 손에 비하면, 힘든 노동 때문에 쪼그라진 농부나 광부나 어부들의 그 거친 손은 얼마나 “아름다운 손”인가? 어떤 손이 가장 아름다운 손인가? 좋은 화장품으로 단장된 부드럽고 매끈한 손인가?
다음의 이야기가 이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대답을 제시해 줄 것이다.
한 왕자가 있었는데, 그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손을 가진 처녀와 결혼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왕공(王公)들과 대관들은 제각기 부원군(府院君)이 되려고, 딸의 손이 곱게 되기 위하여 무슨 일이든 손으로 해야 할 일은 도무지 시키지 않았고 예쁘게 가꾸기만 했다.
어느 날이었다. 한 아름다운 소녀가 무엇 때문인지 아파서 어쩔 줄 모르고 애쓰는 불쌍한 말을 보았다. 말은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듯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보드랍고 흠없는 자기의 고운 손을 보았다. 그러나 소녀의 고운 마음씨는 고운 손을 생각지 않고 발버둥치는 말을 조사한 다음, 다리에서 큰 가시를 빼어 주었다. 그러느라고 소녀의 손은 피투성이가 되고, 여기저기 긁혀서 가실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왕자는 짝을 고르는데, 이 소녀의 손을 보고, 그리고 이 소녀가 했던 이야기를 들은 후 두말없이 아내로 맞아들였다.
제일 고운 손은 봉사와 희생의 흔적이 있는 손이다. 자신을 치장하고 화장하는 고운 손에 비한다면, 남을 도와주느라고 더러워진 거친 손이 얼마나 더 귀하고 아름다운가!
무엇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가
김득중
삼민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