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닦으면 숨은 글자가 드러나는 옛날 문서처럼
그것은 나의 출입국증명서에 은밀히 기록됩니다
이제 비행기를 타려구요
낡고 지친 마음은 들키지 않으려구요
몇 권째인지 모를 푸른 여권을 들고
당신이 잠든 사이
나는 다녀오겠습니다
-『국민일보/시가 있는 휴일』2023.05.12. -
1999년 인도네시아로 이주한 채인숙 시인의 첫 시집. 시인은 지난 20여년간 여권을 몇 권째 교체하면서 한국을 드나들었던 모양이다. 이 시는 출국 비행기를 탈 때의 마음을 묘사한다. 사랑을 확인하고 다정한 비밀을 나누고, 그러나 그들에게 자신의 "낡고 지친 마음"이 들키기 전에 떠나야 한다. 그 사이를 다녀간다.
Marzieh Be rahi didam barge khazan- Mohsen Karbas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