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 이종식 교수 DBS 특강이 끝났지만, 그냥 집으로 획~ 오기는 허전했다. 혹시 뒤풀이는 없나 기웃거렸다. 파킨슨 카페 게시판에서 글이나 댓글로 왠지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우리였다. 그러니 '내가 언제 니떡 먹었냐?' 휙~ 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다행히 이심전심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환우님들이 한 분 두 분 늘어났다. 가족이 아플 때 아산병원 지하 식당가, 음식점 모두 다 섭렵한 경험이 있는 나는 중국집은 그릇하고 젓가락만 고급이고 음식은 맛대가리 없는 걸 알고 육계장이 제일 맛있다고 하였다.
우리 환우들이 같이 자리를 한다는 것은 즐거움이다. 사회에서 벗어나서 사는 우리 환우들의 사회 관계망은 와해가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몰몬교 신도들은 자기들만의 세계를 구축해 19세기처럼 마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잘 산다고 들은 것 같다. 우리도 우리 파킨슨 환우들만의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첫대면인데도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허물이 없다. 술도 안 먹었는데 얼굴이 빨갛게 상기가 된 분도 있었다. 그래도 정만 많은 나만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근데 그럴만도 한 이유가 내가 관계를 맺고있는 기타교실 ♡♡♡♡는 술자리에서 맥주병을 심지어 소주병도, 병따개로 뚜껑에 걸어서 순순히 따지 않고 병따개를 뒤로 돌려 걸어서 뻥~하고 샴페인 따듯이 딴다. 나도 분위기 진작을 위해서 예전에 좀 했었는데 날아가는 파리도 낚아챌 정도면 더 좋을 순발력이 필요하다. 이젠 그걸 못하고 구경만 한다. 남이 터트리는 병뚜껑은 날라가고 뽁뽁뽁 맥주 따르는 소리에 우리는 환희에 휩싸이지만, 언제나 빛나는 사람은 병뚜껑 뻐~엉~ 소리 낸 ♡♡♡♡이다. 기타 잘 치는 걸로도 만족하지 않고 그렇게 늘 원맨쇼를 한다. 미운 사람에게 병뚜껑 튄다고 하면서...
그때마다 "그것도 한 두번이지 지겨워요,"하고 싶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하는데 말리다가 미움살까봐 꾹 참는다. <도끼질 할 땐 옆에 서있지 마라.> <코끼리와 ♡♡는 십 미터 이상 떨어져라.>는 부처님 말씀이 진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언젠가 그것을 망각하고 자기 혼자만 한 시간 넘게 신나게 말하는 거 하도 지겨워 '이젠 그만하시죠?'라는 의미로 동영상 보여주며 "이 노래 어때요?" 했다가 되게 무안을 당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속으로 그랬다. '기타 좀 친다고 너무 잘난 체 하지 마, 그거 다 학습이 된 것에 불과해, 나 당신보다 내면은 비교가 안 되게 훌륭하거든,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는 내가 더 잘 불러, 이넘에 병 때문에 입으로는 잘 안 되어 그러지'하고 속으로만 복수하고 말았다. 자기도 아차했는지 "우리 모두 실력을 닦아 파킨슨 환우들이 부르면 봉사해야 합니다."라며 나를 달랬다. 그걸로 자기는 봉사하는 사람이고 나는 봉사 당하는 사람으로 두 번 죽은 건 보너스였다. 암튼 ♡♡♡♡이 오프너로 맥주병 딸 때마다 병뚜껑 그게 내 눈탱이에 튈까봐 눈을 질끈 감는다.
아무리 둘러봐도 우리 환우님들 중엔 다행히 그렇게 지독한 분은 한 분도 안 계시니 안온한 기분이 든다. 도파민이 펑펑나와 에너지가 많은 눈 쭉 찢어진 소도둑♡ 같은 ♡♡♡♡에게 시달렸던 나는 이 분위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겨우 밥만 먹고 여기서 헤어지는 건 너무 서운했다. 누가 차 한잔 더 하자고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요인들만 차를 마시며 논의하기로 한다. 할 말이 없다. 그렇게 나하고 ㅇㅇ님! 둘이는 어느새 왕따가 되어가고 하였다. 걸으면서 ☆☆☆☆님하고 이야길 나누어 보니 상당히 쿨한 분으로 호감이 간다. 내 닉네임을 물어 보시더니 "아! mk1000님요?"하시며 반가워 해주신다. 대신 위안을 삼으며 늦는 걸음마저도 더 어슬렁 어슬렁 걸었다. 그러나 어느새 잠실나루역이 보였다. 드디어 헤어지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아, 단숨에 정이 든 이분들을 언제 다시 만날까... 그러나 그것은 기약이 없는 것이었다. 서운한 마음이 극에 달하려는 순간, ㅇㅇㅇ ㅇㅇㅇ님이 같이 차를 마시자고 나하고 ㅇㅇ님을 끼어주셨다.
다음편으로 》》
첫댓글 지웠다 다시 올려요~^^ 저에게 주어진 임무가 도파민 걷기 대회를 카페 게시판에 올려서 환우님들에게 알리는 겁니다. 타 카페서 보셨더라도 또 봐주셔요.^^*
ㅋ 튜울립 꽃밭 사진을 함께 올리신 것도 이유가 있으시죠?
글 읽을 때
병뚜껑으로 원맨 쑈 하시는 ♡♡♡♡은 누구신지 정확히 알겠어요ㅎㅎ
네. 그렇습니다. 근데 튤립이 이쁘지만 꽃말도 좋아요~
댓글 감사합니다. soir님!
mk1000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님은 글은 한번 읽어서는 안되는 난해함이 있지만
씹을 수록 단맛이 나는 감초 같아요.
혹시 아산병원 이종식교수님의 강의하시 전내용이 비디오 파일로 된 것이없는지요?
간혹 재미있다는 분도 있는데 산사랑님은 그 이상을 보는 거 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산사랑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