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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짤짤이쫌쫌따리
월요일 시험이 너무도 하기 싫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쓰는 나으 추억
그것은 바로
내 5살 기억임
(+사실 5살~8살 기억이야. 초등학교들어가기 전에 계속 다녔던 기억이야.)
나 5살은 진짜 저 개구리와 비슷하게 생김.
얘처럼 해맑은 븅딱이었음.
하도 산만해서 엄빠는 날 여기저기 뺑뺑이 시켜봤음
바둑 - 대가리가 딸려 기원에서 안받아줌.
시끄럽다고 돌려보냄
서예 - 단체로 산만한 애들만 모여 있는 곳. 나와 해맑은 똥멍청이들이 와글와글 뭉친 곳인데, 선생님이 중간에 그만두고 튐.
웅변학원 - 소심한 애들이 모여있으니 내가 본받을 수 있는 곳이라 여긴 엄빠의 선택지. 하지만 난 웅변 대신 수다를 떨었고 정신 사납다며 날 거부함.
태권도 - 몸치. 자꾸 어디 부러져서 옴.
(부처님: 응 왔니 산만한 불자야)
결국 돌고 돌아 절에 보내기로 결심함.
엄마는 천주교였고, 아빠네 가족은 불교였지만 아빠는 조상신 어쩌구였음. 사실상 딱히 둘 다 종교에 깊이있진 않음. 엄마는 후에 종종 각원사 등 절들을 돌며 절 소속 악단에 들어가 노래를 하심.
하튼 절=조용함
이 공식으로 5살 난 나를 일요일마다 절에 풀었음.
간 곳은 천안에 있는 각원사였음.
루틴은 항상 비슷함.
1. 많은 아이들+청소년들이 일요일마다 모여 집회가, 반야심경, 산회가 등등 끝없는 중얼거림과 단조로운 노래를 부르고 외우고,
2. 때늦은 불기 몇년을 머릿속에 계산하며 이게 현대에 왜 필요한지 고심하고, 명상을 함
3. 마무리로 소금간만 되어있는 주먹만한 주먹밥 간식과 채식 (+어묵. 자비롭다)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자유시간을 보내다 집에 감.
1번은 말그대로 중이 염불외는거 따라함.
두손 모아 기도하듯이 합장하고 중얼대면 됨.
문제는 음이 3~4개고, 이거도 막 변형하면 안되는 분위기임. 한번은 화음 겹치다 혼남.
+좀 더 얘기하자면 노래는 끝날 때 목탁이 딱딱 떼구르르르 할 때 합장한 채로 꾸벅 인사하믄 됨.
집회가는 우리 모였다!
삼귀의는 ~에 귀의합니다 (불교 가입합니다)
청법가는 선배님 사자후 외쳐서 일깨워줘!
사홍서원은 내가 잘 할거야~ 하는 노래
반야심경은 모지사바하 할때 반절,
산회가는 다음에 또 보자! 하는 노래.
2번은 불기 어쩌고 몇 회째로 모이며.... 뭐라고 하는데 솔직히 5살 애가 그걸 이해 하겠음? 거기다 빡대가리에 반골기질 투철한 나는 199x년이라는 누구나 쓰고 편한거 냅두고 왜 저런거 말하는지 이해 못함.
명상할 땐 그냥 졸았는데, 대나무 몽댕이 든 사람들이 귀신같이 알아채고 맨날 때림.
3번은 좋았음. 진짜 조폭 주먹만한 주먹밥 1인당 2개씩 주는데 소금간+챔기름 적절하게 만든, 그야말로 고수의 주먹밥임. 진짜 맛있어.
(곁으로 얘기하지만 거기에 약수터 있는데,
많이 마시면 배탈 내지 변비 해소임. 진짜 갈증나는거 아님 마시지 마.)
캠프는 여기에 몇 가지를 더 곁들임
1. 3일 중 첫째 날에 애기들이 엄빠 찾으며 울음. 난 그때 아주 좋은 꿈나라에 들음. 베개 안줘서 좀 화가 났었음.
2. 다음날 아침에 5시 전 , 해 뜨기 전에 대웅전에서 백팔배 하라고 깨움. 눈 반쯤 뜬 채 숙소에서 대웅전으로 끌려감. 늦게 가면 방석대신 수건 깔고 백팔배 해야 함. 무릎 아작남.
3. 헉헉대고 정신 나간채로 백팔배를 하면 스님이
지장경을 외며 자장가를 불러줌. 이때 자면 대나무로 침. 아프진 않은데 소리가 커서 진짜 깜짝 놀람. 이때 욕하면 한번 더 맞음.
(죽비. 살살 때려도 소리 겁나 큼. 일타다피로 내 주변 조는 애들을 나를 혼냄으로 다 깨울 수 있어)
4. 비몽사몽한 이때를 놓치지 않고 절에서 아이들 트라우마 생길 의식을 치름. 수계식이라하는데, 팔 안쪽에다 태우고 있는 향을 지짐. 그리고 법명을 주심. 말그대로 부처의 제자가 되고, 내가 부처가 될 수 있는 첫걸음을 뗐다는 성스러운 의식임.
+지장경은 지장보살의 말임. 이분 좋은 분이야. 지옥 종류, 지옥에 가는 이유, 지옥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분임. 육욕 버리기 힘들 때, 유혹을 버리지 못할 때 도와주는 좋은 보살임. 하지만 그때 내겐 그저 자장가
대웅전에 들어가면 엄청 큰 부처님 계시잖아?
거기 뒤에 공간이 있음.
은밀한 곳이기 때문에 공포심은 두배임. 애들이 다들 줄 서서 저기서 뭐하지? 수계식이 뭐야? 하는데
그 뒤 공간에서 나오는 반대 줄 애들은 다 팔 부여 잡고 있거나 찔찔 짜면서 나옴
(다시 말하지만 5~16세 애기들임. 더 어린 애들도 옴.)
나이 있는 애들은 해봤거나 뭔지 알거나 아플리가ㅋ 하면서 가기 때문에 찡찡대는건 애기들임.
난... 좀 달랐음.
애초에 유전자가.... 타고난 반골 기질임.
울엄빠가 어릴적 굉장히 가난했는데,
남의 밭에서 세작으로 살아남던 시골 사람들임.
(둘이 소꿉친구..)
세작 비율을 높이려던 땅 주인한테 반항하기 위해 엄마는 전봇대를 올라타 고래고래 소리 질렀었고,
아빠는 동사무소 앞에서 자기의... 거시기를 잘라 결의를 주장하겠다며 낫들고 시위하던 사람들임.
향으로 나를 지질거라는 어른들을 보자마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욕을 다 하며 소리 질름....
지금 생각해도 죄송스러움.... 그 분들은 그저 수계식을 해주려는 것 뿐이었는데...
하지만 아직도 한편으론 수계식은 14세 이상, 수계식을 이해하는 청소년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함.
대웅전 뒤 부처님 보기 민망하게 난 안한다고, 여기가 생지옥이라고, 학대한다는 둥 내가 아는 모든 욕을 다함.
(이젠 안한다는 얘기가 있음. 아마 캠프 돌아와서 애들 팔에 빨간 화상 자국을 본 엄마들이 항의 했을거라 생각함.)
(+인터넷 찾아보니 아직도 하네..... 와우....)
하튼 그렇게 둘째날이 가는데, 이때 저녁때 촛불의식을 함. 엄빠를 생각하는 촛불의식이 아닌 반야심경 핵심인 내가 부처고 부처가 나며,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증시색에 대한 얘기임.
어린 애기들은 모를.... 사리자의 고행임. 물론 우린 서로 촛불끄기/불살리기 놀이를 함.
셋째날엔 별 일 없다 점심에 감.
이제 절에서 하면 안되는 것들을 나열함.
1. 화장실이 더럽지만 내색하면 안됨.
무서워 해도 안됨.
색불이공공불이색색즉시공공즉시색...
무섭거나 더럽다는 마음은 우리에게서 나온 것이며 그것은 곳 허이니....
잘 안치움. 그리고 지금은 모르겠지만 나때는 푸세식인데 스님들이 자꾸 거기 발 빠져서 똥통에 빠진 애들 많았으니 발 조심 하라 해서 다들 화장시루가기 싫어함. 알고보니 보살님들이랑 스님들은 수세식 좋은 화장실 따로 있는거 써서 배신감 오조오억배였음.
2. 발우할 때 더럽다고 생각하면 안됨. 1과 동일.
발우는 먹게 되는 모든 생명과 음식에 감사하며 남기지 않기 위해..
먹은 그릇까지 물 부어가며 싹싹 해치우는 것임. 좀 비위 상할수도 있어.
3. 산신각에 가서 호랭이랑 산신한테 수다 떨면 안됨.
산신각은 무속신상이 묻어나온 곳인데, 산에 계신 산신과 그 수호 영물인 호랭이를 모시는 곳임.
내 동생이 태어난 해, 날, 시 모두 호랭이였고, 태몽도 할아버지가 살던 산쪽에서 나온 백호였음. 그래서 산신각 호랭이랑 친구 먹으려 했지만 보살님들이 맨날 쫓아냈음.
아직도 절 들리면 산신각 가서 산신할아버지랑 호랭이한테 인사 하고 향 꼭 피워주고 감. 내동생 같은 애임.
4. 지장전 가서 애기동자들하고 수다 떨면 안됨.
지장전은 염라대왕과 기타 시왕들을 모시는 곳으로 도교가 좀 묻었어. 지장보살은 떠나가는 혼을 자비로움으로 길을 밝혀주심. 좋은곳으로 보내주려는 좋은 분이셔.
거기엔 시왕들과 지장보살을 모시는 작은 애기동자도 계시는데, 이때 내가 배웠던건 이 분들은 성경에 애기 천사들 처럼 어릴때 일찍 수명을 다한 친구들이 보살의 일원이 되어 길을 인도해 주는걸 도와준다도 했음.
그때 우리 엄마네 할아버지가 위독하실 때였어서 애기 동자들이랑 수다를 좀 떨었었음. 혹시 우리 할아버지도 염라대왕한테 가야 되면 잘 보내 달라고. 그때 지옥 갈 때 되게 힘들다고 배웠었거든. 그래서 살아있는 사람들이 49일이나 좋은 곳으로 가길 비는 거라고.
하지만 이것도 보살님들에 의해 쫓겨남.
너무 신나게 수다 떨었나벼. 내가 속으로 말하는걸 못해서 그런가 봄.
6. 사천왕하고 술래잡기 하면 안됨.
사천왕은 현세에선 중국 장군들, 죽어서는 귀신들의 왕이었다가 불교에 귀의한 (가입한) 분들임. 보통 절 입구쪽에 있으면서 수호하는 분들임. 쉬운말로 고리스로마신화 저승에 케로베로스 같은 애들이야. 대신 사천왕은 절에 있는 부처와 보살들을 지키지....
사천왕 발쪽에 보면 귀신들이 있음. 얘넨 생령좌라 그래. 권선징악을 사랑하지. 근데 '생령'좌 답게 살아있는 혼을 재단해. 그래사 함부로 술래잡기 하면 속이게 되는 거라 얘네한테 혼난단 말씸.
물론 술래잡기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나 같은 빡대갈들은 이런 얘기 들으면 꼭 해보려는 애들이 있어서.... 애먼 혼남을 원하면 하든지....
7. 거기 큰 종이나 대웅전 등 옆에 설치된 작은 종들 함부로 치면 안됨. 북도 치면 안돼. 거기 이상한 철판도 치면 안돼. 소리가 궁금하면 스님한테 칠 때 알려 달라 하고 그 때쯤 기웃거리면 스님이 치게 해줌. 큰스님 목탁도 궁금하면 물어보쇼. 그런다고 치게 해주진 않음.
하튼 소리 날만한건 다 만지지 마.
8. 백팔배 할때 숫자 건너뛰면 안됨. 내 고행은 나와의 약속임.
9. 밤에 귀신 얘기 하면 안됨. 대웅전이나 지장전, 조사전 등 머물다 가는 혼들이나 넋이 갈 길을 헷갈림.
10. 스님들한테 법명 만들어달라고 할 때는 수계식을 꼭 거쳐야 함. 수계식 때 법명 만들어주심.
11. 큰스님께서 설법하실땐 양반다리하고 들어야 하는데, 다리 아프다고 발 쭉 뻗으면 안됨. 무릎 약한 여시들은 설법때 가장 구석에서 잠깐씩 뻗는데, 눈치 겁나 주기 때문에 조용히 나가 있는게 좋음.
웬만한 설법 내용은 다 거기서 거기임.
내 자신을 타자화 해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 관조하고, 그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성불의 기본임. 육욕을 버리고 자신의 축을 잡아 속세의 유혹에 휘어질 지언정 꺾이지 않는것임.
말의 요지는 항상 같음. 걍 현실에서 그게 안되니까 계속 듣고 업데이트 하러 가는거지 뭐....
12.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 길 걸으면 기분 좋음. 탑돌이는 해 없을 때 하고, 사리가 진짜 있나 찾는 짓은 하지 마쇼.. 경고 해도 하는 한남들 있어서리... 걍 일단 말해봄.
13. 향 피우고 싶으면 불 나지 않게 조심하고, 촛불은 나갈때 다시 끄고 나가. 불나면 목조건물이라 순식간에 나가리야. 초 안켜고 향으로도 충분히 마음 안정되고 격식 갖춰지니 걱정말고 향만 켜도 돼. 라이터는 불단 끝쪽에 숨겨져 있을 때 많음.
14. 불전에 돈 많이 안 넣어도 돼. 육욕을 없애는게 불교 교리고, 불전은 순전히 스님들이 먹고 살 만큼 기부하는 거거든. 스님들... 돈 많아.... 그리고 기부가 많아진다고 여시의 마음이 비워지는건 아니잖아. 그 돈으로 중용과 관조를 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자신을 봉양해.
하튼... 이상으로 템플 스테이 하고픈데 코로나 땜시 못한 여시들을 위한, 5살 시선으로 본 정 캠프 얘기를 마침. (+5살~8살 시선. 5살때 캠프, 일요학교를 겪으로 3년간 쌓인 모든 이야기였어!)
하튼 그려....
문제시 빛과 같은 속도로 글삭!
첫댓글 속으로 말하는걸 못해서 혼난거 너무 귀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절도 교회나 성당처럼 캠프가 있구나.. 나도 어렸을 때 엄마아빠 따라 절 많이 갔었는데 추억 돋는다ㅋㅋ 난 가면 걍 비빔밥이나 조지고 뛰어다녔음ㅋㅋㅋ
잘 읽고 가 몰랐던 부분들 많이 알게된다ㅋㅋㅋㅋ재밌어
재밋당
재밌다ㅋㅋㅋ 랜선 템플스테이 잘 하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