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갈매기 최 건 차
‘부산갈매기’란 노랫가락이 갯바람처럼 짭짤하게 흐른다.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부산팬들이 승리를 기원하면서 부르는 응원의 찬가다. 전국 어디서나 롯데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곳이면, 특히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파도타기의 열창으로 장관을 이룬다. 나는 부산 영도에 살았던 중학생 때부터 야구를 즐기게 되어 롯데를 응원하는 열혈 야구팬이 되었다. 롯데가 기세 좋게 이기고 있을 때는 부산갈매기 가락이 전국 부산 야구팬들의 기분을 상승시킨다. 하지만 롯데가 이기고 있다가 한순간에 실점하면서 패할 때는 분위기가 숙연해진다.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했던 어선단이 풍랑을 만나 손상을 입고 아무런 소득 없이 빈 배로 돌아오는 경우처럼 허전하고 애잔하다.
나는 지금 수원에 살고 있지만, 야구를 알고 자란 부산은 내 생애의 요람이다. 특히 20대는 해운대에서 군대생활을 하는 중에도 옹골진 ‘오디세이’처럼이었다. 주일이면 해운대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리면서 믿음의 힘을 키웠고, 성가대와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면서 또래의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1960년부터 2024년까지 한결같은 우정으로 만남을 이어준 해운대 토박이들 김근옥, 정청일, 김복업, 신견자, 최정자와의 죽마고우다. 특히 청일이, 복업이와 나는 현해탄을 건너온 따라지 동갑내기다. 지금껏 온갖 풍파를 다 겪고 살아오면서 야구의 9회 말 같은 노년을 맞았다. 그런 연고로 죽마고우의 따뜻한 우정이 있는 해운대는 ‘내 청춘의 고향’이기도 하다.
1980년대까지는 중고등학교와 일부 실업팀 야구가 주류였다. 이후 초등학생들의 리틀야구가 생겼지만, 전국 고등학생들의 야구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대단했었다. 1950년대 중학생 시절엔 우리 학교에도 야구부가 있어서 나도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급장이라는 명분 때문에 학교 수업에 열중해야 했다. 그리고 일요일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려고 선수가 되는 것은 포기했지만, 야구를 즐겨보고 사랑하는 마음만은 그대로였다. 이에 이웃에 사는 반친구들과 영도 기마경찰대 빈 운동장과 골목에서 공을 던지고 받고 받아치는 놀이를 즐기면서 야구에 빠져들었다.
전국 고교야구의 인기가 절정이었던 1970년 가을 전국고교 야구대회가 열렸다. 그때 나는 1년간 베트남전에 참전하느라 야구를 잊고 지내다가 그 해 8월 귀국하여 부산항 3부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들어오는 국책화물과 귀국 장병들의 화물을 하역하여 처리하는 임무를 맡아 수행하느라 부두 라운지에서 야구결승실황을 보게 되었다. 명문 부산고등학교가 군산기지 미 공군야구선수들로부터 지도를 받고 급성장한 군산상업고등학교와 결승에서 겨루는 것을 텔레비전 생중계로 시청했다.
명문고답게 부산고교가 월등하게 점수를 벌려 놓고서 9회말 수비에 들어갔을 때였다.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는 부산고등학교 선수들을 향해 공격에 들어선 신생 군산상고 선수들이 믿기지 않게 맹타를 휘둘렀다. 이에 수비하는 부산고교 선수들이 당황하면서 실수가 잦아져 4대 0으로 리드하다가 결국 패하게 되었다. 군산상고가 9회말에 뒤집고 5대 4로 승리를 거머쥐게 되어 고등학교 야구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그때부터 ‘야구는 9회 말부터’라는 희망의 말이 생기고 군산상고는 고교야구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때 뛰었던 선수들이 1984년 출범한 프로야구계에서도 돋보였다.
롯데그룹이 부산을 대표하는 프로야구를 운영하면서 부산에 또 하나를 기여했다. 1935년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의 도개跳開식 연육교로 세워진 영도다리는 부산은 물론 전국에 알려진 명물이었다. 오전 10시와 오후 4시에 시내쪽 상판 한쪽이 들어 올려지면서 큰 배들이 통과하고 난 후에 올려졌던 그 상판이 내려지곤 해 전국에서 모여드는 구경꾼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나도 1958년까지 영도에 살면서 그 다리를 건너다녔는데, 1966년부터 46년간 다리가 올려지지 않고 있었다. 이에 롯데그룹이 1천억을 들여 폭 4차선을 폭 6차선으로 늘리고 하루에 한 번씩 상판이 올려지도록 수리하고 대대적으로 개축하여 부산시에 헌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롯데를 사랑하고 롯데매장을 애용한다. 창업주 신격호 회장이 일본에서 사업을 일으켜 성공한 후 귀국하여 세운 기업이 롯데다. 부산의 영도다리도 자랑스럽지만, 서울 강남에 세워놓은 롯데타워는 서울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야구를 사랑하는 롯데팬들의 성원대로 롯데프로야구가 승승장구하면서 한국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기여 하는 바가 있기 바라는 마음이다. 부산 사직야구장에 만석을 이룬 롯데팬들의 함성이 뜨거워지고, 부산갈매기의 물결치는 광경이 파노라마 친다.
프로야구는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상징이며 논리적인 스포츠다. 프로야구가 잘되고 있는 나라들은 한결같이 경제 강국이다. 그 시작의 1번 타자가 미국이요, 2번째 타자는 일본이며, 그다음 강타자가 우리 대한민국이다. 대만도 프로야구를 시작하면서 경제가 크게 발전하였고, 지금은 국민스포츠로 사랑받고 있다. 202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