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이 지나간 후 경비 보스인 이 친구가 나에게 며칠 후 이곳을 그만 둔다고 한다.
잘렸단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아마 경제가 어려워져 구조조정 차원이라고 생각한단다.
여기는 노동조합이 없는 모양이다.
다른 곳으로 가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아직 다른 일자리를 못 구했단다.
문득 1년 전 부인이 첫 아이를 사산했다고 들었는데 딸린 아이가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친구와 매일 30분 정도 필리핀의 경제, 문화, 세계경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섭섭하다.
필리핀에서 사는 동안 유일하게 말이 통하던 필리핀 친구였는데 말이다.
집에 다시 올라가니 5시가 조금 지났다.
여름에는 6시 20분~30분에 해가 지는데
지금 같은 겨울에는 5시 15~20분쯤에 해가 진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안방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일품이다.
매일 다른 장면이 연출된다.
석양으로 천국도 보고 지옥도 본다.
이태리나 프랑스를 갈 필요가 없다.
매일 예술 작품을 공짜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열대 지방의 석양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말 아름답다.
여기 마닐라 석양은 필리핀의 자랑이라고 한다.
음악을 켜 놓고 석양을 바라본다.
2년 전 재한이가 아들과 함께 필리핀을 놀러 와서 우리 집에서 차 한잔하며 음악을 들었었다.
소리가 좋단다.
재한이 아들은 우리 집 오디오가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
실은 한국에서 듣던 오디오에 비하면 형편 없는 기기 인데도 말이다.
여기서 잠깐 소리의 파장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가 귀로 들을 수 있는 파장은 20 Hz~20K Hz 이다.
이것은 귀가 아주 예민한 사람들의 경우이다.
사람의 귀는 재미있게도 쓰면 쓸수록
즉 많이 들으면 들을수록 가청대역이 떨어진다.
마치 비누 같이 말이다.
베토벤은 귀를 많이 썼는지 말년에 귀가 먹었었다.
큰 소리로 음악을 듣는 것은 특히 더 나쁘다.
록 음악이나 조용필 콘서트 같은 데는 절대 가지 말도록 하자.
참고로 나는 18K Hz 까지 들리는데 마눌은 16K Hz 까지만 들린다. (이것을 테스트하는 판이 있다.)
오디오기기에 대한 많은 책을 쓴 이영동이라는 오디오 전문가는
10K Hz까지 밖에 안 들린다고 본인에게 직접 들었었다.
20 Hz는 아주 저음 그러니까 큰북의 울림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고
조수미의 소프라노 고음은 2K Hz정도 된다.
바이올린의 최고 고음은 16K Hz정도 되며 20K Hz가 넘으면 초음파라고 한다.
박쥐가 날면서 내는 소리가 바로 초음파(40~60K Hz)이다.
초음파는 우리 생활에 유용하게 이용되기도 한다.
안경을 세척할 때도 쓰이고,
전자회사에서 PCB기판을 세척하는데 이용하기도 한다.
초음파를 이용한 의료기기(산모의 뱃속의 아이의 성별이나 기형아가 아닌지 알아보는 기계)도 있고,
어부들이 물고기가 어디 모여 있는지 알 수 있는 어군탐지기는 물론
바다 속의 깊이를 측정하는 데도 초음파가 쓰인다.
아 그런데 전에 언급한 전자기파(전파)의 파동과는 약간 개념이 틀린다.
전자기파의 파동은 30만 Km를 1초에 몇 번 진동(마루와 골)을 하느냐를 말하고,
소리의 파동은 340m를 1초에 몇 번 진동 하느냐 하는 것을 말한다.
소리 역시 파동이 높을수록 고음이 되고 낮으면 저음이 된다.
그리고 소리의 파동은 매질(전달자)에 따라 속도가 조금 달라진다.
예를 들면 물 속에서는 소리가 더 빨리 전달된다.
전자기파는 항상 속도가 일정 하지만 말이다.
필리핀으로 이사올 때 가지고 있던 오디오기기는 동생에게 맡겨놓고 그냥 이사 왔다.
지금 필리핀에서 듣는 오디오기기는 A.V.시스템의 것을 이용한 조잡한 기기이다.
가격으로 따진다면 100분의 1이다.
그런데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20분 정도는 음질이 떨어진다고 생각 되었는데 그 이후로는 전혀 모르겠다.
적응이 된 모양이다.
지금은 한국에서 듣던 오디오 음질이 기억나지 않는다.
사람이 일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스트레스 3가지는
부모님 사망, 이혼, 그리고 큰 집에서 살다가 적은 공간으로 가는 스트레스라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부모님 살아 계시고, 이혼도 안 했고, 그러나 집으로 받는 스트레스와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좋은 음질의 오디오에서 조잡한 오디오로 듣는 음악에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것인데 스트레스라니…
걱정이라는 것도 실제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고 한다.
실제 일어날 확률은 2%가 안 되는데도 사람들은 걱정을 한다고 한다.
친구들아 우리 다 함께 change mind 해보자.
석양을 바라보며 듣는 음악은 정말 일품이다.
특히 피아노 협주곡이나 바이올린 협주곡이 좋다.
거의 항상 클래식만 듣는다.
그런데 오늘은 마눌이 최백호 노래를 듣자고 한다. (필리핀 가져 온 판이 342장 인데 340장이 클래식 판이다. 아참 성가곡판도 20장 있으니 320장이 클래식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최백호판은 곡의 전부가 황혼을 노래하는 애절한 판이다.
석양을 바라보며 듣는 최백호 노래도 정말 좋다.
따라 부른다.
“자만하지 말아라 젊음을 순간에 가~버린다.
비~웃지 말아라 백발을 누구나 노인이된다”
사람은 보통은 100년도 살지 못한다.
시간이 시작된 137억년은 고사하고 300년을 산다는 거북이 보다도 적게 산다.
성경에 나오는 인류의 조상 아담은 930년을 살다가 죽었는데
그 뒤 진화된 현대 인류는 아담의 10%정도를 산다니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마눌이 한마디 한다.
조금 더 세월이 지나면 글도 쓸 수 없는 나이가 되니 글을 써보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은 나와 마눌과 떨어져서 한국에서 산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아빠의 생각은 무었이고 어떻게 사는지를 글로 알려 주라고 한다.
그것이 무엇보다 값진 유산이라고 한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 했다. 물론 민형이를 비롯한 친구들의 권유도 있었지만…
오늘은 친구들 머리 좀 식히라고 쓴 글이다.
첫댓글 애들이 지금은 관심없는 척 하지만 훗날 반드시 찾아서 볼 유산이 될 것이네. 지난번 올린 답글 사진과 글씨체 이제야 수정했네.
물려줄 좋은 유산가지고있는 승현이 멋쟁이~
승현이 박식함이 날로 풍성해지는구만... 너의집 안방에서 편안히 바라보던 석양은 특별한 감흥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고 거기에다가 마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같은 생동감있는 고음질의 클래식을 겸하여 들으니 신선이 된것같은 착각속에 빠질 정도로 좋았고 클래식을 조금 좋아하는 아들놈도 너무 좋아서 일어날 생각을 안하더구만... 다시한번 집사람과 자네에게 고마우이.. 그날 지금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으면 밤을 꼬박 샐뻔했겠구만... 계속 좋은 얘기 많이 해주게...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