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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동재 회장님께서 산행기라도 한번 써 봄이 어떻겠냐고 하시기에 두서없이 생각나는 글솜씨는 없습니다만, 어제의 기억만 잠시 되살릴 수 있다면 나른한 오후에 또 다른 즐거움 부디 편히 읽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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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났습니다.. 북한군은 이미 남한의 남부지방 일부와 제주도를 제외하곤 대부분을 초토화시켰고 이곳 포항의 지곡단지와 이동,대잠동 일부만 마지막 항전으로 주변이 온통 화약냄새와 피비린내로 아비규환이다. 결사항전의 마지막 유격대장인 나는 이제 두 개 밖에 남지 않은 탄창을 소총에 끼우고는 입술을 지긋이 악물고 견딜 수 없이 몰려오는 여명의 졸리움에 힘없이 눈꺼풀이 내려오는 순간 지축을 흔드는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정신이 번쩍, 순간 반사적으로 몸을 바닥에 완전 밀착시키며 아직 내가 살아 있는건가 하며 살며시 뺨을 꼬집어 본다…. 우 ~씨~~ 쓰레기 수거차다….
~~~~~~~~~~~~~~~~~~~~~~~~~~~~~~~~~~~~~~~~~~~~~~~~~~~~~~~~~~~~~ 아침 6시 10분….첫 산행하는 날 아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부리나케 고양이 세수하고 베낭 꾸려 나서면서 택시를 타고 운동장으로 고고~~ 거의 1년여 만에 신어본 등산화를 잔뜩 졸라메니 발걸음은 더욱 가볍다… 낯익은 분들, 반가운 동재 회장님, 부회장님…이분 저분 인사하다보니 옛날(?) 용흥 우방 살 때 같은 통로 계셨던 물망초님~아직도 거기 살고 계신다니 벌써 20년째?? 을매나 반가운지 이것저것 안부묻고 ….휴우~다행~ 낯두껍지 못한 소심한(?) 성격탓에 첨엔 분위기 적응에 힘들진 않을까 두려웠는데 (사실 버스 이동중 춤,노래,술판이 벌어지면 어떡하나…걱정 ㅋㅋ) 회장단, 그리고 6개월여 눈팅하면서 낯설지 않은 정겨운 닉네임 가지신 분들을 한분 한분 사진속 기억해낸 얼굴과 매치시켜가며 버스에 승차~~~ 옆자리 앉으신 숲속요정님의 재밌는 일상사, 취미생활 이야기, 자녀 이야기 등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창밖에 경치는 그냥 다 흘려 보내고~~
작년 11월 금산 근방에 왔다가 대둔산 구경하고 가라는 분들의 권유를 시간없고 신발없다는 쪼잔한 핑계로 발길 돌렸던 생각이 난다. 산행 초입, 은대령님의 유격대 교관 같은 절도있는 몸풀기 동작에 새벽잠을 설쳤던 꿈의 잔영때문인지 온 몸이 찌푸덩…..이크 이거 큰일났다… 다른 분들의 산행복장은 전문 산꾼(?)같은데 오직 나만 직장 야유회 온 듯 ㅠ.ㅠ 아…절망…이거 오늘 완존 민폐가 되면 어쩌나….. 그래서 궁색한 생각끝에 산행의 선두를 따라 붙기로…뒤처지더라도 우선 앞에 따라가야 나중에 처지더라도 합류는 가능할 것 같다. 색색거리는 숨소리 조차 애써 숨겨가며 회장님 뒤만 따르는데 이 분은 나이를 거꾸러 잡수셨나? 무신 발걸음이 20대 초반처럼~축지법을 쓰나??? 뒤따르는 몇분도 마찬가지 ~~특히 여성 환님들 존경스럽다~ 아…이제는 낙오도 할 수 없고 되돌아 가 봐야 타고 갈 버스도 이미 가 버린 터이고~오로지 앞만 보고 죽어라 따라갈 수 밖에~이궁~오늘따라 땀은 왜 이리 많이 나는지… 30분여 지나니 으잉!? 산에 웬 계단….. 무심히 몇 칸 오르는데 번호표가 붙어 있다..이게 뭘까~ 흐미~~ 10칸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세어보니 무려 340여개….. 어릴 때 집앞에 있던 100계단 오르 내릴 때 너무 힘들어 일부러 먼길 돌아가곤 했는데 이젠 우회할 길도 없고 꾸역꾸역 오를 수 밖에 ….아…반쯤 오르니 왼쪽 다리가 마비가…..그러나 바로 뒤에 따라오르는 숲속요정님께 버스안에서 이래뵈도 운동 많이 했던 사람이라고 허풍을 떤 것이 갑자기 후회가 되어 밀려온다…. 한참을 끙끙대며 다 오르니 경치는 좋건만 다리가 순식간에 풀려버린다. 흐물흐물…이때 개다리 춤이나 한 판 추면 멋드러질듯하다…. 가져간 얼음물은 이직도 깡깡 얼어 있고 숨은 턱밑까지 차오르고…산행은 거침없이 계속되는데…이럴 때 내가 고참이었으면 5분에 한 번씩 휴식이닷!!!! 선두 반 보 !! 선두 제자리에서 30분 휴식 !!! 꿈이다. 한낱 바램일 뿐 다리를 질질 끌고서라도 가야만 할 길이다 또 계단…돌 길…계단… 난 정말 계단이 싫어졌다아~~~~
산행 2시간 10여분째 드뎌 정상초입~ 수많은 인파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회원님들 사진 찍는데 잠시 눈치 껏 빼꼼히 얼굴 들이 밀었다. 주변에 펼쳐진 산야~ 힘겹게 정신없이 오를 땐 전혀 알 수 없었던 경관이 눈앞에 펼쳐지니 참으로 장관이다.. 그 언젠가 월악산 왔을 때의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것은 웬일일까??
주변에 자리깔고 앉아 맛난 점심시간..부끄러운 밥덩이 하나 내놓고 이분 저분 반찬 기웃거리며 즐거운 식사. 참으로 정겨운 분들이다. 다들 점잖고 인정있고 재밌고 싸오신 음식들 하나같이 맛있고 … 쓱쓱 비벼낸 별미 비빔밥, 오리지날 맛 생막걸리, 산에서 먹어보리라 상상도 못했던 미주구리 무침회, 숲속요정님이 처음 식사로 싸 오셨다는 누룽지(어떻게 아무 것도 안드시고 힘든 산행을….참 놀라운 분), 남자들의 로망 야관문, 복분자, 맥주 + 소주까지…..이런 진수성찬이 또 어디 있을까??? 이때 발견한 치사한 생존법칙 하나 ! 다음 산행때는 식사시간 30분전 부터는 여성회원님들 주변에서 괜히 얼쩡거리며 친한 척이라도 하는 게 살 수 있는 길임을....
내려오는 길…. 이거 만만치 않네요 ㅠ.ㅠ 오를 때 보다 더 힘들다니 ..세상에… 가파른 돌계단. 다 풀린 다리로 조심스레 발길 옮긴다. 구름다리…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 올려다 보니 하늘나라로 가는 천상의 계단마냥 신비롭고도 기묘한 웅자를 드러내고 있다. 티끌만큼의 죄라도 있는 사람은 하늘계단에서 발을 헛디딘다는 어느 분의 말씀에 찌릿~~~…간담이 약한 분은 오르다 오줌 지린다는 ㅎㅎ 천당가는 길이라면야 어디라도 못가겠냐만 이건 쪼오옴~~ 몇몇 횐님들은 용감하게 다녀오시기도 했지만 다리 풀린 나는 바로 꼬리 내리고 케이블카 탈 궁색한 변명거리만 찾기 바쁘다. 몇몇 분들이 케이블카 같이 타자고 살짝살짝 눈치 줬지만 결국 회장님을 비롯, 은대령님 등 주변 분위기에 기가죽은 나는 산꾼의 본분(???? 이건 아니잖아~이건 아니잖아 ㅠ.ㅠ)에 걸맞게 걸어서 가기로 작정하고 하염없는 발길을 옮긴다. 에고~~
내려서기 시작한 지 10분, 20분…후회막급 ! 드뎌 왼쪽 다리가 마비가 되어 오는 것 같다. 경사도 급하지만 다리를 옮길 때 마다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충격을 내 왼쪽 무릎과 종아리는 더 이상 이겨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결국 오른 쪽 다리도 마찬가지 ….절망이다. 부끄럽다. 후회스럽다 (그동안 산행 게을리 한 것도 그렇지만 케이블카 안 탄 것~ㅎ) 그러기를 또 20여분…동재 회장님이 가르쳐 준 동학혁명탑이 희끗 보이기까지는 그야말로 비몽사몽 흐물흐물 가물가물 헤롤헤롱.. 그러나 주변 횐님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꿋꿋이 내려온 내가 한편으론 대견스럽고 뿌듯한 희열이 느껴진다. 산행의 맛이란게 분명 이런 것일터,,,남들은 정상에서 그런 희열을 느낀다지만 조금 모자란 나는 다 내려와서야 진하게 더 느낀다.
돌아오는 길~~ 거대한 인삼홍보관을 들어서니 마치 중국여행시 발맛사지, 옥공장, 차 파는 곳, 약 파는 곳, 웅담파는 곳, 진주파는 곳 그 느낌 드대로였다. 현란한 말솜씨(역설적이지만 나로선 부럽고 배울점은 있었음)와 기계적인 움직임 등으로 주저주저하는 사람의 마음을 순식간에 빼앗으려 하는데 우리 다음 산악회 횐님들이 누군가! ㅋㅋ 잘 먹히지 않는 듯~~나도 모르게 실소가…웬지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든다. 지나친 상술이 훌륭한 약성을 불신하게 만들지도~~~ 제품 구입하신 분들께는 죄송~
9월 18일부터 인삼축제가 금산읍내에서 벌어진다나~횐님들이 홍보관 계실 때 나 혼자 살짝 빠져나와 거기에 근무하시는 다른 분(혼자 떨어져 있었음)과 잠시 이런저런 얘기 나눴는데 인삼축제 오면 색깔 좋고 몸통 긴 것보다는 몸통이 짧고 잔털 많은 색깔이 약간 검은 게 훨씬 좋은 거란다.. 인삼을 3번쪄서 홍삼 만드는 것도 가르쳐주고 해서 전화번호 하나 받아 왔는데 혹 관심있으신 분들은 연락 함 해 보심이….진지하게 말하는 투에서 신뢰를 읽을 수 있었다. 전화번호 알려 드림 011-450-9996 성씨는 ‘신’ ㅎㅎ 여자라서 요것만 가르쳐 주넹 그러면서 절대 가이드 한테는 얘기하지 말라고 서너번이나 신신당부~~~ (으잉??? 그러고 보니 오히려 내가 인삼홍보관 직원같다???~~ㅋㅋ)
산행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당연 하산주…. 준비하신 분들의 수고 덕분에 이런 멋진 분위기가 연출되다니~어디가도 꼭 수고하시는 분들만 늘 수고 하시더라구요 원래 회를 잘 먹진 않으나 출출하던 차에 이것저것 막걸리, 맥주와 같이 먹어 댔더니 어느새 알딸딸~~몇몇 분들의 건배제의는 흥을 더 돋우고 모두가 같이 하는 즐거움에 야릇한 행복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돌아오는 길…피곤에 지쳐 곯아 떨어지신 분, 쉴새없이 재잘 거리며 산행의 무용담을 얘기하시는 분. 흥에 겨워 노래를 흥얼거리는 분, TV속에 푹 빠져 계신 분들…그 중에 엄청난 피곤함에 몸이 무너지는 듯 힘들었지만 끝까지 애써 태연한 척 하고 있는 나..
첫 산행임에도 행여 서먹해 할까봐 마치 오래 사귄 친구처럼 이런저런 도움주시고 배려해 주신 고마운 분들과의 귀한 만남의 인연을 소중히 가슴에 담고 살아야지
…훗! 웬걸~ 산에서와는 달리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참 가볍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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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을 참 맛깔나게 쓰시는군요. 우리 애가 산에 다녀온 듯(죄송) 흐믓한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아직은 ㅡ누가누구인지 잘~죄송요 담엔 꼭 알아 뵙겠습니다...
겨울남자님 산행 후기 잘읽고 갑니다 첫산행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요~힘은 들었지만 ..다 그런걸요
겨울남자님 ... 어쩜 산행기를 요로콤 잘 쓰시나요? 학창시절 문학소년이 아니였던가요/오늘 11층 경찰집 현욱이엄마가 우리집에왔길래 차한잔 나누며서 어제 산에서 민욱이 아빠 만났다고 자랑을 했지롱요..
문학소년요? 꿈도 꾼 적이 없답니다 ㅋㅋ 그러고 보니 옛날 기억들이 새록새록납니다~~ 어젠 너무 고마웠습니다~~
실감나는 산행기였습니다. 필~~~~~~~~~~~승!!
생각했던 대로 좋은 인상 받았습니다~~감사요~
수고 하셨습니다... 어제는 인사도 제대로 못 했습니다...다음 산행에서 뷥겠습니다..
담엔 제대로 인사 올려야겠습니다~ 감사요~~
겨울남자님~~고생했구여~```처음엔 다 아픈니다~~~아픔 만큼 성숙해지잖아요~~`건데~`글을 너무 잘 쓰시네요~~~와~~작가네요~~`함께 하시여 즐거웠습니다~~~담에 또 뵙기를 기원합니다
글을 쓰다보니 분량이 너무 많아져 ~ 읽기가 쪼옴 그렇죠??
너무 상세하게 기술 하셔서 대둔산 다녀오지 않은 분들도 현장에 있었던것 같은 기분 들겠습니다. 훌륭한 글 솜씨 십니다.
하산주때 닉에 대한 설명 잘 들었습니다~참 조으신 인상 가지신 것 아시죠??
ㅋㅋ 산행후기 잼 나게 잘 읽었슴당.. 역쉬 난 귀가 얇아서 남의 말을 잘 믿는편..ㅠㅠ 아니나 다를까 신랑한테 약간의 핀잔을 받고 이왕 사왔으니 사이 좋게 아버님 과 반팅 했슴당...
훌륭한 약성 보시기 바랍니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기술하셨군요. 멋진 산행기 감동의 물결입니다.
감사요~~홈페이지 눈팅하면서 어느 분인가 제일 궁금했습니다~반가웠습니다~
안면이 많은 분인데 누군지 몰라서 회장님에게 여쭤봤습니다...멋진 강의를 들은 기억이 났습니다^^
저 역시...ㅎㅎ 담에 정식으로 인사를 올리죠~기억해주시니 감사요~
멋진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홈페이지 눈팅하던 시절~젤로 자주 뵙던 분입니다~너무 반가웠고요~~~제일 수고 많으시던데요??
아이구나! - 그랬군요 - 어줍은 파트너 만나서 --" 창 밖의 경치는 그냥 다 흘러 보내고" ..... 어찌하면 좋을지.....반성중입니다 - - 산행기에 미소 가득입니다 -
이크~너무 개념치 마시길요~사실은 그냥 갔다면 어차피 잠이나 잤겠죠 ㅎㅎㅎ 참 느낌이 조으신 분...
산행신청 했다가 사정이 생겨 불참 했었는데 겨울남자님의 멋진 산행기를 읽고나니 마치 산행하고 온것같은 기분이네요~ ~
담엔 꼭 뵙기를요~~
ㅎㅎㅎ 결남자님 첫 산행기를 읽으며 1년전 저의 첫 산행 생각으로 입가에 미소가 스칩니다. 아픔 만큼 성숙 한다고, 힘드신 만큼 많이 더 큰 추억으로 자리 메김 되어지실 겁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요~닉이 멋있습니다.....마치 달관한 도사님 처럼요~~~
모두 글 솜씨들이 대단 하십니다~
따님가족과 함게 하신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너그럽고 후덕해 보이시던 분 맞죠??
시간이 가난하여 읽다가 중지합니다....다ㅁ에 꼭 읽고 댓글 달겠습니다...
죄송요~담에 산에서 뵙기를요~~
담엔 꼭 뵐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번 차수에 합류 못했는데.. 조근조근 읽어니 마치 함께 산행을 한듯 감동이 솟구쳐 옵니다. 멋진 글 잘 읽었구요.. 딴분들의 산행기도 다다익선이라고 많았음 좋겠지요~~^^
여울2님~담에 꼭 뵙지요...감사요~~
글을 읽으니 다시 그 곳으로 여행한 기분이 듭니다. 감사해요 ^^
감사합니다~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