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거운 보행법 / 남호순
실제로 빠져나간 건 아닌데
언젠가부터 몸속에서 행성 하나가 덜그럭거린다
나사를 조여본 적 있나
십자드라이버 하나면 세상의 모든 틈을 봉인하고
나약한 진심까지 단단히 묶어둘 수 있다 믿었지만
먼저 마모되는 건 쇠붙이 아니라
내 손목의 악력이었다
책상다리 조이려다 의자 비명을 듣고
의자 고치려다 문고리를 만지작거리면
문고리 너머 계절이 왈칵
헐거거워진 틈새로 쏟아져 들어온다
하루의 중심부터 풀려나갔다는 걸 알게 된 뒤로는
길바닥에서 주운 나사를 하나 끼운다고 해서
삶이 팽팽 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알았다
빈 구멍은 이미 지난 계절의 바람통이 되어
'참을 만해' 단어 하나만 밀어 넣어도
불길한 덜그럭거림이 잠시 멈추기도 한다
나사 하나쯤 빠져 있어야
걸어갈 때 뼈마디 부딪히는 소리가 리듬이 되고
멈춰 설 때 빈틈으로 나오는 바람이 노래가 된다
완벽하게 조여진 것들은 노래할 줄 모르기에
나는 나사 하나를 잃어버린 채
가장 근사하게 삐걱거리며 당신 쪽으로 걸어간다
첫댓글 남호순 시인의 2집을 읽고
너무나 좋아진 시에 감탄을 합니다
그동안 고심하며 시와 씨름 했겠다는 생각과
멋진 시집을 읽게 해준 시인님께 감사한 마음 전하며
한 편 올렸습니다
시집에서 급하게 읽었는데
한 번 더 감상하게 됩니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잘 쓰셨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후평을 쓴 첫번째 시집보다는 훨씬 와 닿는 느낌이 컸습니다.
일일이 회원님들 한테 보내주신 열성 대단하십니다. 덕분에 저도 잘 읽고 있습니다 회장님.
4연의 "책상다리 조이려다 의 비명을 듣고"는 => "책상다리 조이려다 의자 비명을 듣고"의 오타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남호순 시인님은 엥간하시면 다울로 다시 돌아와 활동을 하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박용희님도 그렇고 말입니다.
뭐가 뭔지 온통 복잡해지는 것 같습니다그려~ ㅠ
아 실수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