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F-17 전투기에 투영된 파키스탄 공군의 현대화 사업
Defense News의 2월 10일자 기사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파키스탄이 핵심전력인 JF-17 썬더(Thunder) 전투기 프로그램에 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국 공군의 항공전력을 현대화하고 있지만, 중국이 개발한 청두 (成都) J-10B/FC-20 전투기 발주는 불투명하다는 소식입니다.
예산 부족으로 파키스탄 공군은 대부분의 자원을 JF-17 전투기 프로그램에 집중시켜서 이 프로그램의 성공과 후속 개발을 확고히 할 거라고 씽크 탱크 (think tank)인 파키스탄 밀리터리 컨소시엄 (P-akistan Military Consortium)의 연구원인 우스만 샤브비르 (Usman Shabbir)가 밝혔습니다.
작년 (2013년)에 파키스탄 공군은 '군사개발계획 2025 (Armed Forces Development Plan 2025)'에 따른 현대화 노력에 대한 예산을 2007년 이래로 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중국에서 차관 - 그 규모는 알려지지 않은 - 을 확보해서 JF-17 생산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JF-17 블록 II (Block II) 50대가 작년 (2013년) 12월부터 생산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현재 JF-17 전투기 50대를 보유 중인 파키스탄 공군은 미라지 (Mirage) 및 F-7 기종을 대체하기 위해 썬더 전투기를 최대 250대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파키스탄 공군은 JF-17 전투기 2개 대대로 이미 A-5C 판탄 (Fantan) 공격기를 대체했다고 하네요. JF-17 블록 II는 향상된 항전장비, 무장량 및 장착 능력, 데이터 링크 그리고 전자전 장비에 더해서 공중급유 능력도 갖췄답니다. 다만 관계자들은 그 이상의 세부사항은 공개하길 꺼려했다고 합니다.
중국의 청두항공공업집단 (成都飞机工业集团) 또는 CAC (Chéngdū Fēijī Gōngyè Jítuán)사와 함께 JF-17 전투기를 개발한 파키스탄의 PAC (Pakistan Aeronautical Complex)사의 대변인은 블록 II의 항전 장비가 "뒤섞인 패키지 (mixed package)"이고 계약되었다는 사실만 밝혔다고 합니다.
샤브비르 연구원은 JF-17 블록 I/II 전투기에 장착하기 위해 NRIET KLJ-7 X밴드 레이더가 도입되었고, 라아드 (Ra’ad) 공중발사형 순항미사일과 같은 장거리 무기, H-2/H-4 글라이더형 폭탄 그리고 메크트론 (Mectron) MAR-1 대레이더 미사일도 JF-17 블록 II에 통합되었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중 하드포인트 (hardpoint)가 추가 무장장착기능의 부족을 보완할 것이고, 지정된 목표조준 포드 장착대가 나중에 JF-17 전투기의 공기흡입구 아래에 추가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 JF-17 전투기가 목표조준 포드를 장착하고 비행하는 일이 목격된 적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중국이 운용 중인 FC-1 (JF-17 전투기의 중국 공군 제식명) 전투기에는 이 포드가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파키스탄 공군의 AWC (Air Weapons Complex)가 한 유럽 업체와 함께 목표조준 포드를 공동으로 개발했다고 샤브비르 연구원은 언급했습니다.
어느 업체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PAC사는 이전에 셀렉스 ES (Selex ES)와 사젬 (Sagem)사와 협력한 적이 있습니다. 샤브비르는 분리형 전방적외선 센서 (FLIR)의 추가는 별로 가능성이 없고, 파키스탄 공군이 운용 중인 미라지 5 (Mirage 5) 전투기에 장착된 FLIR 센서는 "재활용" 되지는 않을 거라고 봤습니다.
그 이유는 FLIR이 장착된 미라지 5는 앞으로 수년동안 야간공격에 특화된 공격기로 활약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파키스탄 공군의 미라지 5 전투기는 미라지 5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인 ROSE(Retrofit Of Strike Element III)를 통해 3차례에 걸쳐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합니다.
항전장비의 후속 개량은 JF-17 블록 III 전투기가 2016년에 생산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려야할 지 모른다고 합니다. 블록 III에는 KLJ-7에서 파생된 AESA 레이더가 들어갈 거라고 밝힌 샤브비르는 지금까지 JF-17 블록 III는 단지 개념에 불과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파키스탄 공군과 PAC, 그리고 중국의 CATIC (China National Aero-Technology Import & Export Corp.)사가 JF-17 블록 III가 어떤 성능을 제공해야 하는 지에 대한 폭넓은 합의에는 이르렀지만, 아직 설계는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고 샤브비르 연구원은 언급했습니다.
파키스탄에 대한 중요성은 둘째쳐도, CATIC사에게 FC-1/JF-17 전투기는 아직 해외에서 발주를 받아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수출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양국의 FC-1/JF-17 생산라인은 완전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PAC의 JF-17 생산라인은 해마다 25대를 생산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해마다 18대만 생산한다고 하네요. 이는 약간의 마찰을 부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파키스탄 공군은 수출에 주력하기 전에 요구하고 있는 JF-17의 도입목표에 도달하길 원하기 때문이라네요.
국제전략연구소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의 군사항공 부문 고위연구원인 더글라스 배리 (Douglas Barrie)는 중국이 FC-1/JF-17 전투기를 소량이라도 구매한다면 이는 이 전투기의 신뢰성을 높일 것이고 그 수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배리 연구원은 더 강력한 전투기가 너무 비싸서 또는 도입할 수 없는 여러 방산시장에서 청두 JF-17전투기가 신뢰받는 후보기종이 되지 않을 당연한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낮은 비용으로 구형 기종을 대체하려는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과 (가능하다면) 중동국가들에서 말이죠.
배리 연구원은 JF-17 전투기의 공대공 및 공대지 무기가 이유있는 선택이라면서, 공대공 SD-10/PL-12 BVR (Beyond-Visual-Range) 미사일이 신뢰받는 무기라고 언급했습니다.
JF-17 전투기의 수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동안, 파키스탄 공군이 FC-20/J-10B 전투기를 도입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샤브비르 연구원은 밝혔습니다. 그러나 J-10B 도입 계약의 상태는 불확실하며, 이에 대한 논의가 파키스탄 공군 내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파키스탄 국방장관도, 파키스탄 공군도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합니다. 샤브비르는 J-10B의 발주가 2014-2015년 기간에 체결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면서, 2009년에 미화 14억 달러 규모로 FC-20/J-10B 전투기 36대를 도입하는 협상이 진행 중이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도는 2009년 당시 J-10B 전투기가 파키스탄 공군에 2014년이나 2015년에 배치될 것이었지만, 그 일정이 연기되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예산이 문제가 되고, 인도 공군이 라팔 (Rafale) 전투기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파키스탄공군 도 FC-20/J-10B 도입 계획을 취소하고 이전보다도 더 많은 재원을 JF-17 사업에 쏟을 것이고, 그와 동시에 중고 F-16도 더 도입해서 블록 52 (Block 52)로 개량할 수 있다고 샤브비르는 말했습니다.
전직 파키스탄 공군조종사이자 분석가인 카이저 투파일 (Kaiser Tufail)은 순수하게 정치적인 측면에서 보면, 파키스탄 공군이 F-16C 수준의 최신형 전투기로 그 자원을 분산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당연히 신뢰할만한 나라이고, FC-20/J-10B는 잠재적인 전투기 도입 후보기종이지만, 투파일 본인의 개인적 평가로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FC-20/J-10B는 F-16C 블록 50/52에 비해서는 성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투파일은 여전히 FC-20/J-10B 전투기를 도입하는 것이 JF-17 프로그램에도 이득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합니다.
투파일은 향후 이루어질 JF-17 전투기의 블록 III 및 블록 IV 사업은 FC-20과 항전장비에서 공통성을 가질 수 있다면서, 이 같은 공통성이 후기 블록의 시스템에서 시도되고 테스트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투파일은 (JF-17과 FC-20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추측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JF-17 블록 III와 IV의 성능과 동체 구성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항전장비 외의 하드웨어가 FC-20과 공통성을 갖춘다면, 이에 대해서 추측하는 것은 헛된 일일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투파일은 중국이 개발 중인 스텔스 전투기가 FC-20/J-10B보다 더 나은 방안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제 스텔스 전투기의 완전한 성능과 능력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이를 감안하면 중국제 스텔스기를 위시리스트에 올리는 건 시기상조일 것이라면서요.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파키스탄의 주된 고민은 역시 "돈"으로 귀결된다고 봐야겠습니다. 사실 예산 부족으로 JF-17 전투기도 최대한 많이 생산해서 파키스탄 공군에 배치시키지 못하는 것이고 이 점이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죠.
JF-17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의 KFX 사업에도 시사점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두나라가 협력한다는 점,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 자국 공군의 향후 주력 전투기로 도입된다는 점에서 말이죠. 파키스탄과 중국이 JF-17 프로그램에서 겪는 어려움이 KFX 사업에서 반복되지 않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