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엔 미친 사람들이 간혹 존재한다.
각자의 분야는 다르지만 이런 사람들로 인해 문화, 예술, 과학기술, 영화, 음악, 문학, 산업 등 사회 제반 영역들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내 지인 중에서도 '도보여행'에 미친 사람이 있다.
걸어서 '사막횡단', '유럽대륙 횡단' 등 드넓은 세상을 주유했다.
지금은 한반도 전체를 일주하고 있다.
안동을 출발해 낙동강을 따라 부산까지 갔다.
거기서부터 '해파랑길', '평화 누리길', '서해랑길'을 주파했다.
지금은 '남파랑길' 구간인데 경남 남해를 지나고 있다.
남파랑길까지 마치면 제주도로 가서 '올레길'까지 다 섭렵하겠다고 한다.
거리를 계산해 보니 대략 5,300 K다.
미쳤다.
미치지 않고서야 상상하기 힘든 길이다.
그것도 구간별로 나눠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집을 나선 이후엔 중단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하는 컨셉이다.
이쯤되면 극히 소수의 사람만이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이다.
상상했다고 해서 그들이 모두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괴짜다.
지난 주에 그가 '여수반도'를 지났다.
고생하는 그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다.
진심이었다.
그 극한의 초장거리 반도일주가 어떤 것인지, 그 지경과 그 고행의 정도를 잘 알기에 내 마음도 시종일관 짠했다.
나는 마음을 담아 그에게 영양식을 제공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기에 따로 시간을 내긴 어려웠다.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상황을 설명했다.
모두가 단박에 '오케이'였다.
생면부지의 사람을 만나서 식사를 대접하고 함께 2-3시간을 보낸다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전화를 건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나 상호간에 두터운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루에 한 명씩, 고행의 순례를 하는 그를 위해 각각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국,내외적으로 숱한 사진과 글과 추억을 쌓았고 지금도 엮고 있다.
지금까지도 이미 차고 넘치지만 훗날엔 더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다.
그런 자산이 무르 익고 익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향기로운 문학이 되고 영화가 되며 역사가 될 것이다.
'불광불급'.
미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만고불변의 명제다.
이글거리는 태양도, 최악의 폭우와 태풍도, 살을 에는 추위도 문제 될 건 없었다.
배고품과 외로움 그리고 이따금씩 엄습하는 공포와 위험도 그의 길을 막진 못했다.
오늘도 그의 야무진 발걸음에 신의 가호가 가득하길 빈다.
35kg도 넘는 그의 배낭.
일반인들이라면 이미 어깨와 척추가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호기롭게 출발했어도 그 처절한 고통에 며칠 간 곤죽이 되면, 별의 별 이유를 대며 끝내 리턴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수십 년 간 묵묵하게 갈고 닦은 절대적인 내공이 아니라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다.
지고지순한 영혼에 뜨거운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도전이다.
그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세상은 아름답다.
전화 한 통에 하던 일을 덮고 현장으로 달려간 세 분에게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
브라보.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