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타인의 손가락 상처에 사용된 약이 선수의 도핑 검사에 양성반응을 유도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2024년 3월 테니스 세계랭킹 1위인 야닉 시너(Jannik Sinner)는 두 차례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는데 선수의 물리치료사가 손가락 상처에 클로스테볼이 함유된 스프레이를 뿌린 뒤 장갑을 끼지 않은 채 마사지하는 과정에서 피부를 통해 극미량의 성분이 흡수된 것이다.
의도치 않은 도핑도 문제가 된다고 하지만 이런 피할 수 없는 이유에도 결국 2025년 2월부터 3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게 된다.
카누 종목의 도로타 보로프스카(Dorota Borowska) 선수 또한 해당 성분의 양성반응으로 2024년 파리올림픽 출전이 어려워질 뻔으나 발에 상처를 입은 반려견을 치료하기 위해 바른 연고가 묻어 양성반응이 나왔던 것이라 주장했고 이를 받아들여 징계가 해제되면서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다.
전문 물리치료사를 통한 팀 관리 책임이냐 반려견 치료 과정에서의 오염 같은 불가항력적인 생활 오염에 의한 것이냐 차이가 두 선수의 징계유무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1. 클로스테볼(Clostebol)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금지목록에서 S1. 동화작용제로 분류되어 상시 금지약물에 해당하는 클로스테볼(Clostebol)은 testosterone의 분자구조에서 4번탄소(C4) 위치에 Cl이 결합된 구조이다.
상처 치유와 피부 재생을 돕는 연고나 스프레이에 주로 쓰이는 성분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성분이 아닌 독일, 이탈리아 등 특정 국가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어온 성분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된 의약품 중 클로스테볼을 주성분으로 하는 제품은 없다. 때문에 약국에서 취급하며 주의해야 할 문제는 아니지만 해외 직구 등이 활발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할 성분이다.
해외에서 유통되는 클로스테볼 포함 의약품에는 트로포데르민(Trophodermin) 연고/스프레이, 네오데르민(Neodermin) 연고 등이 유명한 제품으로 상처나 화상 피부재생 연고로 사용된다.
2. S1 동화작용제로 상시금지약물
클로스테볼은 세포 내 안드로겐 수용체(Androgen Receptor, AR) 와 결합하여 유전적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세포핵에서 특정 DNA 서열에 붙어 mRNA 생성을 늘리고 근육 성장에 필수적인 단백질 합성을 가속화한다.
또 체내 질소 배출을 억제해서 근육의 손실을 막고 회복을 돕는다.
아주 적은 수치이지만 적혈구 수치를 높여 근육으로 전달되는 산소량을 높여 지구력이 필요한 종목에서 피로를 늦추는 역할도 할 수 있다.
WADA 제공.
이러한 작용 때문에 S1 동화작용제 상시금지약물로 분류되고 있다.
클로스테볼의 동화작용 수치는 테스토스테론 대비 40~60% 정도로 높지는 않지만 외용제로 사용 시 지용성이 강해 피부의 각질층과 진피층에 약물이 흡수되어 저장될 수 있다. 약물의 혈중 농도는 낮게 유지되지만 황산염 포합체 형태의 대사산물이 일반적인 대사 산물보다 소변을 통해 장기간 배출되고 아주 미량에서도 검출될 수 있어 단회 도포 후에도 11일 이상, 악수나 마사지 등을 통한 간접접촉은 2~6일간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올 수 있다.
흔히 스테로이드 연고는 S9. Glucocorticoids에 속하는 연고들이 대부분인데 WADA 규정상 허용된다고 오인해서 S1의 클로스테볼 성분 도핑에 적발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1) World Anti-Doping Agency (WADA): 2026 Prohibited List (Standard International). (2026년 1월 1일 시행령)
2) Clin Chem Lab Med , Clostebol and sport: about controversies involving contamination vs. doping offence, October 15,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