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9일(목) 2일째 날이다. (송지호->속초시내)
오늘새벽도 3시가 되니 어김없이 TV가 켜지고 화장실에서 꽥꽥 소리나고~
그래서 잠이 깼는데 민박집 주인인 노부부의 검소(?)한 생활자세 때문인지
방이 엄청 추워졌다. 모두가 잠든시간에는 보일러를 끄는 것 같다.
4월초 지만 보일러 꺼진 방은 으시시~~많이 춥다.
6시가 되니 보일러가 다시 들어 온다. 따스스 해진다.
이른시간인데 미국의 박계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제 오후 들린 가진항의 물회얘기와 70대 노인 취급 당한 휘연이 얘기를 해주니
너무 좋아한다. 그러면서~휘연이가 좀 들어 보이긴 한단다.
아침밥 챙겨 먹고 8시 10분 출발이다. 어제보다 약간 늦었다.
오늘도 저 바다를 보면서 낙산 정도까지 가려고 하는데.....
두시간 정도 걸었다. 다리가 조금 아파올 시간인데 마침 아름다운 모텔과 마당이 바닷가에 있다.
바닷가에 붙어선 모텔이 제법 운치가 있다. 해돋이 사진찍기에 좋을 것 같다.
1시방향으로 보이던 설악의 대청이 이제는 2시방향으로 아스라하게 보인다.
씽씽 달리는 덤프트럭과 커다란 나무를 질질 끌고 달려오는 트럭들이 소름이 끼친다.
오늘은 시야가 어제보다 더 안좋아서 바다와 하늘의 경계선이 거의 안보인다.
터덜 터덜~~
두다리만 계속 움직이다보니 머리가 텅 비어가는 것 같다.
토성면 도심(?)쪽으로 우회전을 해서 들어서니
작은 면소재지 정도 되는 곳인데 가로수가 벗나무가 보기에 좋다.
시가지를 바로 등지고 왼쪽으로는 시원한 바다가 보이는 마을,,
시야가 좋은 곳은 이미 모텔이 줄줄이 들어서서 손님을 기다린다.
바다쪽 경치가 어느정도 지루해 지려고 하는 순간
설악을 다녀 갈때면 나다니던 낫익은 길들이 나타난다.
차로 다니면 그냥 바로 바로 지나던 스쳐가던 길인데 걸어서 지나자니
무지하게 멀다. 아스란 하다.
아래 사진의 소나무는 아마 속초시장이 좋아하는 소나무 인가보다.
일반소나무 하고는 약간 다른 종자인듯 한데 속초권내 들어오니 가로에 유난히 많다.
속초의 영랑호가 나타난다. 바다만 보던 눈이 호수를 보니 새롭다.
호수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설악의 마운틴라인이 그림처럼 아름답고
속초가 멀지 않으니 주변경관도 점점 도시 스러워진다
시골길을 걸어 가노라면 몸은 고달퍼도 마음은 새로운데,
커다란 도시를 걸어서 통과하는 것이 사실 많이 고통스럽다는 느낌이다.
차로 건너뛸까?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바퀴달린 것은 타지말자는 초심을 절대로 준수하자고 한다.
다음 사진처럼 생긴 도심을 걸어서 건너는 것이 좀 미련스럽기는 한듯 하지만
2,100km 전체 여정을 완전한 도보로 한다는데 수긍을 하고는 밥집을 찾는다.
속초시내에 들어서 가다보니 언젠가 아침에 들려서 식사를 한 곰치국집도 지나고
어젯밤 윤정섭 안한철과 먹었던 그 오징어 순대집도 지난다.
차로 15분 남짓 걸렸던 그길을 오전 내내 4시간 이상을 걸어서 온것이다.
속초에 들어서면서 부길이 계속 TV의 맛대맛(?) 프로에서 보았다는
맛이 기가 막히다는 해물 짬뽕집을 찾았는데 도무지 아는 사람이 없다.
속초가 아니고 주문진 에 있는거 아니냐고 하는 택시기사도 있고,
해물짬뽕이 다 그게 그거지 뭐 별거냐고 하는 부동산 아저씨도 있다.
결국 점심은 중국인이 한다는 중국집에서 짬뽕과 약간(?)의 소주로 해결했다.
점심을 먹고 피시방에 들러 카메라사진을 아이팟에 백업하였다.
다시 출발이다.
해안쪽으로 들어서니 길이 막히고 배로 건너야 하는 작은 호수인지 만(?)인지 나타난다.
한사람당 200원씩 받고 건너주는 갯배가 있어서 타고서 기념 단체사진(?)하나 찍었다.
이배는 양편을 밧줄로 연결 하고는 그줄을 손님이 끌어 당겨서 건너는 형태인데
무료인줄 알았더니 건너편에서 1인당 200원씩 받았다. (현재시간 : 오후 2시40분)
아바이 순대동네(6.25당시 피난민들의 마을인듯)로 들어서기 직전
다리 밑으로 보이는 경치가 정말 그림이다.
오후의 빛에 아까 그 만의 수면에 빛이 반사를 하고 그너머로 도심과 설악의 모습~~
연무가 많은날이라 산세가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있다.
속초에 바로 붙어있는 대포항 아니었던가???
거기까지 장장~ 50분을 걸었다. 낮익은 대포항에 도착을 하니 회 한접시 생각나지만
퍼지고 앉으면 한나절이 가는지라~ 꾹 참고 야외 탁자에 앉아서 갈매기만 쳐다본다.
물도 없고 파스가 좀 필요하기도 해서 약국에 다녀왔다.
약간의 구급약과 생수를 사가지고 자리에 와보니
부길이 어느 노인하고 대화를 하고 있다. 이미 고주망태가 되버린 80대 노인이다.
내가 생수를 가지고 가니 그 노인네 나보고 막걸리 두개만 가져오란다.
나: “나 심부름꾼 아닌데요~~누구셔요?”
이미 부길과는 대화가 통해서 거의 친구처럼 반말 비슷하다.
부길: 어디서 오셨나?
노인: 끅! 홍천서 왔어~~ 막걸리 한잔 하자고!!
부길: 일행은 어딨어?
노인: 구경가고 나만 여기 남았어~~마누라도 같이 왔는디!!
부길: 술이 떡이 되었으니 자기들끼리 구경갔구만??
노인: 바보들여! 이렇게 술마시고 ,,,좋잔여?? 끅! “
술한잔 하자고~~ 여기 잠깐 기다려 내가 가서 술가져올게~~
부길: 괜찮아~~ 우리 지금 무지 힘들거든…
노인: 그럴수록 한잔 허야지~~
그 노인 결국 자기가 막걸리 두병 사들고 와서 돌린다.
떡이 된 노인이라 좀 귀찮기는 했지만 정은 많은 노인네 같다.
대포항을 출발하여 해안을 쳐다보니 저 멀리 낙산사가 보이는데 아스라~하다.
저기까지 가야지!!
그러나 가도 가도~ 낙산사는 가까워 지지 않는다.
물치항을 지나고 그렇게 가다가 결국 포기
그날은 정암해수욕장의 베리트 라는 조그만 콘도식 민박에 들었다. 3만원!
길옆의 콘도식 민막인데, 아주 정갈한 시설에 주인아줌마도 친절하고,,
우리같은 길가던 사람 잠시 머물기에는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첫댓글 휘연이와 부길이 둘다 나하고는 별다른 사귐은 없었지만
이제 다시 볼수 없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지나간
사진으로 씩씩한 모습을 볼수있어 반갑구나.
이제 고통없는 곳으로 갔을테니 편안하게 지내기를 바랄뿐이다.
고인들의 추억을 더듬을수있는 글 새롭습니다.
윤 편집국장님의 수고로 먼저간 친구들 생각 할 수있어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