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계약 궤를 지성소 안에 들여다 놓았다. 구름이 주님의 집을 가득 채웠다.>
▥ 열왕기 상권의 말씀입니다.8,1-7.9-13
그 무렵 1 솔로몬은 주님의 계약 궤를 시온, 곧 다윗 성에서 모시고 올라오려고,
이스라엘의 원로들과 이스라엘 자손들의 각 가문 대표인 지파의 우두머리들을
모두 예루살렘으로 자기 앞에 소집하였다.
2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두 에타님 달, 곧 일곱째 달의 축제 때에
솔로몬 임금 앞으로 모였다.
3 이스라엘의 모든 원로가 도착하자 사제들이 궤를 메었다.
4 그들은 주님의 궤뿐 아니라
만남의 천막과 그 천막 안에 있는 거룩한 기물들도 모두 가지고 올라갔는데,
사제와 레위인들이 그것들을 가지고 올라갔다.
5 솔로몬 임금과 그 앞에 모여든 이스라엘의 온 공동체가 함께 궤 앞에서,
헤아릴 수도 없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양과 황소를 잡아 바쳤다.
6 그러고 나서 사제들이 주님의 계약 궤를 제자리에,
곧 집의 안쪽 성소인 지성소 안 커룹들의 날개 아래에 들여다 놓았다.
7 커룹들은 궤가 있는 자리 위에 날개를 펼쳐 궤와 채를 덮었다.
9 궤 안에는 두 개의 돌판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돌판들은 이스라엘 자손들이 이집트 땅에서 나올 때,
주님께서 그들과 계약을 맺으신 호렙에서 모세가 넣어 둔 것이다.
10 사제들이 성소에서 나올 때에 구름이 주님의 집을 가득 채웠다.
11 사제들은 그 구름 때문에 서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주님의 영광이 주님의 집에 가득 찼던 것이다.
12 그때 솔로몬이 말하였다.
“주님께서는 짙은 구름 속에 계시겠다고 하셨습니다.
13 그런데 제가 당신을 위하여 웅장한 집을 지었습니다.
당신께서 영원히 머무르실 곳입니다.”
복음<예수님께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53-56
그때에 예수님과 제자들은 53 호수를 건너 겐네사렛 땅에 이르러 배를 대었다.
54 그들이 배에서 내리자 사람들은 곧 예수님을 알아보고,
55 그 지방을 두루 뛰어다니며 병든 이들을 들것에 눕혀,
그분께서 계시다는 곳마다 데려오기 시작하였다.
56 그리하여 마을이든 고을이든 촌락이든
예수님께서 들어가기만 하시면,
장터에 병자들을 데려다 놓고
그 옷자락 술에 그들이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
묵상
한 남자가 시골길을 운전하며 가던 중, 주위 풍경에 한눈을 팔다가 그만 자동차가 진흙 웅덩이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어떻게든 빠져나오려 했지만 차 바퀴가 헛돌 뿐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근처 농장에 가서 도움을 청했습니다. 농부는 들판에 있는 나이 많은 노새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워릭이 차를 웅덩이에서 꺼낼 줄 수 있을 거요.”
남자는 이 늙은 노새가 과연 그 무거운 차를 웅덩이에서 꺼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농부는 고삐를 잡고 노새를 잡아당기며 소리쳤습니다.
“당겨, 프레드. 힘껏 당겨, 잭. 온 힘을 다해 당겨, 테드! 너도 힘껏 당겨, 워릭!”
노새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쉽게 차를 웅덩이에서 끌어냈습니다. 남자는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에, “노새는 한 마리인데 왜 다른 이름을 불렀습니까? 이 노새의 이름이 여러 개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농부는 웃으며 말했지요.
“아니요. 워릭은 늙어서 눈이 보이지 않는다오. 하지만 자신이 다른 노새들과 함께 있다고 믿으면 어떤 무거운 것도 끌 수 있소.”
혼자라고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집니다. 그러나 함께하면 불가능한 것도 가능한 일이 되곤 합니다. 함께 한다는 믿음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주님께서 믿음을 강조하셨던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요?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음을 믿음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힘센 주님께 대한 믿음이 지금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병든 이들이 예수님을 찾아옵니다. 그들이 혼자서 오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특히 병이 죄의 결과라는 당시 사회 분위기 때문에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함께합니다. 바로 예수님께 대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그 믿음은 예수님 옷자락 술에 손이라도 대게 해 달라고 청하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 옷자락 술에 손만 대어도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복음에서 이렇게 전합니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
함께했기에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고, 또 주님과 함께하려는 마음에 구원까지 받을 수 있었음을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함께하고 있을까요? 나의 이웃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하며, 그들과 함께 주님을 만나려고 하고 있습니까?
누구는 자기만을 믿는다고 말합니다. 자기를 믿는다는 것은 그 누구와도 함께하지 못한다는 고백과 같습니다. 함께하지 않는 곳에서 과연 진정한 믿음이 나올 수 있을까요?
오늘의 명언 :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인생을 두 번 사는 것이다(마르티얼).
사진설명 :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