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웅할거. 2009 프로야구 투수 부문 타이틀 경쟁이 그렇다. 일정의 60%(532경기 중 325경기)를 소화한 12일 현재에도 각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2006년 이후 3년 만의 트리플크라운(류현진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 달성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김광현(SK)·류현진(한화)·윤석민(KIA)이 펼친 3자 대결보다 다각화된 경쟁 구도다.
◆다승왕 경쟁 불붙다
최근 가장 맹렬히 승수를 쌓고 있는 선수는 롯데 우완 송승준이다. 4월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던 송승준은 5월 3일 부산 두산전에서 마수걸이 승리를 챙긴 뒤 연승을 이어 갔다. 10일 서울 목동 히어로즈전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9연승에 도달, 시즌 9승으로 다승 공동 4위로 도약했다. 반면 앞서 10승에 도달한 투수들의 최근 행보는 더디다.
올 시즌 8연승을 내달리던 김광현은 6월 16일 목동 히어로즈전에서 첫 패배를 당했다. 이후 불운이 잇따랐다. 3일 부산 롯데전에서 김성근 SK 감독의 판단 착오로 3회에 강판됐고, 10일 인천 삼성전에서는 신고 선수 출신 이우선과 맞대결에서 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10연승을 기록하던 송은범(SK) 또한 4일 부산 롯데전과 11일 인천 삼성전에서 연패를 당하며 발목이 묶였다. 두산 중간계투 임태훈도 6월 26일 서울 잠실 삼성전 이후 승수 추가에 실패했다.
◆불운의 봉중근·류현진, 평균자책점·탈삼진에 올인
올 시즌 가장 불운한 투수는 봉중근(LG)이다. 125와 3분의 1이닝, 14차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로 두 부문에서 1위를 달리면서도 최다패(8패) 공동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다승(7승·공동 9위) 경쟁에서 밀린 봉중근은 '홀로 해낼 수 있는' 평균자책점 타이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73으로 이 부문 3위. 1위 김광현(2.67), 2위 송은범(2.70)과 0.03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외롭게 한화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류현진도 '탈삼진왕 탈환'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류현진은 11일 잠실 LG전에서 14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총 116탈삼진으로, 2위 고효준(SK·100탈삼진)과 격차를 벌렸다. 2006년과 2007년 2년 연속 닥터K에 등극했던 류현진은 지난해 김광현에게 탈삼진왕 자리를 내줬다.
◆8년 만의 30세이브 미만 구원왕?
구원왕 부문에서는 힘 빠진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3년 연속 구원왕에 올랐던 오승환(삼성·18세이브)이 주춤한 사이, 두산 이용찬(18세이브)과 롯데 애킨스(16세이브)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3명의 마무리 모두 구위가 떨어져 있는 상태다. '마무리 등판=승리' 공식은 깨어진 지 오래다. 2001년 이후 8년 만에 30세이브 미만의 구원왕 탄생이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