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등사 동수입니다. 오늘은 저희 은사스님의 행복한 생신날입니다. 늘 많이 부족한 상좌로 제대로 갖추지 못함이 죄송합니다. 은사스님의 배려로 중앙승가대학에 입학하고 신문에 글을 올렸었는데 이번에 때마침 스님 생신날에 맞춰 글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스님에 대한 감사함을 글로 다 옮겨 표현할 수는 없지만 잠시 미비하나마 저의 짧은 글을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글로벌한 무대 위의 선구자가 되신 은사스님
설오스님(법등사 주지)
부처님 오신 날을 준비라도 하듯이 각종 꽃들이 다투어 온 세상을 아름답게 장엄했던 어느 봄날 그렇게 은사스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유난히도 꽃을 사랑하시고 꽃과 같은 마음을 가지신 모든 생명을 두루 두루 살펴 대자비행의 이타행을 그대로 몸소 실천하여 모범을 보여 주시는 분이십니다. 봉녕사 승가대학에서 강의를 하시는 은사스님께서는 대만과 인도, 티벳에서 아주 오랫동안 정진하시고 공부하신 그야말로 깊은 수행력과 함께 모든 경전을 두루 섭렵하시고 율장에도 밝으신 복과 지혜를 두루 갖추고 계셨습니다. 학인스님들을 지도하시고 계신다는 것을 생각할 땐 절에 계실 때면 당연히 학문적으로 연구하시고 공부만 하실 것 같은 분위기셨는데 완전 예상을 뛰어넘고 은사스님의 실감나는 화려한 무대를 그렇게 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시대에선 어쩌다 TV 사극에서나 한 번씩 봐왔던 그 장면들 바로 나무 장작 만드시는 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손에는 펜이 아닌 도끼를 드시고는 단번에 나무토막을 두 쪽으로 쩍! 갈라놓으시는 예사롭지 않은 모습을 본 저는 그만 그 자리에서 따뜻한 봄날 얼음이 돼 버렸던 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거칠고 무거운 전기톱으로 나무장작을 만드시고 트럭을 손수 운전하시며 도량을 가꾸시는 스님의 모습에서 온전히 몸과 마음이 하나로 전력을 쏟으시며 불사를 이루어 내심은 그 원력 또한 만만찮은 위력을 보여 주시고 계셨습니다.
허허벌판 아무것도 없던 맨땅에 지금의 법등사가 들어서고 티벳 문화원을 설립을 통한 티벳의 수행과 함께 대만에서 큰스님을 초청하여 정토종의 염불정진수행을 위한 템플스테이를 통하여 다른 근기의 중생들을 불법으로 접인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또한 인도와 티벳, 대만에서의 수행력을 바탕으로 경전번역과 함께 출판에서도 스님의 대단하신 원력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티벳에서의 경험담과 수행에 관한 내용을 출판하시고 티벳의 경전을 번역하시어 편찬하셨으며 또한 대만에서 출판된 경전을 번역하시는 등 스님의 무한한 능력으로 많은 분들이 알기 쉽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 받을 수 있도록 하신 것입니다.
한권의 경전이 번역되어 세상에 나오기 까지는 참으로 보이지 않는 크신 원력의 힘이 아니면 감히 손 댈 수 없는 힘든 고행의 과정입니다. 이러한 스님의 높고 귀하신 뜻으로 출가 전에는 알지 못했던 부처님의 진리를 새롭게 만날 수 있었던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그 중 가장 신심 있게 수행할 수 있었던 경전은 현재 중국에 최고 고승으로 추앙받고 계시면서 오대산에서 주석하고 계시는 몽참 큰스님께서 강설하신 “점찰선악업보경”이었습니다. 이 경전의 대승경전으로 <지장보살본원경>과 함께 지장신앙의 소의경전이었습니다. 이 경전은 은사스님께서 대만에서 직접 큰스님으로부터 전수 받고 수행하시어 번역해 놓으신 경전으로 행자시절 가장 중요한 참회수행법으로서 매일 저녁 예불 후 아미타경과 함께 번갈아 독송하며 예배했었던 정말 소중하고 귀한 법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리고 티벳트 불교를 수행할 수 있는 많은 법본들을 직접 번역하고 출판하시어 인연있는 많은 젊은 불자들이 불법에 신심을 낼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이미 막힘없는 대장부의 위엄과도 같이 크고 높으신 원력으로 수행자로서의 모범을 그대로 실천하여 몸소 모범을 보여 주시는 은사스님의 막강한 무대는 동체대비를 실천하시면서 일체 모든 생명에게 고루 전달되어 동물에 대한 자비심 또한 지극하심을 보여 주셨습니다.
출가 전 동물에 대한 선입견으로 닫혀져 있었던 제게 있어서 그러한 관념들로부터 깨어날 수 있었던 것도 은사스님의 지극하신 동물에 대한 자비심을 통해 새롭게 깨어날 수 있었습니다. 모두 버려진 강아지들과 지붕위에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어미를 잃은 새끼 고양이들에게 있어서도 그들에게는 정말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그 마음 이상으로 모든 생명을 고루 평등하게 살펴 길러주시는 대비심의 모습이셨습니다. 항상 바쁘게만 움직이는 마음으로 길들여져 있는 제 모습으로 어느 날 또다시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문득 등 뒤에서 은사스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행자님! 그 앞에 꽃 좀 봐라! 그 꽃은 봄이 올 때 쯤 제일 먼저 피는 꽃 이란다” 아직 겨울의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날씨에 무슨 꽃일까 두리번 찿고 있던 중 제 발 앞에서 아주 조금마한 노랑색 꽃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은사스님께서 작년에 심어 놓으신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얼마동안 만큼이라도 마음의 여유로움과 함께 생명에 대한 감동으로 꽃에 대한 명상을 할 수 있도록 챙겨 주시는 은사스님의 따뜻하신 깊은 마음과 함께 어느 날 은사스님께서 한의원에 다녀오셨는데 환으로 지어진 한약봉지가 제게도 전달이 되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출가해서 공부 하려면 힘들거라 하시면서 특별히 “총명탕”이란 걸 지어 주신 것입니다. 세심한 배려로 장애 없이 수행생활을 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챙겨주시고 살펴주심은 항상 감동으로 내게 전해졌습니다.
행자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마음인 “下心”에 대한 가르침으로 전해 주신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님께서 대만에 계실 때 대흥사라는 절에 아주 수행력이 깊으신 이름이 없다하여 무명이라고 하는 비구니스님이 계셨답니다. 중생들의 병을 고쳐주기 위하여 항상 물을 떠 놓고 신묘장구 대다라니 대비주를 외우는 기도를 하여 그 물로 많은 말기 암환자들을 낫게 하셨답니다. 평생 물만 마시고 시멘트바닥에 얇은 옥 한 벌만 입고 장좌불와를 하시는 정진력을 보이셨다고 합니다. 이 스님의 몸이 얼마나 가벼우신지 실제로 앉은 채로 날아오르듯이 탁자위로 올라 앉아 법문을 하시는데 이렇게 말씀하셨다 합니다. “나는 여러분의 발톱의 때만도 못한 존재입니다. 여러분들은 다 미래에 부처님들이십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의 병은 낫게 해 드릴 수 있습니다.”그래서 실제로 수많은 병자들이 치유되었고 그 비구니 스님께서 열반하셨는데 수많은 사리가 나와서 현재도 상좌들이 사리를 모시고 정진하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무명비구니 스님의 육신은 안계시지만 아직도 銅羅에 있는 구화산 대흥사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정말 깨달음을 이루신 분들은 我相이 사라져서 지극히 자신을 낮추고 일체중생을 부처로 본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은사스님의 법문은 언제 들어도 항상 재밌고 즐거웠습니다. 막힘없는 뛰어나신 변재로 모든 분들에게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하고 활기차게 보이지 않는 무한한 힘을 전해 주심을 느꼈습니다. 은사스님의 수많은 법문 중 항상 마음에 새겨 두는 것은 보살심에 관한 것입니다. 수행의 궁극의 목적은 중생교화에 있으며 보살행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보살의 마음은 이타행으로써 복과 지혜를 쌓기 위해서는 먼저 남을 위한 배려가 우선되야 한다는 것으로 일체 중생과 더불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동체대비를 실천할 것을 강조하십니다. 그래서 우리 제자들 이름의 첫 글자를 동체대비의 첫 글자인 같을 同자를 쓰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와 같이 은사스님께서는 중국불교와 티벳불교를 두루 섭렵하신 글로벌한 선구자이시며 일체중생들의 대자비한 어머니가 되어 주십니다. 이제 이렇게 그동안 꿈꾸어 왔던 행복한 영광스런 승가대학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먼 미래까지도 생각해 주시는 은사스님의 지극하시고 깊으신 대자비심으로 배려해주신 덕분입니다. 세심하게 이끌어 주시고 살펴 주시는 은사스님의 한량없는 은혜에 감사드리며 수행자로서의 정진력을 갖추고 보살행으로 일체중생에게 회향하며 동체대비가 실현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 정진하겠습니다.
상좌 동수( 불교사회학부 1)
첫댓글 스승님께 신심과 헌신의 마음이 있음은 가장 큰 복덕자량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