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크니 자화상(2005)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oxfordshire_church_photos/24446917162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는 1937년에 영국 요크셔 브래드포트에서 태어난 팝 아티스트입니다. 11살 때부터 화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브래드포드 예술학교(1953~57)와 영국 왕립예술학교(1959~62)에서 예술교육을 받았습니다. 1963년에 런던에서 최초의 개인전을 열었고, 1960년대에는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해 대중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는데요.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11월, 영국 크리스티에서 그가 1972년에 그린 작품 <예술가의 초상(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 · Portrait of an Artist(Pool with Two Figures)>이 현존 작가 중 최고 낙찰가인 9,030만 달러(약 1,019억 원)에 낙찰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영국 테이트미술관의 주최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리는 <데이비드 호크니展> 작품은 총 7개의 공간에 나뉘어 전시되어 있습니다. 관람객이 많아도 2층부터 차례대로 감상하는 걸 추천합니다. 호크니 초기 작품세계부터 시작해 2017년까지 그의 작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늘 작품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했으며, 회화, 판화, 드로잉,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가장 최근의 작품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지 기대되는 화가입니다.
2층에는 ①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기 ② 로스앤젤레스 ③ 자연주의를 향하여 코너가 있고, 3층에는 ④ 푸른 기타 ⑤ 움직이는 초점 ⑥ 추상 ⑦ 호크니가 본 세상 코너가 있습니다. 전시 관람 후 호크니 라운지도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3월에 전시장을 방문했는데, 평일 낮이었는데도 사람이 많아 줄을 서서 관람했습니다. 이 점을 고려해서 전시 관람 계획을 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3층에 작가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공간도 있기 때문에, 시간 여유를 갖고 방문하시길 추천합니다.
전시장 배치도
①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기
첫 번째 코너에서는 데이비드 호크니가 당시 유행하던 추상표현주의를 거부하고, 도식화된 인물의 형태와 그래피티를 이용해 성(性)과 사랑에 대해 그린 작품을 소개합니다. <환영적 양식으로 그린 차(茶) 그림>과 <난봉군의 행각> 시리즈 그리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낸 <인형소년>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1960~70년대 초기에 호크니가 그린 작품을 살펴보면, 성적 소수자로서 그가 겪는 갈등과 불안이 드러나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남성의 누드, 공간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커튼, 의미가 잘려지고 숫자로 대치된 언어들,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지워진 이미지들(정미정, 조기주, 2016)은 호크니가 갖고 있는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불안을 나타냅니다. 당시 그의 작품에 나타난 암호적 성격의 언어 표기 또한 그의 성정체성을 나타냅니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의 암호법으로 적은 이름 ‘클리프 리처드(Cliff Richard. 호크니가 좋아했던 대중 가수)’, 클리프 리차드의 히트곡 <살아있는 인형(Living Doll)>에서 가져온 ‘doll boy’ 문구, ‘Valentine’에서 e가 잘린 불완전한 언어 ‘Valentin’ 등 자신을 드러내기 두렵지만 조심스레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② 로스앤젤레스
호크니는 첫 번째 코너에 있는 <인형소년> 연작을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동성애 활동의 중심지인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로 이주합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뜨거운 햇빛 아래 출렁이고 반사되는 물을 작품으로 다루기 시작합니다. 당시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수영장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더 큰 첨벙(1967)> 또한 수영장을 배경으로 하는데, 색감과 공간을 단순하게 표현하면서 물의 움직임만큼은 역동적으로 표현합니다. 상대적으로 단조로워진 그의 작품은 동성애를 다룬 존 레치(John Rechy)가 1963년에 쓴 소설 <밤의 도시(City of Night)>와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실제로 호크니는 당시 자신이 사진과 잡지 속 이미지 그리고 존 레치의 소설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에 주로 등장하는 것은 수영장에 있는 육체적인 남성들입니다.
③ 자연주의
호크니는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에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오랜 시간 관찰하여 그리기 시작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두 사람이 나란히 등장하는 이중초상 작품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클라크 부부와 퍼시(1970-1)>,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으로 선정된 바 있는 <나의 부모님(1977)>, <헨리 겔트잘러와 크리스토퍼 스콧(1969)>,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와 돈 바차디(1968)>, <미국인 컬렉터 프레드와 마샤 와이즈만(1968)>입니다.
호크니의 2인 초상화 시리즈에는 빛과 그림자 그리고 공간과 사람이 실제와 같게 나타나 있습니다. 호크니의 2인 초상화 시리즈에서 잘 살펴보셔야할 부분은 그림 속 인물의 시선입니다. 그림 속 인물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④ 푸른 기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를 좋아했던 호크니는, 1973년에 피카소가 사망하자 피카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판화 작업으로 피카소의 기타를 오마주하여 <푸른 기타> 시리즈를 발표합니다. 피카소의 <화가와 모델>을 오마주하여 피카소와 함께 있는 발가벗은 자신의 모습을 <예술가와 모델>이라는 제목으로 그리기도 합니다.
매표소 옆에 있는 사진촬영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