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작; 야스미나 레자
연 출; 황재헌
출 연; 정보석,이남희,유연수(화목토팀)/ 권해효,조희봉,이대연(수금일팀)
한시간 반 가량의 공연 동안 쉴새없이 대사를 읊어대는 이 연극은 별스럽지 않다.
일상에서 너무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극으로 재구성 해 놓았을 뿐.
어쩌면 그래서 더 사실감 있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다.
돈 많은 이혼남. 학교 다닐 때는 규태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랐던 수현.
그는 자신의 컴플렉스를 위장하기 위해
냉소와, 아는 척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겉을 위장한다.
보통 한국남자 수현. 보수적이고, 나름대로 현실적인 생활을 지향한다.
한 때는 자기를 친구로 둔 것이 자랑스럽다던 수현의 변화에 속을 끓는다.
이 둘 모두 명예욕과 지배욕을 가졌다.
반면 덕수는 이 둘과는 달리 현실에서 실패한 인물.
현재의 자리도 곧 결혼할 처가의 도움으로 얻은 지위이다.
사람들에게 어느정도 맞추어 살며,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친구들과 비교해보며 더 커졌을, 현실에서의 패배감 때문이었을까.
그는 알콜중독자이며, 벌써 반년동안 1주일에 2번씩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사건은 별 일 아닌데서 시작된다. 수현이 1억 8천만원짜리 그림을 산 것.
그 그림은 하얀 색 바탕에 하얀 선이 몇 개 있을 뿐이다.
규태는 자기 친구가 그 큰 돈을 단지 하얀 "판때기"를 사는 데 써버렸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급기야 수현 앞에서 그 그림을 비웃는다. 갈등 시작.
시작은 이렇게 작은 것이었다. 고작 하얀색 그림 하나.
"니 취향은 이렇구나, 근데 좀 비싼 것 같다" 라고 하고 웃고 넘겼으면 별 일 아니었을, 그림 하나.
그러나 서로에게 쌓여있던 케케묵은 감정들이 이 그림을 계기로 하나둘씩 드러난다.
다이너마이트 심지에 불을 붙인 양, 갈등은 점점 극에 달하게 되고,
그 사이에 애매하게 끼어버린 덕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절망만 하고 있다.
너무나 사실적이었던 그 연극.
원작이 다른 나라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현실에 전혀 이질감없이 녹아들 수 있도록 번역되어,
보는 동안, 이것이 외국작가의 작품이라고는 별로 느끼지 못했다.
결국 완성된 희곡은 세 사람의 캐릭터를 정확하게 잘 살려냈으며,
그것을 표현하는 세 배우의 연기력은 정말이지 뛰어났다.
중간중간 관객들이 웃느라 뒤집어지는 동안에도, 전혀 흔들림 없이 연기하던 그들.
(가끔 TV에서 NG모음 보여줄 때 연기자들이 웃느라고 실수 하는게 많지 않던가?
웃음은 연쇄반응을 일으키므로 한 번 쯤 그 웃음에 휘말린만도 하건만..그들은 역시 프로였다.)
부끄럽게도 나는, 연극 캐릭터들에 너무 심취해서 그들 성격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있느라,
마지막 인사를 위해 수현 역의 이남희가 춤을 추며 나오는 데 화들짝 놀라버렸다..;
극 중 캐릭터로는 그는 절대 그런 춤을 출 수 없기에..^^;
처음 본 연극. 배우들의 생생한 움직임과 감정 표현, 가까이서 적나라하게 보이는
그들의 표정. 호흡.
영화와는 질적으로 다른 생동감과 현장감.
연극의 매력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첫댓글 연극은 유일하게 본 것이, '고도를 기다리며'였다는... 어릴적보던 피터팬 이런 거 빼고...
[연극의 매력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두 좀 오버스럽다 싶을 정도로 연극 첨 봤을때 난리 호들갑을 떨었다지... ㅎㅎ^^;;;
ㅎㅎㅎ 쑥스럽네..^^:
하얀 캠퍼스에 할퀸 선 몇 개가 있는 그 작품은 폰타나의 [찢어진 캠퍼스]라고 합니다. 1억 8천을 가뿐히 호가하는 그런 작품이라네요.
와 정말요? 인터넷 뒤져보면 나오려나? 정보 감사합니다^^
아트에 출연중인 수현역에 이남희입니다 글 따라 와서보니 오랜지숲님에 멋진 감상후기가 인상깊어 글올림니다^^감사합니다^0^앞으로 열심히 공연 할께요^^
또 한번 쑥스럽네요..감상후기,,잘쓴글이 아닌건 제 자신도 알지만..^^;; 칭찬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연극 정말 잘 봤습니다. 연기 정말 훌륭하셨구요..^^ 아직 공연 계속 하시는 중이시죠? 앞으로도 더 좋은 반응 있길 바랍니다.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