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삼풍백화점을 겪었잖아요. 겪었기 때문에 그때 삼풍백화점을 겪었을 때 국가의 태도 그리고 또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이 처벌 받는 모습을 봤거든요. 그런 삼풍백화점이라는 사고가 이해는 안 됐지만 나름 정보처리가 됐어요. 그런데 그 후로 세월호를 보면서 다르다라는 생각을 좀 하게 됐죠. 삼풍백화점은 그래도 전방위적 수사와 그 결과로 솜방망이였어도 처벌이 이루어지긴 했는데, 세월호 참사는... 이상했어요. 제가 또 세월호 참사 현장에, 진도체육관에 갔었거든요. 체감상 알잖아요... (국가가 생존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그리고 또 이상했던 건 시민사회의 반응. 그 시절에는 사람들이 다 다 같이 안타까워하고 그랬는데 세월호 때는 갈라진 거예요. 그리고 또 사람들이 유가족들을 혐오하고 조롱하고. 그게 제 상식으로는 인정이 안 됐죠. 그만해라, 지겹다.. 그것도 내가 그만할 수 있는 건 나지, 남들이 나한테 그만하라고 해서 내가 슬픈 걸 멈출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그들이 그렇게 상갓집 앞에서 그렇게 예의 없게 구는지 너무 의아했어요.
보상금 얘기도.. 그게 생명을 돈 얼마에 바꾼다는 것 자체도 이해가 안 갔고 저 같은 경우에는 그 삼풍백화점 참사 이후로 너무 힘든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만약에 저한테 그 보상금 받지 않고 19살까지만 살 거냐, 아니면 보상금 받고 지금의 나이까지 살 거냐 누가 물어본다 그러면 저는 진짜 19살까지만 살 거예요.
저는 19살 때 지하 1층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물품보관소에서 사람들 식품관 쇼핑하고 돌 때 그 쇼핑백 받아주고.. 제가 무너진 동에 원래 근무하고 있었는데 무너지는 순간에 안 무너진 동에서 누가 절 불렀어요. 그래서 그쪽으로 이렇게 걸어 나갔는데 간발의 차이로 등 뒤로 건물이 무너졌죠. 그래서 그 파편에 맞아 가지고 엄청나게 피를 흘리고..
다른 분들은 모르겠는데 저 같은 경우는 정신과 의사의 소견에 따르면 한쪽에만 있었어도 좀 덜할 거래요. 그런데 저는 드라마틱하게 죽음, 그러니까 생과 사를 건너갔잖아요. 그래서 그게 더 정신적 데미지를 입혔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남들은 경험치가 하나인 거죠. 무너졌기 때문에 살아있는 쪽을 구경하지 못했고, 안 무너진 쪽에 있는 사람들은 무너진 그 처참함을 몰랐고 그런데 저는 그냥 지나가는 동시에 너무 순식간에, 찰나에 무너졌고 그 순간 제가 느꼈던 게 생과 사가 너무 허무한 거예요. 이해가 되실까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다행이다,라고 하는데 다행이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들이 저한테 그렇게 살아남으면 감사하지 않냐, 라고들 보통 얘기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그렇지 않았어요. 너무 죽음의 끝을 봤기 때문에. 그러니까 이게 착하게 살고 잘 살고 이런 것 다 필요 없이 내가 서 있는 공간에 따라서 사람이 죽는구나. 그리고 인간이 굉장히 위대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파리처럼 그냥 허무하게 그렇게 다들 죽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나니까 생이 너무 허무해지는 거예요. 세계관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그리고 그냥 이걸 살아서 뭐하지? 그러니까 이렇게 끝나는 허무한 인생이라면 이거 왜 살지?
생존자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는.. 그냥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주고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면 됩니다. 그러니까 공감하지 못하겠으면 배워서라도 알았으면 좋겠고요. 그게 어려우면 모른 척 하고 지나가줬으면 좋겠어요. 모르겠으면 침묵했으면 좋겠어요. 차라리.
다들 제2의 생을 얻은 것 같고 감사하지 않냐라고 저한테 물어보거든요. 전혀 아니에요. 전혀 아니에요. 그 후로 생이 너무 비극적이었기 때문에. 다른 생존자들하고는 얘기 나눠보진 못했지만 그 최후 생존자들도 사실은 지금 뭐 미디어나 이런 데 나오는 것 보면 아직도 울고 아직도 힘들어 해요. 어제 위령탑 갔었는데 딸하고 손녀를 같이 잃은 엄마를 만났어요. 그런데 같이 어제 일처럼 울었어요.
저 아직도 약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죽을 때까지 극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니까 추리소설 마지막 장을 본 것 같았어요. 아무런 생에 기대가 없는 거예요. 그전에는 대학을 가는 게 목표, 막 작은 것 하나 성취해도 좋고 이랬는데 그 모든 게 무의미한 거예요. 그냥 서 있는 공간에 따라서 사람이 죽고 사는 걸 봤기 때문에 착하게 살아서 뭐하지? 대학 나와서 뭐하지? 성공하면 뭐하지? 이런 세상에서 결혼은 왜 하지? 애는 왜 낳지? 지금은 그래도 많이 좋아져서 이렇게 방송에 나와서 얘기도 하고 하는데 그래서 이제 그런 얘기들을 책에 썼고, 또 특히 쓰게 된 계기가 저 같은 비슷한 참사를 겪은 분들... 또 개인의 생에서 다들 붕괴를 겪잖아요. 누구나. 그런 분들을 위해서 나는 이런 일들이 있었고 이렇게 좀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라는 여정을 담았죠. 생존자로서 그리고 또 2014년도에 제가 투표권이 있는 어른으로서,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굉장히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었어요, 살아남은 자로서. 그리고 그 아이들이 나중에 비슷한 사고를 겪었을 때 혹시라도 내 책을 보면서 나 이전에 한 명도 이렇게 슬퍼했구나. 그리고 이 사람은 이렇게 극복했구나 봐주길 바랬어요.."
첫댓글 마음아프다...많이
살았어도, 죽었어도, 간발의차로 피했어도
그냥 저런 사건에 얽히면 삶 전체가 뒤흔들어져버리는구나...
진짜... 복잡하다... 돌아가면 차라리 19살 때까지만 사는 걸 택하시겠다니... 세월호 때랑 비교해서 말씀하시니까 지금 세상이 엄청 이상하긴 한가 보다 ㅠㅠ 삼풍 때는 우리 사실 잘 모르니까... 위령탑 가서 유족하고 같이 어제일처럼 우셨다는 거 맘아파...ㅠㅠ
서있던 공간에따라 누구는 살고 누구는죽고ㅜㅜ 책 읽어봐야겠다.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산만언니
라는 책이래!
고마워! 꼭 읽어야지
파편이 튀었을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ㅜㅜㅜㅜㅜㅜㅜㅜ
그러네 그 찰나의 순간 등 뒤로 무너져내렸다는건..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허무하다는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감히 상상도 못 하겠다
ㅠㅠ하 진짜 가슴이 저릿하고 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