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할머니는 무덤이 없으세요.
제가 동생을 본 후부터 시작된 할머니와 저와의 동거는
초등학교 2학년때 제 일곱번째 생일을 며칠 앞둔 날에 끝났었죠.
항상 할머니와 같은 방을 썼기 때문에 그 이후에 동생과 한 방에서 이층침대를 공유하는게 그렇게 어색할 수 없었어요.
글자한자 모르셔도 기름냄새만으로 오늘 신문을 가려내시던 할머니
연세가 너무 많으셔서 가끔씩 장수만세라는 프로그램에서 연락도 왔었다는 그 할머니...
그런데, 지금도 할머니라는 호칭과 함께 가장 먼저 떠 오르는 우리 할머니(하얀 머리를 쪽지고 일명 몸빼바지 속주머니엔 항상 간식이 숨어 있었던...)께서
제 친할머니도 아니시고, 증조할머니도 아니시라는 사실을 한참 후에 알았습니다.
아직도 제 친할머니는 생존해 계십니다.
심지어는 저와는 피한방울 섞이지 않으셨다는...
할머니께서는 뜨거운 어느 일요일 아침에 주무시다가 떠나셨습니다.
죽음이란 걸 처음 본 저로서는 모든 죽음은 다 그렇게 자다가 맞이하는 일상인 줄로만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며칠 후 제 생일엔 초상집이라 넘쳐나는 음식에 생일케잌 하나 더해서
생일잔치가 뒷방에서 열렸습니다.
할머니의 마지막 가시던 길...
화장터로 가던 시골길의 덜컹거림...
화장장 마당에 뿌려지던 햇살...이 모든게 할머니라는 단어에 떠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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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할머니.2.
애플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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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9
03.07.11 17:17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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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동적인 이야기예요. 눈물 날 것 같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밖에 모르는데요...저 고등학교대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더 슬픈건 저희 외할아버지도 친할아버지가 아니셨더군요...근데 할아버지는 돌아가실때 제 이름을 부르셨다네요...가슴이 미어지는거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할아버지의 까실한 수염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