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덩치에 안 맞는 잔머리 굴리다 당하는 호랑이
이솝 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쩌면 지금의 상황을 이리 적절하게 비유를 했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어서 이야기 하나를 해보려고 한다. 지금은 김해에서 단일화를 위한 여론 조사 중이다. 결과를 보고나서 이야기하면 당연한 이야기가 되던지 아니면 심사가 뒤틀려 빈정대는 글이 되기 십상이니 차라리 진행 중에 해보자. 혹시라도 결과가 나온 다음에라도 상황을 정리하고 받아들이는데 쓸모가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남들에게도 나에게도!
깊은 산중에서 호랑이와 산토끼가 만났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허기를 채우지 못하는 식탐이 많은 호랑이가 한주먹 감도 안되어 보이는 토끼를 만났으니 호랑이쪽에서는 신날 일이다. 하지만 호랑이가 싫다고 산을 떠나서 살 수도 없는 산토끼에게는 별 재미없는 위기이자 골치 아픈 상황이다. “야! 토끼, 이 몸이 지금 먹을 게 좀 필요하다.” 속으로 지만 살고 싶나? 나도 엄연히 생명 있고 처자식 다 있는데 이 산이 뭐 지 혼자 사는 밥통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대놓고 말하기엔 이미 덩치가 너무 다르니 뭐라 할 수가 없는 토끼는 이렇게 말했다. “아, 호랑이, 배가 고프시다고? 나 하나 잡아 먹는다고 양이 차겠어? 그리고 금새 또 배고파지면 어떻게 해결할려고, 내가 맛있게 먹거리를 계속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호랑이는 솔깃했다. 그렇지 그럼 그 방법을 들은 다음 토끼는 그때 또 잡아먹으면 되니 이거 괜찮은 횡재인데! 그런 잔머리를 굴리면서 흐뭇했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먹고 먹히는게 윤리의 문제가 아니다. 강자가 약자를 잡아 먹으며 먹이 사슬을 형성해서 오래 유지되는 것만이 최상의 선이고 과학적 법칙이다. 그러므로 그냥 배고플 때만 먹고 탐욕으로 시도 때도 없이 생명을 해치지 않는 것 또한 당연한 본능이다. 하지만 못된 욕심으로 똘똘 뭉친 호랑이처럼 잔머리 굴리다가는 토끼에게도 한 방 먹고 곤경에 빠지는거다. 사람 사는 정치판도 비슷할지도 모른다. 배고픔이라는 피할 수도 양보할 수도 없는 본능을 초과하지 않는 도리를 지키면 약자에게 농락당하는 일이 안 생긴다. 강자도 먹을 권리는 있고 상대를 고의적으로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다면 인정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못된 호랑이는 결국 제 발등을 찍는다. 그냥 배고파 죽지 않을 만큼 바로 토끼를 잡아먹었다면 아무 일 없을 것을 끝없는 추악한 욕심에서 생긴 음흉한 잔머리 때문에...
- 욕심은 상식도 배려도 안보이게 해서 마침내 미련해진다.
“그래, 그러면 널 살려줄께! 어떻게 하면 계속 먹을 걸 만들 수 있는데?” 호랑이가 발톱을 감추고 인자한 양보를 베풀 듯 토끼에게 물었다. 토끼도 속으로 비웃었다. 니 속을 내가 모를줄 알고? 다 알지만 참자 참아, 그러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여기 돌 열개를 맛있는 음식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줄게, 잘 보고 다음엔 혼자 해먹어“ 그러면서 돌을 가운데 모으고 나무들을 잘 쌓고 주위에 두르고 불을 붙였다. 벌겋게 달아오른 돌덩이들이 정말 먹음직 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걸 그냥 먹으면 맛이 없어 간장에 잘 찍어 먹어야 더 맛있지, 내가 저 아래가서 간장을 가져올게! 좀 숨겨 놓은 간장이 있거든,“ 호랑이는 이제 간장까지 찍어서 맛있게 익은 돌을 먹고 저 토끼까지 불에 구워서 먹을 혼자만의 생각에 신이 났다. 아무것도 모를 저 힘 없고 순진할 토끼를 속이고 있는 자기가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래 그래! 참 고맙기도 하지, 어서 가져와! 토끼야!“ 토끼는 씨익 웃으며 그 자리를 떠나 도망 가버렸다. ”갔다 올때까지 먹지말고 기다려!“ 속으로는 저 흉악하고 제 생각만 하는 미련한 놈 당해도 쌀 욕심쟁이 같은 놈 그런 생각을 하면서! 호랑이는 토끼가 간 후 가만히 들여다보니 돌이 열 개라고 했는데 열 한 개였다. 세고 또 세어 봐도 분명 열 한 개였다. 호랑이는 군침을 삼키며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 오기 전에 하나를 먹어버려도 토끼는 모르겠다. 바보같이 그것도 셀 줄도 모르고 ㅋㅋㅋ’ 그러고는 재빨리 먹어치울 생각으로 벌겋게 익은 돌 하나를 꿀꺽 삼켰다. 씹을 생각도 안하고 통째로! 어떻게 되었냐고? 당연히 펄쩍 펄쩍 뛰다가 어디선가 죽어 자빠졌다지? 아마도...
지나친 욕심으로 상대를 조롱하고 피눈물을 나게 하면 원래 복수를 당하는 법이다. 정글의 법칙도 분명 약육강식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도리가 있고, 무림 세계, 강호에도 예의가 있어서
패자에게는 고통 없이 빨리 죽을 수 있도록 단칼에 베어주는 미덕이 있었다. 그것이 예우고 더 센 강자들의 자비심이었다. 그러나 아주 작은 빵하나도 그다지 죽을 지경이 아니면서도 빼앗아 먹는 건 불량배고 양아치들이다. 하물며 협상하고 규칙을 정해서 한 판 승부를 하자는데 자기에게만 유리한 규칙을 강제로 만드는 것은 당장은 눈앞의 이익을 얻는 것 같지만 좀더 지나고 좀더 넓게 보면 추악한 호랑이처럼 미련을 떠는 행위가 되고 만다. 당연히 말 할 수 없는 피바람이 불어친다. 역사는 자주 그런 결과를 보여주었다. 하긴 역사를 보는 눈이 있는 호랑이였다면 그럴리도 없었겠지만...
- 어쩌면 당장은 하나를 잃을 수도 있지만 승부는 이미 끝났다.
이 여론조사가 끝나고 12일이면 발표를 할 것이다. 누가 단일 후보가 되고 그 기세를 몰아 여의도까지 진출하는 주인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안될 수도 있지만, 그러나 긴 진실의 눈으로 보면 이미 승부는 정해졌다. 끝없이 이리 뒤집어보고 저리 뒤집어보고, 여기 찔러보고 저기 찔러보고 횡포를 있는 데로 부렸고,한 패거리를 총 동원해서 작고 초라한 토끼 같은 입지를 사정없이 몰아세운 탐욕적인 호랑이가 졌다. 언제 당할지는 날짜를 맞출 수는 없어도 결국은 벌건 돌덩이를 죽는 줄도 모르고 삼킬 날이 온다는 것은 장담할 수있다. 지나친 욕심을 계속 부리고 짐승보다 더한 비겁하고 수치스러운 수작을 부리는한!
이번 굴종의 시기를 잘 버티고 넘긴 약자들은 분명 수확이 있다. 아무 여론도 존재감을 무시하고 글 한줄 안 실어주다가 친노가 맞다 아니다 몰아세우는 바람에 한바탕 홍보를 했고, 약속을 어기고 내세운 후보를 밀다가 또 한번 자초지종 왈가왈부 언론에 오르내렸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당 하나가 있는지 없는지 알릴 길도 없었는데! 결정적으로 시민단체까지 끼고 일방통행 규칙을 버티고 안받는 바람에 욕도 먹고 돌팔매도 날라왔지만 불공정한 단일화 규정은 안 된다는 분명한 이미지는 남겼다. 아마 내년 합의때는 누구라도 미리 일방적 규정은 내세우지도 거론하기도 뻐근할 것이다. 그것이 소득이다. 게다가 합의하나 해주곤 생색냈는데 통째로 사퇴로 양보해주는데는 얼굴도 안 내밀었다는 파렴치 과거를 만들어버렸으니 상처를 입은 것 보다 더 큰 명분을 남겼다. 세세한 후보소개 씨름 같은 것은 아예 제쳐놓고라도!
이 모든 일에 수훈자는 따로 있다. 멍들고 피터지며 온 몸으로 끌고 온 유시민 대표와 참여당 지지자들, 그리고 제 손으로 15%가 넘는 지지도라는 수족을 자른 분당을 참여당후보 이종웅, 천리 먼길을 달려가 응원하고 혼자 외롭지 않다는 격려를 퍼부은 사람들, 설사 아직 때가 되지 않아 여론조사에서 무릎을 끓더라도 결코 패배자는 참여당도 유시민도 이봉수도 이종웅도 아니다. 그걸 못 본다면 역사속의 승자가 될 수 없다.그걸 보지 못하고 자행하는 어느 호랑이 야당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