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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칸트전집] 제8권 『이성의 오롯한 한계 안의 종교』는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 비판』을 잇는 칸트의 네 번째 비판철학서로, “종교이성비판”이라 불릴 수 있는 저작이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의 재위 아래에서 금서로 지정됐던 이 책에서는 순수이성의 대상 개념인 ‘이념’, 실천이성의 ‘최고선’과 ‘요청’ 사상이 칸트 철학 체계에서 이성의 이론적·실천적·종교적 사용이라는 일관된 맥락에서 발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성의 오롯한 한계 안의 종교』에서 칸트는 참된 보편적 종교신앙을 가능하게 하는 ‘위안적 희망’으로서의 신을 요청한다. 『실천이성비판』에서 요구했던 신 존재 요청의 확장적 변형인 이러한 ‘은총판단’ 요청은, 최고선의 이념을 추구하는 인간을 지원하는 도덕적인 세계지배자에 대한 믿음이 아닐 수 없다.
옮긴이 김진의 해제는 프로이센의 역사 속에서 칸트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을 꼼꼼히 다루며 칸트의 텍스트를 깊이 있게 읽어낼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칸트의 전체 철학 체계에서 발전하는 이성의 역사적 변증법, 즉 순수이성과 실천이성, 판단력 이후 ‘종교적 이성’의 역사적인 전개 양상을 포괄적으로 설명해낸다.
👨🏫 저자 소개
임마누엘 칸트
철학자 칸트는 63세에 이르러 집을 소유할 수 있었다. 그때는 이미 결혼 적령기를 한참이나 지난 나이였다. 쉰일곱 살에 첫 번째 위대한 저작 <순수이성비판1781>을 출간했다. 십 년을 넘게 시간강사 생활을 이어가다 마흔여섯 살이 돼서야 자기 고향에 있는 쾨니히스베르크 대학의 철학과 교수가 될 수 있었다. 세상에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드물고 남들보다 성과가 없는 고단한 인생이라면 뒤늦게 빛을 본 칸트의 인생을 떠올려 봄직하다. 평범한 서민의 아들이었으며 젊어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도 아니었고 부와 명예를 위해 활발하게 활동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나 칸트는 늦은 나이에 빛을 내기 시작한 천재였다. 인류 스스로 과감하게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계몽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였다. 또한 그 자신이 인류가 현대의 정신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커다란 출입문이었다.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 1785>, <실천이성비판1788>, <판단력 비판 1790>,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1795>, <도덕 형이상학1797> 등을 썼다.
📜 목차
『칸트전집』을 발간하면서 6
『칸트전집』 일러두기 13
이성의 오롯한 한계 안의 종교
초판의 머리말 23
재판의 머리말 34
철학적 종교론 제1편 선한 원리와 악한 원리의 동거 또는 인간의 본성 안에 있는 근본악에 대하여 39
Ⅰ. 인간의 본성 안에 있는 선의 근원적 소질에 대하여 50
Ⅱ. 인간의 본성 안에 있는 악의 성벽에 대하여 54
Ⅲ. 인간은 본성적으로 악하다 59
Ⅳ. 인간의 본성 안에 있는 악의 근원에 대하여 69
일반적 주석: 선의 근원적 소질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음에 대하여 [은총의 작용에 대하여] 76
철학적 종교론 제2편 인간을 지배하기 위한 선한원리와 악한 원리의 투쟁에 대하여 89
제1절 인간을 지배하려는 선한 원리의 권리주장에 대하여 96
1) 인격적으로 드러난 선한 원리의 이념 96
2) 이 이념의 객관적 실재성 98
3) 이 이념의 실재성에 대한 난제들과 그 해결 104
제2절 인간을 지배하려는 악한 원리의 권리주장과 두 원리의 상호투쟁에 대하여 120
일반적 주석 [기적에 대하여] 128
철학적 종교론 제3편 악한 원리에 대한 선한 원리의 승리, 그리고 지상의 하느님 나라 건설 137
제1부 지상의 하느님 나라 건설에서
선한 원리의 승리에 대한 철학적 표상 142
Ⅰ. 윤리적 자연상태에 대하여 142
Ⅱ. 윤리적 공동체의 성원이 되려면 인간은 윤리적 자연상태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145
Ⅲ. 윤리적 공동체 개념은 윤리적 법칙 아래 있는 신의 백성이라는 개념이다 147
Ⅳ. 신의 백성이라는 이념은 (인간적인 실연에서는) 교회의 형식으로만 실현 가능하다 150
Ⅴ. 모든 교회의 체제는 항상 교회신앙이라 부를 수 있는 어떤 역사적인(계시) 신앙에서 출발하고, 이러한 신앙은 성서에 가장 확실한 근거를 두고 있다 153
Ⅵ. 교회신앙은 순수한 종교신앙을 그 최고의 해석자로 삼고 있다 162
Ⅶ. 교회신앙이 순수한 종교신앙의 단독 지배로 차츰 이행하는 것은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오는 것이다. 169
제2부 선한 원리의 지배를 지상에서 차츰 확립하는 일에 대한 역사적 표상 181
일반적 주석 [신비에 대하여] 198
철학적 종교론 제4편 선한 원리의 지배 아래에서 봉사와 거짓봉사, 또는 종교와 성직제도에 대하여 211
제1부 종교 일반에서 신에 대한 봉사에 대하여 217
제1장 자연종교로서 기독교 222
제2장 교학종교로서 기독교 230
제2부 규약적 종교에서 신에 대한 거짓봉사에 대하여 236
§1 종교망상의 일반적·주관적 근거에 대하여 237
§2 종교망상에 대립하는 종교의 도덕적 원리 240
§3 선한 원리로 거짓봉사를 하기 위한 단체로서 성직제도에 대하여 246
§4 신앙의 사실에서 양심의 실마리에 대하여 258
일반적 주석 [은총의 수단에 대하여] 265
해제 281
『이성의 오롯한 한계 안의 종교』·김진 283
옮긴이주 327
찾아보기 371
📖 책 속으로
“그러므로 도덕은 불가피하게 종교에 도달하게 되며, 그로써 도덕은 인간의 밖에 있는 막강한 도덕적 입법자라는 이념을 향해 확장해나간다. 이 입법자의 의지 속에 있는 (세계창조의) 궁극목적은 동시에 인간의 궁극목적이 될 수 있고 또한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 이다.”
--- p.27
“인간 본성의 악의성은 …… 오히려 심성의 전도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심성은 그 결과에서 악한 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악한 심성은 일반적으로 선한 의지와 양립할 수 있으며, 채택된 원칙들을 준수하기에 충분히 강하지 못한 인간 본성의 허약성에서 발생한다.”
--- p.65
“이성이 가르친 가장 신성한 것과 조화를 이루는 의미를 성서 안에서 찾으려는 시도는 단지 허용된 것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의무로 여겨야 한다.”
--- p.127
“그 자신이나 모든 타인은 서로 교호적으로 그들의 도덕적 소질을 부패시키고, 또한 모든 개인의 선한 의지조차 그들을 결합시키는 원리의 결여 때문에, 마치 악의 도구들처럼 됨으로써 그것들의 불일치들 때문에 선의 공동체적 목표에서 멀어지고, 서로를 또다시 악의 지배로 넘어가게 할 위험을 초래한다.”
--- p.145
“그 체제는 (한 사람의 교황이나 대주교들 아래에 있는) 군주제도 아니고 (주교들과 고위성직자들 아래에 있는) 귀족제도 아니며 (종파적 광명주의자들의) 민주제도 아니다. 이 체제는 공동의, 물론 불가시적이지만 도덕적인 한 아버지 밑에 있는 가정공동체(가족)로 비유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 p.152
“원어에도 밝은 해석자가 당대의 상황, 관습, 생각들(민간신앙)에서 수단을 취하여 교회공동체에 이해의 길을 열어줄 수 있으려면 그밖에도 해박한 역사 지식과 비판력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 p.166
“우리는 이 시대의 완성을 경험적인 완성으로는 예측하지 못하고, 그것을 다만 지상에서 가능한 최고선을(그 안에는 신비적인 것은 없고 모든 것이 도덕적인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향하여 끊임없이 전진하고 접근하면서 내다보고, 그것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을 뿐이다.”
--- p.196
“성직제도는 윤리성의 원리들이 아니라 규약적인 명령들, 신앙규칙들과 계율 등이 교회의 토대와 본질을 이루는 곳에서는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주물봉사가 그 안에서 지배하는 그것[교회]의 기본체제다.”
--- p.251
🖋 출판사 서평
『칸트전집』 제8권 『이성의 오롯한 한계 안의 종교』는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 비판』을 잇는 칸트의 네 번째 비판철학서로, “종교이성비판”이라 불릴 수 있는 저작이다. 옮긴이 김진의 해제는 프로이센의 역사 속에서 칸트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을 꼼꼼히 다루며 칸트의 텍스트를 깊이 있게 읽어낼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칸트의 전체 철학 체계에서 발전하는 이성의 역사적 변증법, 즉 순수이성과 실천이성, 판단력 이후 ‘종교적 이성’의 역사적인 전개 양상을 포괄적으로 설명해낸다.
■정치적 탄압에 맞선 칸트의 철학적 종교론
『실천이성비판』이 출간된 1788년, 칸트는 쾨니히스베르크대학 총장에 재임되는 등 뛰어난 업적과 성과로 명성을 누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1786년 왕위에 오른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는 전대의 계몽주의 정책을 억압하기 시작했고, 신학적 합리주의 노선에 적대적이던 뵐너가 국무·법무·종교 총괄 장관이 되며 이 영향이 칸트에게까지 미치게 된다.
뵐너는 루터파 교구의 종교 합리주의자들을 견제하는 종교칙령을 내렸다. 도덕과 종교를 주제로 삼는 모든 저술이 검열되기에 이르자 격분한 칸트는 이에 항의하기 위해 철학적 종교론 논문 네 편을 연이어 발표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두 번째 원고가 검열되어 이 계획은 무산되었다. 칸트는 계획했던 논문을 한꺼번에 단행본으로 출간할 방법을 모색했고, 신학부와 철학부 모두에게 ‘순수 철학 저서’라는 판정을 받는 데 성공하며 1793년 부활절에 맞춰 이 책 『이성의 오롯한 한계 안의 종교』를 간행하게 된다.
하지만 출간 이후 이 책은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일으켰다. 『종교론』 재판 간행과 프로이센의 종교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논문 「만물의 종말」 발표 등으로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에게 경고 서한을 받은 칸트는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가 죽는 1797년까지 학문적 탄압을 받으며 학자로서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된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가 즉위하고서야 칸트는 다시 자신의 사상을 펼칠 기회를 얻게 되었고, 그의 철학적 종교론은 매우 중요한 신학적 위상을 회복하게 된다.
■순수이성, 실천이성, 판단력, 그리고 종교이성
이 책의 원제인 Die Religion innerhalb der Grenzen der bloßen Vernunft 에서 독일어 ‘블로스’(bloßen)는 ‘외피가 없는’ ‘드러내놓은’ 또는 ‘오직’ ‘단지’ 등을 뜻하는 형용사나 부사로 쓰이는 단어다. 옮긴이 김진은 이 단어를 ‘오롯하다’라는 말로 번역했다.
앞선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에서 칸트는 이성(Vernunft)의 수식어로 ‘순수한’(rein), ‘이론적’(theoretisch), ‘실천적’(praktisch)이라는 ‘기능적’ 단어들을 사용해왔다. 이와 달리 ‘블로스’는 ‘이성 그 자체’를 말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특성’보다는 ‘정도’의 뉘앙스가 강하고, 실제로 케임브리지판에서도 ‘단지’ ‘오로지’라는 뜻의 ‘mere’를 사용했다는 점에 근거해 옮긴이는 ‘모자람 없이 온전하다’라는 뜻의 ‘오롯하다’를 채택했다. 최종적으로 칸트의 저술 의도와 우리말 어순에 부합하게끔 ‘한계’ 앞에 ‘오롯한’을 두어 ‘이성의 오롯한 한계 안의 종교’로 번역했다.
칸트의 이 책은 ‘네 번째 비판철학서’라고도 불릴 만큼 전작과의 유기성이 짙다. 이 책을 번역한 옮긴이 김진은 칸트의 비판적 사유 활동에서 순수이성의 대상 개념인 ‘이념’, 실천이성의 ‘최고선’과 ‘요청’ 사상이 칸트 철학 체계에서 이성의 이론적·실천적·종교적 사용이라는 일관된 맥락에서 발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이 책에서의 ‘비판’은 이론적 논증 영역을 가리는 작업을 넘어서서, 『판단력 비판』에서 특수한 것과 보편적인 것, 개별성과 선험성을 매개하는 작업의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
■품행의 종교, 인류의 지향
“도덕적 감수성(존엄성)을 가진 각 개인의 신앙은 영원히 지복을 누릴 수 있는 축복을 이루는 신앙이다. 이 신앙은 그러므로 또한 오직 유일한 신앙이고, 모든 교회신앙에서 마주칠 수 있는 신앙의 다양성에도 그 목표가 되는 순수한 종교신앙과 관련해서 보면 실천적인 것이다.
그에 반해 제의적 종교신앙은 노역신앙이자 보수신앙으로서 도덕적인 것이 아니므로 축복을 이루는 신앙이라고 볼 수 없다.” (B168, 이 책 169-170쪽)
칸트의 종교는 오직 도덕적인 요청에서 비롯된다. 칸트에게 ‘최고선’은 도덕의 결과적 표상이며 이에 비례해 ‘행복해도 좋을 품격’이 완성된다. 단순한 도덕의 강제만으로는 그 이행에 한계가 생기기 때문에 도덕적 행위자에게 그 이행에 부합하는 행복을 안겨주기 위해서는 그것을 허용할 수 있는 최고 존재자가 필요하며, 그것이 바로 자연의 인과성과 자유의 합목적성을 통일할 수 있는 전능한 유일신이다.
칸트는 성서의 구절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대신 도덕적으로 해석해야 함을 강조했다. 창세기 내용 가운데 신이 아브라함에게 아들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라는 요구에서 보듯 문자만으로 해석했을 때 오류가 생길 여지가 있음을 반드시 유념하고 도덕적 의무를 훼손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칸트는 신앙에 도덕적 확신, 즉 ‘양심’을 요청했다.
이러한 그에게 율법과 계율, 교회의 교리와 제도를 중시하고 숭배하는 ‘교회신앙’은 배척의 대상이었다. 칸트는 선한 ‘품행의 종교’를 강조했으며, 신의 은총만을 바라는 희망의 갈구를 경계한다. 이러한 종교이성에 대한 칸트의 비판철학적 저술은 비단 기독교뿐만 아니라 도덕이라는 인류의 지향을 책임지는 이념적 지평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