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합창 연습이 끝나고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잠실나루역에 내렸다. 아산병원에서 열리는 신경과 이종식 교수의 DBS 수술 특강에 참석하려고 아산 병원 셔틀 버스를 탔다. 내려서 보니 응급실이 보인다. 아! 아산 병원은 가족이 아파서 수없이 입원했던 곳이라 나에게는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병원이다.
여러 환우님들과 함께 6층으로 올라갔다. 낯이 익은 환우님들이 보인다. 대한파킨슨병협회 김금은 회장님! 북부 지부장이 문간에서 맞아주신다. 그 밝으신 모습을 뵈니 너무나 반갑다. 인사를 나누고 세미나실로 들어가 앉았다.
이종식 교수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오랫동안 투병한 분들이 많이 오신 것 같았다. 그중에는 가족도 같이 동행 하신 분도 있었다. DBS 수술은 견디다 견디다 맨 마지막 선택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종식 교수님 강연 내용을 듣고 보니 다른 부분도 있었다. 환자가 너무 노쇠하면 뇌가 위축되어 수술할 때 빈 공간으로 뇌가 움직여 정확한 곳에 시술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신 건강이 너무 나쁘면 수술은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몸이 나빠진 상태라 회복이 잘 안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재작년 200주년 파킨슨의 날 서울대 강당에서 열린 서울대 신경과 전범석 교수의 강연이 생각이 났다. 운동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중에 허리가 구부러진 노인이 영상에 보였다. 그렇게 쇠약해진 분에게 박지성의 뇌를 이식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것이었다.
세미나실 안은 오랫동안 투병으로 고용랑에 의한 약 부작용 등으로 생긴 불수의로 인해서 자유 의지로 몸을 제어하지 못하고 시달리는 환우님도 있었다. 뇌성마비 환우 모습과 매우 흡사해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 모습은 두려움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불수의는 혈중 도파민 농도가 일정하지 않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과 관계가 깊다는 것이다. 그 해결책으로는 DBS 수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수술 후, 약을 많이 줄일 수 있으며 고용량의 약으로 인한 망상, 환각, 집착 이런 부작용을 대부분 벗어난다는 것이었다. DBS 수술의 단점은 외과적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결과가 좋고 나쁘고 편차가 발생할 확율도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수술비용은 약, 천만 원 가량이었다.
희소식은 더 진화가 된 DBS 수술 방법이 멀지 않은 날에 우리 환우들에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기계가 항상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시에만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얼른 도입이 되었으면 좋겠다.
환우님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듀오도파 시술에 관한 질문이었다. 소장에 가느다란 관을 삽입하는 듀오도파 시술은, DBS 수술을 하기 어려운 환우들에게 또 다른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외부에서 소장으로 직접 레보도파를 일정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하던 시술이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시술 비용과 매년 많은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당장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시술 비용이 감당이 안 되는 환우님이 많이 계실 것이다.
항암제 한대에 천만 원씩 한다는 것도 있다. 죽을 목숨인데 그것으로 살았다고들 한다. 아플수록 돈이 있어야 한다는데 노동력을 상실한 우리 파킨슨 환우들의 모습이 떠올라 슬픈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투병하신 환우님들의 질문은 끝이 없었다. 의사 못지않게 해박한 전문 지식을 갖춘 환우님도 있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같은 상황이라도 여러 가지 변수가 있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줄기세포는 사기라는 답변이 이어질 때는 우리 환우들이 낙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DBS수술을 해도 줄기세포 시술을 할 수 있다는 답변은 무슨 이야기인가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환우님의 모습은 우리 환우들의 삶이 얼마나 처절한지 깨닫게 했다. 삶의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환우님들을 보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잠 잘자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음식 잘 먹고 운동 잘하는 것이다. 그래도 쉬운 것은 매사 긍정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걷는다. 그리고 지난날을 추억하며 빙그레 웃어본다~
추신ㅡ 어제 아산병원 이종식 교수님 강연 내용은 우리 환우들이 알아야 할 대목이 많았습니다.
첫댓글 타사이트에 올렸었습니다. 덧붙이고 싶은 부분을 포함해서 올립니다.
DuoDopa는 유럽에서 유행하는 법으로 한국에서는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서 비쌉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보험으로 해결되면 저가로 수술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Duodopa 관한 내용은 다음을 참고하세요. http://cafe.daum.net/pakinson/Rhnj/99
저는 사실 세미나 참석 전에는 주제가 썩 맘에 안들었었어요ㅎ
관심이 없는 수술이었거든요..
그런데 세미나 가서 들어보니
꼭 수술 내용이 아니더라도
얻을 것은 있다라는 것입니다
밀크천님 덕분에 세미나 내용 다시 떠올려 보네요~
감사합니다~^^
수술이라고 해서 두려운 생각이 들었는데 참석해 보니 그 어떤 행사보다도 더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편 가슴이 서늘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soir님!
본문에서 환자가 노쇠하면 위축이라는 저 글에..잠시 생각하자면..저희 엄마가 뇌가 완전 위축이 되어서 호두처럼 쪼글쪼글하다고 했습니다.그리고 수술이라도 할수 있을까해서 검사했는데..수술도 안댄다고 하더라구요.저희 엄마는 그럼 어쩌면 좋을까요..한가지 덧붙혀 질문하고픈게..다들 세미나는 어찌 알고 가시는건지..그리고 환우분님들은 각기 강연하시는 교수님들과 인사라도 할수 있는 친분은 생기는건가요?저의 엄마
주치의가 저분인데..ㅜㅜ요근래 의사를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불신이 많이 생긴 가운데..이젠 검사라는 단어만 나오면 꼭 실험대상이란 느낌이 들고..ㅜㅜ그러면서도 외래병원은 못바꾸고 있는데...어쩌면 좋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