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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환자분들이 불면을 호소하며 상담하는 빈도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약국현장의 이러한 체감은 실제 통계청의 '2024년 생활시간조사'의 내용과도 일치한다.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 4분으로 5년 전보다 8분 감소했으며,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의 약 20%가 수면 장애를 겪고 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상 수면 장애 진료 인원 또한 13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실제 국내 연구에서 취침 전 디지털 기기를 매일 사용하는 비율은 64.1%에 달하며, 이로 인해 스스로 잠을 늦추는 현상이 현대인의 불면 증상 심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약국에서 “잠이 안 와요”라고 같은 표현을 하더라도
임상 양상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불면 장애를 임상적 증상에 따라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 입면 장애: 불을 끄고 누워도 각성 상태가 유지되어 잠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
- 수면 유지 장애: 수면의 연속성이 깨져 자다가 자주 깨고, 다시 잠들기 어려운 경우
- 조기 각성: 원하는 시간보다 너무 일찍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경우
- 비회복성 수면: 충분히 잔 것 같아도 아침에 개운하지 않고 낮 동안 심한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
따라서 약국에서 불면을 호소하는 환자를 상담할 때 단순히 수면을 유도하는 일반의약품을 권하는 문제가 아니라, 약국에서 관리 가능한 일시적 불면인지, 진단이 필요한 불면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우선이다.
최근 국내 성인 불면 진료지침과 유럽수면학회(ESRS) 2023 가이드라인, 미국수면의학회(AASM) 지침은 공통적으로 만성 불면은 진단에 근거해 평가해야 하며, CBT-I를 우선 치료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일반의약품 상담보다 병원 의뢰가 우선이다.
- 주 3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되고 낮 기능 저하가 동반되는 경우
- 다른 수면장애 (폐쇄성 수면무호흡, 하지불안증후군, 일주기리듬 수면-각성장애 등)가 의심되는 경우
- 주간 기능 저하나 안전 문제가 뚜렷한 경우
- 통증, 정신질환, 약물 또는 물질 사용 등 기저 원인이 의심되는 경우
- 우울·불안, 공황, 만성 통증, 갑상선 이상, 카페인·알코올·니코틴, 복용 약물에 의한 경우
- 일반의약품을 반복적으로 사용해도 호전이 없거나 점점 의존적으로 찾는 경우
- 1세대 항히스타민제 사용 금기 질환 또는 위험한 환자
불면장애에 사용되는 일반의약품
불면 장애 치료에 약국에서 선택가능한 주요 일반의약품은 다음 <표>와 같다.
1. 1세대 항히스타민제 - 디펜히드라민(Diphenhydramine), 독시라민(Doxylamine)
히스타민 신경계와 각성 시스템
뇌 내 히스타민은 각성 상태를 유지하고 인지 기능을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히스타민 신경세포는 후시상하부(posterior hypothalamus)의 결절유두핵(tuberomammillary nucleus, TMN)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며, 이 세포들에서 기원한 신경섬유는 대뇌피질, 시상, 기저핵 등으로 광범위하게 각성 상태를 촉진한다.
이러한 해부학적 연결망은 히스타민계가 뇌 전체의 각성 수준과 인지 기능을 통합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한다. 기능적으로 TMN 뉴런의 시냅스 전 신경 말단에서 히스타민은 히스티딘 탈탄산효소(histidine decarboxylase, HDC)에 의해 L-히스티딘으로부터 합성된 후 시냅스 소포에 저장된다. 막의 탈분극이 일어나면 히스타민이 세포 외 공간으로 방출되어, 시냅스 후 신경세포막의 히스타민 H1 수용체(H1R)와 H2 수용체(H2R)에 결합함으로써 신경활동의 흥분 또는 억제를 조절한다.
H3 수용체는 주로 시냅스 전 자가수용체로 작용하여 히스타민의 합성과 분비를 조절한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의 H1 수용체 차단 및 Inverse Agonist 작용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대뇌 전반에 분포된 히스타민 H1 수용체에 결합하여 히스타민의 각성 유도 신호를 차단한다. 단순한 길항제라기보다 역작동제(Inverse Agonist)로 작용한다. H1 수용체는 효소의 결합 없이도 스스로 활성을 가지는 구성적 활성(Constitutive activity)을 띠는데,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이 수용체를 비활성 상태로 고정함으로써 각성 신호를 더욱 강력하게 억제한다. 결과적으로 대뇌 피질의 각성 수준을 감소시켜 수면 잠복기를 단축시키고, 야간에 깨는 횟수를 줄여 전체적인 수면의 연속성을 돕는다.
그림1. 히스타민의 각성 작용과 항히스타민제의 수면 작용기전(AI 생성 이미지).
1세대 항히스타민제가 2세대와 달리 강력한 진정 작용을 나타내는 주된 이유는 높은 지용성과 낮은 분자량 때문이다. 특히 에탄올아민 계열의 대표적인 성분인 디펜히드라민과 독시라민은 매우 높은 지용성을 가지고 있어 혈액뇌장벽(BBB)을 쉽게 통과하며, 중추신경계(CNS) 내의 H1 수용체 점유율이 매우 높아 일시적인 불면증의 완화 성분으로 사용된다.
디펜히드라민(Diphenhydramine), 독시라민(Doxylamine)의 차이점
디펜히드라민과 독시라민의 약동학적 차이는 다음과 같다.
독시라민은 평균 약 10시간(고령자에서는 15시간 이상)이상으로 디펜히드라민보다 반감기가 길어 수면 유지에 이점이 있는 반면 다음날 잔류 졸림(hangover effect) 위험이 더 크다. 특히 독시라민 사용 시에는 최소 8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 확보와, 이른 오전 운전이나 집중이 필요한 업무 계획에 대한 복약지도가 필수적이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 및 주의 사항
- 항콜린성 부작용 및 중추신경계 영향: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강력한 항콜린성 작용으로 인해 입마름, 변비, 배뇨 곤란, 시야 흐림 등을 유발한다.
특히 중추신경계에서는 주의력 및 판단력 저하, 기억력 감퇴, 어지러움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일부 환자에게서는 렘(REM) 수면 억제나 역설적인 발작성 흥분이 관찰되기도 한다. 이러한 반응은 고령자에게서 섬망이나 낙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므로, 65세 이상 환자에게는 의사의 진료와 신중한 약물 선택이 우선돼야 한다.
- 약물 상호작용: 복용 시 동일 성분 약물은 물론, 최면진정제, MAO 저해제, 감기약, 비염약 및 멀미약과의 병용은 중추 억제 효과를 과도하게 증폭시킬 수 있어 금지된다. 알코올 역시 진정 작용을 강화하므로 복용 중 금주가 필수적이다.
또한 약물의 반감기로 인해 다음 날까지 졸음이나 몽롱함이 이어지는 잔여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증상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운전이나 정밀한 기계 조작을 금해야 한다.
- 금기 대상: 디펜히드라민과 독시라민은 1세대 H1 항히스타민제로 강한 중추 진정 작용과 항콜린성 작용을 나타내므로 특정 환자군에서는 사용이 금기이거나 권장되지 않는다. 우선 협우각 녹내장(폐쇄각 녹내장) 환자에서는 안압 상승 위험 때문에 사용이 금기이다.
또한 전립선비대증이나 방광경부 폐쇄 등 하부요로 폐색 환자에서는 요저류 악화 가능성 때문에 사용을 피해야 한다. 급성 천식 발작이나 기도 분비물이 많은 호흡기 질환 환자에서도 증상 악화 가능성이 있어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중추 억제 작용과 항콜린성 부작용 위험 때문에 고령자에서는 혼돈, 섬망, 인지저하, 낙상 위험 증가가 보고되어 일반적으로 사용을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연령 측면에서는 영유아 및 어린 소아에서 역설적 흥분, 경련, 호흡억제 등의 중추 부작용 위험이 있어 수면 목적으로 사용이 금기이거나 제한된다.
이 밖에도 알코올, 벤조디아제핀, 오피오이드 등 다른 중추신경 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서는 과도한 진정 및 호흡억제 위험 때문에 병용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림2. 1세대 항히스타민제의 이상 반응(AI 생성 이미지).
약국에서 1세대 항히스타민제의 선택
1세대 항히스타민제의 효능∙효과와 약동학적 특성(반감기 및 지속시간)을 바탕으로, 약국에서 환자가 호소하는 불면의 임상 양상에 따라 두 성분을 구분하여 성분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디펜히드라민 복합제제와 제형의 다양화
- 아세트아미노펜 및 이부프로펜과 디펜히드라민 복합제제: 통증과 불면은 상호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며, 통증은 수면의 질을 저하시키고 수면 부족은 통증 역치를 낮추어 통증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또는 이부프로펜(Ibuprofen)과 디펜히드라민의 복합제이다.
아세트아미노펜과 디펜히드라민 복합제는 주로 야간용 해열진통제로 분류된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중추적으로 작용하여 통증 전달을 억제하고, 디펜히드라민은 신속하게 수면을 유도하여 통증으로 인해 잠들기 어려운 환자에게 유용하다. 이부프로펜과 디펜히드라민 복합제는 염증성 통증이 동반된 불면증에 더욱 효과적이다.
이부프로펜의 강력한 말초 소염 및 진통 작용과 디펜히드라민의 진정 효과가 결합하여 근육통, 치통, 요통 등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환자의 수면 효율을 높인다. 다만, 이부프로펜 성분으로 인한 위장관계 부작용 가능성이 있으므로 식후 복용이 권장되며, 신장 기능 저하자나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주의가 필요하다.
-디펜히드라민 제형의 다양화: 액상형 제제: 일시적 불면의 완화에 사용되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제도 제형을 다양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최초 디펜히드라민 액상 제형 제품이 출시되었는데, 액상형 제제는 정제가 위장관 내에서 거치는 붕해와 용해 과정이 생략되므로 일반적으로 더 빠른 흡수가 기대될 수 있어 좀 더 신속한 효과를 원하는 환자에게 권할 수 있다.
또한 액상형은 고형제에 비해 위 점막과의 접촉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위장 자극을 줄일 수 있고, 정제나 캡슐 삼킴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에게 복약순응도를 높힐 수 있다. 파우치 형태의 개별 포장으로 휴대성을 높였을 뿐 아니라, 포도·라벤더 향 등을 첨가해 항히스타민제 특유의 쓴맛을 개선하였고 또한 피돌산 마그네슘과 GABA가 첨가물로 사용된 것이 특징이다.
그림3. 디펜히드라민 복합제와 액상형 제제
2. 생약제제 : 길초근(Valerian root) +호프(Hops) 복합제
길초근(Valerian root)의 작용 기전 및 특징
길초근은 쥐오줌풀(Valeriana officinalis)의 뿌리와 근경을 건조하여 얻는 생약으로,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진정 및 수면 유도를 목적으로 사용되어 온 약재이다. 특유의 강한 향 때문에 쥐오줌풀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현대에는 천연 진정제 및 수면 보조제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길초근은 합성 수면제처럼 즉각적인 최면 효과를 나타내기보다는 신경 긴장과 불안을 완화하여 전반적인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약물이다. 따라서 급성 불면보다는 스트레스, 신경과민, 긴장 등과 관련된 기능적 불면에서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효과를 위해서는 수일에서 수주 동안의 지속적인 복용이 필요하다.
길초근이 수면에 도움을 주는 작용은 여러 신경전달계에 대한 복합적인 조절 작용에 의해 설명된다. GABAergic transmission 조절과 adenosine A1 receptor 관련 작용 등 복합 기전으로 설명되고, 특히 valerenic acid와 valerenol은 GABA A 수용체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으며, 일부 성분 및 표준화 추출물에서는 adenosine A1 receptor 관련 작용도 관찰됐다.
홉(Hops)의 작용 기전 및 특징
홉은 삼과(Cannabaceae)에 속하는 덩굴성 다년생 식물인 Humulus lupulus의 암꽃차례(strobile, cone)를 건조하여 사용하는 생약이다. 맥주의 향과 쓴맛을 내는 원료로 가장 잘 알려져 있으나,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불안, 신경과민, 불면에 사용하는 진정성 생약으로도 활용되어 왔다.
홉의 주요 성분으로는 α-bitter acids인 humulone, cohumulone, adhumulone, β-bitter acids인 lupulone 계열, 그리고 xanthohumol 등 프레닐화 화합물이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성분 조성이 홉의 진정 및 수면보조 특성과 관련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홉의 수면 관련 작용기전은 하나의 단일 경로보다는 GABA성 억제 강화와 melatonin, 일주기 조절 관련 신호의 복합 작용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기전은 홉의 bitter acid, 특히 humulone이 GABA A 수용체의 양성 알로스테릭 조절자로 작용하여 신경 흥분을 낮추고 진정·최면 효과를 나타낸다고 제시되고 있다.
또한 홉 추출물은 melatonin receptor 관련 결합성을 보였고, 동물실험에서는 melatonin receptor antagonist인 luzindole에 의해 홉의 체온저하 효과가 길항 되어, melatonin 유사 작용 또는 일주기 리듬 조절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그림4. 길초근과 호프의 작용기전(레돌민 브로셔를 참고한 AI 생성 이미지).
레돌민의 복용법 및 주의사항
길초근과 호프 추출물 복합제인 레돌민은 수면 유도 및 수면 유지, 그리고 수면 시의 불편함 해소를 목적으로 승인되었으며, 성인 및 12세 이상의 청소년은 취침 1시간 전에 1정을 물과 함께 복용한다. 레돌민 복용 시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복통 등 경미한 위장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매우 드물게 첨가제에 의한 피부 반응이나 가려움증 같은 알레르기 반응이 보고된 바 있다.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수면 기간을 약 61.8분 늘려주는 반면 인지 기능 저하 및 어지러움 부작용 확률을 1.8배 높이는 것과 달리, 레돌민은 수면 잠복기를 56.5분에서 12분으로 크게 단축시키면서도 다음 날 아침의 몽롱함이나 기억력 감퇴가 관찰되지 않아 주간 기능 유지에 훨씬 유리하다. 또한 장기 복용 후 투약을 중단하더라도 향정신성 의약품에서 흔히 나타나는 금단 증상이나 반동 불면증이 보고되지 않아 안전성이 우수하다.
약물 상호작용으로 술(에탄올)은 중추신경 억제 시스템(GABAergic system)을 강화하여 레돌민과 함께 섭취할 경우 중추신경계 억제 작용이 상승적으로 작용하여 정신운동 장애나 기면 상태를 유발할 위험이 높다. 다른 수면제, 항불안제, 마약성 진정제 등 중추신경계 억제제와 병용 시 진정 효과가 과도하게 증폭되어 호흡 억제나 심한 기면 상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지도하에 복용 스케줄을 조정해야 한다. 아울러 길초근 성분이 간 대사 효소의 활성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간에서 대사되는 다른 약물의 효능이나 부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임부 및 수유부의 경우 태아 독성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으나 대규모 임상 연구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치료의 유익성이 위험성을 상회할 때만 전문가와 상의하여 신중히 복용해야 한다. 길초근 성분이 드물게 간 수치 상승과 연관될 수 있으므로 중증 간질환자는 복용 중 황달이나 심한 피로감이 나타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며, 수술 예정 환자에서는 마취제와의 상호작용 가능성을 고려해 일반적으로 1~2주 전 중단을 권고한다.
레돌민의 임상 데이터
길초근과 호프의 복합제인 레돌민의 임상 데이터는 아래 그림과 같다(제조사인 스위스 Max Zeller사의 임상 결과).
그림5. 레돌민 임상 데이터(출처=레돌민 브로셔).
- 입면 시간 단축 효과: 임상 시험 결과, 복용 전 평균 56.5분이던 잠들기까지의 시간이 4주 복용 후 12.0분으로 감소했고, 이는 위약군보다 우수했으며 길초근 단일 추출물군의 감소폭(23.8분 감소)보다도 컸다.
- 수면의 질 및 구조적 개선: 2주 복용 시 야간에 깨어 있는 시간은 감소하고, 실질적인 신체 회복을 돕는 깊은 잠(서파 수면) 시간은 유의미하게 증가시켰다. 또한 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가 수면 구조를 파편화하고 혼잡하게 만드는 것과 달리, 레돌민은 인체 본연의 안정된 수면 구조를 회복시킨다.
- 주간 기능 보존: 4주 연구 범위 내에서는 반동 불면과 유의한 잔여 효과가 관찰되지 않아 장기적인 리듬 교정에 적합하고 다음 날 아침의 몽롱함(Hangover effect)이나 기억력 저하가 관찰되지 않아, 운전이나 정밀한 업무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이점이 크다.
이런 환자에게 권하자
길초근과 호프의 복합제는 항히스타민제 특유의 항콜린 부작용 우려로 수면유도제 선택이 제한적인 전립선 비대증 및 녹내장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약은 단회 복용에 의한 즉각적인 효과보다는 4주간의 임상 시험을 통해 입증되었듯 2~4주 이상의 꾸준한 복용을 통해 수면 리듬을 정상화하고 수면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제제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3. 한방제제
(1) 산조인탕
수면에 도움이 되는 작용기전
산조인탕의 핵심 약재인 산조인(Ziziphus jujuba Mill. var. spinosa)은 중추신경계의 이완을 돕는 다양한 파이토케미컬을 함유하고 있는데, 대표 성분인 Jujuboside A와 B는 뇌 내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 시스템을 활성화한다. GABAergic signaling을 조절하여 신경세포의 과도한 흥분을 진정시키고 수면 잠복기를 단축해 준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플라보노이드 성분인 스피노신 (Spinosin)은 세로토닌 5-HT 1A수용체와 상호작용하여 불안을 해소하고 진정 효과를 유도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스피노신이 시냅스 가소성을 조절하여 단순한 최면 효과를 넘어 수면의 질적 구조를 개선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그림6. 산조인의 작용기전(AI 생성 이미지).
이런 환자에게 권하자
산조인탕의 허가사항은 심신이 피로하고 허약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이다. 실제 약국 현장에서 "몸은 너무 피곤한데 잠을 잘 수 없어요" 라고 호소하는 만성 피로형 환자에게 권하면 좋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도 뇌의 각성 스위치가 꺼지지 않아 전신 무력감과 입면 곤란을 동시에 겪는 경우로, 산조인의 Jujuboside A 성분이 글루탐산성 흥분 신호를 억제하고 GABA 시스템을 활성화하여 과도한 각성 항진상태를 진정시켜 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가슴 답답함이나 상열감이 동반되는 갱년기 및 스트레스형 환자에게도 도움이 되는데 가슴 두근거림, 불안감, 혹은 갱년기 특유의 열감(Hot flush)으로 인해 밤새 뒤척이는 임상 양상에서 산조인의 Spinosin 성분은 세로토닌 5-HT1A수용체에 작용하여 불안을 해소하고 수면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함께 배합된 지모(知母) 성분이 허열을 내려주는 시너지를 제공함으로써 신체적 번잡함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
(2) 천왕보심단
천왕보심단은 명대 홍기(洪基)의 '섭생비부(攝生秘剖)'에 정리된 처방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여러 의서에 수록되며 전승·변형되어 온 대표적인 안신(安神)처방이다. 이후 '동의보감'에도 수록되어 불면, 불안, 두근거림, 건망, 번열 등 신(神)과 관련된 증상에 널리 활용되어 왔다.
천왕보심단은 일반적으로 원지, 산조인, 오미자, 단삼, 천문동, 맥문동, 현삼, 길경, 백자인, 황련, 인삼, 생지황, 당귀, 복령의 14종의 생약으로 구성된 처방이다. 이 처방은 한방의 자음양혈(滋陰養血)과 안신(安神)논리에 기반하여, 체내의 음기가 부족해져 화가 위로 치솟는 음허화왕(陰虛火旺) 상태를 다스리는 데 사용된다.
수면에 도움이 되는 작용기전
천왕보심단은 산조인탕의 주요 약재인 산조인을 포함하고 있어, jujuboside A·B와 spinosin 등의 성분을 통해 중추신경계를 안정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Jujuboside A·B는 GABA계 조절을 통해 신경 흥분성을 낮추고 수면 잠복기를 단축하는 데 기여하며, spinosin은 5-HT₁A 수용체와 상호작용하여 불안 완화와 진정 작용을 나타낸다. 이러한 작용은 천왕보심단이 불면증에서 단순히 졸음을 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각성된 신경 상태를 완화하는 기초 기전으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천왕보심단은 멜라토닌 수용체 MT₁의 발현과 활성을 높여 수면 유도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고, Clock, Bmal1, Per1, Cry2 등 수면-각성 리듬과 관련된 시계 유전자를 조절함으로서 흐트러진 일주기 리듬의 정상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천왕보심단은 과도하게 활성화된 HPA 축을 안정시켜 스트레스로 인한 과각성 상태와 코르티솔 분비 이상을 완화하고, 해마에서 BDNF 발현을 증가시켜 신경세포 보호와 인지·정서 기능 유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전임상 연구에서 천왕보심단은 스트레스 반응, 신경가소성, NMDA, ERK, BDNF 관련 경로 등 다양한 신경생물학적 표적과 연관된 효과를 보였다. 이처럼 천왕보심단의 작용 기전은 신경전달물질, 멜라토닌 신호, 생체시계, 스트레스 반응, 신경영양인자 및 대사 조절을 포괄하는 다면적 특성을 가진다.
한의학적으로는 이러한 기전이 심장과 신장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심신불교(心腎不交)의 해소와 연결된다. 장기간의 스트레스나 과로로 신장의 음액이 고갈되면 심화(心火)를 제어하지 못하여 심계, 불안, 번열, 입마름, 불면 등이 나타나는데, 천왕보심단은 이러한 병태에서 심신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처방으로 이해된다.
구성 약물 중 산조인과 백자인은 중추 억제성 신경전달과 연관된 진정 작용을 통해 과도한 각성을 가라앉히고, 생지황과 맥문동 등은 음액을 보충하고 자율신경계 균형 회복에 관여하여 상열감과 구건 등의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림7. 천왕보심단의 작용기전(AI 생성 이미지).
불면장애에 대한 천왕보심단의 메타분석 연구(J of Oriental Neuropsychiatry 2018;29(4):267-280)
불면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천왕보심단의 치료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여 총 13편의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분석에 포함됐으며, 이 중 10편의 연구가 메타분석에 활용되었다. 연구에서는 천왕보심단 단독 치료군 또는 천왕보심단 병용 치료군을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등 양약 치료군과 비교해 치료 효과를 평가했다.
그림8. 불면 장애에 대한 천왕보심단 메타분석 결과
메타분석 결과, 천왕보심단 단독 치료군은 양약 치료군보다 불면증 치료 유효율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R=1.15, 95% CI 1.07–1.24, p<0.0001). 즉 디아제팜 등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포함한 양약 치료와 비교했을 때, 천왕보심단은 단독 사용만으로도 더 우수한 불면 개선 효과를 보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연구자들은 분석에 포함된 임상시험들의 전반적인 연구 질이 충분히 높지 않았고, 표본 규모가 작은 연구가 많았다는 점을 주요 제한점으로 제시했다.
또한 연구 설계와 보고 과정에서 편향이 개입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러한 결과는 천왕보심단의 잠재적 유효성을 보여주는 근거로는 의미가 있으나, 해석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암 환자의 불면 개선 임상데이터(Integrative Cancer Therapies 2020;19:1–9. (Moon S et al.))
불면증을 호소하는 암 환자 22명을 대상으로 천왕보심단군(11명)과 인지행동치료(CBT-I)군(11명)으로 무작위 배정하여 4주간 치료 효과를 비교한 연구 결과, 두 군 모두에서 불면증 심각도(ISI)가 감소하여 불면 증상이 개선됐으며, 두 치료 간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아 천왕보심단이 CBT-I와 유사한 수준의 불면 개선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불안 척도(SAS)는 천왕보심단 투여군에서 CBT-I군보다 더 크게 감소하여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천왕보심단이 암 환자의 불면 개선에 있어 표준 치료인 CBT-I와 유사한 효과를 가지며, 특히 불안 완화 측면에서 추가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런 환자에게 권하자
“자려고 누우면 낮에 있었던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생각이 나서 잠이 안 와요”
“잠들기도 힘든데 꿈을 많이 꾸고 중간에 깨면 잠이 다시 안 와요 “
“입도 마르고 손발바닥에 열감이 있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잠이 안 와요”
천왕보심단은 불면을 주증상으로 하면서 불안, 초조, 두근거림, 목마름, 건망, 번열, 신경쇠약감이 함께 나타나는 성인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처방이다. 특히 스트레스와 정신적 과로 이후 잠자리가 예민해지고, 누우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잠들지 못하며 심계·구건·번열감이 동반되는 과각성형 불면 환자에게 권하면 좋다. 허약해진 진액(津液)을 보충하며 신경을 안정시키는 보익(補益)의 성격이 강하여, 신경쇠약이나 만성 피로 상태에서 나타나는 정서적 불안정과 불면 증상을 개선하는 데 널리 활용된다. 장기간의 수험 생활로 지친 학생이나 과도한 업무로 정신적·체력적 소모가 심해 진액과 혈(血)이 고갈된 직장인도 대상이 될 수 있다.
(3) 황련해독탕
황련해독탕은 황련, 치자, 황백, 황금의 네 가지 생약으로 구성된 대표적인 '청열사화(淸熱瀉火)' 처방으로, 체내의 과도한 열을 내리고 독소를 해소하는 대표적 제제이다. 약국에서 염증성 피부 질환, 정신 및 신경계의 과각성상태, 안면 홍조, 반복적인 구내염, 코피, 고혈압에 수반되는 어지러움이나 머리 무거움 등에 자주 이용되지만 이번 글에서는 불면에 도움이 되는 작용에 대해서만 알아보기로 한다.
수면에 도움이 되는 작용기전
황련해독탕은 대표적인 청열제로서 단순히 열을 내리는 차원을 넘어, 뇌 내 각성 시스템과 신경전달물질을 정교하게 조절하여 수면을 유도한다. 특히 최근 연구에서는 뇌의 핵심 각성 유도 물질인 오렉신(Orexin) 시스템에 대한 억제 작용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황련해독탕의 주요 성분들이 시상하부에서 각성을 유지하는 오렉신 A 및 B의 발현을 낮추고 관련 수용체 결합을 억제함으로써, 뇌를 각성 상태에서 수면 상태로 전환하는 스위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외부 자극이나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뇌가 비정상적으로 깨어 있는 과각성 상태를 진정시킬 수 있다. 동시에 황련해독탕은 억제성 신경전달 물질 시스템인 GABA와 세로토닌 시스템을 복합적으로 조절한다.
황금의 Baicalin과 황련의 Berberine 성분은 GABA A수용체에 작용하여 신경세포의 과흥분을 억제하고 수면 잠복기를 단축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또한 뇌 내 세로토닌(5-HT) 수치를 최적화하여 감정적 불안을 해소하고 수면 구조를 안정화하여 전반적인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또 불면증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TNF-а, IL-6와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발현을 억제하여 신경 염증으로 인한 수면 방해를 차단한다.
이런 환자에게 권하자
황련해독탕은 주로 기혈(氣血)이 상부로 치솟아 안색이 붉고 정신적으로 극도의 불안과 흥분 상태를 보이는 환자의 불면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평소 체격이 건실하고 열이 많은 환자가 스트레스나 화로 인해 가슴 답답함, 입마름, 초조함을 호소하며 잠을 이루지 못할 때 적합하다. 특히 머리 쪽으로 열이 몰리는 상초의 실열을 내리고 분노 억제나 심한 스트레스 이후 발생하는 과각성 양상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심신 허약으로 발생하는 불면증, 기력이 저하되어 있거나 냉증을 동반한 허증형 환자에게는 권하지 않고, 에너지가 과잉되어 위로 치솟는 환자의 수면 리듬을 정상화하는 데 집중하여 선택하는 것이 좋다.
투여 시 안전성을 위해 신생아, 임부 및 수유부에게는 사용을 금하며, 고령자와 어린이는 복용 전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담을 거쳐야 한다. 약물의 특성상 장기간 복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부득이하게 장기 복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의하여야 한다. 또한 다른 한약제제와 병용할 경우 성분이 중복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복용 중 발진, 두드러기 등의 피부 과민 반응이나 소화기계 장애, 간 기능 장애, 간질성 폐렴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약국에서의 불면 상담은 단순히 증상 완화제를 권하는 것을 넘어, 제품의 성분과 작용기전, 발현 시간, 다음날 잔여 진정 가능성, 항콜린성 이상반응 위험 등을 정확히 이해한 뒤 환자별 상황에 맞추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불면환자의 상담을 통해 진료 연계가 필요한 고위험군을 우선 감별하고 환자의 수면 양상과 동반 증상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최적의 수면 리듬을 설계하는 수면 큐레이터로 약물 상담과 함께 수면위생, 카페인 및 알코올 섭취, 야간 스마트폰 사용, 스트레스 요인과 같은 생활습관까지 함께 점검하는 상담이 병행되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약사의 정확한 판단과 세심한 설명이 있다면 환자의 불면을 덜어주는 것을 넘어, 더 안전하고 건강한 수면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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