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 구경꾼들이 만당하고 놀이마당의 가설이 끝나면 놀이마당 사각 귀퉁이에서 부터 대고-큰북의 웅장한 타고로서 마당놀이의 시작을 예고한다. 느리고 힘찼던 대고소리가 점차 빨라지면서 휘몰아치는 속도와 박진감을 보조나 하듯이 우렁찬 30개의 중고 소리가 역시 놀이마당 사각 귀퉁이에서 응답의 화음으로 터져나오고 이내 사령복장을 한 남녀 전출연자들이 제각각 중고 하나씩을 매고 놀이마당 중앙을 향해서 전진하여 나온다. 중고의 난타는 고저장단의 구색을 갖추며 현란하게 오와 열을 다양한 형태로 모자이크하며 놀이마당을 맴돌아 간다. 빠르게 절정을 향해 휘몰아 치던 사령의 북춤이 팽팽한 줄이 끊기듯 단절되면 잠시장내는 침묵, 장내에 거대한 음성으로 작품의 개요가 소개된다)
[음 성] 마당놀이 구운몽은 조선조 숙종때 사람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을 현실에 맞게 얼추각색한 것인데 본시 인간의 부귀공명은 일장춘몽이라는 주제인 것을 오늘 이 놀이마당에서는 유뷸선의 사상을 잘 융합하여 인간의 욕망과 좌절을 그리고 이상과 현실의 갈등을 재미있게 재구성한 것이다
(장내의 소개음성이 사라지면 곧바로 유량한 합창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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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전주가 터져나온다. 전출연자 간헐적으로 네고 있는 중고를 두드리며 관객을 향해 서곡을 노래한다)
(합창)-인생을 꿈이로세-
꿈이로세 꿈이로세
인생은 일장춘몽 꿈이로세
부귀영화 빈부귀천 허망한 꿈이로세
사랑하고 미워하며 슬프고 기쁜 것도
한낮의 소나기 해질녘의 무지개
초여름의 이슬이네
뉘라서 인생을 기쁘다고 말하는가
뉘라서 인생을 아프다고 말하는가
기쁨도 순간 아픔도 순간
백일홍 위의 나비가 꾸는 잠깐의 꿈이로세
실바람에 놀라 꿈에서 깨어나면
떠났던 그자리 잠들었던 그자리
빙그르르 돌아 백일홍 실바람 그곳일세
꿈이로세 꿈이로세
인생은 일장춘몽 꿈이로세.
(전출연자들 노래 끝나면 다시 중고와 대고의 난타 계속되며 놀이마당의 두각을 있는 대각선 통로를 형성한다. 대각선 통로가 완성되면 포승에 결박된 봉두난발의 김만중이 북소리에 맞추어 끌려나와 놀이마당 가운데 끓어 앉힌다. 북소리가 일시에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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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리] (들고 있던 두루말이를 길게 쫙 편다. 그리고 준엄하게 읽는다) 김만중! 자는 중숙, 호는 서포이며 본관은 광산이라! 인조 15년에 태어나 현종6년에 과거에 급제하야 숙종7년에 예문제학, 대제학, 대사현을 역임타가 민중전 폐출을 반대하며 장희빈의 소생인 왕자의 명호 문제를 거론하여 주상전하의 뜻을 그르쳤음. 이에 어명을 받들어 서포 김만중에겐 삭탈관직은 물론 남해 절도에 위리안치, 귀양의 벌을 엄하게 내린다!
[사령들] (일제히) 서포 김만중을 귀양살이 보내시란다!
[형 리] 수륙만리 뱃길이니 대역죄인의 호송을 엄히하라!
[사령들] 수륙만리 뱃길이란다. 돛을 올리고 노를 저어라! (벳노래의 구성진 전주음악이 흐른다. 북을 메고 앉아있던 사령들 결박된 김만중을 뱃전의 중심에 두고 인체구성의 돛단배를 만들어 율동하기 시작한다. 뱃전에 돛이 오르고 인체구성의 돛배는 놀이마당 360도 회전하며 향해한다)
(돛대가 꺽어져 넘어진다. 배의 형체를 구성하고 있던 사령들 북을 난타하며 사방으로 흩어진다. 놀이마당 가운데 김만중만 포박된체 앉아 있다)
[김만중] 야 이놈들아 어서 이 포박을 풀어라! 어서 이 포박을 풀어!
[도사공] 이 급한 판국에 그거 풀어줄 틈새가 어딨어!
[김만중] 야 이놈아 내가 아무리 대역죄에 능지처참의 무거운 죄를 졌다고 하나 두말할 것도 없이 이판사판인데 너죽고 나죽으면 몰라도 너살고 나만 죽으란법 어디 있느냐?
[도사공] 어허 이놈의 죄수좀 보게--- 이판사판 중에 너죽고 나죽자구? 입아구에다 짠소금물을 퍼넣어 줄까부다. 말이 났으니까 말이지 그쪽은 죄를 지어 남해고도에 귀향떠나는 몸이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구전받고 배몰이하는 도사공인데 내가 왜 죄인따라 물귀신이 되어야한단 말여?
[김만중] 그러니까 거두절미하고 너살고 나살자는 얘기다!
[도사공] 어때 먹물좀 쬐게 잡셧다고 목청에서 벼루깨지는 소리나네 내가 비록 황새기 젖국에 깡보리밥만 먹고산 뱃놈이지만 알거는 알고 모를 것은 모른답제--- 거 뭐시냐 구운몽인가 뭔가하는 이바구를 글로써서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김만중이가 아니갑세
(빠르고 경쾌한 곡마단풍의 가락이 울려퍼진다. 김만중과 도사공 잽싸게 몸을 숨긴다. 놀이마당 사각의 출입구에서 남녀 광대들이 곡마단의 놀이기구들을 밀고 나와 정한 위치에 가설한다. 전장면에서 돛대로 사용하던 놀이마당 중앙의 철주에 선 천막을 상징하는 우신살이 튕겨져 나오고 그끝에는 오색헝겁들이 메달린다. 놀이마당에 가설되는 곡마단 놀이기구들은 미끄럼틀, 씨이소, 그네, 술통 2개 등인데 얼핏 어린이 놀이터를 연상케하는 원색의 동화적 분위기가 채색되어 있다. 광대 및 곡마단 단원들의 연희의상은 삼국시대의 의상을 현대화시킨 무용복스타일이고, 놀이가 진행됨에 따라서 간단한 소품과 장신구등을 착용하여 신분과 역활을 설명해 준다. 이 곡마단 무대는 구운몽원전에 나오는 형산의 연화봉 즉 무능도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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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선계)를 암시한 것이다. 특히 의상에 있어서 현대와 고전의 절묘한 조화를 이뤄야 하며 다양한 색상의 타이즈위에 배역에 맞는 고전-삼국시대-의 엑센트가 덧붙이는 형식을 취한다. 남녀 광대들 놀이마당 가설이 끝나면 일제히 정한 놀이기구위에서 노래로 이어진다.)
[광대들] (합창) -곡마단의 노래-
이승의 해가 저물면 저승의 초승달이 뜨듯
인생의 반딧불이 꺼지면 곡마단의 횃불이 타오른다
저승의 놀이 신선들의 노래
영원한 무능도원의 시간속에
써커스의 막이 오른다
복사꽃과 동정호와 학들의 날개짓
그름다리아래 오색무지개 드리우고
이승을 슬프게 살았던 중생들은
저승의 곡마단 그네위에서
광대의 몸짓을 한다
오라 오라 모두오라 영원한 세계로
오라 오라 모두오라 곡마단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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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들이 노래하며 율동하는 동안 당나귀와 원숭이가 놀이마당을 자유자재로 멤돈다. 광대들 노래가 끝나면 후주에 맞추어 사각의 출입구로 서서히 빠져나가고 팔선녀 역시 사방에서 발광체의 원색공을 하나씩 들고서 우아한 율동으로 들어온다. 팔선녀들 놀이마당 중앙에 위치하면 다음노래의 전주로 이어진다.)
(노래 후주에 쫓고 쫓기는 희롱의 춤이 절정에 달할 즈음에 요란한 경적소리에 모두 정지동작. 한쪽에서 육관대사가 법륜- 로켓모형을 타고 등장한다. 법륜 앞뒤에는 우람한 황건역사 두명이 호위를 하고 있다)
[육관대사] (호령) 이 요망한 것들 예서 무슨 짓들을 하고 있느냐!
[도사공] 아하! 소림사 극방장이 나오셨네---
[육관대사] 무례하다 이놈!
[도사공] 무례하다 이놈? 인격이 통체루 모욕당하네---
[김만중] 쉬! 연화봉의 육관대사시다---
[도사공] 육갑다새?
[육관대사] (선녀들에게) 너희들은 어찌 중한 소임을 잊고 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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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사내들과 희롱을 하고 있느냐?
[선녀1] 대사님의 명을 받삽고 속세하행길에 무지몽매한 불량배를 만나 낭패를 당하고 있던 중이옵니다
[육관대사] 너희들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팔선녀들의 길을 가로막고 행패를 부리고 있느냐?
[김만중] 저히들은 속세의 중생들로써 대사님의 지혜의 구슬을 얻고자 하였습니다
[육관대사] 너희가 이 신선의 세계에서 무례하게 뛰어든 것도 모리에 맞지 않거니와 제분수와 처지도 모르고 부귀공명 권문세도를 탐하는 것 또한 가소롭다
[도사공] 웃기는 얘기다 이겁니까?
[육관대사] 어째 나뿔나뿔 말대답이냐!
[도사공] 정말 육갑하고 있네--- 아무리 신선의 세계 무능도원이라 할지라도 언론의 자유는 있을 줄 아는데--- 차제에 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자고로 불도에 이르기를 중생을 업수히 여기지 말 것이며 미물일지라도 밟지마라 선은 행하는데 뜻이 있고 덕은 베푸는데 은혜가 있나니 무릇 삼라만상을 어여삐 여리라---
[김만중] 야! 대갈팍에 술찌꺼미가 가득 들었는지 알았더니 언제 화엄경을 독파했느냐?
[도사공]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고 식당개 삼년이면 라면을 끓인다는데--- 나가 이래뵈도 암자옆에서 삼년간 포장마차 하던 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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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관대사] 지금 뉘앞이라고 망발을 하고 있느냐! (육환장을 지고 법륜에서 내려와 놀이마당 중앙으로 나선다. 선녀들에게) 너희들은 엄한 계율을 어기고 뭇사내들과 음탕한 희롱의 처신을 했으니 너희들로 하여금 인간 속세의 번뇌를 벌로서 감당케 하리라!
[팔선녀] 아니되옵니다 대사님!
[육관대사] (김만중과 도사공에게) 너희들에겐 인간속세의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이 신선의 세계를 더럽혔나니 다시 중생으로 태어나 인과응보와 윤회의 고행을 통해 삶의 참뜻을 깨우치게 하리라
[육관대사] (모두들 일순간에 정지동작) 어서 저것들을 속세로 내쫓아라! (고함) 어서! (육관대사의 육환장에서 분수 불꽃이 솟아 오른다. 주위에 퍼지는 짙푸런 연막 전주음악이 터져 나온다. 김만중과 도사공 그리고 팔선녀들 그 연기에 취한 듯 환생의 노래를 하며 황건역사를 따라 퇴장한다)
[일 동] (합창) -속세로 가는길-
돌뿌리 가시밭길 헤치며 어둠속을 헤쳐간다
시간의 두름다리를 지나 침묵의 강물을 건너
생노병사의 늪지대 속세로 내려간다
떠나세 떠나세 수레바퀴 고행의 멤돌이를 떠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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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마당]
(익살스럽게 생긴 광대 하나가 마치 복싱경기에서 라운드걸이 그러듯이 표지판을 들고 들어와 곡마단의 놀이마당을 엉등춤을 추며 멤돌아 미끌럼틀 위로 올라가 사방관객에게 표지판을 과시하는데 거기엔 {고구려땅 장백산 기슭}이라고 쓰여있다. 광대 미끄럼을 타고 내려와 사라지면 황건적들의 약탈의 노래전주가 터져나오고 이어서 누런 보자기를 머리에 쓴 황건적 패들이 당나귀에 올라탄 두목 "활개" 를 선두로 사방에서 뛰쳐나와 칼을 휘두르며 노래한다)
[황건적] (합창) - 약탈의 노래-
o 우리는 황건적 장백산의 호랑이들
산야를 주름잡는 무법의 사나이들
두만강 압록강 묘향산을 넘나들며
재산과 보물을 약탈한다
불지르고 겁탈하며 노략질에 인마살상
거치를 산야를 주름잡는 황건적들
o 우리는 황건적 장백산의 호랑이들
관과를 습격하고 졸개들 목자른다
축지법 둔갑술 그누가 당할손가
재산과 보물을 약탈한다
비호같이 내달려서 탐관오리 처죽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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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치른 산야를 주름잡는 황건적들.
(황건적 약탈의 노래가 끝나면 모두 야! 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모두 두목을 따라 쏜살같이 달려나간다. 이이서 누더기를 걸친 양처사가 약초 망태기를 메고 허겁지겁 뛰어 들어온다.)
[양소유] 꺽구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지 않습니까?(제대로 자리를 잡으며) 자 출발! (움직인다)
[유 씨] 얘야 어데를 가건 식사 거르지 말고 잠잘 때 모기향 피우고 자라---
[양소유] (독창)-사나이 가는 길-
산을 넘고 들을지나 강을건너서
미지의 세계로 달려간다
젊은이에겐 꿈과 희망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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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 대장무에겐 정열과 기백이 있지
달린다 달린다 신세계를 향하여
무지개 꿈을싣고 광야를 달린다
(양소유 당나귀를 타고 놀이마당을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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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마당]
(저자거리, 경쾌한 자진모리 장단이 들려오면 각양각색의 서민들 장터의 풍경을 연출하는데, 닭장사, 과일장사, 떡장사, 엿장사, 생선장사 등이 왁자지껄하게 거래를 하고 있다. 이 중에는
야봐위놀음꾼들이 밀차식 이동좌판을 끌고 트럼프, 심지뽑기, 주사위던지기 등을 하고 있다. 이들의 위치가 정해지면 서민들의 노래가 합창으로 연결된다)
<서민들> (합창) -수라장 난장판-
야--- 난장판 수라장일세
싸게사서 곱덜장사 눈속임에 바가지라
돈놓고 돈먹기 매점매석 한탕치기
사고팔고 팔고사고 어물쩍 속임수
야--- 난장판 수라장일세
있는놈은 고리대금 없는놈은 서류위조
많이벌고 세금포탈 위조지폐 불량식품
사세요 사세요 가짜는 절대 없어요
모든게 메이커 오리지날 밀수품
야--- 난장판 수라장일세
(후주음악에 각자 자기 상품을 목청껏 외친다. 양소유가 어리둥절하게 들어와서 저자거리를 서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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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꾼들 서로 다투고 멱살잡이가 시작되며 점차 소란이 심해 지다가 순식간에 칼로 자르듯 음향과 동작이 멈춘다. 서로 대각선에 위치하고 있던 양소유와 도사공이 서로 시선을 마주친다. 도사공 등에는 '운명철학' 이란 간판을 달고 가슴에는 관상, 수상, 족상의 점괘 책자를 목판에 담아 걸고 있다. 두사람 놀이마당 중앙에서 마주친다)
[도사공] 가만있어 봐라 어디서 많이 모던 상판인디---?
[양소유] 나는 초면인 것 같은데---?
[도사공] 초면이고 냉면이고 간에 가만 있어봐---(상하 좌우를 뜯어 살피며) 하 얄궂다--- 이 상판이 분명히 구면은 구면인디--- 내가 어디서 봤더라
[양소유] 이 양반 생사람 잡네 --- 난 초면이라는데---
[도사공] 혹시 MBC 주말연속극에 안나오셨오?
[양소유] MBC 라니?
[도사공] 아녀! 주말 연속극이 아니라--- 청문회때 본 것도 같고--- 얄궂어라--- 지난번에 족상 공짜루 보고 튄놈 같기도 하고? 얄궂어라---
[양소유] 가만있거라 나도 구두밑창에 붙은 껌떼이듯이 자구 뜯어 보니까 아사무사하게 낮짝이 어다서 설익은 것 같기도 한데---
[도사공] 그렇제 내얼굴 기억나제?
[양소유] (한참보다가) 밥맛없게 생긴것 보니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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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공] 여하튼 이렇게 마주쳤으니께 그것도 인연은 인연이여! 헌디 왜 여기서 갈기자 걸음으로 어정거리셔?
[도사공] 아마빡이 탁 튀어나오고 양미간이 딱 벌어진게 비범혀! 이를테면 사기꾼 아니면 장군깜이여!
[양소유] 그것도 관상이라고 봐!
[도사공] 장군깜이라고 그라니께 슬슬 말씀내려 앉추시네--- 나하로 동행좀 할라요?
[양소유] 신분은 확실한가?
[도사공] 겨우 전과 12범에 수배중이여---(정지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디 이사람들 왜 모두 정지동작이여 테레비 고장났나? 얘들아! 우리 클로즈업 끝났으니께 놀아! (정지동작됐던 장사치, 야바위꾼들 일제히 동작과 음향을 터트린다. 도사공 양소위귀에 대고 뭐라고 수군거린다. 그리고 나선 소란스런 사람들 틈을 헤짚고 미끄럽틀 상단으로 뛰어 오른다)
[도사공] (두손을 높이 처들고) 이것들 보시요 여러분! 전부 날 좀 보시요!
(계속 시끄럽다) 전부 날좀 보라구! (모든 사람들 동작을 정지하고 미끄럼틀 위의 도사공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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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기쁜 소식을 저하겠오이다!
[일 동] (웅성거림) 기쁜소식---?
[도사공] 내가 이땅에서 인생철학을 연구해온 지가 어언 삼십년---
[장사치] 지금 무슨 수작을 하려는게야?
[도사공] 지금 예언자가 말씀하시는데 수작이라니 이놈아! (갑짜기 양손을 모으고 배뱅이굿을 하듯) 왔구나--- 왔어--- 드디어 왔어 그분께서 어땅에 오셨어---!
[장사치] 오긴 뭐가 와? 노점상 단속반이 왔다는게야 뭐야?
[도사공] 저자깃은 언제든지 보신탕집에 들깨끼듯혀--- 어찌 현실과 이상을 구별못하냐---우리가 고통과 슬픔속에서 낚시줄같은 목심을 연명하고 산건 바로 그분이 오실때를 기다리른 희망때문이 아니것오--- 헌데 그 메시아가 드디어 오늘 왔다 이겁니다!
[일 동] (웅성거림) 메시아?
[도사공] 시끄러! 이건 연습상황이 아니고 실제상황이니께 두귀를 곤두세우고 잘 들어! 내가 항상 주막러기와 족발집 앞에서 여러분께 예언하지 않았어 '나보다 뒤에 올분이 계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끈도 못맬 처지로다'
[장사치] 그건 토정비결 부록에 나오는 얘기아녀!
[도사공] 알지 못하는 것이 꿩보구 닭이라네--- 토정비결 부록이 아니고 정감록 편집후기에 있는거여---(크게)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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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튼 그분이 이땅에 오셨는데--- 그분의 관상으로 보아 수족관상 모든 것 종합해 봐도 영락없는 우리들의 구원자여---
[일 동] 도대체 그사람이 어딨어?
[도사공] 과학이 발달된 시대였으면 보잉747로 오시것지만 때가 때인지라 밀개떡 두개 잡숫고 오셨어--- 머리에 흰띠를 두르고 비록 보세품이긴 하지만 가죽옷을 입은 사람! (양소유를 가르킨다. 군중들 미끄럼틀에서 양소유가 서있는 곳까지 대각선 통로를 튼다. 양소유 꿋꿋하게 서 있다) 앗따 폼잡기는--- 어서 싸게 올라와---! (유랑한 음악이 행진곡으로 연주된다. 두손을 번쩍 들고 통로를 지나 미끄럼틀로 올라간다) 기자들 있으면 사진들 찍고 그려---
[양소유] (독창) -우리의 희망-
우린 가난한 사람 아무것도 가진게 없어
그대들 그 고통 그 아픔 느낄수 있어
하늘아래 모두는 평등하게 살아야하오
내일은 우리의 희망
영원한 축복의 약속
가난과 배고픔을 견더야 하오
그래서 싸웁시다 축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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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빼앗길 수 없어 짓밟힐 수 없어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를 찾읍시다
우린 가난한 사람 아무것도 가진게 없어
그대들 그 고통 그 아픔 나눌수 있어
(양소유의 노래 끝나면 군중들의 합창으로 이어진다. 합창 끝나면 모두 환호를 한다)
[도사공] 방금 이양반의 말씀 들었제 우린 빼앗기고 짓밟힐수 없다 이거여 얼마나 내용이 좋와---.
[양소유] 여러분---!
[도사공] 참 목소리 우렁차다---! 이 양반 증조부가 옛날에 변사했디야
[양소유] 여러분---!
[도사공] 여러분은 금방했어--- 싸게 내용부터 얘기혀 떼거리들 감정 식기전에---
[양소유] 우리의 적은 둘입니다. 하나는 우리의 재산과 생명을 약탈살육하는 도적떼 황건적이고---또 하나는 우리에게 복종과 세금을 강요하는 이마을 태수입니다!
[일 동](박수) 옳소!
[도사공] 이것봐 햇갈리니까--- 내가 왼손을 들면 박수--- 그리고 오른손을 들면 옳소! 알것제?
[양소유] 그런데 가소로운 것은 황건적과 이마을 태수가 서로 생존을 위해 결탁했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황건적과 태수는 한통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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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공 왼손을 든다)
[일 동] (박수를 친다) ---
[양소유] 우선 이마을 태수의 목을 자라야 합니다!
(도사공 왼손과 오른손을 다 든다)
[일 동] (박수를 치며) 옳소!
[장사치] 자 우리 모두 태수의 성을 향해 갑시다! (군중들 구호를 외치며 일제히 놀이마등을 멤돌아 나간다. 미끄럼틀 위에 양소유와 도사공만 남는다)
[도사공] 태수는 오늘 요절났다!
[양소유] 이것봐 결국 사람들 선동만 하고 말았쟎아
[도사공] 어허--- 그게 바로 정치적 술수라는게 아닌가베--- 이제부터 그대는 민중의 지도자가 되는거여---
[양소유] 내 뜻은 그게 아니였어!
[도사공] 가만 있어봐--- 의상이 틀려먹었어--- 우선 양복점에가서 콤비루 한벌 쫙 맞춰 입더라고--- 지도자가 될라믄 인품이 있어야제! 나도 이제부터 관상쟁이좀 면해야 쓰것다---
(광대 하나가 커다란 달을 들고 들어와 놀이마당 철주에 건다. 순식간에 달반으로 변한다. 감리로운 비파소리가 들리며 살색이 비치는 엷은 잠옷을 걸친 진채봉과 그녀의 두하녀가 각각 비파와 해금을 연주하며 따라 들어온다. 진채봉이 육감적인 자태로 그네에 앉아 노래를 하고 두하녀 씨오소에 마주앉아 회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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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반주를 한다)
[진채봉] (독창) -양류사-
O 수양버들은 푸르러 베짜는 듯하고
늘어진 가지그림자 누각에 흘들려라
누군가 이 버들을 심은 뜻은
하늘거리는 버들의 속삭임 때문이아니라
O 수양버드링 어쩌면 이리 푸를까
늘어진 가지 그림자 기둥에 흔들려라
누구든 이버들을 꺽지말 것을
하늘거리는 버들의 속삭임 때뭉이니라.
(후주가 연주되는 중에 진채봉 달빛아래 율동을 한다.)
[양소유] 이 깊은 밤에 양유사를 부르는 여인은 누구일까?
[도사공] 아이고 되게 밝히네--- 올라기지 못할나무 쳐다보지 말여 먹지 못할 떡 주무르지 말라고 했으닝께---
[양소유] 그건 무슨 소린가?
[도사공] 달밤에 시녀들 거느리고 산책하는 걸 보니께 지체높은 가문 아녀자가 분명하담시
[양소유] 월하의 배꽃같이 아름답구나
[도사공] 배꼽?
[도사공] 아이고 달밤에 여자 보더니만 갑지기 숨소리가 스테레오로 들린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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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유] 사나이 가슴에 타오르는 불꽃 이대로 삭힐 수는 없다
[도사공] 일어나버렸네--- 잘하면 로미오와 줄리엣 후편되것다. 정히 그렇다면 동방예의지국인디--- 삼강오륜도 그렇고 하니 내가 일차 언급을 하여 상대방 의중을 떠 볼테니까 여기서 기다리시오---
[양소유] 아니다. 내가 직접 갈란다---
[도사공] 직접으로 외교를 트것다---? 그럼 분위기도 그런데 오페라식으로 받아보쇼---
(진채봉의 율동연주에서 양소유의 노래로 이어진다)
[양소유] (독창) - 양류사 회답-
O 누각 앞뜰에 수양버들 심은뜻은
그대의 나귀매여 머무르게 함이거늘
그대는 어찌 그걸꺽어 채찍만들어
홀연히 떠날 채비를 하는가
O 수양버들 천만갈래 늘어진뜻은
올미다 애뜻한맘 맺혀있는 사연인즉
그대는 어찌 그늘에 숨어 대하려하는가
보름달 아래 애타게 하누나.
(양소유 노래 끝나고 후주부분에서 두사람 놀이마당
[페이지] 045
중앙에서 마주친다)
[도사공] (고함) 어허 풍기문란이구만!
[진채봉] 어찌 소녀의 곁으로 다가오시는지?
[양소유] 그대의 노랫소리가 호수건너 누각까지 드려왔오
[진채봉] 가까이 오시면 아니되옵니다
[양소유] 내 비록 신분은 비천하나 큰뜻을 품고 주유천하는 젊은 몸 아름다운 달밤에 그대와 마주친 것은 큰인연이라 생각하오
[진채봉] 왜 소녀의 몸이 자꾸 떨리우는지 알수 없읍니다
[양소유] 지금 내 손도 이렇게 떨고 있오
[도사공] 떨기는--- 오뉴월 삼복에 염병에 걸렸나?
[양소유] 그대의 이름은?
[진채봉] 진채봉!
[양소유] 진채봉--- 난 양소유라 하오!
[진채봉] 양소유---!?
[양소유] (진채봉의 손을 잡으며) 손이 따뜻하구려---
[진채봉] 우리가 어데선가 만난 것 같오이다---
[양소유] 아니요--- 난 나무꾼의 자식이요---
[진채봉] 그런데두 꼭 오래 사귄 사람처럼 태연스럽기만 합니다
[도사공] 사람 여럿 죽이네
[양소유] 벌써 달이 서산에 지는구려---
[진채봉] 그토록 깊던 이밤이 오늘은 한순간--- 실낱같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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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었읍니다
[도사공] 짧은게 좋제 길면 요절나제---
(두사람 뜨겁게 포옹을 하려는 순간 밖에서 요란한 북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이게 무슨소리야?
[군중1] 어서 비천한 우리를 대신해서 태수와 담판을 해주십시요 우리에게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고
[세사람] (무릎을 꿇는다) 우리의 지도자시여!
[도사공] 어쩔 수 없이 지도자가 되버렸오! 어서 결단을 내리시오!
[양소유] (단호히) 그래! 내가 앞장을 서 성곽안으로 들어가 태수를 만나보리라 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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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유를 선두로 모두 뛰어나간다. 북소리가 더욱 요란해 진다. 사방에서 광대들이 피가묻은 방패와 칼, 투구등을 놀이마당 안으로 던진다. 함성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늙고 깡마른 꼽추태수가 허우적 거리며 뛰어들어온다)
[태 수] 도대체 근위병들은 무얼하고 있느냐?
[근위대장] (상처입은 몸으로 쩔뚝이며 들어와) 성난백성들은 닥치는대로 던지고 부수고 짓밟으며 엄청난 증오의 덩어리가 되어 성안으로 몰려들어 있아옵니다.
[태 수] 그래서 초전박살! 초전에 박살을 내라고 하지 않았어! 그리고 도대체 체류탄을 어느 방향으로 쏘기에 여기까지 냄새가 들어와?
[근위대장] 역풍이 불어 최류탄, 사과탄이 전부 별무효과이옵니다.
[태 수] 기동타격대는?
[근위대장] 화염병으로 부장한 젊은 군중들에게 쫓겨 현재 구내 식당에서 식사중에 있아옵니다.
[태 수] 아니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밥을 처먹고 있다니---? 그리고 수색대는 뭘하고 있어?
[근위대장] 수색대원 일부는 양심선언을 하고 전부 백성들편에 투항을 했읍니다.
[태 수] 그놈들 전부 일계급씩 강등에 삼개월간 감봉이다. 일채 여름 휴가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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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루- 미끄럼틀- 위에서 망을 보던 감시병이 소릴지른다)
[감시병] 제1성문이 붕괴되었다!
[태 수] 잘한다 잘해--- 그래서 내가 뭐랬어? 백성들 낌새가 이상할 때부터 일체의 집회나 시위를 원천봉쇄하라고 하지 않았어!
[근위대장] 더이상 전투가 계속되면 피아간에 엄청난 인명손실을 초래합니다
[태 수] 그럼 나보구 항복이란 얘기야 뭐야?
[근위대장] 백성들과 타협을 시도함이 타당할 듯 하옵니다.
[태 수] 백성들의 대표자란 놈을 들여보내!
(장군1이 뛰어나간다. 이여서 양소유와 도사공이 들어온다. 두세력이 서로 마주보며 견제한다)
[양소유] 우린 백성들의 뜻을 대표하여 여기에 왔오.
[도사공] 처음부터 기선을 잡으라구---
(북소리와 함성이 점차 작아진다)
[태 수] 그래? 그대들의 요구는 무엇이냐?
[양소유] 백성들에게 약탈한 재산을 돌려주고 모든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요
[태 수] (옥좌에 앉으며 근위대장에게) 얘들아 아침식사를 가져오너라
[도사공] 아것 보시소 태수 우리가 시방 밥달라고 온줄 아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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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수] 너희들 상판을 보니까 갑자기 식욕이 땡겨서 그래. 반숙두개도 첨가도록!
[양소유] 분노한 백성들은 당신의 목을 요구하고 있오!
[태 수] 금강산두 식후경이라 했다--- 우리 조반이나 드면서 천천히 얘기하자---
[양소유] (칼을 빼어든다) 이건 금강산 구경이 아니라 민중봉기요!
(근위대단이 밀차에 실린 식탁을 밀고 들어온다. 태수가 뚜껑을 열어 통닭을 집어들고 뜯는다)
[태 수] 그대는 몇살인가?
[도사공] 앗따! 시방 신원조회하고 있나?
[태 수] (포도주를 따라 마신다) 내가 지금 나이를 물었다!
[양소유] 스물이요!
[태 수] 참 좋은 때다. 부모님은 전부 안녕하시고?
[도사공] 아이고 열바치네--- 손님이 왔는데 겸상은 못할만정 저혼다 처먹어?
[태 수] 포도주맛이 오늘따라 아주 달콤하구나--- 이것봐라 백성들은 나보다 언제나 자유롭다--- 나는 오히려 이성곽 속에서 갇히여 자유를 유린당하고 있어--- 이렇듯 아침식사까지 통치의 틀속에 얽매여 의무적으로 제시간에 먹어야 한다.--- (양손을 옷에 문지르며) 덕분에 나의 일과 중에 하나를 무사히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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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공] 뭣좀 남길줄 알았더니 싹먹어 버렸네---
[태 수] (큰소리) 이 자리가 그렇게 편안하고 부드러운 자린 줄 알았는가? 이 자리에 앉아서 백성을 내려다보면 너희가 나를 올려다 보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통치자에겐 언제나 백성이 무섭과 두렵다! 통치자에게 속성이 있듯이 백성들에게 속성이란게 있어 그걸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영원한 평등이 있다고 믿는가 이 철딱서니들아!
(진채봉 태수의 상여를 따라 나간다. 텅빈 놀이마당에 양소유와 도사공만 남아있다. 시녀 두명이 비파와 해금을 연주하며 나와 씨이소위에 앉아 파라독소한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두시녀] (이중창) - 역사의 허구-
역사의 모순 역사의 허구
이것은 어릿광대의 막간극
조명도 좋고 효과도 훌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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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없는 어릿광대의 막간극
신념은 증오를 부르고 외지는 함정에 빠져
역사의 모순 역사의 허구
대사없는 배우들의 영원한 무언극
음악도 좋고 장치도 훌륭해
곡마단의 광대들은 새로은 막간극을 연출하네
(한쪽에서 근위대장이 뛰어들어온다. 태수의 관을 들고 있다)
[근위대장] 위대한 혁명이셨오! 여기 태수의 관이 있오이다!
(군중 1,2,3이 뛰어 들어온다)
[군중1] 백성들은 양소유께서 태수의 옥좌에 앉길 갈망하고 있읍니다
[군중2] 어서 옥좌에 앉으시옵소서
[도사공] 이게 모두 백성의 뜻이라는디 뭘 망서린디야!
(장군 1,2 가 뛰어들어온다)
[장군1] 새로운 시대가 왔아옵니다! 어서 태수의 자리에 앉아 백성들을 굽어 살피소서
[도사공] 앗따! 참기름집에 강아지 몰려들듯하네--- 우선 개각부터 하고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쓰것다. 어떤가 내각책임제루 하는게 우선 쓸만 허것제잉?
[근위대장] 각계각층의 중지를 모으는 것이 좋을듯 하오이다.
[군중3] 재야단체를 과감히 영입하셔야 하옵니다
[양소유] 나는 태수의 자리가 적합지 않다. 또 내가 바라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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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아니구
[도사공] 이것봐! 호박이 넝쿨째 굴러떨어졌는데 뭔소리를 그렇게 한디야---
[양소유] 나에겐 내가 갈길이 따로 있다!
[도사공] 자기가 무슨 씨저라고 태수의 관을 물리치고 있어 꼴두기두 한철이여 상하기 전에 어서 뒷짚어써! 뭣들하고 있느냐 어서 대관식 풍악을 울려라! (대관식 음악이 울려퍼진다. 광대들이 나와서 길게 카페트를 깐다. 근위대장이 태수의 관을 양소위의 머리에 쒸워준다. 모든 사람들 엎드린다. 대관식 음악이 끝친다) 았따 잘어울리네
[근위대장] 자 어서 옥좌로 내려가 앉으시오 . 그래야 태수의 권리를 안정받오이다.
(양소유 관을 벗어서 높이 쳐든다)
[도사공] 왜 싸이즈가 안맞어?
[양소유] 내말을 잘들어라--- 지금 태수의 관은 비록 내손안에 있지만 누군가 이 관을 뺏기 위해 날 죽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너희 중에는 맘속으로 이관을 탐내는 자들이 있다. 언젠가 이 관을 위해서 또 혁명의 명분을 찾을 것이다. 난 그걸 역역히 보고 있다 (태수의 관을 밑으로 던진다. 땅바닥에서 뒹구는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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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관)
[도사공] 어쩌자고 관을 쉰떡 내던지듯 한디야!
(근위대장이 쏟살같이 뛰어내려간다. 장군 1,2 군중 1,2,3 땅에서 뒹구는 관곁으로 모여든다. 서로들 견제와 계락의 맴돌이를 한다)
[군중1] 진짜루 이거 사양하신 겁니까
[양소유] 원하는 자의 것이다---
(백성 1이 가만히 두려움으로 관을 줏어든다. 장군1이 낚꾸어 챈다. 가만히 써본다. 군중2가 다시 그걸 벗겨서 양손에 들어본다. 빠른 장단의 어릿광대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들은 노래하며 태수위 관 낚구어채기 싸움을 시작한다)
[어릿광대들] (합창) -쥔놈이 임자-
살금살금 눈치보며 어물쩍슬쩍
슬금슬금 기회보며 어물쩍쓱싹
임자가 따로있나 쥔놈이 임자렸다
서둘러선 안돼. 느려서도 안돼
등치고 배쓰다듬고 얼르고 뺨치며
앞서간놈 딴지걸고 뛰는놈 덜미잡고
인정사정 볼거없지 체면염치 볼거없어
뺏는놈이 임자지 쥔놈이 주인이야
살금살금 눈치보며 어물쩍 슬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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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탈취의 놀이가 엉키고 설킨 뒤범벅 수라장으로 변한다. 양소유가 미끄럼틀 위에서 내려와 퇴장한다. 도사공 따라나가다가)
[근위대장] 말많은 주둥아리를 족쳐야 되니께, 얼론통폐합부터 단행하시고 고위 관직에 있는자들 재산을 공개시킨다음---
[진채봉]1 우선 굶주린 백성들 뱃속에 기름끼 돌게스리 돈부터 쫙 시중에 풀어 줏대를 마취시킨 다음에 서서히 세뇌를 시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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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공] 그것 일러 국민복리 구태민안이다 하는거여 알것오?
[활 개] 자 지금부터 태평성대다!
(진채봉이 시녀와 함께 나타난다)
[활 개] 무엇이냐?
[진채봉] 죽은 태수의 딸이옵니다.
[활 개] 니 애비의 시대는 끝났다---
[진채봉] 그건 알고 있아옵니다. 허나 죽은 아버지의 원한을 갚고 싶습니다.
[활 개] 저 무지한 백성들과 싸우겠다는 것이냐?
[진채봉] 아니옵니다
[활 개] 그럼?
[진채봉] 아버지는 제게 엄청난 황금을 재산으로 물리셨읍니다 (시녀 1,2 들고 있는 천을 벗기니 두개의 커다란 황금이 나타난다)
[활 개] 이게 그것인가?
[진채봉] 이것을 제몸값으로 드립니다
[활 개] 몸값이라니?
[진채봉] 저를 태수비로 삼아주십시요
[활 개] 내 아내로? 이를테면 지참금인가?
[진채봉] 이제 백성들을 노예로 만들고 싶아옵니다
[활 개] 그것은 불가능하다
[진채봉] 가능합니다
[활 개] 속된말로 꿩먹고 알먹고로구나---
[진채봉] 어서 소녀를 택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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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원한을 풀어주오-
찬이슬 서릿발 가슴에 품고
원한을 풀기위해 칼을 갈았오
슬픔을 삼키며 원한을 불태웠오
흐르는 물 막지 못하며
떠오르는 태양 피하지 못하오
정의로움이 학살된 우리속에서
욕망의 짐승들이 싸우고 있다오
부디 애비의 원한을 풀어주오
흐르는물 막지 못하며
떠오르는 태양 피하지 못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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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마당]
(진채봉 노래 끝나고 퇴장하면 놀이마당은 잠시 비어있다. 잠시후 깡통쪼가리들이 떨거덕 거리는 소리가 나며 거렁뱅이의 왕초 걸구가 들어온다. 걸구는 땅에 끌리는 긴 마대 두루마기에 벙거지를 쓰고 있는 지저분하게 누데기가 마대 두루마기에 쪼각베로 붙어있고 가슴과 등어리엔 각종 찌그러진 캔과 스픈, 오프너, 포크 따위가 마치 열쇠장사같이 메달려 덜그덕 거린다. 걸구는 다음과 같은 팻말을 들고 관객들 사이에서 어정거린다. '거렁뱅이 후계자를 찾습니다 왕초 백')
[걸 구] (관객들에게) 누구 거지 할 사람 없오? 내가 나이가 먹어 현재 후계자를 찾고 있는데 거지왕초 한번 해 볼 사람 있으면 나오시요 (여자 관객에게) 거지 한번 안할래요? 이 직업두 괜찮어--- 안혀? 직업고르는 안목이 없구만--- (남자 관객에게) 보시요 양아치 한번 안할라요? 직업치구 괜찮어--- 복잡헌디 출퇴근 할 필요없지, 치사하게 월급날이나 보너스 기다릴 필요없지--- 주택에 애들교육문제 신경쓸 필요 없지--- 나와서 양아치 한번 해 봐--- 안혀? 정말 거지같이 노네. (관객 전체에게) 아니 세상에 이 좋은 직업을 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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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 알다가도 모르겠네--- 보더라고--- 매사에 얻어먹고, 얻어자고, 얻어쓰고, 얻어놀고--- 이 편한 걸 안혀? 정말 쪽박찰 사람들이네 내가 양아치 찬가를 불러 볼테니까 잘 들어보쇼!
(독창) -거지찬가-
천하에 호걸은 누구인가 지상의 왕자가 누구인가
무위도식, 노상취침, 넝마 의복
바람처럼 자유롭고 새처럼 즐러워라
막을걱정 입을걱정 잠잘걱정 하나없네
세상음식 나의음식 세상재물 나의재물
각설이 타령 한번이면 만사가 형통이라
에헤라 데헤라 거칠것이 없어라
에헤라 데헤라 탐낼것이 없어라
불만이 없네 욕심이 업세 겁낼것이 없네
천하의 호걸은 거렁뱅이 지상의 황자는 각설이
[걸 구] 얘들아 목표량 달성했으면 대충하고 퇴근하거라---(관중석에서 거렁뱅이들 모여든다) 거렁뱅이 일동! 각설이 대형으로! (거렁뱅이들 각설이 대형으로 정열한다) 지금부터 구걸품목에 대한 점고가 있겠다. 쪽박앞으로! (거렁뱅이들 구걸한 물건을 담은 쪽박을 일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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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내민다 첫째 거렁뱅이 쪽박에서 빈소주병이 나온다) 이게 뭐냐?
[첫째] 소주병입니다
[걸 구] (마시고) 소주 맛이 왜 이러냐?
[첫째] 불발된 화염병을 줏어왔는데요?
[걸 구] 그래서 언제나 내용과 껍질을 잘 관찰하라구 하지 않았어
[첫째] 관찰!
(두번째 거렁뱅이 쪽박에서 자몽이 나온다) 이게 뭐야?
[둘째] 미국 캘리포니아산 자몽입니다
[걸 구] (얼른 내던진다) 너 이놈아 신문도 안보냐, 네가 지금 거지 건강을 완전히 거지루 알고 있구나 발암물질이 들어있는 외제 과일을 얻어와? 이것보다 국산 찐고구마가 거지 미용식으로도 좋와---
[거지들] 좋와!
(세번째 거렁뱅이 쪽박에서 통닭이 나온다) 이건 뭐냐?
[세번째] 치킨후라이 입니다
[걸 구] 뭐야 치킨 후라이? 이거 먹으면 거지생활 오래 못해 이놈아--- 너 이상구 박사 얘기도 못들었어! 거지는 거지다운 기본체형을 유지할 때만이 동정심을 유발하게 된다. 그런의미에서 동정심을 유발혀 봐!
[일곱째] 여학교 기숙사 빨래줄에 걸려있는 걸 걷어 왔는데--- 잠잘때 안대로 쓰면 좋을 것 같아서---
[걸 구] 이거 쓰고 자면 꿈자리 뒤숭숭해서 쓰것냐---? 어서 임자찾아 갖다주고와! 거지가 안대를 쓰고 잠을 자면 망상에 사로잡힌다. 거지는 절대 환상을 가져서는 안된다. 어서 갖다줘! (일곱째 , 브래지어를 여성관객에게 갖다준다. 여덟번째 거렁뱅이 쪽박에서 등긁게 갈퀴손이 나온다) 이건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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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째] 등 긁이 갈퀴손입니다
[걸 구] 들어라. 쇼팬하우어는 말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먼 곳이 뒤통수와 등어리라고--- 자신으로부터 가장 먼 곳에 대하여 연민을 갖지마라. 등어리를 긁으면 배꼽이 간지러워지고 배꼭을 긁으면 발바닥이 간지러워 진다. 거지가 향락을 즐기면 부자들이 자존심이 상한다. 부자들의 자존심이 상하면 그 만큼 적선의 량이 줄어들어--- 그 옛날 거지 선지자께서 말씀하셨다. '가이사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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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가이사에게 거지의 것은 거지에게'
[거지들] 거지의 것은 거지에게
[걸 구] 이것이 거지들의 미학이다! 아무리 찾아봐도 내 후계자는 너희들 중에 없다. 가장 거지다운 지혜를 갖인자가 한놈도 없어. 모두 다리 밑으로 들어가서 저녁식사나 준비하거라 어서! (거렁뱅이 일동 거지찬가를 부르며 사방으로 흩어진다. 양소유와 도사공이 들어온다)
[걸 구] 안되겠어--- 내가 하는 걸 잘 보라구 (귀부인에게 다가가서 무릎을 꿇고 앉는다) 부인---
[도사공] 제사 지내냐?
[귀부인] 이건 또 뭐야?
[걸 구] 부인--- 불쌍한 인간입니다. 너그러히 굽어 살피옵소서--- 그저 은닢 한푼 동정을 구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저는 달이뜨는 저녁마다 국화향기 그윽한 누각에서 비파를 뜯으며 노래하는 부인의 노래를 듣습니다
[귀부인] (반기며) 아니 내 노래를---?
[걸 구] 저희 거렁뱅이들은 개천다리 밑에서 실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부인의 노래소리를 들어며 황홀한 분위기에 휩싸입니다--- 부인께서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선율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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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다운 정서를 키워주셨아옵니다 (걸구와 귀부인 '양류사' 를 주고받는다)
[귀부인] 우리 장안에 내 노래를 이해하는 거지가 있었다니---? 그대는 참으로 시인이시요--- 예술가이시며 훌륭한 관객이시요!
[걸 구] 부인의 노래는 아름다우나 손애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부인께서 은닢 한푼을 주시오면 그걸 징표로 간직하여 부인의 위대한 예술을 모든 거렁뱅이드로가 오래 기억하고저 하옵니다 부인
[귀부인] 그대와 같은 위대한 거지가 있음으로 우리의 문화는 빛나도다 나의 노래에 감동한 그대는 가장 예술적 거지로서 우리 문화의 긍지로서 남으리라. 자 여기 금닢 한개! (금닢 한개를 걸구에게 던져주고 나간다) 아! 노래를 시작한 삼십년 이래 날 이해하는 단 한명의 예술가를 나는 만났어---
[걸 구] (양소유에게) 어떤가---?
[도사공] 일방적인 판정패야!
[양소유] 내게는 비천하게 될 자유도 없다는 얘긴가---
[걸 구] 벗을 필요가 없어--- 시합에선 그대가 졌으나 난 후계자를 찾았오. 거지의 세계에 새로운 질서가, 그리고 새로운 계율이 필요한 시대가 왔오.
[양소유] 난 자유를 누리기 위해 거지가 되었오--- 물질의 속박, 부에 대한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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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유] 소유하지 않음으로서 축재하지 않음으로서--- 벌어들이지 않음으로서 우리의 영혼이 자유로워 지는 겁니다!
(독창) -영원한 해방-
소유하지 않는 자유 축재하지 않는 자유
영원한 자유 거지의 자유
거지의 자부심을 키우세 거지의 긍지를 살리세
두렵지 않을 자유 불안하지 않을 자유
영원한 자유 거지의 자유
(합창) 소유하지 않는 자유 축재하지 않는 자유
영원한 자유 거지의 자유
거지의 자부심을 키우세 거지의 긍지를 살리세
두렵지 않을 자유 불안하지 않을 자유
영원한 자유 거지의 자유
(거렁뱅이들 양소유를 후주에서 무등태우고 나간다. 향락과 사치를 암시하는 육감적인 음률이 전주로 울려 퍼지면 살색이 비치는 엷은 의상을 걸친 무희들 사방에서 쏟아져 나와 환락을 노래 한다. 무희들의 춤과 노래중에 진채봉 태수비의 요염한 자태로 나타난다)
(합창) -넘쳐 흘러라-
가득차고 넘쳐서 솟구쳐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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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음식 게걸스런 식욕
번들거리는 살빛 끈적거리는 정욕
부등켜안고 뒹굴고 너부려져 삼켜라
몽롱한 최면의 향기 뜨겁게 타는 촛불
향락의 시간 환락의 순간 탐욕의 시대
(진채봉 독창) 어리석은 남정네 독주에 취하고
사악한 아녀자들 간음에 취하며
영악한 세도가들 재물을 탐하도다
얼키고 설키고 물고 땡기며
쾌락의 몸부림은 광란의 춤이되니
보라 패망의 노저음을
보라 전락의 인형극을
이것이 지옥의 요지겅일세
(합창) 가득차고 넘쳐서 솟구처 흘러라
푸짐한 음식 게걸스런 식욕
번들거리는 살빛 끈적거리는 정욕
부등켜안고 뒹굴고 너부려져 삼켜라
몽롱한 최면의 향기 뜨겁게 타는 촛불
향락의 시간 환락의 순간 탐욕의 시대
(노래 끝나면 무히들 놀이마당 중심으로 원형을 만들어 마당에 비스듬히 누워 육감적인 율동을 한다. 후주음악이 아주 애상적으로 단음연주된다. 두명의 상체를 벗은 역사가 들어와 원형둘레를 돌며 푸짐한 음식쟁반을 돌리다. 무희들 그것을 집어서 뜯고 빨고 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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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채봉] (미끄럼틀위로 오른다) 우리는 소비하고 탕진하고 걸치고 쾌락하는 속에서 자유를 얻는다
[무희들] (합창) 쾌락하는 속에서 자유를 얻는다
[무희1] 우리들의 위장에는 한계가 있아옵니다.
[진채봉] 위장이 넘치면 토해내고 다시먹어--- 식욕의 한계성을 돌파하자
[무희2] 저는 하루에 열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해야 합니다 24시간 만으로선 너무나 부족하옵니다.
[진채봉] 목표달성을 위해 게으름을 피워선 안돼!
[진채봉] 너희들이 가난하고 배고픈 시대를 기억해봐--- 그 비참한 시대에 앙갚음을 해야 되지 않겠어? 너희들은 이것을 원했다! 이것을 성취하기 위해서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니 가득차고 넘처 흐르도록 쾌락의 늪속에서 질탕한 인생을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 이것을 그대들은 자유라고 말했다--- 너희들의 몫을 옳케 찾아 먹어야 한다
[무희들] (합창) 아 지루해!
[진채봉] (고함) 모두 자라에서 일어나. 너희들의 보금자리로 들어가거라. 그래서 너히들의 재물이 얼마나 축이났나 계산이나 해봐! (무희들 자리에서 일어나 나간다. 가지옷을 입은양소유가 들어온다. 진채봉 얼굴에 베일을 기라고 내려온다)
[양소유] 귀부인시여--- 불쌍한 거렁뱅이올시다. 한푼만 적선합쇼--- 한푼 이상은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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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채봉] 이 고을에선 거지는 이제 더이상 살 수가 없다
[양소유] 우린 거지의 긍지의 자부심을 중히 여기고 있아옵니다
[진채봉] 아니다. 모두가 부유해야 한다--- 태수께서는 모든 백성들에게 무한정의 빛을 주었다---왜 그 해택을 거부하는가 그대는?
[양소유] 그것은 타락하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양식이옵니다
[진채봉] 오만한 자---! (베일을 벗는다)
[양소유] 낭자---!?
[진채봉] 거지옷으로 자신의 야망과 허위와 우매함을 숨기는자!
[양소유] 절대로 우리는 우매하지 않오--- 단지 그대들이 영악할 뿐
[진채봉] 우리? 그대가 말한 우리는 무엇이요?
[양소유] 백성! 민족!
[진채봉] 백성? 민족? 얼치기 이상주의자! 세상을 똑바로 보시지!
(빠르고 경쾌한 장단이 터져나온다. 의복과 치장이 눈에 뜨이게 화려해진 거리들, 예를들면 씰크헷에 단당을 든 거지, 금테색안경을 쓴거지, 멍크목도리를 한 여자거지, 장발에 핑크분장을 한 거지 등. 이들의 동작과 춤은 자못 현대 디스코텍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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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 창]-잘살아 보세-
잘살아 보세 잘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
누더기 헌신짝 내던져 버리고
첨단 유행으로 휘감아 보세
복지의 시대 풍요의 시대
소비가 미덕 향락은 애국
잘살아 보세 잘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
가난과 배고픔 걷어차 버리고
호의호식으로 흥청거려 보세
복제의 시대 풍요의 시대
소비가 미덕 사치는 애국
[대 신] 여러분! 여러분 거지 같은 여러분! 거지같은 신임태수께서 거지같은 여러분들께 전하는 말씀을 거지같은 내가 전하는데 이를테면 포고령 입니다
[도사공] 또 긴급조치여?
[대 신] 조치는 얘기 허들말고 포고령이나 잘들어봐! 시대가 순식간에 빈대떡처럼 뒤집혀졌어. 이른바 민주화 시대다 이거여 잘들어 보시오. 우선 지금까지 세습제도로 내려오던 태수 임명제를 백성들의 직접선거로 뽑게된다. 이거여
[도사공] 직접선거? 투표권이 우리한테 있다 이거여?
[대 신] 다음 두번째 것이 기가 막히니께 잘 들어 보더라고 토지 및 재산의 사개념화여! 사유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개인의 소득이나 이익을 일체추적하지 않겠다. 이 말씀이여 땅에 파묻어도 좋고, 사체놀이, 증권투자, 고리대금 일체를 허용한다. 이거여 여러분! 여러분 거지 같은 여러분! 거지같은 신임태수께서 거지같은 여러분들께 전하는 말씀을 거지같은 내가 전하는데 이를테면 포고령 입니다 나는 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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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놀이마당 일각에 끼어들어온 양소유가 거지들 틈에서 움직인다)
[양소유] 당치않은 소리!
(거지들 웅성거림을 멈춘다) 절대 속아서는 안돼지! 이미 사유재산은 없어--- 살고기는 전부 늑대가 뜯어 먹고 썩은 껍질 쓰잘데 없는 뼈다귀만 강아지 밥그릇에 던져준 꼴!
[도사공] 앗따 정말 쉰밥에다 초치고 있네---
[양소유] (술통위에 올라간다) 모두가 취했어 모두가 마취가 됐어! 지금의 태수는 황건적의 두목이였어, 태수비가 그대들은 누군지 아는가? 태수비와 황건적의 두목이 결탁을 했어. 재물과 무력이 만난거야---
[진채봉] (나서며) 거짓말이다! (미끄럼틀 위로 뛰어오른다) 지금까지 그대들은 속아온 것이다. 이 고을 태수에게 속아온 것이 아니라 바로 얼치기 이상주의자에게 속아온 것이다. 그대들은 부유하고 풍족하며 향락을 누릴 권리가 있다.
[진채봉] (양소유를 가리키며) 저자는! 그대들의 가난한 자유 이상으로 어질고 우매한 그대들을 혁명의 폭도로써 훈련을 시키려는 것이다
[거지A] (술통위로 오른다) 이것들 봐--- 우리가 따스한 방에서 향기로운 포도주를 마시며 살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 그것은 거지의 자유보다 위대한 것이야---
(두명의 나팔수가 나와서 술통위에 나란히 올라가 팡파레를 분다. 팡파레가 끝나면 태수찬가가 울려퍼진다. 시녀 두면 바구니에서 꽃가루를 뿌리고 나온다. 신임태수 활개가 그 꽃가루를 밟고 나오고 그뒤에는 대신 1,2 가 뒤따른다. 팡파레가 끝난 나팔수와 시녀 두명은 퇴장한다. 활개 미끄럽틀위 옥좌에 앉는다. 진채봉 그네에 걸터앉는다)
[활 개] 민심은 동향은 어떤가?
[대신1] 모두가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아옵니다!
[대신2] 태수비의 높은 은덕을 모두가 칭송하고 있아옵니다!
[활 개] 내 앞에서는 (시늉) 자꾸 김밥마는 자세를 취하지 말라고 했쟎아 그게다 구시대의 유물이야
[대신1,2] 유념하겠아옵니다
[진채봉] 왜 심기가 편치 않으시옵니까
[활 개] 아직도 날 황건적 두목이라고 생각하는 놈들이 있어 내 전직을 들먹이며 날 싸잡아 모욕을 하고 있단말야. 난 민의에 따라 태수자레에 앉은 거야 안그런가?
[대신1] 그야 지당한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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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채봉] 민심은 호수의 수면과 같은 것. 위에서 보면 평온하고 잔잔한 것 같으나 그 호수밑바닥에선 언제나 진흙 꾸정물이 일렁이고 있읍니다.
[대신2] 그래서 민심은 천심이라 하지 않았아옵니까
[진채봉] 이 헛깨비들 그런뜻이 아니야--- 언제구 바람이 불면 물결이 치고 진흙탕 꾸정물이 솟구쳐 올라---
[대신1] 그래서 북어하고 백성들은 두들겨 팰수록 맛이 난다 했읍니다
[대신2] (대신 1을 쿡 찌르며) 백성이 아니고 여자야 이사람아
[대신1] 여자는 백성아닌가---
[활 개] 시끄러워! 지금은 낚시떡밥같이 뿌려준 땡전 몇푼애들 어진성군 태평성대를 떠벌리지만 시간이 지나 떡밥에 싫증이 나면 또 기어오른다
[진채봉] 이제 채무와 채권관계를 따져서 꾸어온 돈만큼 백성들의 땅과 가옥전답 재산을 차압시켜 국고에 귀속시키는 겁니다. 백성은 빚쟁이 우리는 채권자--- 그래서 빛탕감의 노역을 시키는 겁니다--- 일종의 노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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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1] 그렇게 되명 백성들은 다시 혁명을 시도할 것입니다
[활 개] 백성들의 불평불만을 해소시킬 묘안이 있다--- 백성들을 최면에 걸리게 하려면 우상이 필요하다
[대신2] 우상이라뇨?
[활 개] 궁궐에 출입하는 전속예술가들을 전부 불러들여라
(대신1 뛰어나간다)
[진채봉] 어쩌시려구 예술가들을---?
[활 개] 당신을 위대한 태수비로 창조하는 것이요--- 당신은 이제부터 이 고을 백성들의 우상이 되야 하오---
(대신 1을 따라 시인, 화가, 음악가, 무용가 4명이 들어온다)
[활 개] 다 좋은데--- 전위예술가가 빠졌다--- 하여튼 그대들은 지금부터 태수비의 빛나는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찬양해야 한다. 그래서 빛나는 예술로서 만백성의 영혼을 세뇌시켜야 한다. 자 구상시작!
(화가는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리고, 무용가는 안무를 구상한다. 시인 종이에 메모하며, 음악가는 주머니에서 하모니카를 꺼내 분다) 자 그럼 어디 태수비를 칭송해 보아라
[시 인] 구상끝! 평온한 가운데 의견일치를 보았읍니다 (눈을 지긋이 감으며) 오 우리의 태양이시며, 우리의 구원 자시고, 우리의 영원한 어머니 태수비님이시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고 그대의 인자한 미소가 있음에 우리 인생의 보람이 있아옵니다. 태수비시여 그대는 하늘의 딸이십니다. 태수비시여 우리를 보살펴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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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시인의 문구에 맞추어 동작을 취한다. 노래전주가 터져나온다)
(4중창) -위대한 태수비시여-
오 우리의 태양이시며 우리의 구원자시고
우리의 영원한 어머니 태수비님이시여!
그대 있음에 내가있고 그대 인자한 미소있음에
우리 인생의 보람이 있아옵니다
태수비시여 그대는 하늘의 딸이십니다
태수비시여 우리를 보살펴 주옵소서
[진채봉] (노래 끝나자 고함을 친다) 틀렸어요! 모두가 틀렸어요! 도대체 그런 유치한 발상으로 어떻게 무지몽매한 백성들을 감동시키겠어요. 좀더 애절함과 절실힘이 부족해요
[시 인] 상당히 애절할려고 노력했는데---
[대신1] 야--- 전반적으로 후반이 약해!
[진채봉] (히스테리) 모두 나가요 꼴보기 싫으니까!
[화 가] (나가며) 나가고 있으니까 신경질 부리지 말아요!
[진채봉] 섣불리 선전했다간 코웃음만 사겠어요
[음악가] (나가가다) 그래 맞습니다. 코웃음의 노래를 작곡하면 어떨까요?
[대신2] 야 나가다가 화장실에 가서 코나 풀어라---
[진채봉] 제게 묘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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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 개] 묘안이라니?
[진채봉] 그 아이를 들여보내라!
(소녀하나가 원숭이를 끌고 들어온다)
저 아이는 내 애완동물을 사육하는 여종입니다
[활 개] 저 아이는 백치가 아니오?
[진채봉] 그래서 저 아이로 하여금 나를 칭송케 하면 무릇 만백성들은 백치 바보이게서 조차 우러나오는 그 열렬한 흠모의 정에 감복할 줄 아옵니다. 얘야 너의 소임은 무엇이냐
[소 녀] (마치 책을 읽듯) 나는 태수비의 몸종으로서 태수비께서 애지중지하시는 애와동물과 더불어 생활하며 오직 짐승들과 식사하고 목욕하며 함께자는 지극히 동물적 사고를 가진 여자아이옵니다
[진채봉] 보십시요 얼마나 백치스러운가--- 세뇌시킨 항목이외는 전혀 자신의 소견과 창의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너는 이 원숭이를 끌고나가 거리와 골목을 배회하며 내가 너한테 가르쳐준 찬미의 노래를 부르거라. 나를 칭송하는 친미의 노래를 부르면 백성들은 백치인 너를 통해서 날 흠모하리라. 자 어서!
(소녀 원숭이를 끌고 움직이며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활개와 진채봉 대신들 퇴장한다. 장면은 길거리로 바뀐다. 소녀가 노래하는 동안 노래에 취한 백성들 하나둘씩 소녀의 뒤를 따른다. 진채봉의 초상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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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진 피켓을 든 사람들도 있다)
[소 녀] (독창) -찬미의 노래-
무지개처럼 아름다워라
샛별처럼 반짝거려라
우리의 태수비 우리의 태수비
솜털처럼 부드러워라
어머니처럼 인자하셔라
우리의 태수비 우리의 태수비
만백성에게 은총을 주시었네
배고픈 우리에게 축복을 주시었네
그이는 우리의 가슴속에 뜨거운 태양으로 뜨셨네
그이는 우리의 영혼속에 위대한 우상으로 오셨네
태수비 태수비 우리의 태수비
(백성들 반복하여 합창을 한다. 노래 끝나면 후주가 아련히 연주된다)
[소 녀] (시낭송) 참 아름다워라 우리의 태수비 영원한 여인이여!
지극히 인자하여라 우리의 태수비 완전한 여인이여!
(연설) 여러분 태수비는 우리의 구원자 이십니다 태수비는 하늘의 딸이요 이 시대의 메시아시요 이제 우리는 그가 없이는 한시도 살 수가 없습니다!
[양소유] (두 손을 번쩍이며) 나는 이제 비천한 태수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구 절대 이 관을 벗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부터 가장 인간다운 본성을 지니게 될 것인즉 증오와 살육과 공포로서 세상을 다스리게 될것이다
[도사공] ( 대신1, 2에게) 야들아--- 너희들 청문회 나갈 준비혀! 괜히 나중에 기억에 없다, 생각 안난다, 그따위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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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덜말고---
[양소유] 지금부터 나는 태수비와 혼례식을 치르겠다
[도사공] 야들어 신임태수께서 취임 첫 사업으로 새장가 드시것디야 혼례상들 준비 하거라---
(대관식 음악이 연주된다. 양소유 미끄럼틀위에서 진채봉이 있는 밑으로 내려온다. 진채봉에게 다가선다. 이때 소녀가 땅에 떨어진 망난이 칼로 양소유를 찌른다)
[양소유] (비명을 지른뒤) 아냐!--- 이렇게 되는게 아냐--- 이렇게 되서는 안돼! (양소유 진채봉의 팔에 안기어 늘어진다)
[도사공]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이여? 어째서 자꾸 헷갈린다야! (대신 1,2 양소유에게 덤비려 한다)
[진채봉] (고함) 물러서라!--- 태수의 관을 씌운채 그대로 장사지내라 우리는 이 사람의 능력을 감당하지 못했을 뿐이다 (늘어진 양소유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불쌍한 사람--- 가련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 (소녀에게 웃으며) 얘야 --- 네가 이 사람을 죽였느냐
[소 녀] (고개를 끄덕인다)---
[진채봉] 그래--- 가장 너다운--- 짐승다운--- 위대한 업적을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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겼다 (원숭이가 까르르 웃는다) 이 사람을 선조태수들의 종묘에 안장하라 (대신들 무시들 양소유를 어깨를 메고 나간다. 진채봉 '역사의 허구' 를 부르며 뒤 따른다. 무희들이 진채봉의 뒤를 따르며 반복의 합창을 한다. 무대에는 잠시 도사공과 쓸어진 활개만이 남는다. 도사공이 쓸어져 있는 활개곁으로 가서 발로 툭툭 친다)
[도사공] 어이 이것봐! 일어나--- 마당놀이 끝났으니께 일어나야제---
[활 개] 앗따 왜 사람을 발로차고 그래---
[도사공] 죽을놈 죽고 살놈은 살고 했는데 뭐가 안끝나?
[활 개] 앞풀이가 있었으니까 뒷풀이도 있어야지!
[도사공] 허긴 그러네--
(곡마단의 노래가 울려퍼지면서 육관대사와 광대들이 나온다. 광대들의 노래 끝나면)
[육관대사] (크게 김만중--- 김만중이는 어데 있느냐---?)
(북소리가 나고 사약을 상위에 바처들고 앞풀이에서의 귀양살이 때 차림으로 김만중이나와 앉는다) 그대의 명이 다 했으면 저승으로 와야지 뭘 망설이느냐?
[김만중] 그동안 냄해절도에 위리안치되어 구운몽을 완성하였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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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관대사] 구운몽?
[김만중] 어머님을 위로커저 한 작은 효성의 뜻이었으나 글이 끝나자 모친의 별세 소식을 들었아옵니다
[육관대사] 그래 속세의 인연이 다 했다! 어서 오너라!
[전 령] 서포 김만중은 어서 사약을 들어 대역죄에 참회하라!
(김만중 상위에 있는 약사발을 들어 잠시 응시하다가 이내 그것을 마신다. 김만중 약사발을 든채 일어나서 비척거리다 약사발을 땅에 떨어뜨리고 정지 동작 인생은 꿈이 로세가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도사공] (구운몽 책을 들고) 싸부님! 이책 갖구가야지라우!
(광대들 정지동작하고 있는 김만중 주위에서 불꽃을 밝혀 들고 곡예하며 뒷풀이 춤을 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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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