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공원의‘뷰티풀 안녕’
만나자마자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를 나눈다.
“그동안 잘 있었어?” “네 고모님도요?” “너도 왔구나.”
건성으로 나누는 인사가 아니다.
정겨움을 견디지 못해 진한 포옹으로 맞이한다.
볼을 비빈다. 얼굴이 환해진다. 옹기종기 모여 정담을 나눈다.
그때다. 누군가 소리친다. “봉희씨다!”
경내로 소원재단의 앰뷸런스가 미끄러지듯 들어선다.
기다리던 봉희씨가 휠체어를 타고 내린다.
봉희씨는 한 줄로 서서 박수로 맞이하는 이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뚫어져라
쳐다보고 인사를 건넨다.
“너는 왜 왔어?” “아니 너도 왔어?” 부둥켜안고 놓지 않는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시간이 대구 중심에서 명복공원까지의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진다.
오늘은 95세 이봉희 할머니의 엔딩파티가 있는 날이다.
봉희씨는 누군가에게는 어머니이고 할머니다.
또 누구의 언니이고 조카들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봉희씨로 부르기로 했다. 손녀의 아이디어였다.
손자 손녀가 애써 제작한 추억의 영상이 소개된다.
자신의 젊은 날 모습을 보는 둥 마는 둥 흐느껴 우는 막내딸을 어루만지며
봉희씨는 손을 놓지 못한다.
이번에는 오로지 봉희씨를 위해 영상을 다시 돌린다.
큰 따님의 해설이 따른다. 이야기를 보탤 때마다 웃음이 폭죽처럼 터진다.
질곡의 세월이 흑백사진만으로 가슴 깊이 전해진다.
이번에는 손녀와 손자가 할머니에게 바치는 2중창 순서다.
손녀는 끝내 노래를 다 불러내지 못한다.
울먹이는 손녀, 함께하던 대동교회 성도들도, 스태프들의 눈에도 눈물이 그윽하다.
이어 큰딸의 편지가 낭독된다.
“사랑하는 엄마, 엄마한테 편지를 써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착한 우등생들과 달리 늘 엄마 속 썩이는 큰딸,
초등학교 때는 학교 무용부에 너무 들어가고 싶었는데…
무용복 살 돈이 없다는 엄마한테 ‘낳아주기만 하면 엄마냐’며 소리치고,
‘미안하다’며 달래는 엄마 맘은 얼마나 아팠을까.
이제 와 엄마한테 옛날에 잘못한 것 용서해 달라고 한들
지나간 세월이 다시 돌아오지는 않지만…
엄마 날 용서할 수 있어? 응, 용서해.”
그때 옆에서 고모가 말한다.
“엄마는 (무조건) 용서야.” 딸의 편지 낭독은 몇 번이나 중단된다.
“편지를 쓰면서 생각해봤어. 엄마가 어떤 말을 듣고 싶을까.
또 내가 엄마라면 윤서한데 듣고 싶은 말은…
근데 한 마디 밖에는 생각이 안 나더라.
엄마 사랑해.
그리고 나중에는 엄마가 내 딸로 태어나 줘.
나도 엄마처럼 사랑해 줄게. 엄마 사랑해.”
둘째 떨 성숙이가 봉희씨 귀에 대고 잔잔하게 속삭인다
"엄마, 다시 태어나도 엄마의 딸로 태어날 거야.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시고 여기까지 성장시켜 주셔서 고마워.
앞으로 엄마의 자랑스러운 딸로 잘 살아갈게.
아버지가 남긴 ‘할레루야’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 (여호수아 24:15)
오직 주님만 바라보며 살께
형제간에 우애하고 서로 사랑하며 도우며 살께 無魂於心 義在正我
바른(옳은) 사람이 옳은 일을 하니 바른 사람으로 살께. 義在正我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께.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날마다 배우고 익혀서
자신을 빛내고, 가문을 빛내고, 나라를 빛내고.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께
하늘 나라에 가서 아버지와 행복한 웃으 웃으시며
하나님의 영접을 받으라
걱정과 염려, 무거운 짐은 다 내려놓아. 이다음에 천국에서 만나. 엄마, 사랑해."
이어 참석자 모두가 돌아가며 봉희씨에게 못다 했던 말을 건넨다.
그때마다 옥자씨는 손을 어루만지고 볼을 비빈다.
심지어 기도를 하는 내 손에도 입맞춤을 한다.
전해주는 말은 한결같다. “고마워.” “사랑해.”
만찬을 끝내고 기도와 함께 작별 인사를 하는 자리다.
내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어머니! 안녕히 가셔요. 우리 천국에서 뵈어요.”
그러자 난데없이 내게 농(弄)을 건넨다.
“나하고 같이 가.”
(깜짝 놀라)
“어머니, 지금은 안 돼요. 저는 나중 갈게요.”
지켜보던 이들까지도 웃음이 빵 터진다.
나는 이를 이별도 작별도 아닌‘뷰티풀 안녕’이라고 부른다.
바라건대 원왕생극락(願往生極樂) 하소서
아픔도, 슬픔도, 걱정도, 근심도 없는
천국에서 늘 기쁘게 살게
빈손으로 와서 빈 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라
살고 죽는 것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삶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스러짐이라
뜬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가는 것이 역시 그와 같다네.
어허 달구, 어허 달구, 어허라 달구
천국에서 만나 보자
그 날 아침 그 문에서 만나자
정직함을 바탕으로(Honesty), 인간다움을 지향하며(Humanity),
조화로운 사회에 기여함으로써(Harmony),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라(Health)
인생을 Beautiful 아름답게, Wonderful 훌륭하게, Powerful 힘차게, Enjoy 즐겁게,
Great 위대하게, honesty 정직하게, truth 진실하게 사는 것이기에 두루 헤아려야 한다.
오늘, 지금 이 순간 가슴 뛰는 삶을 살며(Live),
사랑하며(love), 배우며(learn), 웃으며(laugh), 그리고 베풀고(give), 생각하고(think),
즐기며(enjoy), 일을 하는 것이다(try).
사랑의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루게릭병을 앓던 모리 슈워츠 교수가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머지않은 자신의 죽음을 떠올린다. 정신이 맑을 때 미리 장례식을 치르기로 결심한다.
친구들과 이웃을 불러 눈물 속에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모리 교수의 장례식은 죽은 자가 아닌,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장례식이었다.
죽어서가 아니라 살아 치르는 장례식,
엔딩파티(餘生宴)야 말로 ‘영원한 안식’을 사모하는(히 3:9~11) 이들이
또 하나의 하나님을 기억하는 방법이 아닐까. 가을이 깊어 간다. 겨울이 가까웠다.
이별의 아쉬움을 표현하는 덴
‘너와 함께해서 좋았다’는 마음과
‘네가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하길 바란다’는 응원, 두 가지가 담겨 있다.
함께 지내온 세월을 서운해하는 마음의 표현은 상대가 스스로 귀한 존재임을
깨닫게 해주는 동시에 누군가를 축복하는 행동은
이타적인 마음을 배우는 좋은 기회를 준다.
진심과 정성이 담긴 손 편지
이별의 노래
“고마웠어 행복했어 사랑했어”
세상의 모든 안녕이 노래처럼 뜨거웠으면 좋겠다.
가을, 추억을 흩날리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하늘을 수놓으며 가을의 정취를 한껏 더한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두 사람의 미소에는 가을의 따스한 햇살이 깃들어 있다.
낙엽을 손에 쥐고 흩뿌리며,
잠시 멈춘 시간 속에서 계절의 아름다움과 추억을 함께 담았다
하나님의 명령인 사랑의 사도로 천명을 즐기다
서산마루 해지듯이
새벽별빛 바래듯이
잦아들듯 스러지듯
흔적없이 지고싶다고
귀천의 노래부르다
종교보다 거룩하고 예술보다 아름다운 삶을 살자
아름다운 세상 살다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삶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 (여호수아 24:15)
오직 주님만 바라보며 살리라
기쁘고, 즐겁고, 아름답게 살다가 본향 흙으로 돌아가자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하늘의 별이 되어, 하나님과 함께 살리라
서산대사 선시禪詩 ‘부운浮雲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것
그것이 인생이다
空手來空手去是人生공수래공수거시인생
날 때는 어느 곳에서 왔으며
갈 때는 어디로 향해 가는가
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생종하처래사향하처거
생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그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다
浮雲自體 本無實 生死去來 亦如然 부운자체 본무실 생사거래 역여연
뜬 구름은 본래 실체가 없는것
나고 죽고 오고감이 모두 이와 같다
生死去來亦如然 (생사거래역여연) 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함허득통(涵虛得通)
오직 한 가지가 항상 홀로 드러나
담연히 생사를 따르지 않네
獨有一物 常獨露 湛然不隨 於生死 독유일물 상독로 담연불유 어생사
나고 죽고 오고 감도 이와 같고나
드넓은 하늘 유성의 한 그림자 사라지나니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 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
후렴
할렐루야 찬양하세 내 모든 죄 사함 받고
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
주의 얼굴 뵙기 전에 멀리 뵈던 하늘나라
내 맘속에 이뤄지니날로 날로 가깝도다
높은 산이 거친 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